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게 갔었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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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하는 신경숙 작가의 신작. 창비 사전 평가단으로 선정되어 가제본판으로 만나니 더 뜻깊다. 꽤 두꺼운 두께의 이 책에 며칠동안 나는 폭 빠져 있었다. 아버지와 꽤 가까운 딸이라서 더더욱 주인공의 마음에 이입되어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은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상실을 통해 비로서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는 그 과정들을 절절하게 그려내고 있다. 읽는 내내 신경숙 작가의 삶에 대한 통찰력과 철학, 그리고 가족에 대한 깊이 있는 사고가 자꾸 나를 울컥하게 만들었다.


언젠가 내가 아버지에게 당신에 대한 글을 쓰겠다고 하자 아버지는 내가 무엇을 했다고? 했다. 아버지가 한 일이 얼마나 많은데요, 내가 응수하자 아버지는 한숨을 쉬듯 내뱉었다. 나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살아 냈을 뿐이라고.

<아버지에게 갔었어>에서..

책을 넘기자 마자 나오는 이 글귀 중 '살아냈을 뿐이라고'라는 아버지의 말이 책을 읽기도 전에 나도 모르게 울컥하고야 말았다. 살아냈을 뿐이라는 그 말에 왠지 아버지의 고된 인생이 담겨 있는 듯해서 더더욱 그랬던 것 같다.


이 책은 엄마가 병원에 입원하게 되어 J시에 홀로 남게 된 아버지를 보러 가게 된 주인공 '나', 헌이가 5년 만에 기차에 오르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주인공 나는 자신의 눈 앞에서 교통사고로 딸을 잃었다. 그 이후 나는 가족과도 거리를 두고서 살았다. 하지만 아버지가 엄마를 배웅하고 나서 울었다는 이야기에 마음이 흔들린다. 아버지의 안위에 대한 염려와 그리움이 겹쳐서가 아닐까 싶다.


이 책 속의 아버지는 보통의 한국 아버지가 가진 가부장적인 아버지는 아니다. 앞선 형제들을 전염병으로 모두 잃고나서 장손이 된 아버지를 지키기 위해 할아버지는 학교에 보내지 않고 사서삼경을 손수 가르쳤으며 한국전쟁에 장손이 아버지가 전쟁에 참가해 혹여라도 목숨을 잃을까봐 아버지의 작은 아버지는 아버지의 손가락을 잘라내어 전쟁에 참여하지 못하게 한다. 그 트라우마는 아버지를 괴롭혔으며 친구들보다 일찍 결혼을 하고서 당신이 책임을 져야할 자식들을 보며 간혹 무섭기도 했지만 그것이 도리어 살아갈 힘이 되었다고 말한다. 게다가 셋 아들 뒤에 처음으로 태어난 딸이 너무 좋아서 가족 사진을 찍고 유독 예뻐하였고 6남매 모두를 한명 한명 사랑으로 대하였다. 그리고 아버지는 자식들의 대학 졸업 사진을 하나씩 전시해 놓고서 바라보며 자신의 인생의 결과라고 생각하는 분이다.


이 책 속의 아버지 인생의 서사는 한국 전쟁부터 돈을 벌기 위해 서울에서 보게 된 4.19혁명, 자식 여섯을 대학에 보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던 소 값이 폭락하자 그 소를 타고 참여했던 80년대 소몰이 시위까지, 그 자체로 한국의 근현대사가 고스란히 담겨져 아버지의 삶의 무게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몇 년만에 J시에 도착하며 펼쳐진 J시의 풍경은 주인공 나를 과거의 시간으로 돌아가게 한다. 주인공 나가 회상하는 과거의 시간 속 아버지는 그 시절의 아버지들처럼 힘든 가정형편에도 자식들이 가난을 느끼지 못하도록 몸이 부서져라 일을 하고 또 일을 했다. 하지만 그 시절 여느 아버지와 다른 점은 자식들을 대하는 태도이다. 한없이 다정한 아버지의 모습이 자꾸 친정 아빠를 오버랩시켰다. 딸을 유독히 아끼는 모습이 너무 닮아서. 그래서일까 이 책 속의 아버지가 가만가만히 말하는 말씀들에 자꾸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오랜만에 아버지와 함께 하는 주인공 나는 아버지가 예전과는 달라졌음을 깨닫는다. 자다가 자꾸 어디론가 사라지고, 눈물을 흘리는 아버지. 예전의 아버지와는 다른 모습에 자꾸 나는 과거를 회상하고 아버지의 서사를 깊이있게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그 누구도 언급하지 않았던 주인공의 딸 이야기. '매일 죽을 것 같아도 다른 시간이 오더라.'라는 아버지의 말이 가슴에 콕 박혀버리는 것은 아버지의 삶 역시 고되고 힘들었기 때문이리라.

