나의 낯선 가족 창비아동문고 335
송혜수 지음, 이인아 그림 / 창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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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낯선 가족의 형태를 자연스럽게 표현해 내면서 그 안에서 어린이의 마음을 세밀하고도 다정하게 그려내고 있다. 가족은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 제일 처음 만나는 사회다. 제각각 다른 사회를 통과하면서 아이는 성장하게 된다. 이 책에는 혼자가 되어 외롭고 돌아갈 길을 몰라 두려운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죽은 아빠가 묻힌 산에서 깜빡 잠이 들었다 혼자가 되어 헤매는 아이, 늦은 시간 엄마는 일하러 가서 오지 않고 작은 방에서 혼자 잠이 든 아이, 이혼한 부모의 눈치를 보느라 정작 자신의 자리는 자꾸만 잃어버리는 아이 등. 모두 생활 혹은 마음에 상실을 경험한 아이들이 이 책의 주인공들이다. 그런 여섯 명의 아이들은 제각가 조금 돌아가더라도 오롯이 혼자가 되어 보는 경험을 하게 되고 그 경험을 통해 진짜 나를 찾아가는 길을 조금씩 찾아간다. 이 책 속 아이들의 이야기 자체만으로 마음을 뭉클하면서 깊은 울림을 남긴다.


이 책 속 여섯 편의 이야기 중 가장 인상 깊은 표지 속 그림이 나오는 <아빠의 나라>의 이야기는 어느 날 전학온 아이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된다. 주인공 연재는 전학을 온 나하나가 처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왜냐면 그 아이가 온 나라가 지금은 이혼을 해서 떨어져 있는 아빠가 지내는 자카르타이기 때문이다.


연재에게 자카르타는 아빠가 있는 곳이기에 할 수 만 있다면 다 잊어버리고 싶기도 하고, 할 수 만 있다면 하루 종일 이야기하고 싶기도 한 이중적인 마음을 생기게 하는 곳이다. 연재가 반 회장이었기 때문에 선생님은 나하나를 연재에게 맡기지만 하나는 자신은 이 학교를 1년만 다닐 꺼니 구지 학교에 대해 설명해 줄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음악실을 설명해 줄려는 연재에게 쌀쌀하게 말하는 하나.


하지만 우연히 연재는 나하나가 어떤 아이인지 알게 된다. 우연히 보게 된 담인 선생님의 상담일지에 원래 학부모 상담에는 엄마들이 오는데 나하나는 어떻게 된 것인지 상담자가 아빠로 체크되어 있었다. 그리고 나하나 아빠의 직업은 외교관이었다. 외교관인 나하나의 아빠가 선생님에게 하나를 부탁하고 선생님은 연재에게 하나를 부탁하는 상황이 짜증이 났지만 하나에게 친절하게 대할 수 밖에 없는 연재. 상담 일지를 보고 난 이후 부터 연재는 하나의 아빠의 존재와 자카르타에 있는 자신의 아빠의 존재가 오버랩된다. 연재의 아빠는 한달째 연락두절 상태다. 엄마와 이혼 후 아빠는 회사 일이 바쁠 때에도 연재에게 늘 메세지를 보냈다. 점심밥 사진을 찍어보내거나 일하는 모습을 찍어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한달 동안 연락을 하지 않는 아빠. 연재는 가족들이 사는 집을 만드는 아빠가 어떻게 가족인 자신을 잊을 수 있는지 의아하다. 그러다 반단톡창의 알림을 통해 내일이 '3월 생일 파티'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연재. 자신의 반회장 공약이었기에 준비할 것들을 떠올리다 문득 하나 생각을 하게 되고, 곧 떠날 하나에겐 생일파티에 대해 알려주지 않기로 한다.


