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방학 숙제 조작단 사계절 아동문고 103
이진하 지음, 정진희 그림 / 사계절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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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이 되어도 쉴 수 없는 우리 아이들. 요즘 아이들은 방학이 되면 오히려 더 바쁜 듯하다. 각종 학원에, 방학숙제까지. 게다가 방학 전에 만든 생활계획표와 엄마의 잔소리는 방학이 되어도 아이들을 쉴 수 없게 만든다. 


이 책의 주인공 준보도 마찬가지다. 텔레비전을 보고 있는 준보에게 날아든 엄마의 잔소리. 계획표를 제대로 안 쓰면 선생님에게 혼나니까 짝꿍인 우리반 1등 구경수 생활계획표를 베껴서 만들었는데, 그걸 보고서 준보 엄마는 방학 숙제는 언제 할 거냐며 잔소리를 한다. 


엄마 잔소리를 피해 방으로 들어와 준보는 가방 속을 헤집어 구겨진 종이 한 장을 꺼낸다. 그리곤 방학 숙제 안내문을 들고 하나하나 엑스 자를 치기 시작한다. 방삭 숙제 안내문도, 이 책의 아이들의 이야기들도 어찌나 현실적인지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은 제대로 몰입할 듯 싶다. 준보는 엄마의 잔소리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려고 했는데, 그 순간 엄마는 준보의 귀가 솔깃해지는 제안을 한다. 여름 방학 숙제로 상을 받으면 준보가 갖고 싶어하는 거 뭐든지 하나 사준다는 엄마의 제안에  준보는 책상 앞에 앉는다.  그렇게 가지고 싶던 플레이스토리 게임기와 게임팩 세트를 받고 싶은 준보는 이제 여름 방학 숙제를 열심히 할 이유가 생겼다. 그리고는 절친 구봉이한테 이 사실을 신이 나서 알리지만 돌아오는 구봉이의 대답은 " 상을 받다니, 그건 불가능한 일이야." 


결국 준보와 구봉이는 반 1등이자 작년에 방학 숙제로 상을 받은 적이 있는 준보의 짝꿍, 경수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방학 숙제 잘하는 법 좀 알려 달라는 준보의 부탁에 경수의 대답은 의외다. 이태껏 경수의 숙제는 아빠가 다 해줬으며, 인터넷에서 돈을 주고 숙제를 사기도 했단다. 숙제 사기는 좋은 아이디어 같지만 준보에게는 안타깝게도 모아둔 돈이 없다. 상을 받기 위해서는 최소 방학 숙제를 세 개는 해야 할텐데, 한 개도 아니고 세 개의 숙제를 살 돈은 준보에게는 없다. 그렇다고 숙제를 살 돈을 엄마에게 달라고 할 수도 없고 말이다. 준보는 어쩔 수 없이 경수에게 매달리고, 아웅다웅 하다가 그렇게 준보, 구봉, 경수는 '여름방학 숙제 조작단'을 결성하게 된다. 


그렇게 시작되는 '여름 방학 숙제 조작단'의 파란 만장한 방학 숙제 상받기 프로젝트는 시작된다. 과연 세 아이는 여름 방학 숙제를 멋들어지게 하여 모두 상을 받을 수 있을까? 이 아이들의 파란만장한 여름 방학 숙제 이야기는 책을 통을 확인해 보시길. 


준보, 구봉, 경수는 숙제를 한다고 모여 어울리고 다투기도 하고, 웃었다가 울기도 하면서 타인과 어떻게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지, 나와 생각이 다른 이는 어떻게 배려하여야 하는지, 친구란 무엇인지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학원이나 숙제, 공부보다 정말 살아가면서 제일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생각하고 깨닫게 된다. 이렇게  아이들은 함께 한다는 것과 진정한 친구가 무엇인지, 진짜 숙제는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직접 경험하고 배우면서 여름방학을 보내게 된다. 어쩌면 너무 뻔한 주제의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너무나 현실적이면서도 재밌게 잘 담아서 누구라도 이 책에 공감하고 자신도 모르게 여름방학 숙제 조작단을 응원하며 이 책을 읽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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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결국 지구를 위한 답을 찾을 것이다 - 지구와의 공존을 모색하는 가장 쉬운 기후 수업
김백민 지음 / 블랙피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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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이변, 지구 온난화 등등 지구의 오염으로 인한 많은 문제들이 우리 앞에 당면해있는 현실에서, 많은 사람들이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이야기하면서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을 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기후 변화를 체계적으로 설명하지는 않는다. 그런 탓에 기후 변화에 대한 뉴스를 보고서도 기후 변화로 인한 심각한 자연재해만 눈에 들어올 뿐 기후 변화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를 제대로 알기는 힘들다. 이 책은 기후변화의 역사와 과학을 아주 명쾌하고 담고 있다. 일방적인 기후 변화의 증거만을 나열하는 게 아니라 과학자의 실수와 과학의 한계까지 이야기하여 균형잡힌 시각으로 기후 변화를 바라보게끔 한다.

