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
조윤제 지음 / 앤페이지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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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자랄 수록 더 어려운 것이 바로 부모의 역할이다. 그렇기에 올바른 자녀 교육을 하기 위해 부모로 어떤 자세를 지니고 살아야 하는 지에 대해 고민은 더욱 깊어져간다. 올바른 자녀 교육을 위하여 고민 중이거나 혹은 부모로 무엇을 공부해야 할지, 어떤 자세를 지녀야 할지가 고민인 사람들에게 이 책은 꽤 유용할 책일 듯 싶다. 이 책은 <다산의 마지막 공부>, <다산의 마지막 습관> 등을 집필한 인문 고전의 대표 작가 조윤제 작가의 첫 자녀 교육서이다. 몇 천년 전 인물들의 시대와 상황을 뛰어넘는 깊은 통찰이 돋보이는 이 책에는 부모가 꼭 배워야 할 지혜들이 가득 담겨져 있다. 자녀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보다 사랑할 수록 자녀와 한 걸음 물러서기를 권하고, 눈 앞의 일에 집착하지 않고 원대한 이상을 가지기를 가르치고 있다. 그리고 말이 아닌 실천의 소중함, 담대하면서도 세심함을 잃지 않는 일상의 도리에 충실할 것을 강조하는 것 역시 오늘날에 더욱 필요한 지혜이기도 하다.

올바른 자녀 교육이란 반드시 부모의 삶에서 비롯되어야 한다. 자식들은 부모의 일상을 보고 자신이 나아갈 길에 대한 배움을 얻는다. 이 책은 부모를 위한 책이다. 자녀가 읽고 배움을 얻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부모가 먼저 읽고 자신의 삶으로 보여주는 것이 자녀 교육의 근본이 되기 때문이다. "어린 자식들에게 항상 속이지 않는 것을 보이며, 바른 방향을 향해 서며, 비스듬한 자세로 듣지 않도록 가르친다." <예기>, <곡례>에 실려 있는 이 말은 부모의 정직한 삶, 올바른 삶의 자세, 배려하는 대인관계가 자녀에게 가장 큰 가르침이 됨을 말한다.


우리는 자녀들이 평탄하고, 행복하며, 성취를 통해 자기 꿈을 이루는 삶을 살아가길 바란다. 하지만 아무리 순탄한 길을 걷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인생의 어려움을 겪기 마련이다. 그 어려움을 이겨내고, 자신을 회복할 수 있는 힘,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소명에 집중할 수 있는 힘은 수 천년 전 탁월한 현자들이 남긴 인문 고전에서 그 지혜를 얻을 수 있다. 부와 권세, 재능과 학벌등 부모가 자녀에게 주기 원하는 그 무엇보다 자녀의 미래를 찬란하게 비쳐줄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지혜들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인문 고전에서 얻은 진정한 자녀 사랑의 지혜를 나누고자 한다. 지금보다 더 치열하게 험난한 미래를 살아가야만 하는 우리 자녀들이 반드시 지녀야 할 힘을 얻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저자는 말한다. 자녀를 키우는 부모라면 꼭 알아야 할 인문고전 속 지혜와 덕목을 여섯 가지로 나눠 책을 구성하였다. 각 단락마다 역경을 딛고 큰 성취를 이룬 사람들의 실천 자세를 소개함으로써 삶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알리고 있다. 그 방법들은 주로 다산 정약용의 <다산시문집>과 <안씨가훈>에서 찾았다.