다음 날 나하나가 교실로 들어왔을 땐 생일 파틴 이미 끝난 상태였다. 연재는 모르는 척 뒷정리를 하다고 있는데 하나는 남은 떡볶이를 먹어도 되냐고 말을 걸어온다. 그리고 방과후 떡볶이집에 자신을 데려다 달라고 조르는 하나. 그렇게 수업이 끝나고 분식집에 가다가 연재는 하나의 아빠가 외국인라는 사실과 하나가 입양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빠의 부재와 엄마의 무관심이라는 자신의 상처가 혹여라도 들킬까 친구를 집에 데려가는 것을 꺼렸던 연재는 떡볶이를 못 먹어 아쉬워하는 하나에게 자신의 집에 가자고 제안한다. 연재가 하나를 집에 데려가기로 한 이유는 아마도 하나 역시 자신과 같이 상처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연재네 집에서 연재가 만든 떡볶이를 함께 먹으며 둘은 어른들이 왜 다들 제멋대로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그렇게 두 아이는 서로가 서로에게 친구가 되지 않았을까.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여섯 아이들의 가족은 여느 보통의 가족과는 조금 다르다. 한 부모 가정, 이혼 가정, 입양 가정, 이주 배경 가정 등등 다양한 가정의 형태 안에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등장하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솔직하면서도 담담한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가족의 형태와 상관없이 아이들이 가장 가까운 가족이라도 거리감을 느끼거나 상처를 받는 순간이 생기고, 그 안에 가족 누군가에게 기대거나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을 통해 조금씩 성장해간다. 그래서 더더욱 이 책의 이야기는 뭉클하다. 그리고 이 책 속 아이들을 통해 누군가의 부재와 상실에 대한 상처는 부재와 상실 자체를 인정함으로써 조금씩 치유할 수 있음도 함께 깨달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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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기린 씨, 타세요! (출간 10주년 기념 특별 리커버) 첫 읽기책 5
이은정 지음, 윤정주 그림 / 창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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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목기린씨를 위한 마을버스 만들기 대작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는 법을 알려주며 2014년에 출간된 이후 어린이 독자들에게 꾸준히 사랑을 받아온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의 이야기는 화목 마을의 마을회관에 도착한 목기린씨의 편지로 시작된다. 목기린 씨는 하루도 빠짐없이 편지를 보내고 있었고, 고슴도치 관장은 편지를 받을 때마다 스트레스 가시가 곤두서곤 했다.


목기린씨가 매일 편지를 보내는 이유는 바로 마을 주민 모두가 즐겨 타는 마을버스에 목기린씨만 목이 너무 길어서 탈 수 없기 때문이다. 마을 버스를 탈 수 없기에 여덟 정거장을 늘 걸어다닌 목기린씨. 매일 가깝지 않은 거리를 걸어가다보니 다리에 힘이 풀려 물 웅덩이에 빠져 옷이며 가방이며 엉망진창이 되기도 하고, 하루는 목과 다리가 너무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무리해서 걷지 말라고 했다는 이야기 등등. 책의 초반부는 마을버스를 타지 못해 목기린씨가 겪게 되는 불편함과 고통을 목기린씨의 편지를 통해 생생하게 전한다.


