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어서
봉태규 지음 / 더퀘스트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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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너무 좋아서, 표지 속 아이가 너무 사랑스러우며, 그 와 동시에 생긴 '봉태규'라는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이 책을 읽게 만들었다. 


책을 읽기도 전에 만난 띠지 속 '해야 할 일도 책임도 많은 치열한 삶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찮은 어른으로 살고 싶어서'라는 문구가 가슴에 콕 박힌다.


이 책은 배우 봉태규님의 세번째 에세이다. 그리고 남편이자 아빠, 배우아지 작가 그리고 아들까지. 다양한 역할에서의 맡은 바 책임을 수행하며 느낀 어른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을 통해 그는 괜찮은 어른이 되려는 과정에서 생각한 것들, 시도해본 것들, 의문인 것들, 그 과정 속에서 겪은 시행착오들을 정말 솔직하게 담아내고 있다.


이 책은 크게 세가지 파트로 나누어 구성되고 있다. 첫번째 파트는 배우라는 직업인으로,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느낀 생각들을 담고 있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작은 개인의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저자의 인생 철학이 담겨 있다. 그리고 두번째 파트에는 평범하지 않았던 저자의 가족사와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담아내었다. 서먹했던 부모님과의 관계를 되새김함으로써 지난날의 상처를 메우고 현재의 관계를 새롭게 만들어가고 있는 저자의 인간적인 노력이 돋보이는 부분이기도 하다. 마지막 세번째 파트에는 학부모로 새롭게 맞이한 부모 역할과 더욱 깊어진 배우자와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아이들에게 새롭게 배우게 된 것들을 공유하면서 자신이 아이들의 보호자이지만 아이들에게 오히려 보호 받고 있다는 그의 말에 그가 가진 겸손한 태도에 감탄하게 된다.


이 책에서 가장 먼저 담고 있는 이야기는 바로 2018년 12월 11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목숨을 잃은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씨의 이야기라는 점이 아주 인상적이며 저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를 아주 조금 엿볼 수 있다. 아들의 억울한 죽음 앞에서 보통사람, 보통 아줌마였던 고 김용균의 어머니, 김미숙 씨는 사람들 앞에서 서서 말하는 투사가 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아직이다. 다행인 점은 그의 의로운 죽음으로 '일하다 죽지 않을 권리'와 산재 책임을 정확하게 물을 수 있는 중대재해처벌법 일명 '김용균법'이 제정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용균 씨의 죽음에 대한 책임과 명확한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재판에서는 정작 '김용균법'이 적용되지 않아 1심과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이가 아무도 없다는 점이다. 아직도 한참 멀은 우리 사회. 저자의 말처럼 우리는 작은 목소리라도 내야한다. 그래야 아주 조금씩이라도 이 사회는 변하니까 말이다. 


이 책에 담김 결코 평범하지 않았던 그의 어린 시절의 너무나 솔직한 이야기들은 자꾸만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너무나 힘겹고 어려웠던 지난 시절, 그래도 자식에 대한 사랑을 아주 조금이라도 보였다는 것을 시간이 흐르고 어른이 되고서야 알게 되었다는 그의 고백들에 자꾸 나도 울컥해졌다. 그 시절 들었던 아버지에 대한 원망, 미움과 그리고 사랑. 그 복합적인 감정들을 하나씩 곱씹어가면서 그는 어린 시절 상처를 조금씩 메꾸어가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 시절 아버지, 어머니의 진심을 조금씩 알아채가며 다시 관계를 새로 만들어가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두번째 파트의 이야기들은 읽는 이들에게도 쓰는 이에게도 공감과 깨달음, 그리고 성장의 메세지를 전달한다. 