아이를 낳고 부모가 되고 나서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바로 나 아이들의 시선이다. 나의 말투, 행동 등 나를 보고 배우고 자라는 내 아이의 시선은 나를 더욱 올바르게 살도록 만들었다. 이 책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의 살아가는 모습이라고 말한다. <예기>, <곡례>에서 말하는 부모의 모습은 아이들의 가슴 속에 평생 남는 부모의 뒷모습을 중요함을 말한다. 자녀가 올바르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먼저 부모가 자신의 삶을 바르게 해야함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사람도 완벽할 수 없기에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그런데 잘못을 저질렀을 때 스스로 돌이켜 반성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잘못에 대한 인정은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것이지만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면 자존심에 손상을 입게 된가. 그래서 잘못에 대해 인정하는 것은 쉽지 않기에, 공자는 "잘못을 저지르지 마라"는 말 못지 않게 "잘못을 반성하여 고치기를 게을리하지 마라"고 거듭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많은 인문고전 속에서도 잘못 그 자체에 대한 꾸짖음보다는 잘못을 저질렀다면 그것을 고쳐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자녀들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들은 잘못을 통해 성장한다. 그렇기에 꾸짖음은 화풀이가 아니라 잘못을 고치는 약이 되어야 한다. 잘못은 당연히 꾸짖어야 하지만, 핵심은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도록 깨우침을 주어야 하는 것이다. 스스로 무엇을 잘못했는지 인식하고,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그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잘못이 성장을 위한 동력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사랑의 근본은 바로 나를 사랑하는 것이다. 물론 다른 사람에게 사랑받는 것도,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도 귀중하지만 이 모든 것의 근본은 바로 자신을 사랑한는 것이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면 그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허영, 연민, 동정, 일시적인 감정을 사랑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많은데, 시간이 지나면 쉽게 변하는 사랑이 아니라 언제나 변하지 않는 사랑은 바로 자신을 사랑하는 것을 근본으로 해야한다. 그렇기에 공자는 자신을 아는 것을 기본으로 자신을 사랑하라고 하였다. 그리고 아이는 부모에게서 사랑을 배운다. 부모에게서 사랑을 듬뿍 받고, 자신의 소중함을 깊이 깨닫고, 사랑의 의미를 배운 자녀는 사랑을 베푸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부모도 자신을 사랑해야 할 것이다. 부모가 자신을 사랑하고, 자기의 삶의 의미와 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 모습을 보며 아이는 진정한 사랑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이 책에는 내 아이의 잠재력을 키우주고 싶은 부모를 위한 인문 고전 속에 담긴 자녀 교육에 대한 지혜가 가득 담겨 있다. 몇 천년 전 인물들의 깊은 통찰에 의해 나온 가르침들은 부모로 과연 무엇을 배워야 하며 어떤 자세로 살아야 하는지, 어떤 자세로 자녀를 교육 시켜야 하는 지에 대한 많은 가르침을 준다. 그렇기에 단순히 한 번 읽고 마는 것이 아니라 곁에 두고 오래오래 그 가르침을 마음에 새기기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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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이웃 - 허지웅 산문집
허지웅 지음 / 김영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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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이 넘는 코로나의 시대를 지나오면서 우리에게는 이웃에 대한 선의보다는 불신이 더 많이 자리잡히게 된 듯하다. 이러한 시대에 허지웅 작가는 <최소한의 이웃>을 통해 이웃을 향한 분노와 불신을 거두고 나 또한 최소한의 이웃이 되기 위한 길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책 띠지에 있는 '악의를 감싸 안으며 선의를 탐구하는 작가 허지웅이 전하는 함께 살기 위한 가치들'이라는 글이 자꾸 마음에 맴돈다. 이 책을 통해 더이상 '나'와 '당신'으로 거리두기가 아닌 우리로 함께 살아가는 법을 알아가고 싶다.


저자는 이때껏 다섯 권의 책을 펴내면서 다각적인 문제를 제기해왔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아픔을 들여다보면 주변의 분노와 불신을 거두기 위해 애써왔다. 이번 책을 통해 그는 언젠가 반드시 말하고 싶었던 주제인 '이웃'에 관해 말한다. 이 책은 '코로나 19의 살풍경이 시작될 때'부터 거리두기를 중단한 현재까지 그가 만난 세상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팬데믹의 시기에 우리는 몸과 마음의 평정을 잃어갔고, 사람 간의 벽은 높아졌고, 피해의식은 나날이 커져갔다. 그러한 모습들을 보면서 그는 어떻게 함께 잘 살 수 잇을지를 다시금 고뇌하였고, 글로 할 수 있는 일들을 묵묵히 해냈다. 이 책은 저자가 그렇게 오랫동안 고심하고 고심한 결과물이라 하겠다. 절망과 희망, 파괴와 회복, 혼돈가 질서가 공존하는 지금의 시대에 우리가 잊고 사는 소중한 가치들에 관해 이 책을 통해 다시금 생각해 본다.


