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완벽하지 않아
마야 마이어스 지음, 염혜원 그림, 이상희 옮김 / 창비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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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완벽하지 않아>라는 글자가 눈에 확 띄는 책이다. 이 책은 실수를 두려워하는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이다. 매번 실수를 할까봐 두려워하는 아이의 일상 속 고민을 섬세하게 담아낸 이야기로,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을 스스로 극복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주인공 도트는 잘하는 게 많다. 하지만 완벽하게 잘 하는 건 하나도 없다. 하지만 도트의 가족들은 모두 완벽하다. 도트만 빼고 말이다. 언니는 그림을 완벽하게 잘 그려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고, 오빠들은 맞춤법 실력이 완벽해서 학교 맞춤법 대회에서 공동 일등을 했다. 그리고 엄마는 태권도를 완벽하게 해서 검은 띠를 땄고, 아빠는 노래를 완벽하게 불러 밴드를 이끄는 가수다. 이 뿐만이 아니라 도트네 고양이마져 완벽하다. 도트는 자신이 어느 정도 잘하는 건 많지만, '완벽하게' 잘하는 게 없는 것이 불안하다.


컵케이크를 만들어도 제대로 된 것 같지가 않다. 할머니는 맛있다고 칭찬을 하지만 그래도 완벽하지 않다. 축구 경기에서도 도트의 공은 빗나간다. 선생님은 거의 들어갈 뻔 했다고 말씀해 주셨지만 거의 들어갈 뻔한 건 완벽하게 들어간 게 아니다. 이렇듯 도트는 새로운 무언가를 하나씩 해보지만 완벽한 것은 없다. 하나씩 장기가 있는 가족들과 스스로를 비교해보니 움츠러 들고, 도트가 하는 모든 것들은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치고, 그 때마다 도트는 움츠러든다. 도트의 가족들과 선생님은 도트에게 충분히 잘 했다고,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격려해주지만 도트에겐 그 칭찬이 와닿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날 칭찬하고 싶은 사람을 그리는 숙제를 하던 중, 도트는 자신의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아 그리고 또 다시 그리고, 또 다시 그려보지만 그림은 완벽하지 않다. 또 다시 완벽하지 않은 결과를 낼까 두려운 도트는 결국 폭발하고야 만다. 완벽하지 않은 결과 앞에서 울고야 마는 도트의 모습이 너무 가슴 아프다. 과연 도트는 무사히 그림을 그려내었을까? 아니면 실패가 두려워 그림 그리기를 멈췄을까? 도트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추천해본다.


이 책 속 도트는 딱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닮았다. 뭐든 잘해내고 싶지만 결과가 그 기대에 닿지 못했을 때 아이들은 그리고 우리는 실망한다. 그리고 실패 앞에서 좌절한다. 그렇기에 실패할까봐, 자신이 완벽하지 않을까봐 시작 자체가 두려워진다. 그런 마음을 이 책은 정말 잘 포착하여 담아내고 있다. 그렇게 실패에 대한 두려움, 완벽을 향한 강박은 도트를 폭발하게 만들어버린다. 두려움과 강박은 도트를 결국 엉엉 울게 만드는데, 오히려 그러한 과정을 거치고 난 후 도트는 더 좋은 결과를 마주할 수 있다. 숙제를 포기할 뻔한 도트는 가까운 어른들에게 받는 응원과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나무들 사이의 하늘을 올려다 보며 자신의 마음을 충분히 들여다 보는 시간을 가진다. 그 결과 도트는 하나하나의 점처럼 보이는 조각들이 모여 멋진 그림을 완성해내는 모자이크처럼 완벽하지 않다고 생각한 그림들이 모여 더 멋진 그림을 완성해내었다. 그리고 다음 날 학교에 가선 친구의 그림만 보고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마음을 들여달 볼 수 있을 만큼 성장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 멋진 경험은 앞으로 도트에게 단단한 힘이 되어줄 것이다.


아이든 어른이든, 그 누구라도 실패는 두렵다. 완벽한 결과를 가지고 멋지게 뽑내고 싶은 마음은 가득하나 현실에서 완벽하기란 참 힘들다. 그리고 완벽한 결과보다는 그렇지 않은 결과를 우리는 더 많이 마주하며 살아간다. 그렇게 완벽하지 않은 결과와 실패를 두려워하는 마음은 늘 우리를 괴롭힌다. 이 책의 도트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도트는 여러 번의 실패에도 끝까지 그림을 그려내고 결국 자신만의 완벽한 완성작을 가지게 된다. 도트가 이 모든 과정 속에서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바로 가까운 어른들의 응원과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며,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도트의 모습들은 우리에게 가르침을 가져다준다. 그렇게 이 책은 실패가 너무 두려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뭐든 잘 해낼 수 있을 꺼라는 믿음과 응원과 지지, 그리고 실패해도 괜찮고, 구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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