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루프 창비교육 성장소설 11
박서련 지음 / 창비교육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박서련 작가의 첫 청소년 소설집이라 하여 읽게 된 책이다. 총 7편의 단편이 실린 이 책에는 다양한 장르와 소재를 넘나들며 박서련 작가의 매력을 뽐낸다. 현실에 근거하여 소설 본연의 재미와 감동을 보여주는 1부에서 상상의 공간에서 전개되는 환상적인 분위기의 이야기들이 담긴 2부, 저자가 고등학생 시절 지었던 소설을 담은 3부까지 제각각 다른 매력을 가진 작품들이 실려있어 보는 재미를 더한다. 그리고 각 부마다 들어 있는 작가의 말을 통해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박서련 작가의 진솔한 창작 후기도 만나볼 수 있다.


이 책에 제일 처음 실린 <솔직한 마음>의 첫 문장으로 학교에서 주인공 나가 얼마나 고군분투하며 지내고 있는 지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솔직한 마음>은 왕따이지만 친구를 사귀고 싶은 아이돌 소녀의 고군분투기를 담고 있다. 인기가 아주 많아 썩 잘나가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아이돌 그룹의 막내로 사랑을 받아왔던 주인공 나는 어느 날 멤버를 따돌렸다는 루머로 인해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받게 된다. 그리고 영문도 모른 채 초대된, 주인공 나의 반 단톡방인 줄 알아 들어갔던 채팅방에서 온갖 험한 말을 다 듣는다. 너무나 큰 충격을 받은 나는 고소하고 싶었지만 이 마져도 쉽지 않음을 깨닫는다.


어떻게든 왕따에서 벗어나 친구를 만들고 싶었던 나는 원래 왕따였던 '원따'와 친해지기로 마음 먹고 고군분투 하지만 채팅방에 자신을 초대한 주범이 바로 원따임을 알게 되고, 자신에게 미안해하는 원따와 친구가 되려 하지만 자신이 이내 원따에게 진심으로 다가가려 한 것은 아니었음을 깨달으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그리 길지 않은 이야기지만 이야기 속 나의 심정을 너무나 생생하게 담아내어서 일까. 이 작품을 읽는 내내 나의 심정에 공감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원따와 친구가 되려는 하지만 실은 원따를 이용하려 하였음을 깨닫는 이야기의 마지막에서 오죽하면 이 정도까지 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너무 솔직해서 더 생생하게 더 빠져들게 되는 매력이 있는 작품이다.


고향 철원을 떠나고 싶었던 저자의 마음을 담았다는 <안녕, 장수극장>은 이 책에서 나에게 가장 인상깊고 긴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이 작품의 이야기는 지방의 작은 도시에서 폐업을 앞둔 극장을 운영하고 있는 나가 중간고사를 끝나고 집으로 가 극장의 매표소를 지키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멍하니 매표소를 지키는 나를 찾아온 학생회장은 나의 아버지를 인터뷰하고 싶다고 하였다. 인터뷰 영상을 학교 축제 때 상영하겠다는 제안에 아버지는 "왜?"라는 질문과 함께 안방에서 캠코더와 삼각대를 꺼내 밤새 정성껏 촬영을 하고 영상을 보낸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축제 날, 나는 마을 사람들이 극장에 얽힌 각자의 인터뷰 영상을 보고서 비록 촬영도, 편집도 엉망, 그것도 모자라 억지스러운 내레이션까지 있는 총체적으로 웃기지도 않은 영상에 눈물을 흘리게 된다.


그리고 나의 오른편에 아버지 영상을 보고선 역시 울음을 삼키고 있었다. 그리고 이 엉성한 영상을 영화라 부르며 극장의 마지막 상영장으로 틀자고 말한다. 아버지가 말한 "이 영화를 우리 극장에서 틀자."라는 마지막 말이 가슴에 파고들었다. '장수극장 마지막 상영작의 주인공은 장수극장이 되어야했다.'라는 문장은 아버지의 마지막 말과 함께 감동을 가져다 준다. 작은 시골의 폐업을 앞둔 극장이지만 나의 가족뿐만 아니라 온 마을 사람들의 추억이 얽혀 있는 그곳. 이제는 추억 속으로 사라지겠지만 아마 오래오래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아 있지 않을까.