이 책은 총 6부로 나눠져있는데, 각 부의 제목들은 6 가지의 가치로 지금 우리가 가져야 할 가치들이기도 하다. '애정: 두 사람의 삶만큼 넓어지는 일', '상식: 고맙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 '공존: 이웃의 자격', '반추: 가야 할 길이 아니라 지나온 길에 지헤가' ,'성찰: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한다는 고단함', '사유: 주저앉았을 때는 생각을 합니다'. 그냥 제목만을 나열해 보는 것만으로도 겸허하게 나를 되돌아 보게 만든다.


한 남자가 어느 날 우연히 들린 편의점의 계산대 모니터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 사진을 보게 된다. 남자는 캠페인 이미지에 적혀있는 아동권리보장원의 연락처로 전화해 사진이 잘못 사용되고 있다고 알린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간 자신이 가족 없이 버려진 걸로 알고 살았는데, 실은 어렸을 때 길을 잃어 가족과 헤어진 실종아동이었던 것이다. 가족은 여태까지 자식을 찾는 일을 포기하지 않았고, 그랬기에 그 남자는 다시 가족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살다보면 놀라운 이야기를 만나게 되는데 그 이면에는 우연과 확률이 아닌 결코 포기하지 않았던 누군가의 또렷한 의지가 존재함을 깨닫게 된다는 저자의 말에 나는 과연 어떤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되돌아보게 된다.

이 책에는 저자 주변인들부터 정말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나는 '사랑은 두 사람의 삶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두 삶의 삶만큼 넓어지는 일'이라는 걸 깨달아 간다. 나만 내세워 결코 누군가를 이해할 수 없음을, 타인에게 너무나 쑥스럽고 평범한 말이라도 표현해야 함을, 나의 세상뿐만 아니라 타인의 세계에도 친숙해져야 함을 깨닫는다.


생명의 가치를 단지 숫자만으로 환산 가능할까? 이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우리가 참 힘들고 고된 시기를 거치고 있다는 거다. 어쩜 다들 이토록 다른 생각들로 사람들을 할퀴는 것인지 참 안타깝고 부끄러운 현실이기도 하다. 우리가 성인으로 사회 일원으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단지 개개인의 이익과 권리만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부끄러움과 고마움을 느껴야 되지 않을까. 타인의 희생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저자의 말처럼 '이웃을 향한 배려만이 환란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에 불의한 죽음에 절대 무감각해져서는 안 될 것이며, 그것이 사람이 사람일 수 있는 최후의 마지노선임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2021년 4월 22일 새벽 인천시 부평구 부평동 건물에 화재가 일어났다. 이를 본 새벽 배송 기사가 119에 신고하고 현장으로 달려가 초기 화재를 진압했다. 119소방대가 현장에 도착한 이후에도 자리를 지키다가 화재가 다 진화된 이후에야 그는 사라졌다고 한다. 그의 정체는 후에 '최보석 씨'로 밝혀졌고, 사내 포상이 주어졌다고 하다. 나 또한 저자와 마찬가지로 대다수의 마음이 최보석씨와 같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웃을 돕는 일이 손해나 오해를 낳지 않는다는 걸 사회가 약속해 줄 수 있다면 아마 대다수가 마음 뿐만 아니라 행동으로도 보여주지 않을까. 그리고 아무리 밉고 싫은 이웃이라 할지라도 우리 모두는 결국 '서로를 지키는 최후의 파수꾼'임을 잊지 않아야 겠다.


