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정식으로 출간하기 전에 가제본된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설레이는 데, 이 책은 내가 너무나 좋아했던 소설들의 외전들을 모은 것이라서 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읽었다. 답답하고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일상의 나날에 2021년의 첫 선물로 당첨된 창비 출판사의 사전서평단. 너무나 재밌게 읽었고 너무나 좋아하였던 작품들의 외전들을 모은 이 책을 남들보다 조금 일찍 읽게 되어 무지 행복했다. 

<두번째 엔딩>은 김려령, 배미주, 이현, 김중미, 이현, 손원평, 구병모, 이희영, 백온유의 이름만 들어도 대표작이 바로 연상되는 각 작가들이 각각 전작의 외전을 그려내어 담은 아주 특별한 책이다. 8명의 작가의 전작을 너무나 재밌게 읽었던 터라 다 적고 싶지만, 적다보면 자꾸 8개의 이야기 모두를 스포하고 싶어질 듯해서 내 마음 속에 강렬하게 남은 두 작품만 언급하고자 한다.

제일 처음 실린 김려령 작가의 <언니의 무게>는 <우아한 거짓말>의 외전이다. 이제는 청소년 자살률 통계로 남아버린 천지를 보내고서 살아가는 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야기는 만지에게 미란의 문자가 오고, 만지가 미란의 집에 방문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부모들의 일로 불쾌하게 동생들은 불행하게 엮인 관계. 어쩌면 만지는 미란과의 관계가 끊길지도 모른다 생각했으나 미란은 어떤 일이 있어도 잃고 싶지 않은 친구였다. 그래서 만지는 미란의 연락을 받고 미란과의 인연을 지속한다. 그리고 만지는 미란의 동생 미라의 공부까지 봐주기로 한다. 그러나, 사실 그러면서도 만지의 마음은 그리 편지 않다. 만지를 누르는 그 언니의 무게 때문에 말이다. 그런 만지를 이해하는 인물은 단 한 명, 바로 엄마다. 천지 몫까지 잘해 본다는 만지에게 "너는 네 몫만 하면 돼. 자기 몫만 하고 사는 것도 힘들어. 마음은 기특하고 예쁜데, 너는 너로만 살아. 엄마는 그랬으면 좋겠어."라고 말한다. 그렇게 언니의 무게에서 만지는 조금 자유로워졌을까. 그리고 만지 눈에 자꾸만 보이는 천지를 죽음으로 몬 아이, 화연. 만지는 자기 주위를 맴도는 화연에게 "힘들어도 꼭 이겨내라"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화연을 용서할 수는 없다. 동생을 죽음으로 몬 아이를 어떻게 용서할 수 있겠는가. 만지를 누르는 그 언니의 무게를 너무 잘 알기에 읽는 내내 울컥했던 <언니의 무게>. 이 작품 때문에 만지와 천지를 더더욱 오래 오래 기억할 듯 싶다.

지금도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아몬드>의 외전인 <상자 속의 남자>는 아몬드의 주인의 엄마와 할머니의 죽음을 현장에서 목격한 목격자다. 그는 자신이 상자 속에 살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다.

주인공 남자는 택배일을 하고 있다. 그가 상자 속에 살게 된데에는 형의 사건과 관련이 있다. 언덕배기 꼭대기에는 여느 때처럼 파란 트럭이 하나 세워져 있고 젊은 부부가 길에서 싸우고 있다. 그들 옆으로 서너 살 먹은 아이가 아장거렸지만 언쟁에 몰두한 부부는 아이가 혼자 도로 건너편으로 가는 것을 보지 못한다. 그런데 갑자기 트럭이 미끌어지기 시작한다. 부부는 아무것도 모른 체 싸우고 있고 아이는 어느새 트럭의 직선거리 아래서 놀고 있었다. 그걸 본 주인공의 형은 몸을 굴려 아이를 구한다. 그리고 형이 가진 많은 것은 사라지고, 형은 지금처럼 병원에 누워서 살아도 산 것이 아닌 삶을 살고 있다. 사람들은 감사함을 너무나 빨리 잊어버린다. 형이 구한 가족은 평범한 일상을 살지만 형은 그저 병원에 누워있을 뿐이다. 그걸 곁에서 지켜본 주인공 남자는 지금처럼 상자 속에 살게 된 것이다. 그리고 주인공 남자는 횡단보도에서 아몬드의 소년의 할머니와 엄마가 죽게 되는 그 현장을 보게 된다. 하지만 아무것도 그는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죄책감은 그를 장례식장으로 이끌고 거기서 소년을 만나게 된다. 소년과 이야기를 나눈 후 그는 소년의 눈빛을 잊을 수 없다. 그리고 왠지 형이 구한 아이의 부부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뒤로도 남자는 상자 속에 산다. 그리고 다시 겨울이 오고, 그 때 한 사건이 일어나고 그는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처음에는 아몬드의 사건에 대한 목격자의 이야기라는 자체가 놀라웠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를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그가 마지막에 변화가 되는 부분이 꽤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나에게도 질문하게 된다. 선의를 당연한 줄 아는 사람들에게 과연 나는 어떻게 대할 것인가 라고 말이다. 아몬드만큼 긴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솔직히 이 책의 8명의 작품 모두를 이야기 속에 폭 빠져서 너무나 좋아했다. 그리고 몇몇의 작품들은 읽은 지 오랜 시간이 지나고 작품 속 그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하고 마음에 오래오래 남았었다. 그런 그들의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 짧게라도 만나보니 오랜 시간동안의 그림움과 갈증이 조금 해소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어떤 작품은 전작들을 통해 보지 못했던 다른 이면의 세계를 보여주어 더 깊숙이 작품의 여운을 느끼게 하였다. 그래서일까, 처음 전작을 읽었을 때보다 각각 너무나 짦은 이야기지만 <두번째 엔딩>이 더 깊숙이 파고 들고, 더 오래오래 여운을 남기며, 더 큰 감동을 가져오는 듯 하다.

[창비 사전 평가단으로 선정되어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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