이 책에는 앞서 내가 언급한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들 뿐만 아니라 SF요소를 가미하여 상상력을 자극하는 흥미로운 이야기에서 저자가 청소년기에 쓴 작품들까지. 아주 다양하면서도 각기 다른 매력을 뽐내는 이야기들이 실려있다. 읽다보면 박서련이라는 작가의 한계는 없는 걸까라는 생각과 함께 과연 다음이야기는 또 어떨련지 기대를 하게 된다. 박서련 작가의 매력을 엿볼 수 있으면서 청소년기의 아이들이라면 좋아할만한 이야기가 가득한 이 책, 완전 추천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독소 쇼크
박명규.김아름 지음 / 클라우드나인 / 202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살 수 있는지를 고민하곤 한다.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는 예전과는 달리 영양과다의 시대로, 먹을 것인 늘 부족하던 예전에는 없던 병들이 현대에 이르러 생기기 시작했다. 필요 이상의 영양분들은 우리 몸에 만병의 원인인 당독소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황사, 미세먼지, 각종 화학첨가물이 첨가된 오염된 환경 역시 당독소의 수치를 높인다고 하니. 당독소는 이제 더이상 개인의 건강을 위한 것은 아닌 듯 싶다. 이 책은 오늘날은 많은 이들이 시달리는 질병의 근본 원인이 되고 있는 당독소에 대해 구체적이면서도 신뢰할 수 있는 근거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기존의 질병 외에 암과 치매의 원인 중 하나도 당독소라는 것이 밝혀졌다고 한다. 이 책은 당독소의 개념부터 건강에 미치는 문제점과 해결법까지 체계적으로 제시하고 있어, 그야말로 당독소의 교과서와 같은 책이라 하겠다.


우선 당독소가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보면 당독소는 '당에서 유래한 독소'로 우리가 먹은 음식 중 몸에서 필요한 영양소를 다 쓰고 남은 당분으로, 필요 이상의 영양분은 우리 몸에 만병의 근원인 당독소를 만들어낸다. 당독소가 만들어지는 방법은 두가지로 우리가 먹은 음식에 붙어 있고, 둘째는 몸에서 자동으로 만들어진다. 둘다 하는 일은 같은데, 당독소는 기본적으로 잼처럼 찐득찐득하여 우리 몸에 들어가면 어느 기관이든 착 달라붙는 성질이 있어 우리의 몸을 망가뜨린다. 당도소가 어느 곳에 붙느냐에 따라 우리 몸에 나타나는 증상은 달라진다. 위에 붙으면 위염과 소화불량 등을 일으키고, 피부조직에 붙으면 피부 노화를 일으킨다. 그래서 당독소를 만병의 근원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 책은 당독소가 무엇이며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해 설명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내용상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 처음에는 문제를 제시하고 뒤에는 이에 대한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하여 1장은 당독소가 무엇이며 어떻게 만들어지는 지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고, 2장은 당독소가 우리 몸에서 일으키는 여러 가지 문제와 질환에 대하 이야기하고 있따. 그리고 3장은 당독소를 해독하는 방법과 효능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방법을 제시하고 있고, 4장은 당독소를 줄이기 위해 가장 주요한 핵심한 식습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당독소가 생기는 과정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먼저 '열을 가할 때'에 생성된다고 한다. 수분이 없거나 적은 상태에서 요리할 때 더 많이 생성된다고 한다. 고기를 삶아서 먹을 때보다 굽고 튀길 때 100배 이상 증가한다고 하니, 앞으로 요리법에도 많은 신경을 써야 할 듯 싶다. 그리고 백미, 밀가루, 설탕 역시 당독소를 많이 만드는 식품이니 섭취시 주의를 요한다.