우리가 서로의 안녕을 빌면서 살기 위해서 최소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저자는 선한 사마리인의 비유를 들어 선악을 구분 짓거나 이타적인 사람이 되라는 게 아니라 아픈 사람의 상처를 지나치지 않고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 우리 공동체를 지탱하는 힘이며 이웃의 자격이라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우리에게 남에게 무조건 베풀라는 강요가 아닌 서로가 최소한 지켜야 할 기본과 약속들을 다시금 들여다보는 계기를 만들어 주고 있다.


우리가 서로에게 최소한의 이웃이 될 수 있을까.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이 책을 보면서 저자가 얼마나 우리 공동체를 들여다 보고 내면을 다듬었는지를 깨닫게 된다. 어떻게든 버티고 감싸안으며 평정을 회복하려 애를 쓴 그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렇기에 그가 내뱉은 말 한 마디, 문장 하나를 헛투로 넘기고 싶지 않았다.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라 할 지라도 다시 생각해보고, 과연 나는 어떠한가. 나라면 어떻게 했을 것인가,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등등 나에 관해, 우리에 관해 수많은 질문을 던지고 답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사람이 된다면, 최소한의 이웃으로 살아간다면 지금 우리 안에 쌓인 서로를 향한 불신과 분노가 조금은 사라지지 않을까. 아직 늦지 않았다고, 우리에게 아직은 희망이 존재하고 있다고 나 또한 믿고 싶다. 우리는 반드시 함께, 같이 살아나갈 수 있을 꺼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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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혼나고 오셔! - 택시운전사의 빙글빙글 일기
우치다 쇼지 지음, 김현화 옮김 / 로북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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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속 그림과 소제목 '택시운전사의 빙글빙글 일기'를 통해 이 책이 택시 운전사의 이야기임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이 책은 사회의 변화와 거품 경제로 인해 사업이 망한 후 50세부터 65세 은퇴하기 전까지 15년 동안 택시 운전대를 잡았던 저자의 에세이다. 15년 동안 택시운전사로 일하며 4만 명 이상의 사람을 만나며 경험한 다양한 경험들과 에피소드들을 소박하고 솔직하며 담담한 어투로 풀어내고 있는데, 때로는 재밌고, 때로는 울컥하게 만들어 순식간의 그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든다.

1980년 일본의 주식과 부동산 시장 전반에 번진 거품 경제는 일반 가정에까지 투그를 불러일으켰고, 1990년대 거품이 붕괴되자 일본 사회의 전반적인 몰락을 가져왔다. 당시 부모님과 함께 일용품, 잡화 도매상을 운영하던 저자는 유통구조의 변화로 인한 경영 악화와 아버지의 주식 투자로 인한 빚으로 가업은 도산되었고, 생계를 위해 새로운 길을 선택해야 했다. 그때까지 사업 운영에만 몰두했던 그에게 특별한 기술이라곤 없었고, 그가 선택할 수 있었던 직업은 택시운전사뿐이었다. 나이든 노부모와 외아들을 위해 생활비를 벌어야 했던 절박한 그에게 오로지 면접 태도만을 보았던 택시운전사 채용 조건이 딱이었을 것이다. 그 이후 쉰살부터 65세까지 15년간 택시 업계에 몸답으며 겪은 다양한 에피소드를 이 책에 담아내었다.


