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초록 창비아동문고 334
조은비 지음, 김지인 그림 / 창비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과 표지 그림 속에서 느껴지는 풋풋함이 좋아서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미묘한 연애 감정, 다양한 사랑의 방식과 가족의 형태에 대한 고민들을 아이들의 시선으로 담아낸 동화집이다. 난생 처음 겪게 되는 몸과 마음의 변화를 겪는 아이들의 설레임과 두려움, 고민들을 아주 생생하고도 섬세하게 담아내어 많은 아이들의 공감을 살 듯 싶다. 그리고 제목에서 느껴지는 '초록'의 풋풋함이 참 좋은 책이기도 하다.


이 책에는 총 여섯 편의 동화가 실려 있는데 각 작품의 배경이 되는 이른 봄 부터 한여름의 날들처럼 산뜻하면서도 치열하게 그리고 어린이다운 순수함과 즐거움을 잃지 않으면서도 진지하게 고민하는 아이들이 등장한다. 제각각 너무나 다른 성격의 아이들은 연애 고민, 관계의 어려움, 사춘기와 함께 온 몸과 마음의 변화, 기후 위기와 재혼 가족에서 가족에 대한 고찰 등등 너무나 다양한 고민을 가지고 있다.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이 책 속 아이들과 현실의 아이들 모두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어진다.

여섯 편 중 인상 깊은 작품인 <우리반 캐릭터 카드>에서 주인공 오연우는 반에서 투명 인간 취급을 받을 정도로 존재감이 미비한 친구다. 이에 반해 김채연은 어딜 가든 아이들에게 둘러싸인 친구로 현관에서 실내화를 갈아 신는 그 짧은 시간에도 혼자일 틈이 없는 친구다. 연우는 늘 투명 인간 취급을 당하는 자신을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언젠가부터 채연이 자기를 알아보는 게 좋았다. 채연이 덕분에 '투명 망토'라는 난생처음 별명이 생긴것도 그래서 좋았다. 그러던 어느 날 연우의 반에 전학생이 왔다. 그 아이의 이름은 우지민으로 지민은 연우 옆에 앉게 된다. 연우가 보니 지민은 정말 그림을 잘 그리는 친구였다. 하지만 소심한 성격 때문일까 연우는 지민에서 먼저 인사를 하지는 못했고, 그냥 늘 그랬든 지민을 관찰하기만 했다.


지민 역시 연우처럼 존재감이 미비한 친구라서 그런지 아이들은 연우에게 쓰던 투명 망토라는 단어를 지민에게도 썼고, 그 말을 듣고 모든 아이들은 웃었지만 연우는 웃을 수 없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에게 했던 투명 망토라는 말을 지민에게 쓰는 게 연우는 결코 편치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학급 회의 시간 아무도 들고 싶지 않아하는 환경 미화부에 지민과 연우, 그리고 채연이 들게 된다. 채연의 제의로 반 아이들 캐릭터 카드를 만들기로 하는데, 아이들에게 공지하기로 한 채연은 일주일이 지나도록 공지를 하지 않는다. 그리고 선생님은 이번 주 금요일까지 게시판을 완성하라고 하고 직접 공지를 올리자니 존재감 없는 자신의 메세지를 아이들이 다 무시할 것만 같다. 그렇게 연우가 고민하던 순간 지민은 캐릭터 카드를 자신이 그리겠다고 하고, 그렇게 지민은 아이들의 캐릭터를 그리고 그 밑에 한 줄 소개 문장은 연우가 쓰기로 한다.

그렇게 반 아이들 캐릭터 카드를 함께 만들게 된 연우와 지민. 연우는 지민과 함께 하면서 지민이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은 더 단단한 친구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함께 하면서 서로 서로의 장점을 다정하게 발견하게 되는 데.. 연우가 지민을, 지민을 연우를 소개하는 한 줄의 문장은 깊은 감동을 전한다.


