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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터의 밑줄 - 나와 일 모두 함께 크는 사람의 성장법
김상민 지음 / 더퀘스트 / 2024년 6월
평점 :
소제목인 '나와 일 모두 함께 크는 사람의 성장법'이라는 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배달의 민족 마케터이자 팬덤과 소통하는 뉴스레터팀 팀장으로 10년동안 일한 저자의 요즘 마케터가 사는 법부터 시작하여 마케터의 일, 고민, 불안, 일상, 관계 그리고 내일에 관한 이야기를 담아내었다. 저자는 지금도 마케터로 일하고 있으며 생각이 복잡해 질때면 현자에게 답을 구하듯이 문장에 밑줄을 그었다고 하며 10년간 그가 그은 문장들과 그에 관한 이야기가 이 책에 고스란히 있다.
저자는 마케터로서 특히 말과 글에 있어서는 예민함을 잊지 않아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비단 마케터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닌 듯하다. 저자는 요즘 너무 많이 쓰는 'MZ'라는 표현을 더이상 쓰지 않겠다고 말한다. 왜냐면 ''MZ'표현을 가만히 따져 보면 Z'세대의 범주라고 하는 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도 광범위한데, 여기에 80년대생을 더해 'MZ'라는 이름으로 묶은 것으로 아주 무성의한 분류법에 속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MZ'의 표현에 대한 더 큰 문제는 바로 지나친 오남용이다. 젊은 세대의 왜곡되 단면에 MZ라는 두 글자를 굳이 붙여 특정 세대를 편견에 찬 프레임에 몰아 붙이는 데 사용되는 이 단어를 누가 좋아하겠냐는 것이다. 이를 말하며 저자는 마케터가 가져야할 감각인 다수와의 커뮤니케이션을 들며 대중에게 말을 거는 직업인 만큼 언어의 예민함을 꼭 갖춰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언어의 예민함은 비단 마케터로서의 역량으로만 쓰이는 역량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우리 모두가 말과 글을 제대로 하고 싶다면 갖춰야 할 능력 중 하나가 아닐까. 이렇게 이 책을 통해 그동안 아무 생각없이 사용하였던 단어와 문장들에 다시금 재고해보는 시간을 가지게 되는데 이건 참 좋다.
어떤 분야에 있든 일을 잘하고 싶은 건 모든 사람들의 마음이 아닐까. 저자가 일을 막 시작했을 때 좋은 마케터란 '어떻게든 해 내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어떤 문제가 닥쳐도 번뜩이는 아이디어나 기발한 레퍼런스를 떠올려 적용하고, 누군가를 수소문해 데려와서라도 끝끝내 해결하는 사람'이다. 카피 한 줄 쓰기에도 힘들었던 그 당시의 저자가 보기에 그런 사람은 선망의 대상, 그자체였다. 하지만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그는 일잘러 마케터는 '어떻게든 해내는 사람이면서, 동시에 일단 해보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렇다. 그가 일을 잘 할 수 있었던 것은 우선 해보았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우리가 그토록 바라는 모든 분야에서의 '잘함'이란 완벽한 준비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런저런 시도 끝에 얻어지는 것이라는 저자의 말에 많은 공감을 표하고 싶다. 그렇기에 비록 오늘 우리가 허무하게 하루를 끝내버렸다 하더라도 이러한 오늘들이 켜켜이 쌓이고 쌓여 잘함의 영역으로 다가가는 걸음 중 하나임을 잊지 말아야지.
취미가 밥 먹여주냐는 말을 흔히들 하지만 저자는 취미가 밥까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후식은 먹여준다고 말한다. 마케터를 준비하는 시절의 저자가 좋아했던 음악과 공연에 대한 취미의 시간들이 모여 신입 시절 저자의 일에 큰 도움이 되었듯이 취미로, 좋아서 깊이 파보고 덕질에 덕질을 한 경험들은 의외로 우리의 일에, 인생에 큰 도움을 가져다 주는 일이 아주 많이 있다. 그러니 뭘 좋아하든 끝까지, 깊이 있게 좋아해도 될 듯 싶다.
고백하지만 이 책을 읽는 데 나는 아주 많은 시간이 걸렸다. 저자가 아낌없이 나누는 지난 10년간의 문장과 이야기들이 너무 좋고 공감되는 부분도 참 많았으며 깨달음을 주는 부분도 많아서 더욱 이 책 속에 오래 머물었던 것 같다. 마케터가 아니더라도 인생을 사는 데 있어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저자가 전하는 말들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마케터가 아닌 나에게도 이 책이 이렇게 좋은데 만약 마케터로 일을 하고 있거나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라면 이 책은 더더더 유용할 듯 싶다. 그렇기에 무조건 이 책은 추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