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도도에 오면 마음의 비가 그칩니다 카페 도도
시메노 나기 지음, 장민주 옮김 / 더퀘스트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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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이끌려 읽게 된 책이다. 현실에서 카페 도도와 같은 곳이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 책은 따뜻한 힐링을 주는 책이라는 입소문으로 20만부 넘게 팔린 일본의 인기 소설 <카페 도도>의 두번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번 책에서는 일하는 도시 여자들의 에피소드들만을 담고 있으며, '상처 치유'를 주제로 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회사 동료 사이, 가족과 친구 사에에 주고 받은 상처로 인해 마음에 비가 내린 이들이 카페 도도의 소로리의 요리를 먹고 나서는 마음의 비가 그치고 밝고 포근한 무지개를 가슴에 품게 되는 데, 읽는 것만으로도 왠지 위로를 받는 듯하다.


이 책의 이야기는 카페 도도를 묘사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역에서부터 이어지는 언덕길의 끝, 옆으로 들어간 골목에는 카페 도도의 간판이 나와 있다. 간판 너머로 아담한 정원이 있는 오두막과 같은 단독주택이 바로 카페 도도이다. 마치 마법처럼 속상한 주인공들에게 카페 도도의 간판이 눈에 띄곤 한다. 어릴 적에 들었던 대충이라는 지적 속에 자신을 가둬 놓고 늘 자신감 없어 했던 가호,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회복의 시간이 필요하였지만 어쩔 수 없이 웃으며 일해야 했던 가즈키, 아이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자신도 모르게 날카로워지는 딩크족 유나, 이유 없이 낮은 자신감과 사람들에게 무시당한다는 피해의식을 안고 사는 아카리. 이 네 명은 이 책의 주인공으로 각각의 주인공의 이야기들은 옴니버스 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의 제일 처음에 등장하는 가호의 이야기. 생각해보면 30년도 전의 일로 가호가 유치원 다닐 때의 일이다. 가호에게는 세살 많은 언니가 있었고 언니가 하는 건 뭐든 부러웠던 가호는 하루라도 빨리 유치원에 가고 싶었다. 그렇게 꿈에 그리던 유치원에서 가호가 가장 좋아했던 시간은 바로 만들기 시간이었다. 언니가 있었기에 또래보다 도구 사용이 익숙했던 가호는 다른 친구들보다 늘 먼저 무언가를 만들곤 했는데, 학부모 참관 수업인가 선생님이 엄마에게 자신에 대해 하는 말을 우연히 듣게 된다. 가호는 늘 만들기 시간에 제일 빨리 끝내지만 풀칠이 떨어지거나 가위질이 말끔하게 안되어 있다고. 가호는 성격이 급한 것 같다고 하는 말을 말이다. 유치원 교사와 선생님 사이에 흔히 나누는 가벼운 잡담과 같은 말이었지만 가호는 그 말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도 뭔가 자신이 작은 실수를 할때마다 '아 이런, 또 풀칠한 게 떨어져 버렸구나'라고 생각한다. 제일 먼저 결승 테이프를 끊었다고 생각햇는데 출발 신호보다 먼저 나가는 바람에 탈락한 기분이 들면서 말이다. 자신이 실수를 저지를 때마다 30년도 전에 들은 말에 자신을 가두어 놓는 가호.


가호가 근무하는 회사에서 가호는 입사한 이래 12년 동안 신입을 뽑지 않아서 아직도 막내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손님을 접대하는 차를 준비하는 일이라던지, 직원별로 제각기 다른 취향을 기억해 두었다가 음료수를 내어주는 일, 송별회와 같은 모임 장소를 예약하는 일 등등. 가호는 회사 일을 할 때에도 이러한 잡무를 할 때에도 실수를 하지 않으려 애쓴다.


그리고 이어지는 카페 도도의 주인이자 키가 크고 덥수룩한 머리의 남자 소로리. 조금 특이하게 생긴 그는 달걀로 무언가를 만들고 있는데, 그가 만드는 음식은 과연 무엇일까?


그리고 12년 만에 가호네 회사에 새로 들어오게 된 하즈키. 하즈키는 단순한 차 심부름이라 할지라도 가호와 다르게 적극적인 태도로 일을 잘 해낸다. 그런 하즈키를 보며 마음이 불편한 가호. 그리고 며칠 후 회의 시간에 발생한 실수는 가호의 마음을 더욱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런 가호의 눈에 띄인 카페 도도의 간만. '(그대만의) 달걀 8개 오믈렛(정답)'이라는 글귀에 호기심이 생긴 가호는 카페 도도에 들어가게 되는데.. 소로리가 내어준 스패니시 오믈렛에 가호의 입도 마음도 스르르 녹는다.


소로리씨로부터 왜 오믈렛의 이름이 정답 오믈렛이 되었는지를 들으면서 가호는 자신이 이태껏 결과를 당장 보고 싶은 마음에 서두르다 늘 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정답 오믈렛을 만들 때까지 여러번의 실패를 경험하고서야 성공에 이르렀다는 소로리씨의 말에 자기만의 페이스와 기준이 중요함을 깨닫게 된다. 카페 도도에서의 대화와 오믈렛의 마법 때문일까. 이제 가호는 자신에게도 하즈키에도 조금은 너그러워진다.


속상한 일로 마음의 비가 내리는 날이면 보이는 카페 도도의 간판. 카페 도도의 소로리씨의 특별한 음식 스패니시 오믈렛, 오이 포타주, 버섯 아히요, 앙버터 토스트는 그녀들의 마음에 내린 비를 그치게 만들 뿐만 아니라 그녀를 괴롭혔던 상처와 압박에서도 자유롭게 만든다. 현실에도 이러한 카페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힘들고 지칠 때 나만을 위한 맛있고 특별한 음식은 아마 누구에게나 위로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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