화목 마을의 마을버스는 고슴도치 관장이 계획했다. 고슴도치 관장은 마을의 1번지에서 10번지까지 주민들을 하나하나 살피며 아기가 많은 2번지 다람쥐네와 4번지 노루네를 위해 어른과 아이가 함께 앉을 수 있는 의자를 들여 놓고, 3번지 고릴라 기사와 8번지 돼지네도 거뜬히 탈 수 있도록 버스를 아주 튼튼히 만들었다. 그리고 5번지 콩새네 의견을 듣고서 창가에 나뭇가지 의자를 두었고, 향수병에 걸린 7번지 백두산 사슴을 위해선 백두산 야생 식물로 만든 향수도 버스에 걸어두었다. 그 덕분에 마을 주민들은 마을버스를 아주 좋아했고 고슴도치 관장을 볼 때마다 마을 주민들은 마을 버스를 잘 만들었다고 칭찬했다. 그러던 차에 목기린 씨가 9번지에 이사를 왔는데, 마을 버스 천장을 훌쩍 넘을 만큼 목이 아주 긴 목기린씨를 위해 마을 버스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슴도치 관장 역시 답을 구할 수 없었다. 그랬기에 목기린씨의 편지에 답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목기린씨를 위한 대책은 수립되지 않았고, 버스에 앉아 창밖을 보던 주민들은 목기린씨를 외면하였다. 이뿐만 아니다. 사무실의 동료들은 껑충 높은 책상에 앉은 목기린씨를 올려다보지 않는다. 목기린씨는 그들 틈에 끼고 싶지만 아무도 자신을 끼워주지 않으니 혼자일 수 밖에 없다. 그러다 목기린씨를 찾아온 돼지네 막내 꾸리. 막내 꾸리는 목기린씨가 버스에 탈 수 있는 방법으로 목기린씨가 차 밖으로 목을 내밀 수 있도록 버스 천장에 창문을 내고 창문 아래 기다란 손잡이를 세우면 된다면서 목기린 씨가 마을 버스에 탈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는데 그만 교통사고가 나는 바람에 목기린 씨는 목을 크게 다치고야 만다. 이에 목기린씨는 용기를 내어 자신이 새롭게 구상한 버스 설계도를 고슴도치 관장에게 보내는데, 과연 목기린씨는 마을버스를 이번에는 안전하게 탈 수 있을까? 목기린씨의 뒷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보길 추천해본다.


이 책에서 다른 동물들과 달리 목이 긴 특징을 지닌 목기린씨는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고 있다. 이 책은 목기린씨의 어려움을 바라보는 이웃들의 시선이 변해가는 과정을 세밀하게 보여줌으로써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은 법'을 다정하게 이야기한다. 모두가 차별 받지 않고 함께 어울려 살기 위해서는 과연 어떻게 해야 할지 이 책은 친절히 깨닫게 한다. 아무리 목기린씨의 해결책이 좋은 것이라 할지라도 만약 주민들이 변하지 않는다면 여전히 목기린씨를 위한 버스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 이는 책 속 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마찬가지다. 생각보다 몸이 불편한 이들에게 이동이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아직도 버스의 문턱들은 너무 높고, 지하철을 타기 위해 내려가야 할 계단은 너무 많다. 모두가 편하고 쉽게 교통수단을 이용하기 위해서 우리 사회가 가야할 길은 여전히 멀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사회적 약자의 문제에 대해 그렇구나하는 공감만 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나서 인식의 변화와 함께 행동으로 이어져야 함을 깨닫게 만든다. 모두가 함께 변하고 함께 움직여야 우리 사회는 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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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은 알고 있다 - 99퍼센트의 예측을 만드는 한 줄의 방정식
김종성.이택호 지음 / 더퀘스트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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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끌려서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수학적 질서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수학의 힘을 깨닫고 활용하였으면 하는 바람을 담고 수학과 과학 콘텐츠 크리에이터인 위니버스가 집필했다. AI 이미지로 콘텐츠를 생성하는 유튜버 사이에서 직접 4K 이미지를 만들며 어려운 내용도 쉽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저자답게 이 책 역시, 다양한 이미지와 수식, 그래프 등을 활용하여 우리 사회에 수학이 어떻게 활용되며 수학적 사고가 중요한 이유에 대해 차근차근 쉽게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우리의 예측이 틀리는 수학적 이유라는 아주 흥미로운 주제로 시작하여 예측의 정수의 회귀분석, AI 비서인 딥러닝, 진리의 사각형을 이용하여 설명되는 확률적 사고, 지수적 패턴과 전염병에서부터 금융, 정보확산까지 적용되어지는 예측 모델 등등 아주 흥미로우면서도 유용한 이야기를 꽉 채워 담고 있다.