아버지가 외출한 틈에 발견하게 된 폐가 방안 상자 속의 편지들. 특히 리비아로 파견하게 된 큰오빠가 아버지에게 보낸 편지와 큰오빠가 아버지에게 보낸 편지들이 이 작품 속에 나와 있는데, 그 시절의 장남의 무게와 또 한 명의 아버지인 큰 오빠의 이야기가 자꾸 자꾸 뇌리에 남는다.


그 눈 내리는 겨울밤, 늦게 귀가한 아버지가 엄마가 내놓은 구운 김에 밥을 싸서 빙 둘러앉은 우리들의 입에 차례로 넣어주던 순간을 나는 여러번 글로 썼다. 그때그때마다 비유가 달랐겠지만 우리는 무슨 참나무 숲의 딱따구리 새끼들처럼 아버지가 싸준 김밥을 쏙쏙 받아먹었다고. 그때는 입안에 남아 있는 고소한 김의 여운을 느끼며 다시 내 차례가 돌아오길 기다릴 뿐이었으나 언젠가 어떤 인터뷰에서 행복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문득 그 겨울밤이 떠올랐고 아버지가 김에 싸준 밥을 받아먹었을 때 참 행복했다고, 대답했다. 큰오빠가 그 글이 실린 지면을 패널로 만들어 내게도 보내주고 여기에도 가져와 작은방 책장 앞에 세워두었다. 아버지가 읽고는 그때 행복했냐?고 물었다.

- 예, 아버지.

아버지는 헛헛하게 웃었다. 내가 행복했다는 그때를 두고 아버지는 무서웠다고 했다. 젊은 날에 당신의 새끼들인 우리가 음식을 먹는 걸 보면 무서웠다고.

- 무서우셨어요? 뭐가요?

내가 의아해서 묻자 아버지는 얼굴에서 웃음을 지우고 막막한 표정을 지었다.

- 그것이 설명이 되냐?

아버지가 말을 거두려 하자 엄마가 옆에서 거들었다.

- 너그들이 먹성이 얼매나 좋으냐. 양식 걱정 없이 살 게 된 지가 얼마나 되간? 오늘 저녁밥 먹음서 내일 끼니 걱정을 하며 살었는디. 밥 지을라고 광으로 쌀 푸러 갈 때 쌀독 바닥이 보이는 때도 있었는디. 그 가슴 철렁함을 누가 알겄냐. 쌀독은 점점 바닥을 보이는디 먹성 좋은 자식 여섯이 마구 달려들어봐라, 안 무서운가......

아버지가 삼킨 말을 대신하는 동안 무거워진 생각을 털어내듯 엄마는 곧 생기를 되찾곤 했다.

- 무섭기만 했으믄 어찌 매일을 살겄냐. 무섭기도 하고 살어가는 힘이 되기도 허고......

<p194~p195>

먹성 좋은 6남매를 모두 키워내기 위해 농사짓고 소를 키우던 아버지의 삶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웠는지를 절절히 느껴지게 하는 대목이다. 당신의 자식들이 무섭기도 했지만 살아가는 힘이 되기도 했다는 그 말이 부모라면 다 공감하지 않을까 싶다. 끼니 걱정은 이제 하지 않지만 부모로 온전한 한 인간을 키워내는 일은 늘 무섭고 두렵지만 그 아이로 인한 행복과 뿌듯함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기 때문에 말이다.

아버지가 6명의 자식 한명 한명에게 남기는 말들에 나는 결국 펑펑 울고야 말았다. 당신 삶의 마지막이 오는 것을 체감한 아버지의 그 마지막 말들이 그 동안 자식들을 한명 한명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며 살았는지를 너무 잘 표현해서 울컥하게 만들었다.