<우리는 결국 지구를 위한 답을 찾을 것이다>는 극지전문가이자 기후학자인 김백민 작가가 지구의 기후를 둘러싼 모든 의문을 과학과 사실에 입각하여 꼼꼼하게 파헤치고, 나아가 지구와 인류의 공존을 모색하는 책이다. 먼저 지구 형성기부터 시작하여 아주 먼 옛날부터 일어났던 자연적인 기후변화와 오늘날 인간이 일으킨 기후변화를 이야기 한다. 그리고 두 요인 간의 차이를 토대로 우리 인간에 의한 기후 변화가 왜 위험한지를 깨닫게 한다. 그리고 심각한 기후 변화에 대비하여 우리가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와 왜 대비해야 하는지도 상세하게 담고 있다. 기후 변화에 대한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이해하게 쉽고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어서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결국 지구를 위한 답을 함께 찾을 수 있을 듯하다.


포유류의 시대에도 급격한 기후 변화의 위협은 늘 존재했습니다. 가장 극적인 이벤트는 지금으로부터 5,500만 년 전 지구 평균기온이 갑자기 5~6도 상승한 것이었습니다. 산업혁명 이후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이 현재까지 약 1도에 불과한 것에 비하면 정말 엄청한 기온 상승이죠. 과학자들은 이 시기를 '팔레오세-에오세 최대 온난기'라고 부릅니다. 영어로 Paleocene-Eocene Thermal Maximum, 줄여서 'PETM'이라고 합니다. 갑자기 온도가 폭발적으로 높아졌다가 갑자기 떨어지는 이 특이한 현상은 많은 과학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이 시기에는 급격한 온도 상승과 하강으로 또다시 많은 생물이 멸종했습니다.

(중략)

PETM 시기의 온도 상승 현상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사실은 바로 빠른 온도 상승 속도입니다. 인류가 화석연료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최근 약 200년을 제외하고 가장 단시간에 급격하 온도가 상승한 것이 바로 이 PETM 시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PETM 시기에 이루어진 5~6도 온도 상승은 약 2만 년에 걸쳐 진행되었습니다. 지질학적 시간 규모로 보면 매우 짧고 인간의 수명과 비교하면 매우 긴 시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산업혁명 이후 지구 온도가 약 1도 상승하는 데는 200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PETM 때와 비교하면 실로 어마어마한 속도가 아닐 수 없습니다. 만약 인류가 온도 상승의 주범이라고 하면 이 놀라운 메탄 폭탄 이벤트에 비해 무려 20배나 빨리 지구를 덥히고 있는 것입니다. (p47~p49)

이 책은 우선 45억년 전 지구가 탄생한 이후부터 시작하여 아주 먼 옛날의 지구 기후 변화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된다. 지구가 생성되고부터 지구는 아주 드라마틱한 기후 변화를 겪어 왔다. 특히 과학자들이 주목하는 PETM 시기에는 아주 단기간에 급격하게 온도 상승이 이루어졌다. PETM 시기는 200 만년 동안 약 5~6도의 온도 상승이 이루어진 시기로 이 시기에 온도 상승에 대한 요인으로 메탄 얼음덩어리인 메탄하이드레이트의 대폭발로 인한 것이 아닐까 추측한다. 그리고 인간이 산업화혁명 이후 화석연료를 사용한 후 200년 동안 지구의 온도는 1도가 올랐다. 겨우 1도 가지고 너무 호들갑을 떤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PETM시기의 온도 상승은 200 만년이라는 시간을 두고서 이루어진 것이라면 인간이 화석연료를 사용한 200년동안 지구 온도가 1도 상승한 것은 아주 큰 변화로 PETM시기보다 무려 20배나 빨리 지구를 덥히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윌 스테판과 연구진이 연구한 '대가속 그래프'는 인류가 지구 온난화의 범인임을 나타내는 주요 지표가 된다. 그래프들을 잘 살펴보면 모든 지표들이 1950년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1950년대 이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급증하였고, 산업혁명 이후 대부분의 지구 온도 상승이 1970년대에 이루어졌다는 점은 인류가 지구온난화의 범인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놀라운 점은 인구 증가의 경향과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경향이 완전히 일치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자연적인 기후 변화와 인간에 의한 기후 변화의 차이를 뒤짚어 보면 지구의 급격한 기후 변화의 범인은 바로 인간이라는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지구의 기후 변화는 생각보다 훨씬 더 안 좋을 수도 있다는 게 이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들이다. 이 책에서 제시되는 여러가지 증거들을 종합해보면 우리가 탄소를 줄이는 노력과 함께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미래의 지구는 지금보다 더 안 좋은 결과를 우리에게 되돌릴 수도 있겠구나하는 위기 의식이 생긴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과학자들이 말하는 참담한 미래를 우리는 정말 100% 믿어야만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있다. 넘처나는 기후 정보 중에 혹시 전 세계인들을 상대로 선동한 가짜 기후 정보가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는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지구 온난화의 위험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려다 일부 주장에 오류를 실거나, 혹은 논리적인 비약을 하여 기후위기 불신론을 촉발시키거나 회의주의자들의 먹잇감이 된 여러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마이클 만의 '하키 스틱 기후 그래프' 조작 사건이나, 원하는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데이터를 과장하여 해석한 앨 고어의 다큐멘타리 <불편한 진실> 등이 바로 이런 사례 중의 하나다.