그렇다면 당독소를 줄이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에서는 올바른 식습관 다섯가지를 제시하고 있는데 되도록 지키며 살아야 할 듯 싶다. 먼저 당 흡수를 저해하는 식이섬유를 꾸준히 섭취해야 한다. 둘째 당독소를 분해하는 유산균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셋째, 저항성 전분을 섭취해한다. 넷째, 정제 탄수화무르 과당, 단당류 섭취량을 줄인다. 다섯째 동물성 단백질과 탄수화물은 저온에서 조리한다. 이 다섯가지 식습관은 꼭 습관으로 들여 놓아야 할 듯 싶다. '내가 먹은 것이 곧 나'라는 말처럼 우리는 이제는 어떤 것을 먹을지를 고민하여 하며 당독소를 줄일 수 있는 음식을 섭취하는 것을 습관으로 들여야 할 것이다. 건강을 위해, 알고보니 무섭기까지 한 당독소를 줄이는 식습관을 되도록 많은 이들이 공유하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당독소에 대해 알고 싶고, 건강한 삶을 살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 완전히 추천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숲속 재봉사의 옷장 숲속 재봉사
최향랑 지음 / 창비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자연에서 재미나면서도 신기한 이야기 씨앗들을 발견하는 최향랑 작가의 신작이다. 표지만 봐도 따사로운 햇살과 예쁜 꽃들이 가득한 봄날의 따스함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기분이 좋아진다. 이 책은 찾아온 모든 이들에게 정성스레 지은 옷과 행복을 선물하는 '숲속 재봉사'시리즈의 네 번째 이야기다. 8년만에 선보이는 신작답게 다양하고 풍성한 볼거리와 함께 봄, 여름, 가을, 겨울 숲의 모습들을 아름답게 담아내어 읽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이 책의 이야기는 숲속 재봉사와 숲 속 재봉사의 네 개의 옷장을 소개하며 시작된다. 깊고 깊은 숲 속에 사는 재봉사는 옷만들기를 아주 좋아하며, 뜨개질하는 강아지 쿵쿵이, 레이스 뜨는 거미, 가위질하는 가위벌레, 길이 재는 자벌레와 함께 옷을 만들며 살고 있다. 숲 속 재봉사에는 네 개의 옷장이 있는 데, 옷장 속의 옷은 신기하게도 입는 이의 몸에 맞춰서 커지고 작아진다.


봄의 옷장이 열리자 개구리, 곰, 담비와 오소리가 찾아온다. 그리고 저마다 마음에 드는 옷을 꺼내 든다. 숲 속 재봉사는 하늘하늘한 '산철쭉 드레스'를 만들고, 동글한 잎을 나란히 이어 만든 '괭이밥 망토'와 휘리릭 돌면 차르륵 흔들리는 '민들레 치마'와 맨드라미 씨앗으로 만든 단추를 달은 '금낭화 반바지'를 만들어 준다.


그렇게 숲속 재봉사가 만든 멋진 봄옷을 동물들은 입고서 숲속 재봉사와 함께 춤을 추며 햇볕 가득한 숲길을 걷는다. 다들 너무나 멋지고 행복해 보이는 풍경이다.


이렇게 멋진 봄의 옷장이 열리고 나서는 여름의 옷장, 가을의 옷장과 겨울의 옷장이 순서대로 열린다. 각각의 옷장에는 각 계절에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꽃잎, 나뭇잎, 씨앗 등을 이용하여 숲속 재봉사가 멋지고도 신박하게 만든 옷들을 가득하다. 숲속 재봉사의 옷장을 찾아온 동물들은 누구나 마음에 드는 옷을 골라 입고 숲속 재봉사와 즐겁게 논다. 각 계절별로 너무나 멋진 숲속 재봉사의 옷들은 어쩜 이리도 예쁘게도 만들었는지 감탄을 절로 나게 만든다.