"나이를 먹음에 따라 아버지를 개별적인 한 명의 사람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아버지의 늙음을 마음 깊이 받아들였기 때문이리라"라는 이 책 속 큰 오빠의 말이 마음에 남는다. 우리가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되어가고 나 또한 부모가 되어서야 당신들의 마음을 그제서야 이해하고 그 시절의 고됨과 힘듦을 제대로 바라보게 된다. 어쩌면 그 어리석음이 당신들의 자식으로 우리를 살게 하였는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한국의 근현대사에 걸쳐 인간으로 어찌 할 수 없는 그 고난과 상실을 같이 경험하고서도 그 순간순간 성실하게 살아온 아버지의 인생에 누구라도 머리를 숙일 수 밖에 없을 듯하다. 나의 아버지를 자꾸만 생각나게 하여 더 마음 아프게 다가온 <아버지에게 갔었어>는 오래 동안 사람들의 가슴 속에 남아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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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정식으로 출간하기 전에 가제본된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설레이는 데, 이 책은 내가 너무나 좋아했던 소설들의 외전들을 모은 것이라서 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읽었다. 답답하고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일상의 나날에 2021년의 첫 선물로 당첨된 창비 출판사의 사전서평단. 너무나 재밌게 읽었고 너무나 좋아하였던 작품들의 외전들을 모은 이 책을 남들보다 조금 일찍 읽게 되어 무지 행복했다. 

<두번째 엔딩>은 김려령, 배미주, 이현, 김중미, 이현, 손원평, 구병모, 이희영, 백온유의 이름만 들어도 대표작이 바로 연상되는 각 작가들이 각각 전작의 외전을 그려내어 담은 아주 특별한 책이다. 8명의 작가의 전작을 너무나 재밌게 읽었던 터라 다 적고 싶지만, 적다보면 자꾸 8개의 이야기 모두를 스포하고 싶어질 듯해서 내 마음 속에 강렬하게 남은 두 작품만 언급하고자 한다.

제일 처음 실린 김려령 작가의 <언니의 무게>는 <우아한 거짓말>의 외전이다. 이제는 청소년 자살률 통계로 남아버린 천지를 보내고서 살아가는 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야기는 만지에게 미란의 문자가 오고, 만지가 미란의 집에 방문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부모들의 일로 불쾌하게 동생들은 불행하게 엮인 관계. 어쩌면 만지는 미란과의 관계가 끊길지도 모른다 생각했으나 미란은 어떤 일이 있어도 잃고 싶지 않은 친구였다. 그래서 만지는 미란의 연락을 받고 미란과의 인연을 지속한다. 그리고 만지는 미란의 동생 미라의 공부까지 봐주기로 한다. 그러나, 사실 그러면서도 만지의 마음은 그리 편지 않다. 만지를 누르는 그 언니의 무게 때문에 말이다. 그런 만지를 이해하는 인물은 단 한 명, 바로 엄마다. 천지 몫까지 잘해 본다는 만지에게 "너는 네 몫만 하면 돼. 자기 몫만 하고 사는 것도 힘들어. 마음은 기특하고 예쁜데, 너는 너로만 살아. 엄마는 그랬으면 좋겠어."라고 말한다. 그렇게 언니의 무게에서 만지는 조금 자유로워졌을까. 그리고 만지 눈에 자꾸만 보이는 천지를 죽음으로 몬 아이, 화연. 만지는 자기 주위를 맴도는 화연에게 "힘들어도 꼭 이겨내라"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화연을 용서할 수는 없다. 동생을 죽음으로 몬 아이를 어떻게 용서할 수 있겠는가. 만지를 누르는 그 언니의 무게를 너무 잘 알기에 읽는 내내 울컥했던 <언니의 무게>. 이 작품 때문에 만지와 천지를 더더욱 오래 오래 기억할 듯 싶다.

지금도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아몬드>의 외전인 <상자 속의 남자>는 아몬드의 주인의 엄마와 할머니의 죽음을 현장에서 목격한 목격자다. 그는 자신이 상자 속에 살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다.

