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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결국 지구를 위한 답을 찾을 것이다 - 지구와의 공존을 모색하는 가장 쉬운 기후 수업
김백민 지음 / 블랙피쉬 / 2021년 6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상이변, 지구 온난화 등등 지구의 오염으로 인한 많은 문제들이 우리 앞에 당면해있는 현실에서, 많은 사람들이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이야기하면서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을 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기후 변화를 체계적으로 설명하지는 않는다. 그런 탓에 기후 변화에 대한 뉴스를 보고서도 기후 변화로 인한 심각한 자연재해만 눈에 들어올 뿐 기후 변화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를 제대로 알기는 힘들다. 이 책은 기후변화의 역사와 과학을 아주 명쾌하고 담고 있다. 일방적인 기후 변화의 증거만을 나열하는 게 아니라 과학자의 실수와 과학의 한계까지 이야기하여 균형잡힌 시각으로 기후 변화를 바라보게끔 한다.
<우리는 결국 지구를 위한 답을 찾을 것이다>는 극지전문가이자 기후학자인 김백민 작가가 지구의 기후를 둘러싼 모든 의문을 과학과 사실에 입각하여 꼼꼼하게 파헤치고, 나아가 지구와 인류의 공존을 모색하는 책이다. 먼저 지구 형성기부터 시작하여 아주 먼 옛날부터 일어났던 자연적인 기후변화와 오늘날 인간이 일으킨 기후변화를 이야기 한다. 그리고 두 요인 간의 차이를 토대로 우리 인간에 의한 기후 변화가 왜 위험한지를 깨닫게 한다. 그리고 심각한 기후 변화에 대비하여 우리가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와 왜 대비해야 하는지도 상세하게 담고 있다. 기후 변화에 대한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이해하게 쉽고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어서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결국 지구를 위한 답을 함께 찾을 수 있을 듯하다.
포유류의 시대에도 급격한 기후 변화의 위협은 늘 존재했습니다. 가장 극적인 이벤트는 지금으로부터 5,500만 년 전 지구 평균기온이 갑자기 5~6도 상승한 것이었습니다. 산업혁명 이후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이 현재까지 약 1도에 불과한 것에 비하면 정말 엄청한 기온 상승이죠. 과학자들은 이 시기를 '팔레오세-에오세 최대 온난기'라고 부릅니다. 영어로 Paleocene-Eocene Thermal Maximum, 줄여서 'PETM'이라고 합니다. 갑자기 온도가 폭발적으로 높아졌다가 갑자기 떨어지는 이 특이한 현상은 많은 과학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이 시기에는 급격한 온도 상승과 하강으로 또다시 많은 생물이 멸종했습니다.(중략)
PETM 시기의 온도 상승 현상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사실은 바로 빠른 온도 상승 속도입니다. 인류가 화석연료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최근 약 200년을 제외하고 가장 단시간에 급격하게 온도가 상승한 것이 바로 이 PETM 시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PETM 시기에 이루어진 5~6도 온도 상승은 약 2만 년에 걸쳐 진행되었습니다. 지질학적 시간 규모로 보면 매우 짧고 인간의 수명과 비교하면 매우 긴 시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산업혁명 이후 지구 온도가 약 1도 상승하는 데는 200년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PETM 때와 비교하면 실로 어마어마한 속도가 아닐 수 없습니다. 만약 인류가 온도 상승의 주범이라고 하면 이 놀라운 메탄 폭탄 이벤트에 비해 무려 20배나 빨리 지구를 덥히고 있는 것입니다. (p47~p49)
이 책은 우선 45억년 전 지구가 탄생한 이후부터 시작하여 아주 먼 옛날의 지구 기후 변화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된다. 지구가 생성되고부터 지구는 아주 드라마틱한 기후 변화를 겪어 왔다. 특히 과학자들이 주목하는 PETM 시기에는 아주 단기간에 급격하게 온도 상승이 이루어졌다. PETM 시기는 200 만년 동안 약 5~6도의 온도 상승이 이루어진 시기로 이 시기에 온도 상승에 대한 요인으로 메탄 얼음덩어리인 메탄하이드레이트의 대폭발로 인한 것이 아닐까 추측한다. 그리고 인간이 산업화혁명 이후 화석연료를 사용한 후 200년 동안 지구의 온도는 1도가 올랐다. 겨우 1도 가지고 너무 호들갑을 떤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PETM시기의 온도 상승은 200 만년이라는 시간을 두고서 이루어진 것이라면 인간이 화석연료를 사용한 200년동안 지구 온도가 1도 상승한 것은 아주 큰 변화로 PETM시기보다 무려 20배나 빨리 지구를 덥히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윌 스테판과 연구진이 연구한 '대가속 그래프'는 인류가 지구 온난화의 범인임을 나타내는 주요 지표가 된다. 그래프들을 잘 살펴보면 모든 지표들이 1950년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1950년대 이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급증하였고, 산업혁명 이후 대부분의 지구 온도 상승이 1970년대에 이루어졌다는 점은 인류가 지구온난화의 범인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놀라운 점은 인구 증가의 경향과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경향이 완전히 일치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자연적인 기후 변화와 인간에 의한 기후 변화의 차이를 뒤짚어 보면 지구의 급격한 기후 변화의 범인은 바로 인간이라는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지구의 기후 변화는 생각보다 훨씬 더 안 좋을 수도 있다는 게 이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들이다. 이 책에서 제시되는 여러가지 증거들을 종합해보면 우리가 탄소를 줄이는 노력과 함께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미래의 지구는 지금보다 더 안 좋은 결과를 우리에게 되돌릴 수도 있겠구나하는 위기 의식이 생긴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과학자들이 말하는 참담한 미래를 우리는 정말 100% 믿어야만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있다. 넘처나는 기후 정보 중에 혹시 전 세계인들을 상대로 선동한 가짜 기후 정보가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는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지구 온난화의 위험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려다 일부 주장에 오류를 실거나, 혹은 논리적인 비약을 하여 기후위기 불신론을 촉발시키거나 회의주의자들의 먹잇감이 된 여러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마이클 만의 '하키 스틱 기후 그래프' 조작 사건이나, 원하는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데이터를 과장하여 해석한 앨 고어의 다큐멘타리 <불편한 진실> 등이 바로 이런 사례 중의 하나다.