이 책에는 이렇듯 아이들이 커다란 감정의 파도 한 가운데서 자신의 마음을 차근차근, 솔직하게 들여다 보는 과정의 이야기를 정말 섬세하고도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다. <사랑해>에서는 처음 느끼는 이성 친구에 대한 사랑을, <푸른 계절>에서는 동성 친구에 향한 사랑을 담아 사랑의 폭을 넓였다. 그리고 <몽글몽글, 가슴이>에서는 생에 처음 겪게 되는 사춘기 시절 신체 변화에 대한 솔직한 마음과 고민을, <우리반 캐릭터 카드>에서는친구의 장점을 발견하는 다정한 시선이 자기에서 되돌아오는 경험을 통해 한뼘 성장하는 마음을 담았다. 그리고 <내일 지구가 망한다면>에서는 기후 위기 속 지구에서 우리가 과연 어떻게 해야만 하는 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잎새뜨기>에서는 재혼 가정에서 혈연관계는 아니라 할지라도 한 집에서 함께 살며 소소한 일상을 나누는 게 진짜 가족이라는 깨달음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렇듯 이 책 속 아이들은 생애 처음 겪게 되는 몸과 마음의 변화, 감정, 고민들 앞에서 정말 진지하게 고민하고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보는 데 이야기 하나 하나가 풋풋하면서도 따뜻함을 담고 있어 읽는 것만으로도 왠지 기분이 좋아진다. 이제 막 한 걸음을 떼어 놓는 아이들의 초록 초록한 마음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다. 지금보다 더 성장하며 더 단단하고 더 행복해지길 바라면서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앨리스의 네일샵
김수정 지음 / 행복한나무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띠지 속 '당신의 월요일을 삽니다'라는 문구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광장동 어느 골목에 위치한 작고 아담한 네일샵의 단 하나뿐인 직원인 앨리스의 매주 화요일의 비밀 영업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앨리스는 화요일의 손님들에게 어제 즉, 월요일의 이야기를 자신에게 들려주면 무료로 손님이 원하는 네일을 해주거나 아주 특별한 내일을 선물하는 데 과연 어떠한 이야기들이 펼쳐질까?


광장동 어느 골목길에 있는 4층짜리 상가 건물의 1층에 위치하여 사계절 내내 영업 중인 <내일은 네일>. 사장과 직원 한 명. 단 둘이 운영하는 이 아담한 가게에는 사장님이 쉬는 매주 화요일, 하나뿐인 직원 앨리스의 비밀 영업이 시작된다. 앨리스는 화요일의 손님들의 어제, 즉 월요일의 이야기를 자신에게 들려주면 무료로 손님이 원하는 스타일의 네일을 해주거나 아주 특별한 내일을 선물한다. 화요일의 손님들은 여느 사람들처럼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이 지루가 피곤해서 하루만 지나도 무엇을 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거나 너무 평범했다고 지난 주말의 이야기를 들려주겠다고도 하나 앨리스는 한사코 손님들의 월요일의 이야기만을 고집한다. 과연 앨리스는 하필이면 월요일, 손님들의 평범하디 평범한 어제의 이야기만을 듣고자 하는 걸까?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프롤로그에 펼쳐지는 앨리스의 비밀영업에 관한 이야기는 이 책에 담겨진 이야기들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든다.


이 책의 제일 처음에 실린 이야기는 월요일 오후 <내일의 네일> 앞에 놓인 화분을 보고 걸음을 멈춘 남학생 희찬의 이야기다. 혹시 네일아트를 하지 않겠냐며 말을 걸어오는 앨리스에게 희찬은 돈이 없다고 답한다. 그러자 앨리스는 희찬의 월료일 어제의 이야기를 들려주면 특별한 네일을 선물하겠다며 제안을 한다. 앨리스의 이야기에 네일샵으로 들어가게 된 희찬. 그리고 앨리스는 희찬의 손을 관리하기 시작하고, 희찬의 어제, 월요일이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월요일 아침, 7시에 일어나야 하는 희찬은 7시 45분이 넘어서야 일어난다. 전날 밤 이불 속에서 몰래 모바일 게임을 하다 늦잠을 잔 것이다. 희찬은 엄마에게 애교를 부리며 학교까지 태워달라고 부탁을 하고, 그런 희찬의 애교에 넘어간 희찬의 엄마는 희찬을 태워주기로 한다. 그렇게 엄마 차를 타고서 학교로 가게 된 희찬.