주인공 남자는 택배일을 하고 있다. 그가 상자 속에 살게 된데에는 형의 사건과 관련이 있다. 언덕배기 꼭대기에는 여느 때처럼 파란 트럭이 하나 세워져 있고 젊은 부부가 길에서 싸우고 있다. 그들 옆으로 서너 살 먹은 아이가 아장거렸지만 언쟁에 몰두한 부부는 아이가 혼자 도로 건너편으로 가는 것을 보지 못한다. 그런데 갑자기 트럭이 미끌어지기 시작한다. 부부는 아무것도 모른 체 싸우고 있고 아이는 어느새 트럭의 직선거리 아래서 놀고 있었다. 그걸 본 주인공의 형은 몸을 굴려 아이를 구한다. 그리고 형이 가진 많은 것은 사라지고, 형은 지금처럼 병원에 누워서 살아도 산 것이 아닌 삶을 살고 있다. 사람들은 감사함을 너무나 빨리 잊어버린다. 형이 구한 가족은 평범한 일상을 살지만 형은 그저 병원에 누워있을 뿐이다. 그걸 곁에서 지켜본 주인공 남자는 지금처럼 상자 속에 살게 된 것이다. 그리고 주인공 남자는 횡단보도에서 아몬드의 소년의 할머니와 엄마가 죽게 되는 그 현장을 보게 된다. 하지만 아무것도 그는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죄책감은 그를 장례식장으로 이끌고 거기서 소년을 만나게 된다. 소년과 이야기를 나눈 후 그는 소년의 눈빛을 잊을 수 없다. 그리고 왠지 형이 구한 아이의 부부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뒤로도 남자는 상자 속에 산다. 그리고 다시 겨울이 오고, 그 때 한 사건이 일어나고 그는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처음에는 아몬드의 사건에 대한 목격자의 이야기라는 자체가 놀라웠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를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그가 마지막에 변화가 되는 부분이 꽤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나에게도 질문하게 된다. 선의를 당연한 줄 아는 사람들에게 과연 나는 어떻게 대할 것인가 라고 말이다. 아몬드만큼 긴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솔직히 이 책의 8명의 작품 모두를 이야기 속에 폭 빠져서 너무나 좋아했다. 그리고 몇몇의 작품들은 읽은 지 오랜 시간이 지나고 작품 속 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하고 마음에 오래오래 남았었다. 그런 그들의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 짧게라도 만나보니 오랜 시간동안의 그림움과 갈증이 조금 해소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어떤 작품은 전작들을 통해 보지 못했던 다른 이면의 세계를 보여주어 더 깊숙이 작품의 여운을 느끼게 하였다. 그래서일까, 처음 전작을 읽었을 때보다 각각 너무나 짦은 이야기지만 <두번째 엔딩>이 더 깊숙이 파고 들고, 더 오래오래 여운을 남기며, 더 큰 감동을 가져오는 듯 하다.

[창비 사전 평가단으로 선정되어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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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견백단 야옹이의 슬기로운 걱정 사전 슬기사전 1
김선희 지음, 강혜숙 그림 / 사계절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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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과 위로는 어른들에게만 필요한 것일까. 이 책 <참견백단 야옹이의 슬기로운 걱정 사전>을 보면 우리가 아이라서 잘 알지 못하꺼라 지례 짐작했던 것들이 아이들에게 걱정이 되기도 하고 아이들이 오히려 더 예민하게 상황을 받아들인다는 것을 알게 된다. 힘들거나 걱정스러울 때 혹은 지칠 때, 고민이 있을 때, 누군가의 위로가 필요한 순간 스스로 마음을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드는 일은 어른이나 아이들이나 어렵다. 특히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이들에게 딱 맞는 조언이나 위로를 하는 것은 더 어렵다. <참견백단 야옹이의 슬기로운 걱정 사전>은 아이들이 학교나 가정에서 느끼는 현실적인 고민과 걱정에 대하여 꼭 필요한 공감의 이야기와 조언, 위로를 담고 있다. 시크하고 도도한 참견백단 고양이 여여가 아이들에게 전하는 50가지의 참견은 진짜 아이들이 바로 이해가능하고 바로 적용가능한 현실적인 조언들이다. 짧고 간결한 글과 귀엽지만 유머가득한 그림으로 어른들이 전하는 조언이나 충고가 아니라 부담없이 따라할 수 있는 이야기로 아이들이 고민과 걱정으로부터 마음을 가볍고 자유롭게 만들어준다.