책의 후반부에 펼쳐진 별똥별이 떨어지는 밤에 사계절의 옷장에 보았던 동물친구들이 모두 모여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장면은 이 책에서 가장 행복해 보이는 장면이자 인상 깊은 장면이다. 모두가 너무 행복해 보이는 이 장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진다고 할까. 그리고 이어지는 겨울잠 자는 동물들과 겨울잠을 자지 않은 동물들이 한데 모여 자는 장면은 포그하고 따사롭게 느껴지는 한편 이후 또 어떤 이야기로 찾아오게 될지를 기대하게 만든다.


최향랑 작가가 이 책을 만드는 과정을 촬영한 동영상을 우연히 보았는데, 이 책에 나오는 옷 하나하나, 장면 하나하나를 너무나 정성스럽게 대하는 저자의 태도와 손길을 보면서 이 책이 이토록 아름답게 담아진 데에는 저자의 무수한 노력과 열정과 애정이 있어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 가득 담긴 자연 재료를 이용한 아름다운 콜라주와 계절을 함께 즐기면서 행복을 느껴보는 것도 참 좋을 듯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리마인더스 오브 힘
콜린 후버 지음, 박지민 옮김 / 미래지향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말 오랜만에 읽는 로맨스 소설이다. 이 책은 2023년 타임지 선정 100인 중의 한 명으로 선정된 콜린 후버 작가의 신작이다. 남자친구 스코티를 죽음으로 몰고간 혐의로 감옥에서 5년을 보낸 주인공 케나 로완이 출산 직후 빼앗긴 딸 디엠과의 재회를 위해 모든 일이 잘못되었던 마을로 돌아오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전작 <베러티>에서와 마찬가지로 저자는 상실감, 슬픔, 죄책감과 같은 복잡하고도 깊은 감정과 의심, 구원, 용서와 같은 복잡한 차원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담아내어 단숨에 이야기 속으로 독자를 끌어당긴다.


이 책은 먼저 케나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이 책은 두 주인공 케나와 렛저의 이야기가 교차로 진행되며 이야기를 진행하는데, 각자 다른 입장을 서술하여 같은 장면에 대해서 서로 다른 시선으로 이야기를 진행시킴으로 다각적인 이해를 하게 할 뿐만 아니라 이야기에 더욱 빠져들게 만든다. 그리고 케나의 이야기는 감옥에서 나온 케나가 스코티가 죽은 자리에 심어진 십자가를 마주하고 뽑아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과연 케나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길래 사랑하는 남자친구인 스코티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이며, 감옥에 5년이라는 세월을 보낸 것일까? 그리고 감옥에서 나와 어찌보면 잊어버리는 것이 나을 그 자리로 다시 돌아오게 된 것일까? 첫 등장부터 케나의 이야기는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케나는 있는 돈을 다 모으고 집주인의 새끼 고양이를 맡아 키우는 조건으로 하여 조금 저렴하게 아파트에 자리를 잡게 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렛저의 이야기. 렛저는 자신의 바에 함께 근무하는 로만에게 커피잔을 선물한다. 로만의 절주를 성공하길 커피잔을 선물하는 렛저 덕분일까. 로만은 벌써 100주가 다 되어가도록 금주를 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바 구석에서 조용히 앉아 노트에 무언가를 쓰고 있는 케나와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서로에게 끌리는 케나와 렛저. 하지만 케나는 그의 이름과 트럭을 통해 렛저가 스코티의 친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끌리는 자신을 인정하지만 더이상 그를 만나지 않기로 한다.