이 책은 우선 '당신이 예측에서 틀리는 이유'라는 아주 흥미로운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기 전에 예측에 대한 정의부터 살펴보고 있는데, 예측이란 '기존의 데이터에서 종속변수와 독립변수가 잘 대응되는 규칙을 찾고, 새로운 데이터에 그 규칙을 적용해서 어떤 결과가 나오는 지를 살펴보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예측이라는 말이 아주 거창하게 들릴 수 있으나 사실 예측은 우리 일상에 아주 깊이 스며들어 있다. 예를 들어 마트에서 수박을 하나 고르는 행동에도 우리의 예측 시스템은 끊임없이 작동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한 아주 흥미로운 예를 이 책은 이어 설명하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태국의 한 연구진이 수박 줄무늬와 두드려서 나는 소리를 토대로 당도를 예측하는 연산 모델을 고안한 것이다.


먼저 연구진은 수박의 줄무늬를 변환하기 위해 빛의 강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상자 안에 수박을 넣고 디지털카메라로 수박을 촬영하여 2832 * 2420 픽셀의 고해상도 이미지를 생성하고 이미지 파일로 컴퓨터에 저장한다. 그 후 수박의 줄무늬 패턴이 더욱 두드러지게 회색조로 바꾸고 가장 밝은 흰색부터 가장 어두운 검은색까지의 스펙트럼을 가지는 밝기 정보로 변환하는 과정을 거쳐 수박 이미지의 픽셀이 밝기에 따라 0에서 255 사이의 정수값으로 변환시킨다. 그후 엔트로피라는 수박 줄무늬 패턴의 복잡성을 계산하는 함수를 통해 수박 줄무늬와 연관된 결과값을 도출한다.


그리고 수박의 소리를 듣기 위해 주변의 소음을 차단한 상자 안에 수박을 넣고 지름 2.54센티미터의 강철 구를 실에 매달아 일정한 각도로 들어올린 후 전자 운동으로 수박을 타격하여 소리를 생성한다. 이 때 수박과 일정한 거리에 있는 마이크로 이 소리를 녹음하고 녹음된 소리른 몇 단계를 거쳐 헤르츠 단위를 갖는 하나의 숫자로 변환시킨다.


이러한 과정을 수박 200개로 반복하여 줄무늬와 소리 데이터를 수집한다. 그리고 실험에 쓰인 수박들을 반으로 갈라 다섯 군데에서 당도를 측정한 후 브릭스의 평균을 구한 후 기록한다. 이 데이터들로 머신런닝에 적용하여 연구진들은 수박의 줄무늬와 소리가 브릭스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한 모델을 도출할 수 있었다고 한다.어쩌면 황당하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지만 대만의 연구진들의 수박 의 줄무늬와 소리가 당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모델링의 과정은 우리가 수학적 예측 모델을 도출하는 과정과 거의 유사하다. 다만, 우리가 예측하고자 하는 종속변수와 독립변수만 다를 뿐이다.


하지만 이때 명심해야 할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상관성이 반드시 인과성을 수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어떤 일이 벌어지면 그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해하고 이 과정에서 관련이 없는 두 사건일지라도 어떻게든 원인과 결과를 도출하려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마가린 소비량이 늘어난 해에 이혼율 또한 높아졌다고 마가린 소비량이 이혼율의 원인이라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을까? 반대로 이혼이 증가하면 마가린 소비량이 늘어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우리에게 수학이 필요한 이유를 이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모든 계산을 컴퓨터에 맡기면 안되는 이유 말이다. 수식과 숫자 뒤에 가려진 정확한 답을 읽는 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도 틀린 결과를 도출할 수 있기에 자신이 만든 예측 모델의 잘못된 예측을 믿어서는 안됨을 경고한다. 만약 수학적 지식이 뒷받침 된다면 이러한 오류는 줄일 수 있다. 여기서 수학적 지식이란 빠르고 정확하게 수학 계산을 하거나 수식을 잘 만든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수학을 단순히 기호를 이용하여 문제를 풀어 답을 내는 도구로 보는 것이 아니라, 어떤 문제와 현상을 잘 이해하고 예측하기 위해 모두에게 필요한 방법론으로 보아야 하는 것이다.


