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혼나고 오셔! - 택시운전사의 빙글빙글 일기
우치다 쇼지 지음, 김현화 옮김 / 로북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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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속 그림과 소제목 '택시운전사의 빙글빙글 일기'를 통해 이 책이 택시 운전사의 이야기임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이 책은 사회의 변화와 거품 경제로 인해 사업이 망한 후 50세부터 65세 은퇴하기 전까지 15년 동안 택시 운전대를 잡았던 저자의 에세이다. 15년 동안 택시운전사로 일하며 4만 명 이상의 사람을 만나며 경험한 다양한 경험들과 에피소드들을 소박하고 솔직하며 담담한 어투로 풀어내고 있는데, 때로는 재밌고, 때로는 울컥하게 만들어 순식간의 그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든다.

1980년 일본의 주식과 부동산 시장 전반에 번진 거품 경제는 일반 가정에까지 투그를 불러일으켰고, 1990년대 거품이 붕괴되자 일본 사회의 전반적인 몰락을 가져왔다. 당시 부모님과 함께 일용품, 잡화 도매상을 운영하던 저자는 유통구조의 변화로 인한 경영 악화와 아버지의 주식 투자로 인한 빚으로 가업은 도산되었고, 생계를 위해 새로운 길을 선택해야 했다. 그때까지 사업 운영에만 몰두했던 그에게 특별한 기술이라곤 없었고, 그가 선택할 수 있었던 직업은 택시운전사뿐이었다. 나이든 노부모와 외아들을 위해 생활비를 벌어야 했던 절박한 그에게 오로지 면접 태도만을 보았던 택시운전사 채용 조건이 딱이었을 것이다. 그 이후 쉰살부터 65세까지 15년간 택시 업계에 몸답으며 겪은 다양한 에피소드를 이 책에 담아내었다.


이 책은 저자가 택시운전사가 되기 위해 면접을 보았던 이야기부터 시작해 은퇴한 후 평온한 생활을 즐기는 연금생활자가 되기까지를 담아내고 있다. 그는 15년 동안 입퇴사가 빈번한 택시 업계에서 여러 동료들과 4만명 이상의 승객을 만났다고 한다. 그렇기에 이 책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택시 운전사로서 많은 팁을 받아서 즐거운 적도 있었고, 무례한 승객으로 인해 힘들었던 적도 있었다. 매일 택시운전사로 운전대를 잡는 저자에게 운전하는 일은 돈을 버는 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지만 은퇴 이후 그리운 일로 남았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그 기억 속에는 어둠의 세계에 몸담고 있는 승객, 전형적인 수업의 먹튀 승객, 글썽이는 눈빛으로 외로움을 호소하는 승객 등 정말 각양각색이다. 매번 다른 승객들을 태우면 만나는 새로운 이야기들은 일본이나 우리나 별반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쉰살에 시작했다해도 신입 시절은 겪어야만 했다. 특히나 길을 다 알지 못해서 겪어야만 했던 어려움은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시간이 걸리는 일었을 것이다. 솔직하게 길을 잘 모른다는 저자의 이야기에 화를 내는 고객부터, 일부러 돌아가기 위한 속셈으로 보는 승객까지. 그의 실수담은 딱 우리의 신입 시절과 똑같아서 너무 공감이 되지만 가슴 아프다. 하지만 잘 알지 못함에 솔직한 그에게 처음에는 화를 내던 승객이 도착후 오히려 그에게 악수를 청한 에피소드는 왠지 뭉클해졌다. 성의를 가지고 대하는 경우 이해해주는 사람이 아직도 있다는 게 왠지 안심이 되어서였다고 할까.


저자는 15년간 택시운전사로 지내면서 대략 4 만명의 손님을 만났다고 하니 정말 각양각색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그 이야기들을 이 책에 솔직하고 담담하게 담아내었다. 이 책 속에 담긴 택시업계의 사정, 택시운전사와 승객 개객인의 사정들은 우리 주변의 누군가를 생각나게 한다. 그리고 "오늘도 손님한테 혼나고 오셔!"라는 사무직원의 응원으로 시작한다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택시운전사의 하루가 얼마나 고되고 힘든지 알 수 있다. 그런 힘든 하루를 꿋꿋하게 15년을 보낸 그가 이제는 은퇴하고 연금생활자가 되었지만 가끔은 그립다는 말에 얼마나 그가 열심히 살아왔는지 알 수 있어 코끝이 찡해진다. 이 책을 통해 택시라는 작은 공간에서 오늘도 꿋꿋이 운전대를 잡고 있는 이들의 삶에 대해 엿볼 수 있었고 그렇기에 그 안에 담긴 그들의 노고에 왠지 울컥하게 된다. 그렇기에 이 책은 승객의 눈치를 보고, 터무니 없는 승객의 트집을 참아내고, 때로는 승객의 말 한마디에 위로를 받는 평범한 택시운전사의 기록이자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가는 한 사람의 일기라서, 사람 냄새 가득한 그의 이야기에 더더욱 공감하게 된다. 그리고 서불리 자신을 동정하지 않고 현실에 맞서 매일 매일 새로운 승객을 태우고 매일의 일당을 채우기 위해 열심히 살았던 그의 삶에 존경과 응원의 목소리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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