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초록 창비아동문고 334
조은비 지음, 김지인 그림 / 창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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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표지 그림 속에서 느껴지는 풋풋함이 좋아서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미묘한 연애 감정, 다양한 사랑의 방식과 가족의 형태에 대한 고민들을 아이들의 시선으로 담아낸 동화집이다. 난생 처음 겪게 되는 몸과 마음의 변화를 겪는 아이들의 설레임과 두려움, 고민들을 아주 생생하고도 섬세하게 담아내어 많은 아이들의 공감을 살 듯 싶다. 그리고 제목에서 느껴지는 '초록'의 풋풋함이 참 좋은 책이기도 하다.


이 책에는 총 여섯 편의 동화가 실려 있는데 각 작품의 배경이 되는 이른 봄 부터 한여름의 날들처럼 산뜻하면서도 치열하게 그리고 어린이다운 순수함과 즐거움을 잃지 않으면서도 진지하게 고민하는 아이들이 등장한다. 제각각 너무나 다른 성격의 아이들은 연애 고민, 관계의 어려움, 사춘기와 함께 온 몸과 마음의 변화, 기후 위기와 재혼 가족에서 가족에 대한 고찰 등등 너무나 다양한 고민을 가지고 있다.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이 책 속 아이들과 현실의 아이들 모두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어진다.

여섯 편 중 인상 깊은 작품인 <우리반 캐릭터 카드>에서 주인공 오연우는 반에서 투명 인간 취급을 받을 정도로 존재감이 미비한 친구다. 이에 반해 김채연은 어딜 가든 아이들에게 둘러싸인 친구로 현관에서 실내화를 갈아 신는 그 짧은 시간에도 혼자일 틈이 없는 친구다. 연우는 늘 투명 인간 취급을 당하는 자신을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언젠가부터 채연이 자기를 알아보는 게 좋았다. 채연이 덕분에 '투명 망토'라는 난생처음 별명이 생긴것도 그래서 좋았다. 그러던 어느 날 연우의 반에 전학생이 왔다. 그 아이의 이름은 우지민으로 지민은 연우 옆에 앉게 된다. 연우가 보니 지민은 정말 그림을 잘 그리는 친구였다. 하지만 소심한 성격 때문일까 연우는 지민에서 먼저 인사를 하지는 못했고, 그냥 늘 그랬든 지민을 관찰하기만 했다.


지민 역시 연우처럼 존재감이 미비한 친구라서 그런지 아이들은 연우에게 쓰던 투명 망토라는 단어를 지민에게도 썼고, 그 말을 듣고 모든 아이들은 웃었지만 연우는 웃을 수 없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에게 했던 투명 망토라는 말을 지민에게 쓰는 게 연우는 결코 편치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학급 회의 시간 아무도 들고 싶지 않아하는 환경 미화부에 지민과 연우, 그리고 채연이 들게 된다. 채연의 제의로 반 아이들 캐릭터 카드를 만들기로 하는데, 아이들에게 공지하기로 한 채연은 일주일이 지나도록 공지를 하지 않는다. 그리고 선생님은 이번 주 금요일까지 게시판을 완성하라고 하고 직접 공지를 올리자니 존재감 없는 자신의 메세지를 아이들이 다 무시할 것만 같다. 그렇게 연우가 고민하던 순간 지민은 캐릭터 카드를 자신이 그리겠다고 하고, 그렇게 지민은 아이들의 캐릭터를 그리고 그 밑에 한 줄 소개 문장은 연우가 쓰기로 한다.

그렇게 반 아이들 캐릭터 카드를 함께 만들게 된 연우와 지민. 연우는 지민과 함께 하면서 지민이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좋은 더 단단한 친구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함께 하면서 서로 서로의 장점을 다정하게 발견하게 되는 데.. 연우가 지민을, 지민을 연우를 소개하는 한 줄의 문장은 깊은 감동을 전한다.


이 책에는 이렇듯 아이들이 커다란 감정의 파도 한 가운데서 자신의 마음을 차근차근, 솔직하게 들여다 보는 과정의 이야기를 정말 섬세하고도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다. <사랑해>에서는 처음 느끼는 이성 친구에 대한 사랑을, <푸른 계절>에서는 동성 친구에 향한 사랑을 담아 사랑의 폭을 넓였다. 그리고 <몽글몽글, 가슴이>에서는 생에 처음 겪게 되는 사춘기 시절 신체 변화에 대한 솔직한 마음과 고민을, <우리반 캐릭터 카드>에서는친구의 장점을 발견하는 다정한 시선이 자기에서 되돌아오는 경험을 통해 한뼘 성장하는 마음을 담았다. 그리고 <내일 지구가 망한다면>에서는 기후 위기 속 지구에서 우리가 과연 어떻게 해야만 하는 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잎새뜨기>에서는 재혼 가정에서 혈연관계는 아니라 할지라도 한 집에서 함께 살며 소소한 일상을 나누는 게 진짜 가족이라는 깨달음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렇듯 이 책 속 아이들은 생애 처음 겪게 되는 몸과 마음의 변화, 감정, 고민들 앞에서 정말 진지하게 고민하고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보는 데 이야기 하나 하나가 풋풋하면서도 따뜻함을 담고 있어 읽는 것만으로도 왠지 기분이 좋아진다. 이제 막 한 걸음을 떼어 놓는 아이들의 초록 초록한 마음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다. 지금보다 더 성장하며 더 단단하고 더 행복해지길 바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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