책은 한 줄의 선에서 답을 찾는 회귀분석에서부터 시작하여 세상을 구하는 수학적 모델의 법칙에 이르기 까지 수학적 모델링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 무질서 해 보이는 이 세상이 수학적 질서를 따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인공지능, 통계학을 넘나 들며 수학적 예측이 얼마나 대단한 지를 예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모든 모델링을 살펴보다보면 수학은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눈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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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도도에 오면 마음의 비가 그칩니다 카페 도도
시메노 나기 지음, 장민주 옮김 / 더퀘스트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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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이끌려 읽게 된 책이다. 현실에서 카페 도도와 같은 곳이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 책은 따뜻한 힐링을 주는 책이라는 입소문으로 20만부 넘게 팔린 일본의 인기 소설 <카페 도도>의 두번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번 책에서는 일하는 도시 여자들의 에피소드들만을 담고 있으며, '상처 치유'를 주제로 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회사 동료 사이, 가족과 친구 사에에 주고 받은 상처로 인해 마음에 비가 내린 이들이 카페 도도의 소로리의 요리를 먹고 나서는 마음의 비가 그치고 밝고 포근한 무지개를 가슴에 품게 되는 데, 읽는 것만으로도 왠지 위로를 받는 듯하다.


이 책의 이야기는 카페 도도를 묘사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역에서부터 이어지는 언덕길의 끝, 옆으로 들어간 골목에는 카페 도도의 간판이 나와 있다. 간판 너머로 아담한 정원이 있는 오두막과 같은 단독주택이 바로 카페 도도이다. 마치 마법처럼 속상한 주인공들에게 카페 도도의 간판이 눈에 띄곤 한다. 어릴 적에 들었던 대충이라는 지적 속에 자신을 가둬 놓고 늘 자신감 없어 했던 가호,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회복의 시간이 필요하였지만 어쩔 수 없이 웃으며 일해야 했던 가즈키, 아이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자신도 모르게 날카로워지는 딩크족 유나, 이유 없이 낮은 자신감과 사람들에게 무시당한다는 피해의식을 안고 사는 아카리. 이 네 명은 이 책의 주인공으로 각각의 주인공의 이야기들은 옴니버스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의 제일 처음에 등장하는 가호의 이야기. 생각해보면 30년도 전의 일로 가호가 유치원 다닐 때의 일이다. 가호에게는 세살 많은 언니가 있었고 언니가 하는 건 뭐든 부러웠던 가호는 하루라도 빨리 유치원에 가고 싶었다. 그렇게 꿈에 그리던 유치원에서 가호가 가장 좋아했던 시간은 바로 만들기 시간이었다. 언니가 있었기에 또래보다 도구 사용이 익숙했던 가호는 다른 친구들보다 늘 먼저 무언가를 만들곤 했는데, 학부모 참관 수업인가 선생님이 엄마에게 자신에 대해 하는 말을 우연히 듣게 된다. 가호는 늘 만들기 시간에 제일 빨리 끝내지만 풀칠이 떨어지거나 가위질이 말끔하게 안되어 있다고. 가호는 성격이 급한 것 같다고 하는 말을 말이다. 유치원 교사와 선생님 사이에 흔히 나누는 가벼운 잡담과 같은 말이었지만 가호는 그 말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도 뭔가 자신이 작은 실수를 할때마다 '아 이런, 또 풀칠한 게 떨어져 버렸구나'라고 생각한다. 제일 먼저 결승 테이프를 끊었다고 생각햇는데 출발 신호보다 먼저 나가는 바람에 탈락한 기분이 들면서 말이다. 자신이 실수를 저지를 때마다 30년도 전에 들은 말에 자신을 가두어 놓는 가호.


가호가 근무하는 회사에서 가호는 입사한 이래 12년 동안 신입을 뽑지 않아서 아직도 막내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손님을 접대하는 차를 준비하는 일이라던지, 직원별로 제각기 다른 취향을 기억해 두었다가 음료수를 내어주는 일, 송별회와 같은 모임 장소를 예약하는 일 등등. 가호는 회사 일을 할 때에도 이러한 잡무를 할 때에도 실수를 하지 않으려 애쓴다.