학교로 향하는 길에 보이는 중랑천의 윤슬을 보고서 예쁘다고 하는 엄마의 말에 '윤슬'이라는 단어를 알게 되고 문득 자신이 따스한 풍경 속에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렇게 무사히 학교에 가게 되었지만 지각을 한 희찬. 이게 바로 희찬의 월요일 이야기다. 그리고 희찬의 이야기가 끝나자 손관리도 끝이 나는데 앨리스는 희찬의 월요일 이야기에 대한 보답으로 희찬에게 아마 내일 학교에 가면 특별한 일이 생길 거라고 말한다. 그리고 다음 날 학교에 간 희찬은 네일샵 직원 앨리스의 말이 맴돌아 하루종일 마음이 뒤숭숭했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희찬이가 몰래 좋아하는 서나가 희찬에게 손이 예쁘다며 말을 걸어오면서 희찬의 손을 잡는 게 아닌가. 이게 바로 앨리스가 말한 '특별한 내일'인 것일까? 평소 좋아하던 서나와 제법 긴 대화를 나누게 된 희찬은 네일샵으로 가 자신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말하며 누나 덕분이라고 하는데, 오히려 앨리스의 반응은 무덤덤하다. 앨리스는 희찬에게 자신은 어제 '특별한 네일'이라고 말했다고 하는데, 과연 희찬에게 일어난 일은 그냥 스쳐지나는 일이었을까?


이 책 속에서 담긴 앨리스의 네일샵을 찾은 손님들의 월요일 이야기들은 정말 특별할 것 없는 반복되는 일상의 이야기들이다. 그 안에는 소소한 일상의 행복들이 있지만 정작 당사자인 우리는 그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지 못한다. 지나간 평범한 어제의 행복을 앨리스에게 꺼내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평범한 날 반짝이는 순간들을 포착하게 된다. 그리고 그 반짝임이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힘을 준다는 것을 깨닫게 되어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리고 이 책의 또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왜 앨리스는 평범하디 평범한 월요일의 이야기에 집착하는 것인지이다. 책을 읽다보면 들어나는 앨리스의 이야기. 앨리스가 왜 그토록 손님들의 평범한 어제의 이야기에 집착했는지 조금씩 깨닫게 되는데, 앨리스의 비밀이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추천해본다. 앨리스의 상처가 평범한 일상의 힘으로, 그 안에 담긴 소소한 행복들로 언젠가는 아물어지길 바라게 되면서 따스한 이 책의 이야기들을 추천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난 완벽하지 않아
마야 마이어스 지음, 염혜원 그림, 이상희 옮김 / 창비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난 완벽하지 않아>라는 글자가 눈에 확 띄는 책이다. 이 책은 실수를 두려워하는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이다. 매번 실수를 할까봐 두려워하는 아이의 일상 속 고민을 섬세하게 담아낸 이야기로,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을 스스로 극복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주인공 도트는 잘하는 게 많다. 하지만 완벽하게 잘 하는 건 하나도 없다. 하지만 도트의 가족들은 모두 완벽하다. 도트만 빼고 말이다. 언니는 그림을 완벽하게 잘 그려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고, 오빠들은 맞춤법 실력이 완벽해서 학교 맞춤법 대회에서 공동 일등을 했다. 그리고 엄마는 태권도를 완벽하게 해서 검은 띠를 땄고, 아빠는 노래를 완벽하게 불러 밴드를 이끄는 가수다. 이 뿐만이 아니라 도트네 고양이마져 완벽하다. 도트는 자신이 어느 정도 잘하는 건 많지만, '완벽하게' 잘하는 게 없는 것이 불안하다.