아파트를 구하느라 돈을 거의 다 쓴 케나는 직장을 구하려 했지만 감옥에 있던 기록 때문에 계속된 실패를 하다 마트의 파트 타임으로 취업하게 된다. 그리고 그 마트에서 렛저와 다시 마주하게 되는데, 렛저가 자신의 딸 디엠과 가깝고 자주 마트에 온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여기서 밝혀지는 케나가 다시 사고가 일어난 마을로 돌아온 이유. 케나는 출산 이후 빼앗겨 단 한번도 보지 못한 자신의 딸 디엠을 보러 마을로 다시 돌아온 것이다. 하지만 케나가 디엠을 보러 스코티의 부모 집 앞으로 가는 것을 렛저에게 발견되자마자 그는 스코티의 부모가 받을 충격을 염려하며 그녀를 강제로 그 집에서 멀어지게 한다. 그리고 그 후 렛저는 케나가 자신의 절친 스코티를 죽음으로 몰고 간, 그리고 디엠의 생모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과연 케나는 자신의 딸을 다시 볼 수 있을까?


태어나자마자 할아버지, 할머니 손에서 큰 디엠은 너무나 사랑스러운 아이다. 상상력이 풍부하여 기발하며 아이다운 천진난만함을 가진 디엠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 아이의 사랑스러움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하다. 그리고 디엠을 향한 할머니 그레이스와 할아버지 패트릭, 렛저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크고 깊은지를 이 책은 너무 잘 담아 내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이 책 곳곳에 실린 케나가 늘 노트에 쓴 스코티에 대한 죄책감과 그리움, 디엠에 대한 그리움을 가득 담은 편지글은 케나가 스코티를 잃은 상실감과 죄책감이 얼마나 크고 그녀를 사로잡고 있는지를 너무나 섬세하고 세밀하게 담아내고 있다. 그리고 출산 직후 단 한번도 보지 못했지만 너무나 그리운 딸 디엠에 대한 그리움이 그녀를 이태껏 버티게 할 만큼 크다는 것 역시 알 수 있다. 그랬기에 이 책을 케나를 나도 모르게 응원하게 되는데, 이러한 것 역시 케나의 매력에 빠져버렸기 때문이라 하겠다. 과연 케나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그리고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는 렛저와 케나는 어떤 관계가 될 것이며 케나는 보고 싶은 딸 디엠을 결국에는 만날 수 있을까? 이들의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추천해본다.


역시 콜린 후버라는 말이 나올 수 밖에 없게 이 책의 이야기 역시 너무나 흡입력이 있으며 매력적이다. 주인공이 자신이 너무나 사랑하는 남친을 죽음으로 몰고 가게 한 뒤 감옥에 5년이나 있게 되고 나중에서야 알게 된 임신 사실과 자신의 딸을 남친의 부모에게 보낼 수 밖에 없는 상황. 이 모든 설정은 독자로 하여금 케나를 동정하고 응원할 수 밖에 없게 만든다. 믈론 렛저가 남편의 절친이라는 설정에 비난의 눈길을 보낼 수도 있으나 케냐의 마음을 고스란히 잘 담아낸 편지글은 결국에는 오히려 그녀를 이젠 제발 행복하길 바라게 된다고 할까. 그렇기에 해피엔딩의 결말에 독자들은 가슴을 쓰러내리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도 든든하고 의리있으며 속 깊은 남자가 또 있을까 싶은 렛저 역시 너무나 매력적이다. 아마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단숨에 케나와 렛저의 매력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복어 문학동네 청소년 70
문경민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훌훌>의 문경민 작가의 신작이라서 읽게 된 책이다. 표지도 제목도 강렬하게 시선을 잡아끈다. 이 책은 '청산가리'라 불리는 주인공 두현이 마음 한구석에 덮어 두었던 어두운 과거와 마주하고 비로소 앞으로 한 발 나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찌 이토록 어두울 수 있을까 싶은 시간을 마주하고 일렁이는 마음을 가슴에 품고 세상으로 나아가는 두현이의 이야기는 단숨에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역시 문경민작가 답다.


