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소설 Q) 사전서평단에 당첨되어 받아든 책. 우와~! 무지 신기하다. 이렇게 가제본된 책은 처음 받아본다. 뭔가 엄청 특별한 사람이 된 듯한 느낌이 된다. 작가가 누구인지도 모르나, 한계 없는 상상력, 공주 해적의 정체, 꿀잼 보장이라는 글귀는 호기심을 무척이나 자극시킨다.

<신라 공주 해적단>은 신라 장보고가 망하고 15년이 지난 때에, 지금의 서울, 경기도, 충정도 일부인 한주 지방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주인공 장희는 꼬마 시절부터 장보고 무리에 끼어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장사하는 사람들의 심부름을 했다. 부지런히 일하여 제법 밑천을 모았지만 장보고가 망하자 장희는 한주로 도망쳐 건너온 것이다. 그리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동안 모아둔 밑천을 축내면서 빈둥거리며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모아두어둔 재물은 모두 바닥이 나고 마지막 남은 쌀로 밥을 지어 먹고 나서 다시 재물을 벌러 사람이 많은 곳을 찾아 나간다. 때마침 들어온 배를 보고서는 "행해만사(무슨 문제든지 말만 하면 풀어준다는 뜻)"라고 글을 적은 깃발을 내건 뒤 라지를 잡고 있었지만 아쉽게도 장희에게 일을 맡기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장희가 깃발을 내리고 자리를 걷어 치우러 하는 순간 한 남자가 장희 앞으로 뛰어온다. 그는 한수행으로, 자신이 마을사람들에게 쫓기고 있어서 장희에게 도움을 청한다. 장희는 한수행을 우려 먹을 생각을 하나 한수생의 사연과 그의 순수함에 다시 마음을 고쳐먹고 한수생과 함께 배를 타고서 길을 나선다. 마침 한수생을 잡으러 온 마을 사람들과 관리들을 피해 바다로 나가게 된 장희와 한수생. 그렇게 그들의 모험 이야기는 시작이 된다.

어찌어찌하여 겨우 한수생을 잡으러 온 마을 사람들을 피하나 바다를 헤매이던 이들 앞에는 서해 해적이 나타난다. 한평생 글만 읽고 정직하게 살아온 한수생과는 달리 장희는 번쩍이는 아이디어를 떠올려 자신들도 해적으로 소개하려 한다.

"장보고는 개밥과 같고-"

장희가 그렇게 소리 지르자, 대포고래의 부하 해적들 중에 놀라면서도 반갑다는 듯이 답하는 무리가 있었다. 그들이 외치는 소리는 다음과 같았다.

"그 자식들도 개같이 생겼다!"

한수생도 얼떨결에 그 말을 같이 따라 하며 외쳤다.

"그 자식들도 개같이 생겼다!"

그러자 해적 무리가 다시 인사를 해왔다.

"장보고는 개밥과 같고-"

"그 자식들도 개같이 생겼다." 

p41


그 시대 해적들의 인사란 말인가. 어찌나 황당무계하면서도 웃기던지. 혼자 완전 빵터져버렸다. 머리 속에 계속 맴도는 '장보고는 개밥과 같고~'와 '그 자식들도 개같이 생겼다.'. 정말 한계없는 아니 한계를 뛰어넘는 상상력이다. ㅋㅋㅋㅋ

해적의 배에 올라타게 된 장희와 한수생은 그 배에서 백제 공주를 만나게 되고 한수생은 공주의 남편으로 추대받으나, 장희는 한순간에 죽음을 면치 못하는 포로 신세가 되어버린다. 허나 순순히 죽음을 맞이할 장희가 아니지 않겠는가. 장희의 번떡이는 아이디어는 자신의 목숨 뿐만 아니라 한수생의 목숨도 여러번 구하게 된다. 그리고 제목의 <신라 공주 해적단>은 바로 장희의 아이디어로 시작된 모습에서 일컫게 된 말이다. 신라 공주란 즉, 장희를 일컫던 말인 것이다.

여하튼, 장희와 한수생의 모험은 계속되고, 결국에는 전설처럼 전해오는 백제의 마지막 보물을 찾으러 간다. 보물지도를 따라간 백제의 마지막 보물. 인간의 탐욕을 비웃기라도 하듯한 보물의 정체도. 끝까지 신의를 저버리지 않는 한수생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낭자, 내가 그대에게 치른 물건은 고작 팔찌 몇개뿐이었는데 그대는 내 목숨을 몇 번이나 구해주었으니, 이미 그 값을 충분히 다했고. 지금 그대가 홀로 가겠다면 그렇게 하시오. 나는 공주께서 계신 곳으로 다시 돌아가야겠소."

장희는 그 말을 듣고 놀랐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가만히 한수생을 보고 서 있을 뿐이었다.

한수생이 장희에게 말했다.

"지금 내 신세가 이렇다고는 하나, 공주는 나를 진실로 남편으로 대해주었으며 그동안 나를 아껴주었소. 비록바다 한쪽 구석진 소굴에서 맺은 인연이나, 부부로 지내면서 서로 정을 드러내고 가까이 지낸 것이 하루 이틀의 일만은 아니오. 내 어찌 그 의리리를 잊고 홀로 도망칠 수 있겠소."

p178


싸움을 잘하거나, 뛰어난 지략이 있거나 하지는 않지만 끝까지 부부간의 연을 이어가기 위해 위험의 순간에도 자신의 목숨을 아까워하지 않는 한수생. 어쩌면 이런 우직하게 공주 곁을 지키는 사람이 참다운 배우자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제일 인상적인 것은 바로 이 책의 주인공 장희다. 위기의 순간마다 번떡이는 아이디어와 묘책으로 자신의 생명 뿐만 아니라 한수생의 목숨을 구할 뿐만 아니라 어떤 순간에도 굴하지 않는 모습이 참 좋다. 여자 주인공이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스토리라인도 참 좋고, 역사 소설처럼 보이나 지금의 우리가 사는 세상과 다르지 않는 인간의 탐욕에 대한 경고들도 참 와닿는다.

* 창비 출판사 사전 서평단으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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