반면, '지구 온난화는 과학자들의 거짓'이라고 주장한 BBC 다큐멘타라 <위대한 지구온난화 대사기극>에 나온 논리를 하나씩 팩트 체크하며 그 주장을 과학적으로 모두 반박하기도 한다.
저자는 자신이 기후 위기의 주범이 인간임을 밝히고 함께 공존할 만한 대안을 모색하는 게 목표인 97%에 해당하는 기후학자이지만, 이 책에서는 기후위기에 회의주의적 태도를 보이는 3% 과학자들을 함께 다루어 균형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정보들을 토대로 이 책을 읽는 독자는 현 기후 상황을 좀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다.
이 책은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직시하면서도 현재 과학의 한계와 불확실 수준을 인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 안에서 가능한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이 꽤 의미있다는 생각이 든다. 기후 모델를 기반으로 점진적인 기후 변화를 예측 가능하지만 급진적인 기후변화는 예측이 불가능하다 할지라도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인간에게는 분명히 지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남아 있다"는 메세지이다.
전 세계적 흐름인 그린 뉴딜에 동참하는 것은 시대적 요구지만 탄소 감축에만 정책의 초점이 맞추어져서는 안됩니다. 우리나라 경제가 폭발적으로 성장한 데는 경부고속도로가 큰 역할을 했듯이, 신재생에너지원에서 생산된 전기를 효율적으로 저장하고 스마트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에너지 인프라의 확충에 신경써야 합니다. 스마트 그리드 인프라 확대를 통한 전기 저장소와 전기에너지의 지능적인 분배, 그리고 재생에너지로 완전히 전환하기 위한 중간 단계를 버텨낼 수 있는 보완 에너지에 관한 고려가 태양광, 풍력 설비 인프라를 한없이 늘리는 것보다 중요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극단적 기상 현상에 맥없이 무너지는 신재생 에너지의 민낯을 보게 될 것이고, 한 방에 무너진 후 다시 시작하는 데 막대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따라서 신재생에너지 설비 증량 위주 정책에서 탈피해 탈석탄 사회로 전환하기 위한 전기 인프라 확충에 힘쓰고, 전기를 저장하는 데 유용한 수소 연료전지 등 저장 인프라를 확대해야 합니다. 또 징검다리로서 원자력을 보다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등 전방위로 에너지 정책을 검토해야 할 시점입니다. p306~p307
산업혁명 이후 계속해서 증가해 온 인구수는 화석연료 사용량을 꾸준히 늘렸다. 최근 2년 사이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19 바이러스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7%나 줄였지만 이 역시 화석연료 사용량 증가 추세를 막지는 못했다. 교토의정서, 파리기후협약 직후 오히려 인류는 안타깝게도 이산화탄소 사용량을 늘렸다.
그러나 이렇게 인류 에너지 사용에 많은 비중을 차지하던 화석 연료도 고갈되기 시작했고, 이로서 화석연료 시대는 종말을 고하고 있다. 저자는 이제는 기후위기와 에너지 위기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한 예로 무분별한 태양광 개발은 영화 <인터스테라>처럼 극심한 식량난을 불러 올 수도 있다고 말하며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것만이 답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이 밖에도 소이 메탄 방출을 효과적으로 줄이는 동시에 이를 바이오 에너지로 변환할 수 있는 메탄 백팩 기술, 이산화탄소를 돌로 만드는 탄소 포집 기술, 영화 <설국열차>에 나오는 냉각물질과 비슷한 지구 공학 기술 등 새로운 재생 에너지를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이를 통해 현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탄소 배출량 감소와 함께 에너지 사용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은 현재 기후위기를 전공자가 아니라 할지라도 쉽고 이해할 수 있도록 명쾌하고 쉽게 풀어내고 있다. 그리고 과학자들이 인류와 지구의 공존을 위해 어떤 연구를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독자는 가짜 뉴스에 현혹되지 않고 기후위기를 제대로 직시할 수 있는 통찰력을 조금이나마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 우리 스스로 행동을 옮길 수 있는 지구를 지키기 위한 희망적인 대안을 제시하여 기후위기 시대에 개인이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에서부터 ESG경영, RE100 등 기업이 해야하는 역할에 대해서도 깨달음을 준다. 이제 우리는 기후위기의 주범으로 죄책감에만 시달릴 것이 아니라 , 본격적이고 보다 적극적으로 머리를 맞대고 현실적인 미래 대안을 모색하고 이를 반드시 실천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책임감과 실천의지를 북돋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