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어서
봉태규 지음 / 더퀘스트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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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너무 좋아서, 표지 속 아이가 너무 사랑스러우며, 그 와 동시에 생긴 '봉태규'라는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이 책을 읽게 만들었다. 


책을 읽기도 전에 만난 띠지 속 '해야 할 일도 책임도 많은 치열한 삶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찮은 어른으로 살고 싶어서'라는 문구가 가슴에 콕 박힌다.


이 책은 배우 봉태규님의 세번째 에세이다. 그리고 남편이자 아빠, 배우아지 작가 그리고 아들까지. 다양한 역할에서의 맡은 바 책임을 수행하며 느낀 어른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을 통해 그는 괜찮은 어른이 되려는 과정에서 생각한 것들, 시도해본 것들, 의문인 것들, 그 과정 속에서 겪은 시행착오들을 정말 솔직하게 담아내고 있다.


이 책은 크게 세가지 파트로 나누어 구성되고 있다. 첫번째 파트는 배우라는 직업인으로,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느낀 생각들을 담고 있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작은 개인의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저자의 인생 철학이 담겨 있다. 그리고 두번째 파트에는 평범하지 않았던 저자의 가족사와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담아내었다. 서먹했던 부모님과의 관계를 되새김함으로써 지난날의 상처를 메우고 현재의 관계를 새롭게 만들어가고 있는 저자의 인간적인 노력이 돋보이는 부분이기도 하다. 마지막 세번째 파트에는 학부모로 새롭게 맞이한 부모 역할과 더욱 깊어진 배우자와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아이들에게 새롭게 배우게 된 것들을 공유하면서 자신이 아이들의 보호자이지만 아이들에게 오히려 보호 받고 있다는 그의 말에 그가 가진 겸손한 태도에 감탄하게 된다.


이 책에서 가장 먼저 담고 있는 이야기는 바로 2018년 12월 11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목숨을 잃은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씨의 이야기라는 점이 아주 인상적이며 저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를 아주 조금 엿볼 수 있다. 아들의 억울한 죽음 앞에서 보통사람, 보통 아줌마였던 고 김용균의 어머니, 김미숙 씨는 사람들 앞에서 서서 말하는 투사가 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아직이다. 다행인 점은 그의 의로운 죽음으로 '일하다 죽지 않을 권리'와 산재 책임을 정확하게 물을 수 있는 중대재해처벌법 일명 '김용균법'이 제정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용균 씨의 죽음에 대한 책임과 명확한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재판에서는 정작 '김용균법'이 적용되지 않아 1심과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이가 아무도 없다는 점이다. 아직도 한참 멀은 우리 사회. 저자의 말처럼 우리는 작은 목소리라도 내야한다. 그래야 아주 조금씩이라도 이 사회는 변하니까 말이다. 


이 책에 담김 결코 평범하지 않았던 그의 어린 시절의 너무나 솔직한 이야기들은 자꾸만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너무나 힘겹고 어려웠던 지난 시절, 그래도 자식에 대한 사랑을 아주 조금이라도 보였다는 것을 시간이 흐르고 어른이 되고서야 알게 되었다는 그의 고백들에 자꾸 나도 울컥해졌다. 그 시절 들었던 아버지에 대한 원망, 미움과 그리고 사랑. 그 복합적인 감정들을 하나씩 곱씹어가면서 그는 어린 시절 상처를 조금씩 메꾸어가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 시절 아버지, 어머니의 진심을 조금씩 알아채가며 다시 관계를 새로 만들어가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두번째 파트의 이야기들은 읽는 이들에게도 쓰는 이에게도 공감과 깨달음, 그리고 성장의 메세지를 전달한다. 


저자는 이 책 내내 자신의 배우자에 대한 호칭을 '박 하시시 작가님'이라 칭하고 있다. 이 부분 하나만으로도 그가 배우자에게 어떠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는데, 박 하시시 작가님의 전시를 위해 핀란드와 스웨덴에서의 시간은 더 뭉클하다. 그러고 마지막에 '엄마가 직업이 있다는 건 가족들이 엄마에게 기적을 강요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는 그의 말은 이 세상 일하는 엄마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듯하다. 우리 사회는 유독 엄마들에게 너무나 많은 역할을 강요하고 있음을 그는 이 책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이 책을 통해 배우 봉태규님이 아빠이자 남편, 배우이자 작가, 그리고 아들로 살기 위해, 늘 노력하고, 곁을 지키며, 사랑받는 가족의 구성원으로서 살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 지를 엿볼 수 있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들 속에서 '괜찮은 어른이 되고 싶어서' 늘 치열하게 살아가는 그의 모든 행로에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계시고 행복하겠지만 앞으로도 이 행복이 지속하시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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