반면, '지구 온난화는 과학자들의 거짓'이라고 주장한 BBC 다큐멘타라 <위대한 지구온난화 대사기극>에 나온 논리를 하나씩 팩트 체크하며 그 주장을 과학적으로 모두 반박하기도 한다.

저자는 자신이 기후 위기의 주범이 인간임을 밝히고 함께 공존할 만한 대안을 모색하는 게 목표인 97%에 해당하는 기후학자이지만, 이 책에서는 기후위기에 회의주의적 태도를 보이는 3% 과학자들을 함께 다루어 균형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정보들을 토대로 이 책을 읽는 독자는 현 기후 상황을 좀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다.


이 책은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직시하면서도 현재 과학의 한계와 불확실 수준을 인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 안에서 가능한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이 꽤 의미있다는 생각이 든다. 기후 모델를 기반으로 점진적인 기후 변화를 예측 가능하지만 급진적인 기후변화는 예측이 불가능하다 할지라도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인간에게는 분명히 지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남아 있다"는 메세지이다.


전 세계적 흐름인 그린 뉴딜에 동참하는 것은 시대적 요구지만 탄소 감축에만 정책의 초점이 맞추어져서는 안됩니다. 우리나라 경제가 폭발적으로 성장한 데는 경부고속도로가 큰 역할을 했듯이, 신재생에너지원에서 생산된 전기를 효율적으로 저장하고 스마트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에너지 인프라의 확충에 신경써야 합니다. 스마트 그리드 인프라 확대를 통한 전기 저장소와 전기에너지의 지능적인 분배, 그리고 재생에너지로 완전히 전환하기 위한 중간 단계를 버텨낼 수 있는 보완 에너지에 관한 고려가 태양광, 풍력 설비 인프라를 한없이 늘리는 것보다 중요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극단적 기상 현상에 맥없이 무너지는 신재생 에너지의 민낯을 보게 될 것이고, 한 방에 무너진 후 다시 시작하는 데 막대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따라서 신재생에너지 설비 증량 위주 정책에서 탈피해 탈석탄 사회로 전환하기 위한 전기 인프라 확충에 힘쓰고, 전기를 저장하는 데 유용한 수소 연료전지 등 저장 인프라를 확대해야 합니다. 또 징검다리로서 원자력을 보다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등 전방위로 에너지 정책을 검토해야 할 시점입니다. p306~p307

산업혁명 이후 계속해서 증가해 온 인구수는 화석연료 사용량을 꾸준히 늘렸다. 최근 2년 사이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19 바이러스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7%나 줄였지만 이 역시 화석연료 사용량 증가 추세를 막지는 못했다. 교토의정서, 파리기후협약 직후 오히려 인류는 안타깝게도 이산화탄소 사용량을 늘렸다.


그러나 이렇게 인류 에너지 사용에 많은 비중을 차지하던 화석 연료도 고갈되기 시작했고, 이로서 화석연료 시대는 종말을 고하고 있다. 저자는 이제는 기후위기와 에너지 위기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한 예로 무분별한 태양광 개발은 영화 <인터스테라>처럼 극심한 식량난을 불러 올 수도 있다고 말하며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것만이 답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이 밖에도 소이 메탄 방출을 효과적으로 줄이는 동시에 이를 바이오 에너지로 변환할 수 있는 메탄 백팩 기술, 이산화탄소를 돌로 만드는 탄소 포집 기술, 영화 <설국열차>에 나오는 냉각물질과 비슷한 지구 공학 기술 등 새로운 재생 에너지를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이를 통해 현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탄소 배출량 감소와 함께 에너지 사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은 현재 기후위기를 전공자가 아니라 할지라도 쉽고 이해할 수 있도록 명쾌하고 쉽게 풀어내고 있다. 그리고 과학자들이 인류와 지구의 공존을 위해 어떤 연구를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는 가짜 뉴스에 현혹되지 않고 기후위기를 제대로 직시할 수 있는 통찰력을 조금이나마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 우리 스스로 행동을 옮길 수 있는 지구를 지키기 위한 희망적인 대안을 제시하여 기후위기 시대에 개인이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에서부터 ESG경영, RE100 등 기업이 해야하는 역할에 대해서도 깨달음을 준다. 이제 우리는 기후위기의 주범으로 죄책감에만 시달릴 것이 아니라 , 본격적이고 보다 적극적으로 머리를 맞대고 현실적인 미래 대안을 모색하고 이를 반드시 실천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책임감과 실천의지를 북돋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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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
정세랑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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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랑 작가의 첫 에세이인 이 책은 정세랑 작가의 팬이라면 꼭 읽어야만 하는 책이라고 할까. 정세랑 작가의 에세이가 발간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예약까지 걸어놓고 기다렸던 책인지라 읽는 내내 너무 행복했다. 비로소 정세랑 월드를 온전히 이해하게 된 느낌이랄까. 이 책을 통해 정세랑 작가에 대한 팬심은 더 굳어졌으며 인간 정세랑을 조금씩 알아간다는 것에 대한 행복의 전율을 마구 느끼면서 정말 아껴가며 읽었다. 맛있는 아이스크림을 조금씩 아껴 먹는 아이의 심정이 이렇지 않을까. 그녀를 알아간다는 게 이토록 큰 행복이라니. 정세랑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완전 추천하고, 그렇지 않고 정세랑 작가의 작품을 모른다 할지라도 문장 하나 하나에 그녀만의 따스함과 다정함이 듬뿍 담겨서 좋아도 너무 좋다.