컵케이크를 만들어도 제대로 된 것 같지가 않다. 할머니는 맛있다고 칭찬을 하지만 그래도 완벽하지 않다. 축구 경기에서도 도트의 공은 빗나간다. 선생님은 거의 들어갈 뻔 했다고 말씀해 주셨지만 거의 들어갈 뻔한 건 완벽하게 들어간 게 아니다. 이렇듯 도트는 새로운 무언가를 하나씩 해보지만 완벽한 것은 없다. 하나씩 장기가 있는 가족들과 스스로를 비교해보니 움츠러 들고, 도트가 하는 모든 것들은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치고, 그 때마다 도트는 움츠러든다. 도트의 가족들과 선생님은 도트에게 충분히 잘 했다고,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격려해주지만 도트에겐 그 칭찬이 와닿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날 칭찬하고 싶은 사람을 그리는 숙제를 하던 중, 도트는 자신의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아 그리고 또 다시 그리고, 또 다시 그려보지만 그림은 완벽하지 않다. 또 다시 완벽하지 않은 결과를 낼까 두려운 도트는 결국 폭발하고야 만다. 완벽하지 않은 결과 앞에서 울고야 마는 도트의 모습이 너무 가슴 아프다. 과연 도트는 무사히 그림을 그려내었을까? 아니면 실패가 두려워 그림 그리기를 멈췄을까? 도트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추천해본다.


이 책 속 도트는 딱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닮았다. 뭐든 잘해내고 싶지만 결과가 그 기대에 닿지 못했을 때 아이들은 그리고 우리는 실망한다. 그리고 실패 앞에서 좌절한다. 그렇기에 실패할까봐, 자신이 완벽하지 않을까봐 시작 자체가 두려워진다. 그런 마음을 이 책은 정말 잘 포착하여 담아내고 있다. 그렇게 실패에 대한 두려움, 완벽을 향한 강박은 도트를 폭발하게 만들어버린다. 두려움과 강박은 도트를 결국 엉엉 울게 만드는데, 오히려 그러한 과정을 거치고 난 후 도트는 더 좋은 결과를 마주할 수 있다. 숙제를 포기할 뻔한 도트는 가까운 어른들에게 받는 응원과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나무들 사이의 하늘을 올려다 보며 자신의 마음을 충분히 들여다 보는 시간을 가진다. 그 결과 도트는 하나하나의 점처럼 보이는 조각들이 모여 멋진 그림을 완성해내는 모자이크처럼 완벽하지 않다고 생각한 그림들이 모여 더 멋진 그림을 완성해내었다. 그리고 다음 날 학교에 가선 친구의 그림만 보고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마음을 들여달 볼 수 있을 만큼 성장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 멋진 경험은 앞으로 도트에게 단단한 힘이 되어줄 것이다.


아이든 어른이든, 그 누구라도 실패는 두렵다. 완벽한 결과를 가지고 멋지게 뽑내고 싶은 마음은 가득하나 현실에서 완벽하기란 참 힘들다. 그리고 완벽한 결과보다는 그렇지 않은 결과를 우리는 더 많이 마주하며 살아간다. 그렇게 완벽하지 않은 결과와 실패를 두려워하는 마음은 늘 우리를 괴롭힌다. 이 책의 도트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도트는 여러 번의 실패에도 끝까지 그림을 그려내고 결국 자신만의 완벽한 완성작을 가지게 된다. 도트가 이 모든 과정 속에서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바로 가까운 어른들의 응원과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며,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도트의 모습들은 우리에게 가르침을 가져다준다. 그렇게 이 책은 실패가 너무 두려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뭐든 잘 해낼 수 있을 꺼라는 믿음과 응원과 지지, 그리고 실패해도 괜찮고, 구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만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케터의 밑줄 - 나와 일 모두 함께 크는 사람의 성장법
김상민 지음 / 더퀘스트 / 202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제목인 '나와 일 모두 함께 크는 사람의 성장법'이라는 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배달의 민족 마케터이자 팬덤과 소통하는 뉴스레터팀 팀장으로 10년동안 일한 저자의 요즘 마케터가 사는 법부터 시작하여 마케터의 일, 고민, 불안, 일상, 관계 그리고 내일에 관한 이야기를 담아내었다. 저자는 지금도 마케터로 일하고 있으며 생각이 복잡해 질때면 현자에게 답을 구하듯이 문장에 밑줄을 그었다고 하며 10년간 그가 그은 문장들과 그에 관한 이야기가 이 책에 고스란히 있다.