이 책은 저자가 택시운전사가 되기 위해 면접을 보았던 이야기부터 시작해 은퇴한 후 평온한 생활을 즐기는 연금생활자가 되기까지를 담아내고 있다. 그는 15년 동안 입퇴사가 빈번한 택시 업계에서 여러 동료들과 4만명 이상의 승객을 만났다고 한다. 그렇기에 이 책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택시 운전사로서 많은 팁을 받아서 즐거운 적도 있었고, 무례한 승객으로 인해 힘들었던 적도 있었다. 매일 택시운전사로 운전대를 잡는 저자에게 운전하는 일은 돈을 버는 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지만 은퇴 이후 그리운 일로 남았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그 기억 속에는 어둠의 세계에 몸담고 있는 승객, 전형적인 수업의 먹튀 승객, 글썽이는 눈빛으로 외로움을 호소하는 승객 등 정말 각양각색이다. 매번 다른 승객들을 태우면 만나는 새로운 이야기들은 일본이나 우리나 별반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쉰살에 시작했다해도 신입 시절은 겪어야만 했다. 특히나 길을 다 알지 못해서 겪어야만 했던 어려움은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시간이 걸리는 일었을 것이다. 솔직하게 길을 잘 모른다는 저자의 이야기에 화를 내는 고객부터, 일부러 돌아가기 위한 속셈으로 보는 승객까지. 그의 실수담은 딱 우리의 신입 시절과 똑같아서 너무 공감이 되지만 가슴 아프다. 하지만 잘 알지 못함에 솔직한 그에게 처음에는 화를 내던 승객이 도착후 오히려 그에게 악수를 청한 에피소드는 왠지 뭉클해졌다. 성의를 가지고 대하는 경우 이해해주는 사람이 아직도 있다는 게 왠지 안심이 되어서였다고 할까.


저자는 15년간 택시운전사로 지내면서 대략 4 만명의 손님을 만났다고 하니 정말 각양각색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그 이야기들을 이 책에 솔직하고 담담하게 담아내었다. 이 책 속에 담긴 택시업계의 사정, 택시운전사와 승객 개객인의 사정들은 우리 주변의 누군가를 생각나게 한다. 그리고 "오늘도 손님한테 혼나고 오셔!"라는 사무직원의 응원으로 시작한다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택시운전사의 하루가 얼마나 고되고 힘든지 알 수 있다. 그런 힘든 하루를 꿋꿋하게 15년을 보낸 그가 이제는 은퇴하고 연금생활자가 되었지만 가끔은 그립다는 말에 얼마나 그가 열심히 살아왔는지 알 수 있어 코끝이 찡해진다. 이 책을 통해 택시라는 작은 공간에서 오늘도 꿋꿋이 운전대를 잡고 있는 이들의 삶에 대해 엿볼 수 있었고 그렇기에 그 안에 담긴 그들의 노고에 왠지 울컥하게 된다. 그렇기에 이 책은 승객의 눈치를 보고, 터무니 없는 승객의 트집을 참아내고, 때로는 승객의 말 한마디에 위로를 받는 평범한 택시운전사의 기록이자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가는 한 사람의 일기라서, 사람 냄새 가득한 그의 이야기에 더더욱 공감하게 된다. 그리고 서불리 자신을 동정하지 않고 현실에 맞서 매일 매일 새로운 승객을 태우고 매일의 일당을 채우기 위해 열심히 살았던 그의 삶에 존경과 응원의 목소리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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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지나쳤던 우리동네 독립운동가 이야기
유정호 지음 / 믹스커피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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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에도 독립운동가가 있을까? 우리는 과연 독립운동가를 얼마나 기억하고 있을까? 이 책을 보며 맨 처음 드는 생각들이었다. 이 책에는 현직 역사 선생님이 들려주는 위대한 독립운동가와 파렴치한 친일반민족행위자(친일파)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35년의 한국독립운동사를 '동상'으로 들여다 본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동상을 주의 깊게 살피지 않기 때문에 동상의 모델이 누구인지, 또 동상이 세워진 곳에는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를 알지 못한다.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또 역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 있어 '동상'의 존재각 부각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탑골 공원에 있는 손병희 선생의 동상을 통해 이곳이 1919년 3월 1일 나라를 되찾고자 수많은 청년이 운집했었던 장소라는 사실을 안다면 탑골공원을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방문하고 싶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서울역 앞에 당당히 서 있는 강우규 의사의 동상을 통해 이곳이 1919년 9월 2일 조선 총독을 향해 망국의 한을 담은 폭탄을 던졌던 장소라는 사실을 안다면 서울역의 이미지 또한 크게 달라지지 않을까. 이 책이 비록 위대한 독립운동가들의 대한 모든 것을 다루지 않더라고 그들이 가지는 뜻깊은 의미를 담아 반드시 한 번 짚고 넘어야가야 하는 역사와 인물을 보여주고 있는 만큼, 독립을 위해 숭고한 희생을 마다하지 않았던 분들을 기억하고, 그들이 남긴 이야기와 교훈들을 다시금 깨달아 본다.


