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게 연결된 사회
마르쿠스 가브리엘 지음, 오노 가즈모토.다카다 아키 엮음, 이진아 옮김 / 베가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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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바이러스는 지난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전세계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고, 지금도 우리는 코로나 19 바이러스에 의해 많은 점에 제약을 받고 있다. 이토록 전세계가 팬데믹으로 인해 많은 영향을 받게 된 것은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가 사람들이 국제적으로 왕래하는 시대, 즉 '지나치게 연결된 시대'이기 때문이라고 이 책은 말한다. 그렇다면 팬데믹 이후 우리는 어떠한 비전을 가질 수 있을까? 이 책은 현재 지구에서 가장 주목받는 철학자로 꼽히는 독일의 철학자 마르쿠스 가브리엘에게 줌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의 시대를 어떻게 보고 있느냐?'라는 질문을 던졌고 이에 대한 답을 담고 있다.


마르쿠스 가브리엘은 이 책을 통해 새로운 시대의 비전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마르쿠스 가브리엘은 '연결'에 관련된 세 가지 문제, 즉 '사람과 바이러스의 연결', '국가와 국가의 연결', '개인과 개인 사이의 연결'에 관한 견해를 제시고 아울러 자본주의 미래를 예견했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제1장 '사람과 바이러스의 연결'에서는 록다운 조치가 취해진 독일에서 저자가 어떻게 행동했는지를 이야기 하며 앞에서 언급한 코로나19 사태 이후의 세계를 위한 비전을 제시한다. 그리고 제2장 '국가와 국가의 연결'에서는 국제 문제를 화두로 삼고 있다. 대통령이 새롭게 선출된 미국과 팽창하는 중국 사이의 '기'싸움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세계 각국이 미국과 중국의 싸움으로 인한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대해서 저자는 독일이라는 정체성에서 출발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있다. 나아가 EU가 처한 문제를 언급하며 2021년에 예정대로 퇴임했던 앙겔라 메르겔 총리에 관해서도 종합적으로 논평하고 있다. 제3장 '타인과의 연결'에서는 '자기'를 강요하는 SNS의 심각한 문제를 풀어 해석하고, 나아가 동아시아 사람들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독일이나 뉴욕과 비교하면서 토론하고 있다. 제 4장 '새로운 경제활동의 연결 -윤리자본주의의 미래'에서는 직접 연관된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가며 윤리적인 기업들의 활동을 소개하고, 진화한 자본주의 형태를 구상했다. 이렇게 다양한 '연결'에 대하여 이야기를 풀어 놓은 다음, 제5장 '개인이 살아가는 본연의 자세'에서는 다시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에 포커스를 맞춘다. 그러니까 인간의 사고란 어떤 것인가, 인생의 의미란 무엇인가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를 다루면서 여러모로 연결되어 있을지라도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한 사유에 대하여 논한다. 그리고 이 책은 저널리스트 오노 가즈모토와 편집부가 함께 영어로 마르쿠스 가브리엘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그 인터뷰를 편집한 형태로 엮은 것이다.

저자는 팬데믹을 겪으며 수치나 통계를 익숙해지는 통계적 세계관이 지닌 오류를 밝혀 내고 있다. 그리고 통계보다 양질의 결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 통계적 세계관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상황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이다. 가령, (지금도 그러하지만)코로나 19 감염자와 사망자 수에만 몰두한 나머지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가?', '해결하기 위해서 집단 면역을 갖출 필요가 있는가?'와 같은 근본적인 물음을 놓쳐서는 안되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외적으로 발표되는 수치가 아니라 그 이면의 상황을 살펴볼 수 있는 통찰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도 매일 발표되고 있는 코로나 19 현황을 채우고 있는 수치들에서 우리는 수치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수치 이면이 가진 의미에 대해서도 숙고해보아야 할 것이다.

저자는 코로나 이후의 사회에 대한 비전으로 환경을 배려하는 세계, 기술적으로 더욱 진보한 세계를 꿈꾸고 있다고 말한다. 그곳에서는 더욱 느긋한 속도로 세계화가 일어나고, 사람들이 졍의와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갈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가 제시하는 사회상은 조금 이상적이지 않나하는 생각을 해본다. 과연 현실적으로 이러한 세상이 이뤄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다보면, 그가 제시하는 비전은 그저 우리가 나아가야할 방향으로 작용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그가 이 책을 통해 '윤리적으로 올바른 행동을 취한 결과 돈이 모이는 경제 체제'를 만든다고 말한 지점은 흥미롭다. 윤리자본주의를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자신이 관여한 프로젝트와 중국의 민주화의 역설을 들여 설명한다. 유기농 식재료의 사용, 사회 계발 세미나를 제공하는 등 윤리적으로 성공한 미헬베르거 호텔 사례를 통해 공동체주의가 신자유주의를 대신하는 시대가 왔다고 말한다. 개인 간의 커뮤니티 형성, 연대를 이루는 행위는 분명 무너진 기존의 질서를 세울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이긴 하나, 아직은 갈 길이 멀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 아쉬운 점은 국가와 국가 간의 연결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특히 일본에 관한 이야기는 내가 보기에 너무 이상적이며, 인터뷰이가 일본인이라서 일본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이렇게 말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특히 일본이 일반 국가가 되어야한다는 의견은 대한민국의 한 국민으로써 동의하기 힘들었다. 그럼에도 그가 제시하는 여러 국가간에 새로운 시선을 가져야 한다는 것은 좋았다. 그리고 그가 제시하는 의견(물론 다 공감할 수는 없었지만)들을 따라 국제 정서를 곰곰히 생각해 볼 수 있었다는 점은 이 책이 충분히 읽을 만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본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걸까?'라는 답으로 저자는 '인간의 본질은 답이 아니라 질문'이라고 말하는 신실존주의 사상을 통해 인류의 사고에 대한 정의를 내린다. 그리고 '인생의 의미라는 무엇인가?'라는 인간으로 하게 되는 본질적인 질문에 대해 '살아가는 것의 의미는 살아가는 것'이라는 그야 말로 위트 넘치는 말을 남기기도 하고,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인생을 되돌아 보는 경험을 서술하고 있다. 너무나 지나치게 연결된 인류 공동체 속에서 과연 우리는 개인으로 어떤 자세를 취하고 살아야 하는지 이 책과 함께 성찰해 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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