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웃게 하는 것들만 곁에 두고 싶다 - 오늘의 행복을 붙잡는 나만의 기억법
마담롤리나 지음 / 허밍버드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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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따스하고 사랑스러움 표지의 그림과 제목의 글귀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 책은 따뜻한 그림으로 위로하는 일러스트레이터 마담롤리나의 첫 에세이다. 오랫동안 자기 자신을 괴롭히고 미워했던 저자가 스스로를 갉아 먹는 태도와 자신을 못살게 굴었던 기억들이 자신을 불행하게 만들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삶과는 다른 삶을 살기 위해 자신을 웃게 만드는 것들을 수집하기로 한다. 그리고 오늘 하루 행복했던, 혹은 자신을 웃게 만들었던 것들을 자신만의 기억법으로 담아낸다. 이 책은 일상을 좋은 날로 만드는 저자의 다양한 다짐을 담고 있기에 바쁘고 똑같은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따스하고 사랑스러운 그림으로 다정한 휴식을 선사한다.

과거를 돌아볼 때면 후회되거나 부끄러운 일들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분명 좋았던 일도 많았을 텐데 내 기억 체계는 짓궂게도 잊어버리고 싶은 일들만 남겨 둔다. 여러 번 봤던 영화를 더 구체적으로 떠올리듯이 안 좋은 일도 곱씹을수록 선명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좋았던 순간을 되도록 많이 골라 보존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사람들을 만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내가 저지른 실수 대신 들뜬 분위기와 무해하고 재미있었던 농담, 부드러운 표정, 맛있었던 음식 같은 것을 여러 번 떠올리는 식으로 말이다.

지금 살뜰하게 모은 기억들이 먼 훗날 나를 더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p30

저자뿐만 아니라 우리는 자신이 실수를 하거나, 안 좋았던 기억을 더 선명하게 기억한다. 그 기억들이 응축되어 모여 트라우마로 선명한 자국을 남기기도 하고 말이다. 여러 번 봤던 영화를 더 구체적으로 떠올리듯이 안 좋은 일들을 곱씹는 것들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는 저자의 말이 와닿는다. 그렇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좋았던 순간을 많이 골라서 기억해야 한다는 말도 꼭 기억하고 싶다. 저자처럼 일상을 살아가며 좋았던 순간들을 의도적으로 모으는 일을 하고 그 기억들을 떠올리다 보면 정말 지금보다는 더 행복한 나가 될 것 같다.


가만히 돌이켜보면 하루 중에는 "금세 잊고 말았지만 나를 미소 짓게 했던, 너무 일상적이라서 지나쳐버린 확실한 행복의 장면"들이 존재한다. 말이 잘 통하는 친구와 수다, 더위를 한 숨에 잊게 만드는 차가운 커피, 기대치 않았던 책 속에서 발견한 빛나는 문장, 나뭇잎 사이로 비춰지는 햇살, 지저귀는 새들의 소리 등등 찾아보면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그 순간들은 존재한다. 불행의 순간도 행복의 순간도 모두 흘러가기 마련이니, 이왕이면 행복의 순간을 이 책의 저자처럼 단단히 붙잡아보면 어떨까 싶다. 그래서 일까. 이 책에 담긴 저자를 행복하게 만드는 그 순간들을 담아낸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미소를 짓게 된다. 행복을 붙잡은 기억과 소소한 기쁨들을 찾는 태도는 먼 훗날 나를 더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태도는 나의 하루에 보다 활기를 더 할 듯 싶다.

자신을 잘 살피고 보듬는 것은 하루하루를 버틸 힘을 기르는 일이다. 힘에 부쳐서 내가 나를 방관하고 내버려두면 잠깐은 편하긴 해도, 상황을 점점 더 나쁘게 만들고 결국은 자학으로 빠지게 된다. 그때의 감각은 다수의 경험으로 뼈에 새겨져 있다..

무너지고 다시 일어나는 동안 온몸으로 부딪히며 겪어온 시간들은 차곡차곡 쌓여 훌륭한 데이터가 되었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스스로를 돕는 작은 행동이 모이면 갑자기 커다란 구덩이에 빠지더라도 헤어 나올 수 잇다. 결국 나는 내가 돌보아야 한다.

p156

나자신은 그 누구도 아닌 내가 돌보아야 한다. 매일 운동하기, 식사 제대로 챙겨 먹기, 나를 기쁘게 하는 행동 하나씩 하기 등등 아주 사소한 습관과도 같은 행동들이 모이고 모이다 보면 나는 어느새 단단해져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을 제대로 보살피기 위해서는 그 누구보다 자신에 대해 귀기울이고 잘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지금 나의 상태가 어떠한지, 나의 감정은 어떠한지를 잘 알아야 나에 대한 제대로된 보살핌이 가능하지 않나 싶다. 그러니까 그 누구가 아닌 나의 목소리에, 나의 상태에, 나의 감정에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살아야 할 듯하다. 다른 식구들 챙기느라 늘 내 것은 우선 순위에서 밀려버리는 나는 이점을 제일 먼저 기억해야 될 듯 하다.


10년 전 또는 20년 전의 나는 지금보다 미숙하고 서툴렀으며 부끄러운 짓도 많이 했다. 나이를 먹어 좋은 것이 있다면 적어도 젊은 시절보다는 노련해진다는 것이 아닐까.

만약 크게 아프지 않고 노인이 된다면 일상을 허투루 보내지 않고, 마음의 흠결들을 솜씨 좋게 보수할 수 있기를. 그래서 지금의 나보다 여러보로 더 나은 할머니가 되길 바란다.

늙어 가는 일이 쇠약해지는 일만이 아닌 '미흡한 나'를 '만족스러운 나'로 완성해 나가는 여정이라면 노화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p284

나는 내가 나이를 먹어가는 게 좋다. 어린 시절의 나보다, 작년의 나보다, 지난 달의 나보다, 지난 주의 나보다,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나가 더 좋다. 불안하고 막막하며 무엇이든 서툴고 미흡하던 나 자신이 조금씩 선명해지고 좀 더 노련하며 좀 더 확신이 있어 가는 게 참 좋다. 그렇기에 나이를 먹는 일, 노화 또한 두렵지는 않다. 다만 제대로 나이 먹기를, 나이가 무기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렇기에 늘 깨어있도록 노력하자.


이 책은 우리에게 오늘의 행복을 붙잡는 나만의 기억법을 가지라는 말을 하고 있다. 저자가 따스하고 밝은 그림들로 오늘의 행복과 기쁨을 기억한 것처럼 나만의 기억법으로 너무나 작은 행복일지라도, 너무나 짧은 순간의 기쁨이라 할지라도 기억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지금 당장 시도해보면 어떨까 싶다. 그렇게 '나를 웃게 하는 것들만 곁에 두도'서 기쁨의 순간과 행복의 순간을 기억하고 되돌아보는 것을 습관화 하다보면 어느새 우리는 좀 더 행복한 사람이 되어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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