이 책은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힘으로 독립을 쟁취한 이들을 소개하고 있고, 이에는 조선 총독을 노린 65세 노인 강우규의 폭탄, 일본 경찰 1천 명과 대적한 조선의 총잡이 김상옥 등의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다. 2부에서는 독립운동에 모든 걸 건 이들의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다. 헤이그에서 독립을 외치다 순국한 이준, 을사늑약에 개탄하며 자결로 사죄한 민영환 등 목숨을 바쳐 조국의 독립을 바랬던 이들의 이야기는 숭고하다. 그리고 3부는 독립운동을 이끈 이들에 관한 이야기로, 손병희, 서재필, 김구, 안창호 등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독립운동가들이다. 4부는 독립운동에 제약 따위는 없다고 외친 이들로 반봉건, 반침략의 혁명을 주도한 전봉준, 한국의 독립을 위해 몸 바친 외국인 베델, 독립운동의 선봉에 선 여성 독립운동가 김마리아 등 다채로운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를 담아내었다. 그리고 마지막 5부는 절대 잊어서는 안되는 친일파에 관한 이야기다. 김성수, 김동인, 안익태, 민영휘의 동상이 아직도 존재한다는 것이 믿기 힘든 현실에 가슴 아프고 후손으로서 반성하게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 책에 가장 먼저 실린 인물은 바로 서울역 앞에 있는 동상의 주인공 강우규다. 65세의 노인이지만 조선 총독을 제거하고자 폭탄을 던진 강우규. 박경리 작가는 소설 <토지>에 독립운동기지를 만들고자 19911년부터 1915년까지 만주와 연해주를 돌아다녔던 강우규의 이야기를 실었다. 독립을 향한 강우규의 뜻과 행동을 많은 독자가 영원히 기억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그런 그를 기억하는 이는 얼마나 되며, 서울역 앞에 그의 동상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얼마나 될까?


고백하자면 나 또한 서울역에 강우규 동상이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서울역에 가게 되면 꼭 그의 동상을 찾아보고 동상 앞에서 묵념으로 그에게 감사함은 전하고 싶다. 강우규 동상이 설치하는 데까지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고 하는데, 과연 얼마나 많은 이들이 그의 동상을 기억하고 있는지는 반성해야 할 듯 싶다. 보다 많은 사람들의 그의 동상 앞에서 그를 기억하고 다시는 일제강점기와 같은 아픈 역사를 겪지 않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깊이있게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 각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할때 맨 처음에는 동상의 사진으로 시작하여 마지막에는 동상의 위치와 그의 연보를 담아내어 누구라도 동상에 찾아갈 수 있도록 이끌고 있다.


나라의 국운을 바로잡고자 헤이그로 떠났던 이준은 타국에서 순국하고야 만다. 네덜란드의 에이켄무이넬에 매장된 이준의 유해는 순국 55년만인 1963년 10월 4일 대한민국으로 돌아오게 된다. 정부와 국민은 나라를 지키고자 머나먼 타국에서 순국한 이준을 위해 국민장으로 애도를 표했고, 서울 수유리 선열묘역에 이준의 유해를 안장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1964년에는 장충단 공원에 이준 동상을 건립해 많은 이가 이준의 뜻과 노력을 기억하도록 했고, 1972년에는 네덜란드 헤이그 묘소에 이준 열사의 흉상과 기념비가 건립되었다고 한다. 일제강점기 동안 수많은 독립운동가가 타국에서 죽음을 맞이했고, 상당수의 유해가 아직도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게 오늘날의 현실이다. 안중근 의사의 유해조차 찾아오지 못하는 현실에서 우리의 가장 큰 과제는 바로 나라를 위해 순국한 독립운동가의 유해를 모셔오는 일이다. 그분들을 기리는 것이 바로 역사를 바로 잡는 첫번째 단추가 될 것이다.