이 책은 김보배라는아이를 소개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아주 귀하고 소중한 아이라서 김보배라고 이름 지었지만 보배에겐 자기 이름조차 순 거짓말 같다. 자신이 태어나지 말아야 했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힘든 보배의 앞에 나타난 한마리의 고양이가 나타난다. 자신을 참견백단 고양이 여여이고, 참견이 특기라고 말하는 참견백단 고양이 여여는 세상에 태어나지 말았야 할 생명은 없다고 말하며 고민이 뭐냐고 보배에게 묻는다. 그러자 보배의 입에서 나온 수많은 걱정들. 선생님, 친구들, 엄마, 동생... 보배에게 너무나 소중한 사람들이 보배를 힘들게 하는 상황에서 참견백단 야옹이 여여는 보배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하지만 보배에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라며 신나게 사는 법을 알려주겠다고 말한다. 과연 신나게 사는 법은 무엇일까?

참견백단 야옹이 여여는 이 책을 통해 더 멋진 내가 되고 싶고, 세상과 잘 어울리고 싶으며, 지식과 지혜를 더 많이 쌓고 싶으며, 야무지게 살고 자신만만하게 살며 신나게 살고 싶은 아이들의 고민 50가지를 하나씩 하나씩 풀어준다.

이 책 속에 담긴 참견백단 야옹이 여여의 말들은 어른인 내가 봐도 좋고 기억하고 싶은 말들이 참 많다. 어쩜 이리도 시원하고 명쾌한 답을 말할까 싶다. 어른이라는 이유로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삶의 지혜나 조언, 혹은 충고들을 솔직히 아이들에게 잘 다가가지는 못한다. 어른의 말로 표현하다보니 아이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 책은 정말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고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아이들과 함께 걱정을 하나씩 들어주면서 들려주는 참견들이라서 더더욱 아이들이 공감하지 않을까 싶다. <참견백단 야옹이의 슬기로운 걱정사전>이 시리즈로 계속 나와서 아이들의 마음을 위로해주고 공감해주면서 힐링해 주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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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Q) 사전서평단에 당첨되어 받아든 책. 우와~! 무지 신기하다. 이렇게 가제본된 책은 처음 받아본다. 뭔가 엄청 특별한 사람이 된 듯한 느낌이 된다. 작가가 누구인지도 모르나, 한계 없는 상상력, 공주 해적의 정체, 꿀잼 보장이라는 글귀는 호기심을 무척이나 자극시킨다.

<신라 공주 해적단>은 신라 장보고가 망하고 15년이 지난 때에, 지금의 서울, 경기도, 충정도 일부인 한주 지방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주인공 장희는 꼬마 시절부터 장보고 무리에 끼어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장사하는 사람들의 심부름을 했다. 부지런히 일하여 제법 밑천을 모았지만 장보고가 망하자 장희는 한주로 도망쳐 건너온 것이다. 그리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동안 모아둔 밑천을 축내면서 빈둥거리며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모아두어둔 재물은 모두 바닥이 나고 마지막 남은 쌀로 밥을 지어 먹고 나서 다시 재물을 벌러 사람이 많은 곳을 찾아 나간다. 때마침 들어온 배를 보고서는 "행해만사(무슨 문제든지 말만 하면 풀어준다는 뜻)"라고 글을 적은 깃발을 내건 뒤 라지를 잡고 있었지만 아쉽게도 장희에게 일을 맡기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장희가 깃발을 내리고 자리를 걷어 치우러 하는 순간 한 남자가 장희 앞으로 뛰어온다. 그는 한수행으로, 자신이 마을사람들에게 쫓기고 있어서 장희에게 도움을 청한다. 장희는 한수행을 우려 먹을 생각을 하나 한수생의 사연과 그의 순수함에 다시 마음을 고쳐먹고 한수생과 함께 배를 타고서 길을 나선다. 마침 한수생을 잡으러 온 마을 사람들과 관리들을 피해 바다로 나가게 된 장희와 한수생. 그렇게 그들의 모험 이야기는 시작이 된다.

어찌어찌하여 겨우 한수생을 잡으러 온 마을 사람들을 피하나 바다를 헤매이던 이들 앞에는 서해 해적이 나타난다. 한평생 글만 읽고 정직하게 살아온 한수생과는 달리 장희는 번쩍이는 아이디어를 떠올려 자신들도 해적으로 소개하려 한다.