야기의 시작은 두현을 청산가리라 가리키며 쑥덕거리는 인문계 아이들과 두현과 절친 준수가 마주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두현이 청산가리라는 별명을 가지게 된 것이 바로 두현의 엄마가 청산가리를 먹고 자살했기 때문이라는 설정에서부터 두현의 이야기는 가슴 속 깊은 곳에 파문을 일으키며 쑥 들어온다. 자현기계공고 하이텍기계과 3학년인 두현은 더이상 뒤에서 쑥덕거리는 이야기를 지나치지 않는다. 마주하여 다시는 쑥덕거리지 못하게 만든다. 그런 두현의 옆을 지키고 두현을 걱정하는 사람은 절친 준수밖에 없다. 그리고 집으로 가는 두현 앞에 나타난 2학년 1학기 말에 자현고에서 전학온 두현 과의 유일한 여자애인 재경. 과연 재경은 왜 두현 앞에 나타난 것일까?


재경은 두현과 준수를 자신의 친구로 찍었다며 둘 앞에 매일 나타났고, 그렇게 셋은 친구가 되어 함께하게 된다. 그리고 금강복집 손자인 두현은 스스로를 복어라고 말한다. 겉보기에는 온순해 보이지만 입안에 니퍼 같은 이빨이 있고 내장에 치명적인 독을 품고 있다는 특성이 딱 자신과 닮았기 때문이었다. 엄마가 아버지의 모진 말 땍문에 청산가리를 먹고 스스로 세상을 떠난 것을 알았을 때, 아버지가 자신과 엄마를 배신한 것을 인터넷 뉴스로 접했을 때, 두현의 가슴에는 복어의 독보다 더 진하고 독한 독이 맺혔다. 두현이 그나마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언제든 뜨끈한 복국을 내어주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곁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회복은 더뎠지만 두 사람의 넉넉한 사랑 덕분에 두현은 소박하지만 평범한 일상을 아슬아슬하게 버텨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두현의 곁을 지키며 어떠한 문제든 같이 나누고 의지할 수 있는 친구 준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두현이 준수를 따라 하루라도 빨리 돈을 벌어 집안의 빚을 갚고 동생들을 대학에 보낼 꺼라는 준수를 따라 기계공고에 입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다행히 기계공고는 두현에게 잘 맞았고, 그렇게 두현은 3학년이 된 것이다.


그런데 교실에 함께 있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인 강태가 다시 돌아오면서 평화롭던 자현기계공고에 파문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두현과 준수가 복어와 기린이라면 강태는 악어였다. 자기보다 작고 만만한 상대라면 동족도 가리지 않고 사냥하는 포악한 악어말이다.


그리고 두현, 준수, 재경 그리고 강태의 담임이면서 아이들을 착실히 챙기는 정명진 선생님.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다"며 아이들에게 진심을 다하는 그의 이야기는 하이텍기계과 아이들의 마음을 움직였을 뿐만 아니라 이 책을 읽는 우리의 마음도 일렁이게 만든다. 돈을 좇던 아버지를 통해 세상의 일면을 알게 된 두현, 녹록치 않은 가정형편으로 일찌감치 생활 전선에 뛰어들어 현실을 깨우친 준수, 현장 실습에 나가 사고를 다친 오빠를 둔 재경의 이야기는 돈, 학벌이 최고인 이 세상이 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잔인하고 가혹한지를 깨닫게 만든다. 이 아이들의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추천해본다. 아마 책을 읽자 마자 두현의 일렁이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책에서 눈을 뗄 수 없을 것이다.


저자는 언젠가부터 '내가 하는 일이 세상을 더 낫게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더 나은 세상을 바라는 마음으로' 쓰기 시작한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게 두현과 아이들의 이야기를 쓰기 위해 자료를 조사하고 책을 읽고 인터부를 거듭할수록 우리 사회의 모순에 맞닿게 되었고, 잊혀가는 사건들을 생각하면 서글프고 화가 났다고 한다. 그 서글픔과 화는 이 책에 우리 사회가 가진 모순과 함께 고스란히 담겨져 있고, 그렇기에 더더욱 세상을 향해 무거운 발걸음을 내딛는 아이들을 응원하게 된다. 그리고 현실을 직시하고 앞으로 나아가기로 결심한 두현, 준수, 재경이라면 일렁이는 마음에 '투지'라는 이름을 붙여 힘차게 앞으로 걸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