저자는 마케터로서 특히 말과 글에 있어서는 예민함을 잊지 않아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비단 마케터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닌 듯하다. 저자는 요즘 너무 많이 쓰는 'MZ'라는 표현을 더이상 쓰지 않겠다고 말한다. 왜냐면 ''MZ'표현을 가만히 따져 보면 Z'세대의 범주라고 하는 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도 광범위한데, 여기에 80년대생을 더해 'MZ'라는 이름으로 묶은 것으로 아주 무성의한 분류법에 속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MZ'의 표현에 대한 더 큰 문제는 바로 지나친 오남용이다. 젊은 세대의 왜곡되 단면에 MZ라는 두 글자를 굳이 붙여 특정 세대를 편견에 찬 프레임에 몰아 붙이는 데 사용되는 이 단어를 누가 좋아하겠냐는 것이다. 이를 말하며 저자는 마케터가 가져야할 감각인 다수와의 커뮤니케이션을 들며 대중에게 말을 거는 직업인 만큼 언어의 예민함을 꼭 갖춰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언어의 예민함은 비단 마케터로서의 역량으로만 쓰이는 역량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우리 모두가 말과 글을 제대로 하고 싶다면 갖춰야 할 능력 중 하나가 아닐까. 이렇게 이 책을 통해 그동안 아무 생각없이 사용하였던 단어와 문장들에 다시금 재고해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는데 이건 참 좋다.


어떤 분야에 있든 일을 잘하고 싶은 건 모든 사람들의 마음이 아닐까. 저자가 일을 막 시작했을 때 좋은 마케터란 '어떻게든 해 내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어떤 문제가 닥쳐도 번뜩이는 아이디어나 기발한 레퍼런스를 떠올려 적용하고, 누군가를 수소문해 데려와서라도 끝끝내 해결하는 사람'이다. 카피 한 줄 쓰기에도 힘들었던 그 당시의 저자가 보기에 그런 사람은 선망의 대상, 그자체였다. 하지만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그는 일잘러 마케터는 '어떻게든 해내는 사람이면서, 동시에 일단 해보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렇다. 그가 일을 잘 할 수 있었던 것은 우선 해보았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우리가 그토록 바라는 모든 분야에서의 '잘함'이란 완벽한 준비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런저런 시도 끝에 얻어지는 것이라는 저자의 말에 많은 공감을 표하고 싶다. 그렇기에 비록 오늘 우리가 허무하게 하루를 끝내버렸다 하더라도 이러한 오늘들이 켜켜이 쌓이고 쌓여 잘함의 영역으로 다가가는 걸음 중 하나임을 잊지 말아야지.


취미가 밥 먹여주냐는 말을 흔히들 하지만 저자는 취미가 밥까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후식은 먹여준다고 말한다. 마케터를 준비하는 시절의 저자가 좋아했던 음악과 공연에 대한 취미의 시간들이 모여 신입 시절 저자의 일에 큰 도움이 되었듯이 취미로, 좋아서 깊이 파보고 덕질에 덕질을 한 경험들은 의외로 우리의 일에, 인생에 큰 도움을 가져다 주는 일이 아주 많이 있다. 그러니 뭘 좋아하든 끝까지, 깊이 있게 좋아해도 될 듯 싶다.