어쩌다가 여행 에세이를 9년째 쓰고 있는지 모르겠다. 종종 소설보다 뒤에 붙은 '작가의 말'이 재밌다는 말을 들어서 에세이도 쓸 수 있을 줄 알았더니, 예상과 달랐다. 쓰다가 멈추고 쓰다가 지우고 쓰다가 고치면 시간이 흘러버렸다. 이 지난 여행의 기록들은 사실 여행 그 자체보다는 여행을 하며 안쪽에 축적된 것들에 중점을 두고 있는 듯하다. 좋아하는 친구들을 만나러 멀리 가서 맞닥뜨린, 이야기보다 더 이야기 같았던 순간들을 마음속 거름망에 걸러내 정리해두고 싶었다. p8

이 책은 정세랑 작가의 첫번째 에세이로 친구의 도시를 걸으면서 정세랑작가가 만난 이야기보다 더 이야기 같았던 순간들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 정세랑 작가는 여행을 싫어한다고 한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친구가 너무 보고 싶어서 뉴욕까지 날아가게 되고, 남자친구를 따라 독일에도 가게 되고, 이벤트에 당첨되어 런던에도 가게 되었다. 그렇게 쓰기 시작한 여행기가 무려 9년 동안이나 계속 되었고, 누구나 여행을 그리워하는 지금 이 때에 마침내 한 권의 책으로 완성되어 발간되었다. 이 책에는 정세랑의 소설들이, 정세랑이라는 작가가 어떻게 탄생하고 만들었는지 '정세랑 월드'에 관한 숨은 비밀과 같은 이야기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녀의 작품을 모두 읽은 나로서는 그렇기에 이 책을 읽으면서 정세랑 월드의 퍼즐을 한 조각 한 조각 맞추어가는 느낌이 들어서 참 좋다. 무엇보다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다 투덜대면서도 결국에는 좋아하는 그 조각 조각과 같은 순간들을 다정한 시선으로 담아놓은 사랑스러운 지구 여행객, 정세랑 작가의 모습이 담겨져 있어서 읽는 내내 나도 그녀처럼 다정한 사람이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말도 안 돼'와 '무슨 소리야'가 수십 번쯤 오가는 동안 의견은 좁혀지지 않았다. 메신저에서 네 번쯤 싸운 것 같다. 실제 대화에선 물음표와 느낌표가 훨씬 많았다. 눈싸움하는 아이들이 눈 뭉치를 던지는 것처럼 물음표와 느낌표를 수십 개 주고받았고, 따지고 보면 서로를 위한 대립이었는데도 꽤 뜨거운 설전이 되고 되어버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L의 집에서 그렇게 길게 지내는 것은 민폐인 것 같아 이기고 싶었는데, 관계의 주도권이 L에게 있다 보니 끝내 졌다. 숙소 예약을 강행하면 L이 진심으로 화를 낼 것 같아서 마지막 순간에 포기한 것이다. 지고도 실감이 안 났다. 내가 맞는 것 같은데 왜 졌지? 친구야, 너는 정말 멋진 아이지만 이상한 데서 격하게 고집이 세구나....... 어쨌든 많이 보고 싶었으므로 여행을 크게 즐기지 않으면서도 뉴욕까지 날아갔다. 웬만큼만 가까운 친구라면 스리슬쩍 변명하고 가지 않았을텐데, 누군가를 좋아하면 확실히 무리하게 된다. 아끼는 마음의 척도를 얼마나 무리하느냐로 정할 수 있지 않을까? p12

친구 L을 만나기 위해 어디에서 머물 것인지에 대해 몇번이나 싸웠다는 정세랑 작가의 고백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났다. 저자와 친구가 얼마나 서로를 아끼는지가 보이는 장면 같아서 말이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의 척도는 얼마나 무리하느냐로 정할 수 있는 것 아니냐라는 저자의 말에 완전 동감을 표하고 싶다.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그 어떤 장애와 무리 따위는 보이지 조차 않더라. 너무나 보고 싶고, 너무나 생각나서 그냥 아무것도 생각치 않고 무리하게 그냥 마구 달려가던 그 순간의 그 설레임과 그 무모함이 나는 참 좋다. 그렇게 좋아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게 삶의 큰 행복이 아닐까 싶다.