일제강점기 35년은 굉장히 긴 시간이다. 그 시간동안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까지 바친 이들도 있었지만 망국의 현실을 인정하고 일본인으로 사랑가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친일파도 많았다. 광복 이후 친일파를 처단해야 했으나 미국과 소련의 강대국의 개입으로 인한 분단과 이승만 정부의 친일 청산 의지 부족 등 여러 요인으로 올바른 역사를 세우는 일이 이뤄지지 못햇다. 그래서일까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부와 권력으로 독립운동가를 핍박하는 친일파가 넘쳐났고, 그들 중에는 자신의 과오를 숨기고자 다른 친일파를 비난하는 치졸한 인물들도 있었다. <배따라기>, <감자>, <발가락이 닮았다> 등 친숙한 작품을 발표한 김동인도 그들 중 한 명이다. 그런 그를 기리는 '동인문학상'이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문학상으로 자리매김한 현실에서 그의 친일 행적을 독자와 후손들에게 알려야 하지 않을까.


역사에 대한 관심은 예전보다는 많이 높아지긴 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니 아직도 우리가 놓쳐버린 사실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바른 역사를 정립하기 위해서라도 나라를 위해 순국한 분들을 꼭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친일파의 동상이 아직도 존재하는 현실에 대한 대책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주변의 독립운동가 동상부터 찾아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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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게 연결된 사회
마르쿠스 가브리엘 지음, 오노 가즈모토.다카다 아키 엮음, 이진아 옮김 / 베가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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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바이러스는 지난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전세계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고, 지금도 우리는 코로나 19 바이러스에 의해 많은 점에 제약을 받고 있다. 이토록 전세계가 팬데믹으로 인해 많은 영향을 받게 된 것은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가 사람들이 국제적으로 왕래하는 시대, 즉 '지나치게 연결된 시대'이기 때문이라고 이 책은 말한다. 그렇다면 팬데믹 이후 우리는 어떠한 비전을 가질 수 있을까? 이 책은 현재 지구에서 가장 주목받는 철학자로 꼽히는 독일의 철학자 마르쿠스 가브리엘에게 줌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의 시대를 어떻게 보고 있느냐?'라는 질문을 던졌고 이에 대한 답을 담고 있다.


마르쿠스 가브리엘은 이 책을 통해 새로운 시대의 비전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마르쿠스 가브리엘은 '연결'에 관련된 세 가지 문제, 즉 '사람과 바이러스의 연결', '국가와 국가의 연결', '개인과 개인 사이의 연결'에 관한 견해를 제시고 아울러 자본주의 미래를 예견했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제1장 '사람과 바이러스의 연결'에서는 록다운 조치가 취해진 독일에서 저자가 어떻게 행동했는지를 이야기 하며 앞에서 언급한 코로나19 사태 이후의 세계를 위한 비전을 제시한다. 그리고 제2장 '국가와 국가의 연결'에서는 국제 문제를 화두로 삼고 있다. 대통령이 새롭게 선출된 미국과 팽창하는 중국 사이의 '기'싸움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세계 각국이 미국과 중국의 싸움으로 인한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대해서 저자는 독일이라는 정체성에서 출발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있다. 나아가 EU가 처한 문제를 언급하며 2021년에 예정대로 퇴임했던 앙겔라 메르겔 총리에 관해서도 종합적으로 논평하고 있다. 제3장 '타인과의 연결'에서는 '자기'를 강요하는 SNS의 심각한 문제를 풀어 해석하고, 나아가 동아시아 사람들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독일이나 뉴욕과 비교하면서 토론하고 있다. 제 4장 '새로운 경제활동의 연결 -윤리자본주의의 미래'에서는 직접 연관된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가며 윤리적인 기업들의 활동을 소개하고, 진화한 자본주의 형태를 구상했다. 이렇게 다양한 '연결'에 대하여 이야기를 풀어 놓은 다음, 제5장 '개인이 살아가는 본연의 자세'에서는 다시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에 포커스를 맞춘다. 그러니까 인간의 사고란 어떤 것인가, 인생의 의미란 무엇인가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를 다루면서 여러모로 연결되어 있을지라도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한 사유에 대하여 논한다. 그리고 이 책은 저널리스트 오노 가즈모토와 편집부가 함께 영어로 마르쿠스 가브리엘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그 인터뷰를 편집한 형태로 엮은 것이다.