저자는 이 책 내내 자신의 배우자에 대한 호칭을 '박 하시시 작가님'이라 칭하고 있다. 이 부분 하나만으로도 그가 배우자에게 어떠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데, 박 하시시 작가님의 전시를 위해 핀란드와 스웨덴에서의 시간은 더 뭉클하다. 그러고 마지막에 '엄마가 직업이 있다는 건 가족들이 엄마에게 기적을 강요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는 그의 말은 이 세상 일하는 엄마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듯하다. 우리 사회는 유독 엄마들에게 너무나 많은 역할을 강요하고 있음을 그는 이 책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이 책을 통해 배우 봉태규님이 아빠이자 남편, 배우이자 작가, 그리고 아들로 살기 위해, 늘 노력하고, 곁을 지키며, 사랑받는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살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 지를 엿볼 수 있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들 속에서 '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어서' 늘 치열하게 살아가는 그의 모든 행로에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계시고 행복하겠지만 앞으로도 이 행복이 지속하시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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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치 레이디 7 - 수학 올림피아드 트로피를 지켜라! 런치 레이디
재럿 J. 크로소치카 지음, 장혜란 옮김 / 시공주니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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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를 휩쓴 고영양 감칠맛 코믹스 <런치 레이디>의 일곱번째 이야기다. 이 책은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가 만든 새로운 형식의 학교 액션 히어로물이라 하겠다. 이번 책 역시 트레이드 마크인 노란 앞치마와 장갑, 그리고 노란 안경을 쓰고서 괴물과 맞선 런치 레이디가 참 인상적이다. 


이 책의 이야기는 교장선생님께서 지난 번 박물관 현장학습(6권 참조)에서 도중에 몰래 빠져 나간 데에 대한 벌로 아침밥쓰 모두 '수학 올림피아드'팀에 합류하기로 했다고 벌을 내리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 말은 즉, 방과 후에도 수학 수업을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악의 벌이라며 괴로워하는 아침밥쓰. 반면 수학 올림피아드 팀은 새로 합류하게 된 아침밥쓰를 반갑게 맞이한다. 함께 대회에 나갈 동료로 아침밥쓰를 반겨 주고, 서로 모자른 부분은 더해주며 최선을 다해 대회를 준비한다. 


그리고 울며 겨자 먹기로 수학 올림피아드 대회에 나가게 되었지만, 아침밥쓰는 예상 외로 선전을 한다. 그렇게 첫 승리를 달성하는데.. 


우연히 마주친 윌로비 사립 학교의 선생님과 아이들은 눈빛부터 살벌하다. 윌로비 사립 학교 아이들의 무시에 니는 다함께 힘을 합쳐 저 팀에 잊지 못할 사연을 만들어주자고 말한다. 그리고 톰프슨 브룩 수학 올림피아드 팀은 그로부터 몇 주에 걸쳐 대결에 승리한다. 


그리고 준결승전에서도 승리를 해서 드디어 결승전에 나가게 된 토브슨 브룩 초등학교.선생님들은 윌로비 사립학교는 단한번도 결승전에서 진 적이 없다며 걱정하는데, 이를 우연히 듣게 된 아침밥쓰는 오코넬 선생님을 위해서라도 꼭 승리를 하자며 다짐한다. 그리고 니는 윌로비 사립학교의 선생님도 이상하고, 그 수학팀이 이제껏 단한번도 진적이 없다는 게 이상하다며 의심을 품기 시작한다. 


한편, 윌로비 사립 학교에 잠입한 런치 레이디는 학교 안에 수상한 물체들이 가득한 것을 보게 되는데, 톰프슨 브룩 수학 팀의 아이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려 하지만 윌로비 사립학교 관리자에게 가로 막혀 위험에 빠지게 된다. 과연 런치 레이디는 무사히 윌로비 사립 학교에서 빠져나와 톰프슨 브룩 수학팀의 아이들에게 위험을 알려 줄 수 있을까? 그리고 수학 올림피아드 대회 결승전의 결과는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추천해본다.


각 권마다 절대로 범상치 않은 사건이 일어나고 힘을 합쳐 이를 해결해가는 런치 레이디와 베티, 아침밥쓰. 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티키타카가 바로 이 책의 웃음 포인트이자 재미를 담당하고 있다. 그리고 매사에 시큰둥하지만 친구들의 기를 살려주는 디와 현실주의자인 테런스는 사건을 직시하며 런치레이디에게 큰 힘이 되어준다. 소심한 성격 탓에 나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렉터는 해박한 지식들로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늘 런치 레이디와 친구들을 구해준다. 그리고 또 한 명의 매력적인 조력자 베티는 런치 레이디에게 필요한 무기를 주방도구로 척척 만들어 낸다. 각 권에서 나타나는 베티가 만든 신박한 무기는 감탄을 절로 자아낸다.