스물아홉 살의 내가 몰랐던 것을 지금의 나는 알고 잇다 사랑 때문이었다. 천 부도 겨우 팔렸지만 그때도 강렬하게 지지해주는 독자분들이 계셨다. 책 한 권 없이 몇 편의 단편뿐이었을 때부터 가장 좋아하는 작가라고 말해주시던 분들이...... 독자와 작가 사이의 사랑은 세상의 그 어떤 사랑과도 달랐다. 어떨 때는 커다란 방패고, 또 어떨 때는 완전연소하는 연료라서 한번 경험하면 다시는 그것 없이 살 수 없게 된다. 아무것도 아닌 나를 선택해 사랑하기로 마음먹은 분들이 의기양양하실 수 있게 어떻게든 살아남고 싶었다. p21~p22

이 책의 날개에는 유명인의 추천사가 아니라 이 책을 먼저 읽은 독자들의 추천사가 실려져 있다. 정세랑 작가하면 빼놓을 수 없는 수식어가 바로 '독자들이 만든 작가'다. 정세랑 작가를 향한 독자들의 사랑은 각별하다고 할까. 나 또한 그 독자 중에 한 명이길 희망한다. 비록 조금은 늦게 그녀를 알게 되었지만 정세랑 작가를 향한 팬심은 누구보다 깊다고 자부할 수 있다. 이제는 저자가 살아남기를 떠나 유퀴즈에도 나오는 국민 작가가 되셔서 너무 흐뭇하고 좋다.


C와 사흘 연달아 만나서 좋았는데, 그날 밤 마음이 헛헛해지고 말았다. 역시 초능력을 얻는다면 순간 이동이 좋겠다. 친구들이 있는 도시의 커피 체인점에서 한 시간씩만 만나고 올 수 있도록. 그래도 며칠에 한번 씩 서로 잘 자라는 인사를 할 수 있어 행복하다. 서로의 안녕을 바라고 감미로운 잠과 이어질 다음 날을 기원해주는 사이인 것만으로도 계속해나갈 수 있다. p290

지금 나는 내가 사랑하는 친구들과 홀로 떨어져있다. 물론 남편과 아이들이 내 곁을 충만히 지키고 있지만, 가끔은 친구들이 무척이나 보고싶고 그리운 순간들이 있다. 그럴때 정세랑 작가의 말처럼 나에게도 초능력이 허락되어 순간 이동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를 상상해본다. 한 시간씩만이라도 그녀들을 한 명씩 만나 커피 한잔 하면서 이야기 나눌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듯 싶다. 그래도 이렇게 물리적인 거리는 떨어져 있어도 늘 전화와 카톡, 문자로 서로의 안녕을 빌어 줄 수 있어 다행이다. 나를 이해하고 응원해주는 그녀들이 있기에 나도 하루 하루를 나아갈 수 있음이 감사하다.


서로 평소 궁금하던 거리를 함께 걷곤 했는데,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한참을 만나지 못하고 있어 애틋하다. 만나고 싶은 마음, 달려가서 안아주고 싶은 마음을 잘 다스리면서 길고 어두운 시기를 지낼 각오를 한다. 오래전의 여행을 꺼내어 보니 얼마나 많은 것들을 당연히 여기고 누려왔는지 새삼스럽다. 쑥스럽지만 어떤 날, 우리가 함께 보냈던 짧은 낮과 길게 붙잡았던 밤이 나를 구했다고 C에게 꼭 이야기하고 싶다. p292

나를 이해하는 사람과 함께라서 우리가 함께 빛날 수 있었던 그 순간들은 그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값진 것인줄 몰랐다. 지나고 나서야 내가 그녀로 인해 빛날 수 있었음을 깨닫는다. 그제서야 그녀의 소중함이 더 깊어진다. 그렇게 인간은 지나고 나서야 그 소중함을 깨닫는 어리석은 존재인 것이다. 오늘도 그녀를 만나고 싶은 마음, 지금이라도 달려가서 안아주고 싶은 마음을 잘 다스려 본다. 기나긴 이 어둠의 시간이 끝나고 나면 한달음에 그녀에게로 가서 그녀와의 시간들이 나를 버티게 하였다고, 그녀가 전해준 그 밟음이 혼자인 나를 웃게 만들었다고 말해줄 것이다. 그 때까지 잘 견뎌보자. 우리.


