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루프 창비교육 성장소설 11
박서련 지음 / 창비교육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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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련 작가의 첫 청소년 소설집이라 하여 읽게 된 책이다. 총 7편의 단편이 실린 이 책에는 다양한 장르와 소재를 넘나들며 박서련 작가의 매력을 뽐낸다. 현실에 근거하여 소설 본연의 재미와 감동을 보여주는 1부에서 상상의 공간에서 전개되는 환상적인 분위기의 이야기들이 담긴 2부, 저자가 고등학생 시절 지었던 소설을 담은 3부까지 제각각 다른 매력을 가진 작품들이 실려있어 보는 재미를 더한다. 그리고 각 부마다 들어 있는 작가의 말을 통해 그간 공개되지 않았던 박서련 작가의 진솔한 창작 후기도 만나볼 수 있다.


이 책에 제일 처음 실린 <솔직한 마음>의 첫 문장으로 학교에서 주인공 나가 얼마나 고군분투하며 지내고 있는 지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솔직한 마음>은 왕따이지만 친구를 사귀고 싶은 아이돌 소녀의 고군분투기를 담고 있다. 인기가 아주 많아 썩 잘나가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아이돌 그룹의 막내로 사랑을 받아왔던 주인공 나는 어느 날 멤버를 따돌렸다는 루머로 인해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받게 된다. 그리고 영문도 모른 채 초대된, 주인공 나의 반 단톡방인 줄 알아 들어갔던 채팅방에서 온갖 험한 말을 다 듣는다. 너무나 큰 충격을 받은 나는 고소하고 싶었지만 이 마져도 쉽지 않음을 깨닫는다.


어떻게든 왕따에서 벗어나 친구를 만들고 싶었던 나는 원래 왕따였던 '원따'와 친해지기로 마음 먹고 고군분투 하지만 채팅방에 자신을 초대한 주범이 바로 원따임을 알게 되고, 자신에게 미안해하는 원따와 친구가 되려 하지만 자신이 이내 원따에게 진심으로 다가가려 한 것은 아니었음을 깨달으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그리 길지 않은 이야기지만 이야기 속 나의 심정을 너무나 생생하게 담아내어서 일까. 이 작품을 읽는 내내 나의 심정에 공감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원따와 친구가 되려는 하지만 실은 원따를 이용하려 하였음을 깨닫는 이야기의 마지막에서 오죽하면 이 정도까지 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너무 솔직해서 더 생생하게 더 빠져들게 되는 매력이 있는 작품이다.


고향 철원을 떠나고 싶었던 저자의 마음을 담았다는 <안녕, 장수극장>은 이 책에서 나에게 가장 인상깊고 긴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다. 이 작품의 이야기는 지방의 작은 도시에서 폐업을 앞둔 극장을 운영하고 있는 나가 중간고사를 끝나고 집으로 가 극장의 매표소를 지키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멍하니 매표소를 지키는 나를 찾아온 학생회장은 나의 아버지를 인터뷰하고 싶다고 하였다. 인터뷰 영상을 학교 축제 때 상영하겠다는 제안에 아버지는 "왜?"라는 질문과 함께 안방에서 캠코더와 삼각대를 꺼내 밤새 정성껏 촬영을 하고 영상을 보낸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축제 날, 나는 마을 사람들이 극장에 얽힌 각자의 인터뷰 영상을 보고서 비록 촬영도, 편집도 엉망, 그것도 모자라 억지스러운 내레이션까지 있는 총체적으로 웃기지도 않은 영상에 눈물을 흘리게 된다.


그리고 나의 오른편에 아버지 영상을 보고선 역시 울음을 삼키고 있었다. 그리고 이 엉성한 영상을 영화라 부르며 극장의 마지막 상영장으로 틀자고 말한다. 아버지가 말한 "이 영화를 우리 극장에서 틀자."라는 마지막 말이 가슴에 파고들었다. '장수극장 마지막 상영작의 주인공은 장수극장이 되어야했다.'라는 문장은 아버지의 마지막 말과 함께 감동을 가져다 준다. 작은 시골의 폐업을 앞둔 극장이지만 나의 가족뿐만 아니라 온 마을 사람들의 추억이 얽혀 있는 그곳. 이제는 추억 속으로 사라지겠지만 아마 오래오래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아 있지 않을까.


이 책에는 앞서 내가 언급한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들 뿐만 아니라 SF요소를 가미하여 상상력을 자극하는 흥미로운 이야기에서 저자가 청소년기에 쓴 작품들까지. 아주 다양하면서도 각기 다른 매력을 뽐내는 이야기들이 실려있다. 읽다보면 박서련이라는 작가의 한계는 없는 걸까라는 생각과 함께 과연 다음이야기는 또 어떨련지 기대를 하게 된다. 박서련 작가의 매력을 엿볼 수 있으면서 청소년기의 아이들이라면 좋아할만한 이야기가 가득한 이 책, 완전 추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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