고백하지만 이 책을 읽는 데 나는 아주 많은 시간이 걸렸다. 저자가 아낌없이 나누는 지난 10년간의 문장과 이야기들이 너무 좋고 공감되는 부분도 참 많았으며 깨달음을 주는 부분도 많아서 더욱 이 책 속에 오래 머물었던 것 같다. 마케터가 아니더라도 인생을 사는 데 있어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저자가 전하는 말들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마케터가 아닌 나에게도 이 책이 이렇게 좋은데 만약 마케터로 일을 하고 있거나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라면 이 책은 더더더 유용할 듯 싶다. 그렇기에 무조건 이 책은 추천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무도 모르지
박철 지음, 이명환 그림 / 창비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몽환적인 분위기의 표지 그림에 이끌려 읽게 된 동시집이다. 동시는 어려운 단어의 조합은 아니지만 아이들만이 가진 순수한 시선과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어 읽는 것만으로도 왠지 몸과 마음이 정화가 되는 듯한 느낌을 들게 만든다. 이 동시집 역시 투명하고 맑은 서정적 언어들로 자연과의 교감을 생생하게 담아내어 보는 것만으로도 옛 추억들이 떠올라 기분 좋게 만든다.


갑자기 후두둑 쏟아지는 소나기를 보고 시인은 <소나기>에서 소나기의 이름을 '갑자기'라 칭한다. 그리고 소나기를 일컬어 '욕심쟁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물방울이 되어 강으로 바다로 구름 속으로 실컷 돌아다니다가 간다는 말도 없이 온다는 말도 없이 갑자기 후두둑, 그것도 열린 창으로 쏟아져 들어오니 그렇게 말할 만도 하다. 그래, 시인의 말처럼 소나기는 갑자기며 정말 욕심쟁이다.


그리고 이 책에는 아이와 함께 하며 겪을 수 있는 에피소드들을 정말 재밌고 유쾌하게 동시로 담아내기도 했는데, 특히 <어버이날>이라는 시에 담긴 유쾌함은 오래 기억에 남을 듯 싶다. 어버이날이라서 엄마 아빠가 교회 간 사이 그동안 보아온 엄마 아빠 흉내를 내어 열심히 대청소를 한 아이. 엄마 아빠가 돌아오는 기척에 방에 숨어 반응을 기대하며 지켜 보는데, 엄마의 반응이 기가 막힌다. "여보, 집에 도둑 들었어!"라니. ㅎㅎ 이보다 더 유쾌할 수 있을까.


아이의 눈에만 보이는 자연 풍경의 서정적인 모습을 잘 담은 <겁 없는 아이들>. 이 시에서는 엄마 닭과 병아리들이 줄지어 길을 건너는 모습을 포착하여 담아내고 있다. 엄마 닭이 뒷짐을 지고, 병아리들은 뒤를 따르면서 엄마 닭도 병아리도 흐트러짐이 없다. 이 모습에 시인은 병아리들도 자신처럼 엄마 곁에서는 무서운 게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엄마 곁에서는 없던 용기도 겁도 없어지는 딱 우리의 마음을 너무 잘 포착하여 담아내어 많은 공감을 자아낸다.


자연은 언제나 아이들에게 좋은 놀이감이자 친구가 되어준다. 시인은 <나팔꽃>에서 '내가 자는 동안 꽃은 나팔을 준비'한 것을 보고 '꽃이 자는 동안 나는 무얼 해줄까'를 고민하는 아이의 순수한 마음을 담아내기고 하고, 자신의 마음을 따라 생동하는 자연에게 '내 맘대로 나는 내가 좋다'라는 아이의 마음을 담아내기도 한다. 이렇게 자연은 아이만이 가질 수 있는 순수함의 결정체인 동심을 마구마구 자라게 할 뿐 만 아니라 아이들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통로가 되어주는 것을 이 시집은 정말 잘 담아내고 있다. 그렇다보니 이 동시집 속 동시를 읽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고 웃음이 자꾸 난다. 아무도 모르는 아이들의 마음 속 이야기들을 조금씩 알게 하면서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