"장보고는 개밥과 같고-"

장희가 그렇게 소리 지르자, 대포고래의 부하 해적들 중에 놀라면서도 반갑다는 듯이 답하는 무리가 있었다. 그들이 외치는 소리는 다음과 같았다.

"그 자식들도 개같이 생겼다!"

한수생도 얼떨결에 그 말을 같이 따라 하며 외쳤다.

"그 자식들도 개같이 생겼다!"

그러자 해적 무리가 다시 인사를 해왔다.

"장보고는 개밥과 같고-"

"그 자식들도 개같이 생겼다." 

p41


그 시대 해적들의 인사란 말인가. 어찌나 황당무계하면서도 웃기던지. 혼자 완전 빵터져버렸다. 머리 속에 계속 맴도는 '장보고는 개밥과 같고~'와 '그 자식들도 개같이 생겼다.'. 정말 한계없는 아니 한계를 뛰어넘는 상상력이다. ㅋㅋㅋㅋ

해적의 배에 올라타게 된 장희와 한수생은 그 배에서 백제 공주를 만나게 되고 한수생은 공주의 남편으로 추대받으나, 장희는 한순간에 죽음을 면치 못하는 포로 신세가 되어버린다. 허나 순순히 죽음을 맞이할 장희가 아니지 않겠는가. 장희의 번떡이는 아이디어는 자신의 목숨 뿐만 아니라 한수생의 목숨도 여러번 구하게 된다. 그리고 제목의 <신라 공주 해적단>은 바로 장희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모습에서 일컫게 된 말이다. 신라 공주란 즉, 장희를 일컫던 말인 것이다.

여하튼, 장희와 한수생의 모험은 계속되고, 결국에는 전설처럼 전해오는 백제의 마지막 보물을 찾으러 간다. 보물지도를 따라간 백제의 마지막 보물. 인간의 탐욕을 비웃기라도 하듯한 보물의 정체도. 끝까지 신의를 저버리지 않는 한수생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낭자, 내가 그대에게 치른 물건은 고작 팔찌 몇개뿐이었는데 그대는 내 목숨을 몇 번이나 구해주었으니, 이미 그 값을 충분히 다했고. 지금 그대가 홀로 가겠다면 그렇게 하시오. 나는 공주께서 계신 곳으로 다시 돌아가야겠소."

장희는 그 말을 듣고 놀랐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가만히 한수생을 보고 서 있을 뿐이었다.

한수생이 장희에게 말했다.

"지금 내 신세가 이렇다고는 하나, 공주는 나를 진실로 남편으로 대해주었으며 그동안 나를 아껴주었소. 비록바다 한쪽 구석진 소굴에서 맺은 인연이나, 부부로 지내면서 서로 정을 드러내고 가까이 지낸 것이 하루 이틀의 일만은 아니오. 내 어찌 그 의리리를 잊고 홀로 도망칠 수 있겠소."

p178


싸움을 잘하거나, 뛰어난 지략이 있거나 하지는 않지만 끝까지 부부간의 연을 이어가기 위해 위험의 순간에도 자신의 목숨을 아까워하지 않는 한수생. 어쩌면 이런 우직하게 공주 곁을 지키는 사람이 참다운 배우자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제일 인상적인 것은 바로 이 책의 주인공 장희다. 위기의 순간마다 번떡이는 아이디어와 묘책으로 자신의 생명 뿐만 아니라 한수생의 목숨을 구할 뿐만 아니라 어떤 순간에도 굴하지 않는 모습이 참 좋다. 여자 주인공이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스토리라인도 참 좋고, 역사 소설처럼 보이나 지금의 우리가 사는 세상과 다르지 않는 인간의 탐욕에 대한 경고들도 참 와닿는다.

* 창비 출판사 사전 서평단으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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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왕 이채연 창비아동문고 306
유우석 지음, 오승민 그림 / 창비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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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섬의 비밀>로 제 19회 차이 '좋은 어린이책'대상을 받은 유우석 작가님읜 신작. 제목과 표지에서부터 여자 축구부 이야기라는 걸 마구 알리고 있다. 이 책은 초등학교 교사인 저자가 여자 축구부 감독을 맡은 경험을 토대로 만든 작품이다. 운동이라면 질색인 주인공 채연이가 축구를 너무나 좋아하는 단짝 친구 지영이의 부탁으로 여자 축구부에 들어가면서 축구의 매력에 빠지게 되고, 사이가 좋지 않았던 친구와도 화해하게 되는 과정을 아주 유쾌하게 이야기 하고 있다.