그리고 이어지는 카페 도도의 주인이자 키가 크고 덥수룩한 머리의 남자 소로리. 조금 특이하게 생긴 그는 달걀로 무언가를 만들고 있는데, 그가 만드는 음식은 과연 무엇일까?


그리고 12년 만에 가호네 회사에 새로 들어오게 된 하즈키. 하즈키는 단순한 차 심부름이라 할지라도 가호와 다르게 적극적인 태도로 일을 잘 해낸다. 그런 하즈키를 보며 마음이 불편한 가호. 그리고 며칠 후 회의 시간에 발생한 실수는 가호의 마음을 더욱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런 가호의 눈에 띄인 카페 도도의 간만. '(그대만의) 달걀 8개 오믈렛(정답)'이라는 글귀에 호기심이 생긴 가호는 카페 도도에 들어가게 되는데.. 소로리가 내어준 스패니시 오믈렛에 가호의 입도 마음도 스르르 녹는다.


소로리씨로부터 왜 오믈렛의 이름이 정답 오믈렛이 되었는지를 들으면서 가호는 자신이 이태껏 결과를 당장 보고 싶은 마음에 서두르다 늘 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정답 오믈렛을 만들 때까지 여러번의 실패를 경험하고서야 성공에 이르렀다는 소로리씨의 말에 자기만의 페이스와 기준이 중요함을 깨닫게 된다. 카페 도도에서의 대화와 오믈렛의 마법 때문일까. 이제 가호는 자신에게도 하즈키에도 조금은 너그러워진다.


속상한 일로 마음의 비가 내리는 날이면 보이는 카페 도도의 간판. 카페 도도의 소로리씨의 특별한 음식 스패니시 오믈렛, 오이 포타주, 버섯 아히요, 앙버터 토스트는 그녀들의 마음에 내린 비를 그치게 만들 뿐만 아니라 그녀를 괴롭혔던 상처와 압박에서도 자유롭게 만든다. 현실에도 이러한 카페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힘들고 지칠 때 나만을 위한 맛있고 특별한 음식은 아마 누구에게나 위로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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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여름에 내가 닿을게 창비교육 성장소설 12
안세화 지음 / 창비교육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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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왠지 이 여름에 어울릴 것만 같아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시간을 거슬러서라도 구하고 싶은 소중한 열여덟살의 오늘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평범하디 평범한 고등학교 2학년 은호와 도희 앞에 나타난 정체불명의 스토커. 그리고 스토커의 정체를 추적하다 알게 된 충격적인 사실. 이야기를 따라 가다보면 우리는 아무 생각없이 보내는 오늘이 얼마나 소중한 나날들인지를 깨닫게 된다.


이 책의 이야기는 열여덟 여름의 어느 날 골목을 달리고 있는 나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구불구불 좁은 길을 빠져나가는 동안 울리는 핸드폰의 발신자는 절친 세미라는 것도, 무슨 용건인지도 이미 알고 있는 나. 나는 과연 어디로 이토록 급하게 뛰어가는 것일까? 그리고 질주 끝에 도달한 해변에서 마주한 그. 그는 과연 누구일까? 이야기의 시작부터 미스테리 가득한 이 책. 책을 다 읽고 나면 이 시작이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닌 시작이었는지를 깨달을 수 있다.


그리고 이어지는 은호의 이야기. 매일 편의점에서 똑같은 맛의 삼각김밥만을 먹으며 대입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열여덟살 은호. 은호의 일상은 단조롭고, 취향은 일관적이며 선택은 예측 가능하다. 평일엔 학교, 학원, 독서실만 오갔고 주말에는 학원과 독서실만 오갔다. 그리고 취미는 독서이고, 특기는 정리정돈,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집 앞 사거리에 있는 해물탕으로 정말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은호는 누군가가 자신을 몰래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단서는 아주 미묘했지만 자신이 스토킹 당하고 있다는 사실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확신을 서게 만든다.