저자는 팬데믹을 겪으며 수치나 통계를 익숙해지는 통계적 세계관이 지닌 오류를 밝혀 내고 있다. 그리고 통계보다 양질의 결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 통계적 세계관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상황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이다. 가령, (지금도 그러하지만)코로나 19 감염자와 사망자 수에만 몰두한 나머지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가?', '해결하기 위해서 집단 면역을 갖출 필요가 있는가?'와 같은 근본적인 물음을 놓쳐서는 안되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외적으로 발표되는 수치가 아니라 그 이면의 상황을 살펴볼 수 있는 통찰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도 매일 발표되고 있는 코로나 19 현황을 채우고 있는 수치들에서 우리는 수치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수치 이면이 가진 의미에 대해서도 숙고해보아야 할 것이다.

저자는 코로나 이후의 사회에 대한 비전으로 환경을 배려하는 세계, 기술적으로 더욱 진보한 세계를 꿈꾸고 있다고 말한다. 그곳에서는 더욱 느긋한 속도로 세계화가 일어나고, 사람들이 졍의와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갈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가 제시하는 사회상은 조금 이상적이지 않나하는 생각을 해본다. 과연 현실적으로 이러한 세상이 이뤄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다보면, 그가 제시하는 비전은 그저 우리가 나아가야할 방향으로 작용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그가 이 책을 통해 '윤리적으로 올바른 행동을 취한 결과 돈이 모이는 경제 체제'를 만든다고 말한 지점은 흥미롭다. 윤리자본주의를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자신이 관여한 프로젝트와 중국의 민주화의 역설을 들여 설명한다. 유기농 식재료의 사용, 사회 계발 세미나를 제공하는 등 윤리적으로 성공한 미헬베르거 호텔 사례를 통해 공동체주의가 신자유주의를 대신하는 시대가 왔다고 말한다. 개인 간의 커뮤니티 형성, 연대를 이루는 행위는 분명 무너진 기존의 질서를 세울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이긴 하나, 아직은 갈 길이 멀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 아쉬운 점은 국가와 국가 간의 연결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특히 일본에 관한 이야기는 내가 보기에 너무 이상적이며, 인터뷰이가 일본인이라서 일본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이렇게 말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특히 일본이 일반 국가가 되어야한다는 의견은 대한민국의 한 국민으로써 동의하기 힘들었다. 그럼에도 그가 제시하는 여러 국가간에 새로운 시선을 가져야 한다는 것은 좋았다. 그리고 그가 제시하는 의견(물론 다 공감할 수는 없었지만)들을 따라 국제 정서를 곰곰히 생각해 볼 수 있었다는 점은 이 책이 충분히 읽을 만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본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걸까?'라는 답으로 저자는 '인간의 본질은 답이 아니라 질문'이라고 말하는 신실존주의 사상을 통해 인류의 사고에 대한 정의를 내린다. 그리고 '인생의 의미라는 무엇인가?'라는 인간으로 하게 되는 본질적인 질문에 대해 '살아가는 것의 의미는 살아가는 것'이라는 그야 말로 위트 넘치는 말을 남기기도 하고,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인생을 되돌아 보는 경험을 서술하고 있다. 너무나 지나치게 연결된 인류 공동체 속에서 과연 우리는 개인으로 어떤 자세를 취하고 살아야 하는지 이 책과 함께 성찰해 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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