그리고 반드시 우승을 해야 한다는 강박에 쌓인 윌로비 사립 학교에 아이들에 비해 서로가 모자른 부분을 채워가며 최선을 다하는 톰프슨 브룩 학교의 수학팀의 아이들의 모습은 꽤 진한 메세지를 남긴다. 대회에 승승장구하며 우승 트로피를 가지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니라, 결과에 연연하기 보다 잘하든 못하든 끝까지 서로를 응원하는 것에 더더 중요하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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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치 레이디 6 - 진짜 예술품을 찾아라! 런치 레이디
재럿 J. 크로소치카 지음, 장혜란 옮김 / 시공주니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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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속 쌍절곤을 멋지게 휘둘러 악당을 물리치는 런치 레이디의 표정이 압권이다. 책을 읽기도 전부터 왠지 재미있을 것 같다. 이 책은 전 세계를 휩쓴 고영양 감칠맛 코믹스 <런치 레이디>의 여섯번째 이야기를 담고 있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로 선정된 작가 재럿 J. 크로소치카가 재밌는 이야기와 너무나 발랄한 노란색 앞치마와 장갑을 한 새로운 액션 히어로물 <런치 레이디>를 만들었다. 단, 이 시리즈에서 우리가 만날 슈퍼 영웅은 울룩부룩한 근육맨이거나 돈이 많은 부자이거나, 누구에게나 눈에 띄는 미모의 소유자 혹은 외계에서 온 초능력자도 아니다. 우리 주변에서 너무나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아줌마, 그것도 학교에서 급식을 책임지는 영양사 선생님이다. 평범하기 그지 없는 학교 영양사 선생님이 도시의 악당을 물리치는 슈퍼 영웅이라니! 런치 레이디의 설정부터 마음에 드는 시리즈다.


이 책은 미술관으로 현장학습을 떠나게 된 아침밥스와 학생들 보조교사 갑자기 투입되게 된 런치 레이디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지만 박물관으로 떠나기 직전, 헥터는 '현장학습 참가 동의서'에 부모님 사인을 받는 것을 잊어버린 것을 깨닫는다. 하지만 박물관에서 중세시대 갑옷은 보고 싶고 어쩔 줄 몰라하는 헥터 대신 디가 대신 부모님 사인을 하게 되는데.. 


그리고 학부모 자원봉사자가 아파서 못 오게 되어 새로운 인솔자로 아이들의 현장학습을 따라 가게 된 런치 레이디. 


런치 레이디는 헥터가 현장 학습 참가 동의서를 위조한 것을 눈치챈다.

박물관에서 정해진 순서에 따라 시대별로 전시물을 관람하는 것에 지루해진 아침밥쓰. 결국 선생님의 눈을 피해 수업에서 몰래 빠져 나온다. 그렇게 박물관 안을 돌아다니던 중 디는 전시된 그림이 무언가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고, 헥터는 발을 헛디뎌 조각품을 떨어뜨리다가 조각품이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미술관에 전시된 전시물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게 된 아침밥쓰 앞에 미술 박물관의 프라다관장이 나타나 아이들을 전부 지하감옥에 가두게 한다. 프라다 관장은 왜 아이들을 지하감옥에 가둔 것일까? 그리고 앞으로 아이들은 어떻게 될까? 


그리고 박물관을 관람중이던 런치 레이디는 세 아이가 사라진 것을 깨닫고, 아이들을 찾아나서게 된다. 경비원을 통해 아이들이 지하 감옥에 갇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런치 레이디. 그리고 런치 레이디를 돕기 위해 박물관으로 온 베티는 미술관의 전시물들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채게 되고, 프라다 관장의 음모도 발견하게 된다. 과연 베티와 런치 레이디는 프라다 관장의 음모를 막고 박물관의 진짜 예술품을 찾아내는 동시에 지하 감옥에 갇히게 된 아침밥쓰도 구할 수 있을까?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시길 추천해본다.