이 책을 통해 정세랑 작가가 무엇 하나 그냥 지나치지 않고 다정한 시선을 건네고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전해 들을 수 있어서 기뻤다. 사랑하는 이들의 세상이 갑자기 무너지지 않기를, 어디선가 다정한 대화가 계속 되기를, 이 어둠의 시간을 모두가 무사히 지나길 바라는 지구 구석구석 모든 이들의 안녕을 바라는 그녀의 다정한 사랑이 읽는 내내 행복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녀는 형편없는 사진이라고 말하지만 책 사이 사이의 정세랑 작가 시선으로 바라보고 찍은 사진들이 무엇보다 좋았다. 따스함이 가득 담기고, 다정함이 붙어있는 그녀만의 사진을 함께 볼 수 있어서 더 좋았다. 그렇게 이 책을 통해 나는 또 힘을 내어본다. 오늘을 버터낼 힘을, 그리고 내일을 맞이할 힘과 용기를 얻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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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대기를 찾습니다 사계절 아동문고 102
이금이 지음, 김정은 그림 / 사계절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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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을 각각 들고서 무언가를 검색하는 아이들의 모습인 인상적인 표지가 눈길을 끈다. 이 책은 이금의 작가의 신작으로 오늘날 아이들의 모습을 정말 현실감 있게 표현하고 있다. 이금이 작가는 인터넷에서 우연히 발견한 '자신과 같은 이름을 가진 인물과 가상 인터뷰하기'라는 초등학교 숙제를 보고서 이 책을 구상하였다고 한다. 저자의 이름처럼 특별한 이름을 가진 어린이라면 분명히 숙제가 난처하였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 때 불연듯 '차대기'라는 이름이 불쑥 떠올랐다고 한다. 인터넷 검색창에 '차대기'를 쳐 보았더니 뜬금없이 국어사전이 가장 먼저 나왔는데 '자루'의 전라도 사투리라 했다. 그러자 오직 이름뿐이었던 차대기에게 그 애만의 스토리가 만들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탄생하게 된 <차대기를 찾습니다>는 좋아하는 여자애에게 '똥자루' 별명을 들킬까봐 노심초사하는 아이, 하지만 대기는 윤서를 좋아하며 자존감을 회복해가고 친구들과 가족들과 부대끼면서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차대기네 반은 아침부터 소란스럽다. 반 친구 윤종현이 SNS 실검 1위를 기록한 개그맨 윤종현의 선행을 마치 자기 일인양 떠들어 댄 게 그 시작이었다. 종현의 라이벌 손홍민도 자기가 금메달리스트라면서 자랑을 해대자 아이들은 각자 스마트폰을 꺼내어 자기 이름을 검색한다. 차대기는 2G폰을 사용해서 검색할 수는 없지만 자신과 똑같은 이름을 가진 유명인이 누굴지 궁금하다. 왜냐하면 누구보다 이름으로 유명해지고 싶기 때문이다.


1학년때 똥자루라는 별명이 생긴 대기는 부끄럽고 창피해서 정말 조용히 살아왔다. 그렇게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아이들의 기억에서 자신의 별명은 잊혀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작가와의 만남' 시간에 누군가 "똥자루!"라고 외치는 소리를 듣는다. 순간 대기는 좋아하는 윤서에게 들킬까봐 조바심이 났다. 윤서를 포함한 다른 아이들이 알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생각도 들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대기는 인터넷 검색창에 '차대기'를 적었다. 가장 먼저 사전적 의미가 떴고 기대를 품고 클릭을 했다. '차대기는 자루나 포대의 전라도 사투리'라고 적혀 있었다. 이름대로 산다더니, 정말 차대기는 똥자루가 되어버렸다. 열심히 찾아보지만 차대기라는 이름을 가진 본받을 만한 위인이나 유명인은 없었다.


자신의 이름을 검색하고서 더 실망이 커져버린 차대기. 영원히 똥자루라는 별명에 갇혀 살 생각을 하니 힘이 쪽 빠지고 세상이 온통 캄캄한 어둠 속 같았다. 그렇게 영원히 어둠 속에 갇혀있을 것 같았지만, 어두운 밤이 지나면 밝은 새 아침이 오듯이 차대기에게도 또 다른 하루가 찾아온다. 태권도 학원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공원 담장 쪽에 혼자 있는 윤서를 발견하게 된다.


윤서는 새끼 고양이를 들여다보며 음식을 챙겨주고 있었다. 윤서의 말에 의하면 지난 밤 어떤 아이가 울먹이며 고양이를 품에 안고 엄마한테 혼나는 장면을 목격하였다고 한다. 알고보니, 아이는 길고양이가 가여워 집으로 데려갔는데 엄마는 키울 수 없다며 도로 놓아주는 상황이었다. 이미 두 마리의 길고양이를 키우는 집사인 윤서는 새끼 고양이가 걱정되어 찾아왔다면 앞으로 대기에게 같이 새끼 고양이를 돌보아주자고 말한다.


사실 대기는 어렸을 때 고양이한테 할퀴인 기억이 있어서 두려웠지만, 작고 약한 고양이를  보자 지켜 주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그리고 용돈으로 고양이 통조림을 사서 먹이며 윤서와 함께 극진히 새끼 고양이를 돌본다. 그러던 어느날 새끼 고양이가 다른 고양이에게 공격을 당해서 다치고야 만다. 윤서는 고양이를 데려다 키우기로 마음먹고, 대기는 윤서를 도와 고양이를 구조한다. 그리고 윤서와 대기는 길고양이를 공원에 놓고 갈 수 밖에 없었던 그 아이를 위해 새끼 고양이를 잘 지내고 있다는 매시지를 적은 전단지를 만들어 붙인다.


