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지나쳤던 우리동네 독립운동가 이야기
유정호 지음 / 믹스커피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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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에도 독립운동가가 있을까? 우리는 과연 독립운동가를 얼마나 기억하고 있을까? 이 책을 보며 맨 처음 드는 생각들이었다. 이 책에는 현직 역사 선생님이 들려주는 위대한 독립운동가와 파렴치한 친일반민족행위자(친일파)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35년의 한국독립운동사를 '동상'으로 들여다 본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동상을 주의 깊게 살피지 않기 때문에 동상의 모델이 누구인지, 또 동상이 세워진 곳에는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를 알지 못한다.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또 역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 있어 '동상'의 존재각 부각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탑골 공원에 있는 손병희 선생의 동상을 통해 이곳이 1919년 3월 1일 나라를 되찾고자 수많은 청년이 운집했었던 장소라는 사실을 안다면 탑골공원을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방문하고 싶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서울역 앞에 당당히 서 있는 강우규 의사의 동상을 통해 이곳이 1919년 9월 2일 조선 총독을 향해 망국의 한을 담은 폭탄을 던졌던 장소라는 사실을 안다면 서울역의 이미지 또한 크게 달라지지 않을까. 이 책이 비록 위대한 독립운동가들의 대한 모든 것을 다루지 않더라고 그들이 가지는 뜻깊은 의미를 담아 반드시 한 번 짚고 넘어야가야 하는 역사와 인물을 보여주고 있는 만큼, 독립을 위해 숭고한 희생을 마다하지 않았던 분들을 기억하고, 그들이 남긴 이야기와 교훈들을 다시금 깨달아 본다.


이 책은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힘으로 독립을 쟁취한 이들을 소개하고 있고, 이에는 조선 총독을 노린 65세 노인 강우규의 폭탄, 일본 경찰 1천 명과 대적한 조선의 총잡이 김상옥 등의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다. 2부에서는 독립운동에 모든 걸 건 이들의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다. 헤이그에서 독립을 외치다 순국한 이준, 을사늑약에 개탄하며 자결로 사죄한 민영환 등 목숨을 바쳐 조국의 독립을 바랬던 이들의 이야기는 숭고하다. 그리고 3부는 독립운동을 이끈 이들에 관한 이야기로, 손병희, 서재필, 김구, 안창호 등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독립운동가들이다. 4부는 독립운동에 제약 따위는 없다고 외친 이들로 반봉건, 반침략의 혁명을 주도한 전봉준, 한국의 독립을 위해 몸 바친 외국인 베델, 독립운동의 선봉에 선 여성 독립운동가 김마리아 등 다채로운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를 담아내었다. 그리고 마지막 5부는 절대 잊어서는 안되는 친일파에 관한 이야기다. 김성수, 김동인, 안익태, 민영휘의 동상이 아직도 존재한다는 것이 믿기 힘든 현실에 가슴 아프고 후손으로서 반성하게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 책에 가장 먼저 실린 인물은 바로 서울역 앞에 있는 동상의 주인공 강우규다. 65세의 노인이지만 조선 총독을 제거하고자 폭탄을 던진 강우규. 박경리 작가는 소설 <토지>에 독립운동기지를 만들고자 19911년부터 1915년까지 만주와 연해주를 돌아다녔던 강우규의 이야기를 실었다. 독립을 향한 강우규의 뜻과 행동을 많은 독자가 영원히 기억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그런 그를 기억하는 이는 얼마나 되며, 서울역 앞에 그의 동상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얼마나 될까?


고백하자면 나 또한 서울역에 강우규 동상이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서울역에 가게 되면 꼭 그의 동상을 찾아보고 동상 앞에서 묵념으로 그에게 감사함은 전하고 싶다. 강우규 동상이 설치하는 데까지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고 하는데, 과연 얼마나 많은 이들이 그의 동상을 기억하고 있는지는 반성해야 할 듯 싶다. 보다 많은 사람들의 그의 동상 앞에서 그를 기억하고 다시는 일제강점기와 같은 아픈 역사를 겪지 않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깊이있게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 각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할때 맨 처음에는 동상의 사진으로 시작하여 마지막에는 동상의 위치와 그의 연보를 담아내어 누구라도 동상에 찾아갈 수 있도록 이끌고 있다.


나라의 국운을 바로잡고자 헤이그로 떠났던 이준은 타국에서 순국하고야 만다. 네덜란드의 에이켄무이넬에 매장된 이준의 유해는 순국 55년만인 1963년 10월 4일 대한민국으로 돌아오게 된다. 정부와 국민은 나라를 지키고자 머나먼 타국에서 순국한 이준을 위해 국민장으로 애도를 표했고, 서울 수유리 선열묘역에 이준의 유해를 안장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1964년에는 장충단 공원에 이준 동상을 건립해 많은 이가 이준의 뜻과 노력을 기억하도록 했고, 1972년에는 네덜란드 헤이그 묘소에 이준 열사의 흉상과 기념비가 건립되었다고 한다. 일제강점기 동안 수많은 독립운동가가 타국에서 죽음을 맞이했고, 상당수의 유해가 아직도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게 오늘날의 현실이다. 안중근 의사의 유해조차 찾아오지 못하는 현실에서 우리의 가장 큰 과제는 바로 나라를 위해 순국한 독립운동가의 유해를 모셔오는 일이다. 그분들을 기리는 것이 바로 역사를 바로 잡는 첫번째 단추가 될 것이다.

일제강점기 35년은 굉장히 긴 시간이다. 그 시간동안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까지 바친 이들도 있었지만 망국의 현실을 인정하고 일본인으로 사랑가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친일파도 많았다. 광복 이후 친일파를 처단해야 했으나 미국과 소련의 강대국의 개입으로 인한 분단과 이승만 정부의 친일 청산 의지 부족 등 여러 요인으로 올바른 역사를 세우는 일이 이뤄지지 못햇다. 그래서일까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부와 권력으로 독립운동가를 핍박하는 친일파가 넘쳐났고, 그들 중에는 자신의 과오를 숨기고자 다른 친일파를 비난하는 치졸한 인물들도 있었다. <배따라기>, <감자>, <발가락이 닮았다> 등 친숙한 작품을 발표한 김동인도 그들 중 한 명이다. 그런 그를 기리는 '동인문학상'이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문학상으로 자리매김한 현실에서 그의 친일 행적을 독자와 후손들에게 알려야 하지 않을까.


역사에 대한 관심은 예전보다는 많이 높아지긴 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니 아직도 우리가 놓쳐버린 사실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바른 역사를 정립하기 위해서라도 나라를 위해 순국한 분들을 꼭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친일파의 동상이 아직도 존재하는 현실에 대한 대책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주변의 독립운동가 동상부터 찾아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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