이 시리즈는 미국에서 출간 이후 6년 연속으로 미국 어린이도서관협회 선정 도서로 뽑혔으며 뉴욕 공공도서관 베스트북으로 선정되었고, 미국 만화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윌 아이스너 상 최종 후보로도 이름을 올렸다고 한다. 수많은 언론과 독자, 평론가들의 찬사를 받을 만큼 책 안에 담긴 메세지도 좋지만 무엇보다 꽤 재미가 있다.


자칫 말도 안되는 억지스러운 상황에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해결 방법을 찾아나서는 런치 레이디와 아침밥쓰의 모습은 보는 이들이 절로 이들을 응원하게 만든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어린이들에게 강요하는 것들을 비틀어 꼬집는 이들의 모습에서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은 대신 카타르시스를 느낄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박물관에 가서는 시대별로 순서대로 촘촘히 봐야 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는 아침밥쓰의 모습은 꽤 통쾌하다. 그리고 정당하지 못한 속임수에는 마땅한 응징이 따른다는 메세지도 참 좋다. 이 책에서 헥터는 부모님께 현장 학습 참가 동의서에 사인을 받아 오는 것을 깜박 하였지만 중세 시대 갑옷을 보고 싶은 마음에 부모님 사인을 위조하고, 미술 박물관의 프라다 관장은 큰 돈을 벌려는 못된 속셈으로 박물관 안의 예술품들을 모두 위조품으로 바꿔치기 한다. 이렇게 정당하지 못한 속임수는 결국에는 탄로가 나고 이에 대한 응당한 처벌을 받는 모습에서 아이들에게 정의로운 삶에 대한 태도를 알려 줄 수 있다.


각 시리즈 별로 다채롭고 재미난 모험담을 담은 런치 레이디. 다음 권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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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매 순간 빛을 여행하고 - 그림 그리는 물리학자가 바라본 일상의 스펙트럼
서민아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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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이라는 자체를 어려워하는 사람이 정말 많다. 나 또한 과학의 여러 분야 중 물리학이 가장 어렵고 거리를 두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물리학도 어려운데 '그림 그리는 물리학자'라니. 세상에 그림과 물리학을 같이 놓아 생각하기도 힘든데, 둘 다를 하는 분이 있다니. 저자의 특이한 이력이 이 책을 읽게 만들었다.


이 책은 '그림 그리는 물리학자'로 불리는 서민아 교수의 에세이다. 저자는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혹은 보이지 조차 않는 빛을 연구하는 과학자로 살아가는 여정과 결코 같은 모습인 적 없는 순간의 빛을 품은 풍경을 그리는 일상, 세상의 무수한 빛이 삶에 던져주는 메세지와 이에 담긴 내밀한 단상을 이 책에 담아내었다.


저자는 현대 미술의 대표적인 인상주의가 시작되는 시기와 현대 물리학이 시작되는 시기가 정확히 일치한다는 점에서 과학과 예술은 '빛'이라는 공통점으로 연결된다고 말한다. 즉, 물리학계오 미술계의 흐름을 바꾼 것은 모두 빛이었다는 뜻이다. 과학과 예술의 한 가운데에서 저자는 그간 <미술관에 간 물리학자>, <빛이 매혹이 될 때>를 통해 아득히 멀기만 보였던 두 세계를 연결함으로써 저자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빛'이라는 공통된 화두를 통해 과학과 예술에 투영되어진 메세지와 삶에 대한 고찰을 전하고 있는데, 각각의 이야기는 흥미로우면서도 공감이 되며 마음 속에 담아 놓고 싶어진다. 


