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르지
박철 지음, 이명환 그림 / 창비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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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환적인 분위기의 표지 그림에 이끌려 읽게 된 동시집이다. 동시는 어려운 단어의 조합은 아니지만 아이들만이 가진 순수한 시선과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어 읽는 것만으로도 왠지 몸과 마음이 정화가 되는 듯한 느낌을 들게 만든다. 이 동시집 역시 투명하고 맑은 서정적 언어들로 자연과의 교감을 생생하게 담아내어 보는 것만으로도 옛 추억들이 떠올라 기분 좋게 만든다.


갑자기 후두둑 쏟아지는 소나기를 보고 시인은 <소나기>에서 소나기의 이름을 '갑자기'라 칭한다. 그리고 소나기를 일컬어 '욕심쟁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물방울이 되어 강으로 바다로 구름 속으로 실컷 돌아다니다가 간다는 말도 없이 온다는 말도 없이 갑자기 후두둑, 그것도 열린 창으로 쏟아져 들어오니 그렇게 말할 만도 하다. 그래, 시인의 말처럼 소나기는 갑자기며 정말 욕심쟁이다.


그리고 이 책에는 아이와 함께 하며 겪을 수 있는 에피소드들을 정말 재밌고 유쾌하게 동시로 담아내기도 했는데, 특히 <어버이날>이라는 시에 담긴 유쾌함은 오래 기억에 남을 듯 싶다. 어버이날이라서 엄마 아빠가 교회 간 사이 그동안 보아온 엄마 아빠 흉내를 내어 열심히 대청소를 한 아이. 엄마 아빠가 돌아오는 기척에 방에 숨어 반응을 기대하며 지켜 보는데, 엄마의 반응이 기가 막힌다. "여보, 집에 도둑 들었어!"라니. ㅎㅎ 이보다 더 유쾌할 수 있을까.


아이의 눈에만 보이는 자연 풍경의 서정적인 모습을 잘 담은 <겁 없는 아이들>. 이 시에서는 엄마 닭과 병아리들이 줄지어 길을 건너는 모습을 포착하여 담아내고 있다. 엄마 닭이 뒷짐을 지고, 병아리들은 뒤를 따르면서 엄마 닭도 병아리도 흐트러짐이 없다. 이 모습에 시인은 병아리들도 자신처럼 엄마 곁에서는 무서운 게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엄마 곁에서는 없던 용기도 겁도 없어지는 딱 우리의 마음을 너무 잘 포착하여 담아내어 많은 공감을 자아낸다.


자연은 언제나 아이들에게 좋은 놀이감이자 친구가 되어준다. 시인은 <나팔꽃>에서 '내가 자는 동안 꽃은 나팔을 준비'한 것을 보고 '꽃이 자는 동안 나는 무얼 해줄까'를 고민하는 아이의 순수한 마음을 담아내기고 하고, 자신의 마음을 따라 생동하는 자연에게 '내 맘대로 나는 내가 좋다'라는 아이의 마음을 담아내기도 한다. 이렇게 자연은 아이만이 가질 수 있는 순수함의 결정체인 동심을 마구마구 자라게 할 뿐 만 아니라 아이들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통로가 되어주는 것을 이 시집은 정말 잘 담아내고 있다. 그렇다보니 이 동시집 속 동시를 읽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고 웃음이 자꾸 난다. 아무도 모르는 아이들의 마음 속 이야기들을 조금씩 알게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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