그리고 또 한명의 주인공 도희. 도희는 미대 입시 준비를 위해 올해 여름 휴가는 불참하겠다고 가족들에게 선포하였다.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는 도희는 같은 학원 친구 유미를 통해 자신이 스토킹 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도희 주의를 계속해서 맴돌고 있는 번호판이 3003인 하얀색 경차. 과연 이 경차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스토커를 추적해 가던 은호는 우연히 도희 역시 자신과 같은 스토커에게 스토킹 당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고 도희에게 다가간다. 그렇게 미스테리한 스토커를 추적하던 은호와 도희는 같은 사람이 자신들을 함께 감시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함께 추적하기 시작하지만 단서는 그리 쉽게 나오지 않는다. 그러던 중 공교롭게 둘다 이태껏 바다에 한 번도 가 본 기억이 없다는 묘한 공통점을 찾게 된다. 두 사람은 왜 12년 동안 바다에 가본 기억이 없는 지를 파헤치기를 시작했고, 그 결과 너무나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그것은 바로 12년 전 바닷가 마을 소소리 마을에서 은호와 근희는 고교생 A군 덕에 바다에 빠졌다가 생명을 구하게 되고, 두 사람을 구한 A군은 미쳐 바다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서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나의 이야기. 꿈 속에서 나는 절대 잊을 수 없는 그날 오후 해변에 있는데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바다로 향하는 재현에게 가지 말라고 말리는 나. 수빈을 잡으려고 했지만 어째서인지 꿈속의 나는 손을 내밀지 않았다. 마땅히 보내야 하는 것처럼, 그래도 되는 것처럼 가만히 있는 나. 그렇게 아이들은 구했지만 그는 끝내 돌아오지 않는데... 은호와 근희의 이야기 사이에 나오는 나의 정체는 무엇일까?


시간이 흐르고 여름 방학을 맞이한 은호와 근희는 함께 마주하게 된 충격적인 사실 앞에서 소소리 마을로 가기로 하는데, 과연 소소리 마을에서 두 사람이 마주한 진실은 무엇일까?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보길 추천해본다.


이 책은 은호와 근희가 어릴 적 자신들의 생명을 구하고 세상을 떠난 은인을 찾아 떠나는 소소리 마을에서의 이야기와 주인공 나, 나은이 한없이 좋아하던 재현을 함께 반짝이던 열여덟 살의 시간으로 떠나는 이야기, 두 개의 이야기를 주요 골자를 이루고 있다. 평범한 고2인 은호와 근호의 이야기는 3인칭 시점으로 열여덟살 잃어버린 친구를 잊지 못하고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나은의 이야기는 1인칭 시점으로 풀어내고 있다. 이들의 이야기는 소소리 마을에서 합쳐지게 되는 데 그 순간 어느새 사건의 퍼즐을 완성되고, 미스테리가 풀리면서 더욱 이야기에 집중하게 만든다.


소꼽친구인 수빈의 사고 이후 도망치듯이 고향을 떠나온 나은. 나은은 최근들어 이상한 꿈을 반복적으로 꾸기 시작한다. 소소리 바다를 배경으로 수빈의 사고가 일어나기 직전의 상황이 펼쳐지는 꿈들을 꾸며 나은은 이 꿈이 과거와 이어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렇기에 이 꿈을 이용하여 그토록 간절히 바라던 것을 이루고 싶어하지만, 꿈이 반복될 수록 누군가의 희생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고민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은호와 도희는 소소리에서 여태껏 몰랐던 지금 자신들이 있게 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수빈의 옛 친구들과 이웃들을 만나 수빈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록 평범하고 그냥 흘려버렸던 자신들의 오늘이 얼마나 소중한 시간인지를 깨닫게 된다. 이 모든 이야기의 결말은 독자인 우리에게 지금 너무나 힘들어 거부하고 싶은 오늘의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만든다. 그러니 무의미하게 그저 시간을 흘려보내며 살아서는 안된다는 것 역시 함께 깨닫게 만든다. 인생에서 반짝이는 순간은 바로 오늘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다시금 깨달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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