 

운동을 싫어하는 주인공 채연은 더운 여름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 축구를 하는 남자아이들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동그란 공 하나 뺏자고 떼를 지어 우르르 몰려다니는 게 우습게 느껴질 정도다. 반면에 운동을 너무 좋아하고, 숏커트에 생김새부터 남자같이 생긴 단짝 지영이는 축구는 아직 한번도 하지 못해서 축구가 더더욱 하고 싶다. 지영이의 부탁으로 학교에 새로 생긴 여자 축구부에 들어가게 된 채연이. 거기서 채연이는 자신을 왕따 시켰던 소민이를 만나게 된다. 자신을 왕따시키고 힘들게 했던 친구 소민이 전학가고 전학온 지영이와 친구와 되어 이제 좀 편해졌는데, 다시 소민이와 마주치다니.. 채연이는 자신이 힘들었던 그 시절이 떠올라서 마음이 힘들다. 그런데, 축구에는 마법이 있는 걸까? 그렇게 밉고 보기도 싫었던 소민이 마져 그냥 괜찮은 친구로 보이게 한다.

이 책은 참 유쾌하다. 채연이의 시선에서 모든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정말 채연이가 옆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이야길 진행하고 있어서 나도 모르게 채연이가 된 것처럼 폭 빠지게 된다.

 

 

"채연아, 어때? 우리 축구 한번 해 보자!'

설마설마했던 일이 연이어 벌어졌다. 인연은 내 뜻과는 상관없이 엮이는 거였다.

"어?어......"

난 또 너무 쉽게 끄덕이고 말았다. 이상하게 지영이왕는 모든 것을 같이 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른 것도 아니고 축구다. 남자아이들이 풀풀 풍기는 땀 냄새를 끔찍하게 여기는 내가 축구를 할 수 있을까? -p27~p28

 

 

짝 지영이의 권유로 여자 축구부를 하게된 채연이. 이 모습을 그리는 장면에서도 유머러스한 문체가 돋보인다.

 

그렇게 축구부에 들어가게 된 채연이가 안곰샘의 지도하에 정말 축구 선수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리는 이 책의 이야기는 경기 장면에서는 짜릿함을 아이들이 조금씩 조금씩 성장하는 장면에서는 뭉클함을 준다. 그리고 어느새 나는 채연이가 뛰고 있는 운동장 한 켠에서 아이들의 이름을 목청껏 외치며 응원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아이들이 좀 더 자기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말이다.

 

 

동장을 달리며 온 신경을 공에 집중하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오직 내 숨소리와 몸속에서 꿈틀거리는 무언가만 느껴질 뿐이다. 경기가 끝나면 온몸의 기운이 다 빠져나가지만 마음만은 축구공처럼 단단해지는 느낌이 든다. 어쩌면 축구를 생각보다 더 좋아하게 된 건지도 모른다. -p88

 

첫 평가전 후, 채연이가 그토록 싫어했던 축구의 매력을 빠지게 된 구절이다. 축구를 통해 더 단단해져가는 채연이.

 

축구는 매력적이다. 정말이지 지금 이 순간만큼은 주하보다 축구가 훨씬 좋다. 골을 넣었을 때 발등에 공이 맞은 순간을 잊을 수 없다. 공이 발등에 정확히 맞으면 그 순간 아무 생각도 안 난다. 다른 사람이 믿을지 모르겠지만 난 분명 그 느낌을 안다. 제발 한 달 뒤 전국 대회까지 발목이 다 낫기를! -p135

 

 

디어 골을 넣게 된 채연이. 비록 발목을 다치기는 했지만 그 느낌을 잊을 수 없어서 더더욱 축구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마음 한편을 간지럽게 하는 남자친구보다 축구가 더 좋다는 표현에서 역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아이들의 마음을 정말 잘 아는 듯하다. ^^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축구가 재미있다고 웃어 보인느 여자아이들의 얼굴이 그려지고, 넓은 운동장을 뛰면서 축구를 하는 여자 축구부를 응원하는 남자 아이들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그렇다. 여자아이들에게도 넒은 운동장이 필요하다. 그러기에 모두가 축구왕 이채연을 사랑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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