이 책의 이야기는 저자가 화가와 물리학자라는 두 가지 꿈을 꾸었던 저자의 어린 시절과 학생 때의 이야기들로 시작된다. 대학에 가서 '물라학도가 미대 수업에 왜 왔어요'란 교수님의 질문을 받았던 대학교 드로잉 첫 시간의 이야기는 꽤 인상적이다. 그리고 저자의 말처럼 미술과 물리학 두 사이에서의 서성거림만은 저자만의 독특한 이력과 정체성을 만들었다. 그런 저자의 이야기는 지금도 두 갈래의 길에서 머뭇되는 모든 이들에게 위안을 준다. 지금의 서성거림이 미래의 또 어떤 자신의 모습과 연결될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기에 말이다. 지금의 서성거림과 머뭇거림이 하나도 허투루 쓰이지 않고 자신만의 정체성의 밑바탕이 될 지를 누가 알겠는가. 


그리고 이 책만이 가지는 특별한 매력은 바로 각각의 이야기에 너무나 잘 어울리는 그림이다. 따뜻한 색채에 신비한 분위기에 그림들은 저자의 이야기에 더 빠져들게 만든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 나서 다시 한번 그림만 봐도 참 좋다. 그림 속에 담긴 따뜻하고 포근한 시선은 그림을 보는 이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듯하다.


빛의 거울에 반사되어 눈으로 들어와 보여지는 실상은 엄밀히 진실이며, 내 모습이 거울에 보이는 형상 그대로 타인에게도 보여질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마음의 눈'이 있어 이와 다르게 인지한다는 것이 문제의 시작이다. 즉, 어느 날에는 실제 나는 고양이인데 호랑이로 착각해 보기도 하고, 실제 나는 호랑이이지만 고양이로 착각해 보기도 한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보다는 착각의 눈으로 보는 것은 아마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어느 누구도 늘 고양이로, 늘 호랑이로 머물러 있지는 않다는 거다. 우리는 매 순간 변하고 성장하기에 어떤 때는 고양이었다가, 어떤 때는 호랑이로 변할 수 있음을 잊지 말자. 그리고 그 어떤 모습도 절대적이진 않다는 사실도 함께.


우리 주변에서 가장 큰 영역을 차지하는 하늘과 바다는 파란색이지만 그건 눈에 파랑헥 보이는 것이지 파란색 자체가 아니다. 그렇기에 주변에 널려 있는 게 파란색이지만 파란색은 그리 흔한 색이 아닌 것이다. 화가 베르메르의 울트라마린처럼 파란색 물감도 귀하고, 또 그래서 그 어떤 색보다도 사연을 많이 가지고 있기도 하다. 누구나 한번쯤은 읽었을 <파랑새>라는 소설에서처럼 우리는 왜 행복을 빨간색도 노란색도 아닌 파란색이라고 하는 걸까. 그건 바로 파란색이 자연에는 거의 없는 색이기 때문이다. 색 중에서도 쉽게 구할 수 없는 너무나 귀한 색이라서 행복이라는 이름을 거머쥘 수 있었던 것이다. 푸른 빛을 띠는 천연 색소는 자연계에서 매우 드물어 쉽게 '만질 수 없는' 파란색이지만,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주변에는 파란색이 널려 있다. 이러한 점에서 저자는 말한다. 쉽게 얻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행복도 이미 우리 곁에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다만, 우리가 깨닫지 못할 뿐.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그림 그리는 물리학자'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과학이라는 분야 안에서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라는 예술의 영역을 융합하여 온 저자의 이야기들은 참 인상적이다. 그리고 2부에서는 저자와 함께 빛을 연구하는 동료들 및 삶 속에서 마주친 사람들과 함께 배우면서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아마 많은 이들이 공감하게 될 듯 싶다. 마지막으로 3부에서는 빛을 그린 화가들의 작품들, 일상 속 빛과 마주친 이야기, 나아가 빛과 연결된 세상에 던져지는 메세지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가 동경하는 빛 그 자체의 아름다운 묘사와 함께 빛으로 가득 찬 세상을 사랑하는 시선으로 읽은 세상의 이야기는 어느 새 우리를 위로하여준다. 이 책에 담긴 남들과 다른 독특한 이력 덕분에 바라보는 물리학과 미술을 통한 매력적인 '빛'의 이야기들은 아마 많은 이들의 마음을 공감하고 어루만져주면서 아름다운 이 세상으로 그 시선을 확장시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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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 체험학습 가이드북 - 현직 초등 교사가 뽑은 생생 현장학습 여행지, 2024 소년한국일보 우수도서
김가영 지음 / 밥북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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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함께하며 교과 과정에 충실한 체험학습이라는 제목에 이끌려 읽게 되었다. 게다가 현직 초등교사가 저자라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싶다. 이 책은 현직 초등학교 교사인 저자가 교육과정 교과서를 분석하고 1~4학년 각 선정 단원에 맞춘 최적의 체험학습지 40곳을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각 체험 학습지에 알맞은 주제의 '같이 읽으면 좋은 책' 43권도 함께 추천하여 체험학습을 다녀와서도 연계된 독서를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효과를 두 배 이상 얻게끔 하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라 단원마다 장소와 책을 바탕으로 '함께 나누면 좋을 이야기'까지 팁으로 정리하여 수록하여 체험학습의 의미와 재미를 동시에 이룰 수 있도곡 도와주고 있다.