대기와 윤서가 직접 만든 전단지를 붙이는 것을 본 어떤 누나가 내용이 귀엽고 따뜻하다며 아이들에 허락을 받고 SNS에 대기와 윤서의 이야기를 올리고, 이를 계기로 반려 동물 소식을 담는 웹진 <펫플월드>기자들이 윤서와 대기를 취재하러 학교에 온다. 대기와 윤서는 그렇게 인터뷰를 하게 되고 기자들은 동영상 인터뷰를 지냉해 유튜브에 올리자고 말한다. 이 제안에 윤서는 거절하지만 대기는 수락을 한다.


솔직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한 대기는 윤서와 함께 웹진에 기사도 나고, 유튜브에도 나오게 된다. 그리고 윤서와 대기는 '이달의 착한 어린이 상'도 받는다. 그렇게 차대기로 유명해지지만 여전히 대기를 똥자루라고 부르 애들은 있다. 게다가 윤서와 대기를 커플이라고 아이들이 놀리는 탓에 둘은 어색한 사이가 되버리고 그렇게 5학년은 끝나고 만다. 그렇게 해피엔딩이 아닌 결말로 이야기가 끝나면 다소 허무하겠지만 이 책은 그렇지 않다. 6학년이 되지만 코로나로 인하여 개학은 연기되고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지 못한다. 개학을 두번 연기된 다음에서야 온라인 수업이 시작된다. 바로 코로나로 인해 달라진 지금의 우리의 모습들이 이 책 속에 나온다.


이 책은 정말 현실의 아이들이 모습을 정말 잘 반영하고 있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저당잡힌 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코로나로 인해 달라진 현실의 답답함을 표현함으로써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그리고 이 책은 대기를 비롯하여 등장인물들의 속마음을 정말 섬세하게 잘 표현하고 현실감 넘치는 캐릭터로 그려내어 이야기 속에 폭 빠지게 만든다. 그렇게 이 책 속의 아이들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누구에게나 타인에게 숨기고 싶은 비밀은 있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이러한 비밀은 제각각 아마 정말 다양할 것이다. 친구들에게 똥자루라는 비밀을 들키고 싶지 않은 차대기와 유명한 유튜버 언니 때문에 엄마와 아빠의 이혼이 들어날까봐 걱정하는 강윤서은 자신만의 비밀을 가진 아이들이다. 대기는 자신의 별명으로 불려지지 않기 위해서 유명해져 하고, 윤서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조용히 지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두 사람은 내가 지키고 싶은 것을 위해서 용기를 내어 좋고 싫다는 의사표현을 정확하게 내비친다. 타인이 정한대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원하는 것을 생각하고 이를 표현하고, 행동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과정에서 대기와 윤서는 내 삶의 주인은 바로 나이며 나다운 것이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또한 자신의 모습을 인정해야 당당해질 수 있고, 더욱 자신을 사랑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런 대기와 윤서의 모습들에서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은 비밀로 인해 상처받았던 마음을 위로 받기도 하고, 상처를 내딛고 한발 나아갈 수 있는 용기를 얻으며, 그리고 나다운 것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차대기를 찾습니다>는 아이들에게 따스한 위로와 든든한 용기를 주는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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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웃게 하는 것들만 곁에 두고 싶다 - 오늘의 행복을 붙잡는 나만의 기억법
마담롤리나 지음 / 허밍버드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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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따스하고 사랑스러움 표지의 그림과 제목의 글귀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 책은 따뜻한 그림으로 위로하는 일러스트레이터 마담롤리나의 첫 에세이다. 오랫동안 자기 자신을 괴롭히고 미워했던 저자가 스스로를 갉아 먹는 태도와 자신을 못살게 굴었던 기억들이 자신을 불행하게 만들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삶과는 다른 삶을 살기 위해 자신을 웃게 만드는 것들을 수집하기로 한다. 그리고 오늘 하루 행복했던, 혹은 자신을 웃게 만들었던 것들을 자신만의 기억법으로 담아낸다. 이 책은 일상을 좋은 날로 만드는 저자의 다양한 다짐을 담고 있기에 바쁘고 똑같은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따스하고 사랑스러운 그림으로 다정한 휴식을 선사한다.

과거를 돌아볼 때면 후회되거나 부끄러운 일들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분명 좋았던 일도 많았을 텐데 내 기억 체계는 짓궂게도 잊어버리고 싶은 일들만 남겨 둔다. 여러 번 봤던 영화를 더 구체적으로 떠올리듯이 안 좋은 일도 곱씹을수록 선명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좋았던 순간을 되도록 많이 골라 보존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사람들을 만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내가 저지른 실수 대신 들뜬 분위기와 무해하고 재미있었던 농담, 부드러운 표정, 맛있었던 음식 같은 것을 여러 번 떠올리는 식으로 말이다.