'아이들이 체험학습과 책을 통해 좀 더 즐겁게 배울 순 없을까?'가 바로 이 책을 쓰게 된 고민이다. 아이가 즐겁게 활동하고 체험하며 그 활동들이 공부에도 도움이 된다면 이보다 더 좋은 체험학습이 어디 있겠는가. 아마 모든 부모들이 원하는 체험학습이 바로 이러한 것일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초등 교과의 흐름을 제대로 알 필요가 있다. 현직 초등학교 교사이자 학부모인 저자는 '어떻게 하면 부모와 아이가 함께 즐겁고, 또 아이의 공부에도 도움이 되는 체험학습을 할 수 있을까?' 라는 고민 끝에 이 책을 쓰게 되었고, 이 책은 무엇보다 교과과정과 책을 기반으로 하여 주제와 장소를 선정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지금의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세상으로 나아갈 때는 인공지능과 로봇이 지배하는 세상일꺼라고들 말한다. 그러면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인간만이 가진 능력은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생각하는 힘이다. 그 생각하는 힘은 독서를 통해서 기를 수 있다. 그렇기에 요즘의 시대에 더더욱 독서를 더 많이 해야 하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렇다보니 아이들의 문해력과 어휘력은 점점 더 떨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무조건 책을 읽으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이러한 해결책으로 독서와 함께하는 체험학습을 저자는 추천하고 있다. 책을 통해 얻은 사전 정보를 통해 보다 알찬 체험학습을 하고, 책에서 보기만 한 지식들을 체험으로 연결하여 살아 움직이는 지식을 습득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다녀온 뒤 읽는 체험장소와 관련된 책은 체험에서의 궁금증을 해결해주고 지식을 더욱 확장시키고 견고하게 할 것이다.

이 책은 먼저 1학년과 4학년까지 아이들의 특징에 따라 각각의 학년에 교과과정에 맞는 체험학습을 소개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먼저 1학년 아이들의 특징을 살펴본 뒤 1학년 통합 교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1학년 1학기 <봄> 2단원, 교과서 분석을 통해 체험 장소를 추천하고 있는데, 그 장소는 바로 포천국립수목원과 서울숲이다. 그리고 포천국립수목원과 서울숲에 대한 위치, 운영시간, 연락처 등과 같은 정보를 수록하면서 각각의 장소에 대한 설명과 체험학습 경로와 일정을 어떻게 짜면 좋을지에 대한 안내까지 덧붙이고 있다.

그리고 체험학습 이후 같이 읽으면 좋을 책과 함께 나누면 좋을 이야기를 예시로 수록하고 있어 단순히 체험학습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체험학습 이후에도 그 체험과 지식을 더 확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쓰면서 우리나라 곳곳에 부모와 아이가 손잡고 가보면 좋을 체험 장소들이 정말 많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나 또한 이 책들을 읽으면서 비록 우리 아이들이 4학년보다 더 크긴 했으나, 고등학생인 첫째와 6학년인 둘째와 가면 좋을 장소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되어 참 좋았다. 아마 이 책은 초등학교 1학년에서 4학년 사이의 자녀를 둔 부모에게는 더욱 유용하고 바로 적용 가능한 실용적인 책이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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