지금 살뜰하게 모은 기억들이 먼 훗날 나를 더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p30

저자뿐만 아니라 우리는 자신이 실수를 하거나, 안 좋았던 기억을 더 선명하게 기억한다. 그 기억들이 응축되어 모여 트라우마로 선명한 자국을 남기기도 하고 말이다. 여러 번 봤던 영화를 더 구체적으로 떠올리듯이 안 좋은 일들을 곱씹는 것들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는 저자의 말이 와닿는다. 그렇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좋았던 순간을 많이 골라서 기억해야 한다는 말도 꼭 기억하고 싶다. 저자처럼 일상을 살아가며 좋았던 순간들을 의도적으로 모으는 일을 하고 그 기억들을 떠올리다 보면 정말 지금보다는 더 행복한 나가 될 것 같다.


가만히 돌이켜보면 하루 중에는 "금세 잊고 말았지만 나를 미소 짓게 했던, 너무 일상적이라서 지나쳐버린 확실한 행복의 장면"들이 존재한다. 말이 잘 통하는 친구와 수다, 더위를 한 숨에 잊게 만드는 차가운 커피, 기대치 않았던 책 속에서 발견한 빛나는 문장, 나뭇잎 사이로 비춰지는 햇살, 지저귀는 새들의 소리 등등 찾아보면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그 순간들은 존재한다. 불행의 순간도 행복의 순간도 모두 흘러가기 마련이니, 이왕이면 행복의 순간을 이 책의 저자처럼 단단히 붙잡아보면 어떨까 싶다. 그래서 일까. 이 책에 담긴 저자를 행복하게 만드는 그 순간들을 담아낸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미소를 짓게 된다. 행복을 붙잡은 기억과 소소한 기쁨들을 찾는 태도는 먼 훗날 나를 더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태도는 나의 하루에 보다 활기를 더 할 듯 싶다.

자신을 잘 살피고 보듬는 것은 하루하루를 버틸 힘을 기르는 일이다. 힘에 부쳐서 내가 나를 방관하고 내버려두면 잠깐은 편하긴 해도, 상황을 점점 더 나쁘게 만들고 결국은 자학으로 빠지게 된다. 그때의 감각은 다수의 경험으로 뼈에 새겨져 있다..

무너지고 다시 일어나는 동안 온몸으로 부딪히며 겪어온 시간들은 차곡차곡 쌓여 훌륭한 데이터가 되었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스스로를 돕는 작은 행동이 모이면 갑자기 커다란 구덩이에 빠지더라도 헤어 나올 수 잇다. 결국 나는 내가 돌보아야 한다.

p156

나자신은 그 누구도 아닌 내가 돌보아야 한다. 매일 운동하기, 식사 제대로 챙겨 먹기, 나를 기쁘게 하는 행동 하나씩 하기 등등 아주 사소한 습관과도 같은 행동들이 모이고 모이다 보면 나는 어느새 단단해져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을 제대로 보살피기 위해서는 그 누구보다 자신에 대해 귀기울이고 잘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지금 나의 상태가 어떠한지, 나의 감정은 어떠한지를 잘 알아야 나에 대한 제대로된 보살핌이 가능하지 않나 싶다. 그러니까 그 누구가 아닌 나의 목소리에, 나의 상태에, 나의 감정에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살아야 할 듯하다. 다른 식구들 챙기느라 늘 내 것은 우선 순위에서 밀려버리는 나는 이점을 제일 먼저 기억해야 될 듯 하다.


10년 전 또는 20년 전의 나는 지금보다 미숙하고 서툴렀으며 부끄러운 짓도 많이 했다. 나이를 먹어 좋은 것이 있다면 적어도 젊은 시절보다는 노련해진다는 것이 아닐까.

만약 크게 아프지 않고 노인이 된다면 일상을 허투루 보내지 않고, 마음의 흠결들을 솜씨 좋게 보수할 수 있기를. 그래서 지금의 나보다 여러보로 더 나은 할머니가 되길 바란다.

늙어 가는 일이 쇠약해지는 일만이 아닌 '미흡한 나'를 '만족스러운 나'로 완성해 나가는 여정이라면 노화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p284

나는 내가 나이를 먹어가는 게 좋다. 어린 시절의 나보다, 작년의 나보다, 지난 달의 나보다, 지난 주의 나보다,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나가 더 좋다. 불안하고 막막하며 무엇이든 서툴고 미흡하던 나 자신이 조금씩 선명해지고 좀 더 노련하며 좀 더 확신이 있어 가는 게 참 좋다. 그렇기에 나이를 먹는 일, 노화 또한 두렵지는 않다. 다만 제대로 나이 먹기를, 나이가 무기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렇기에 늘 깨어있도록 노력하자.


이 책은 우리에게 오늘의 행복을 붙잡는 나만의 기억법을 가지라는 말을 하고 있다. 저자가 따스하고 밝은 그림들로 오늘의 행복과 기쁨을 기억한 것처럼 나만의 기억법으로 너무나 작은 행복일지라도, 너무나 짧은 순간의 기쁨이라 할지라도 기억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지금 당장 시도해보면 어떨까 싶다. 그렇게 '나를 웃게 하는 것들만 곁에 두도'서 기쁨의 순간과 행복의 순간을 기억하고 되돌아보는 것을 습관화 하다보면 어느새 우리는 좀 더 행복한 사람이 되어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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