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아이들에게
한종윤 지음 / 다산글방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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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아이들에게'라는 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표지 그림을 보니 단순히 몸이 아픈 것이 아니라 마음이 다쳐버린 아이들에게 관한 이야기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책을 읽기 시작하자마자 저자가 아이들과 함께한 시간 속에서 하나하나 담은 진솔한 이야기에 완전히 빠져들었다. 나 역시 10대 청소년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이기에 저자의 글이 주는 울림이 더 깊게 다가왔다. 이 책에는 무기력, ADHD, 우울감, 인간관계 등 살면서 누구나 한번쯤 겪었거나 곁에서 보았을 고민들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고 그 속에서 길을 잃지 않으려는 아이들의 이야기는 때로는 안타까웠고, 때로는 뭉클했다. 그리고 저자가 아이들에게 던진 질문들을 나에게 해보며 읽다보니 다양한 아이들의 대답들에 더욱 이입하게 되었고 그 아이들게 전하는 저자의 따스한 진심은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책은 상담 사례를 나열하는 대신 실제 현장에서 아이들과 부딪히고 함께 걷는 과정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 속에서 드러나는 아이들의 감정, 작은 변화의 흔적, 그리고 어른으로서 느끼는 무력함과 자책, 그러나 끝내 포기하지 않고 다시 손을 내미는 용기까지 저자는 있는 그대로의 진심을 기록한다. 그리고 이 책은 총 7가지 주제를 통해 저자와 아이들이 함께 나눈 고민과 깨달음을 전한다. 첫 번째는 '신뢰와 관계의 시작'이다. 믿음은 가장 연약한 순간에 피어나는 감정이며, 진심 어린 소통만이 마음의 벽을 허물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두 번째는 '마음의 병, 이름 붙일 수 없는 고통들'이다. ADHD나 우울감처럼 이름 붙일 수 있는 증상뿐 아니라, 불안, 외로움, 소외감처럼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들도 사례를 통해 구체적으로 다루며, ‘괜찮지 않은 나’를 이해하는 출발점을 제시한다.


세 번째 주제는 '삶의 경계에서 만난 아이들'이다. 도전과 선택의 기로에서 흔들리는 아이들의 모습은 결국 우리 자신의 삶과도 맞닿아 있다. 네 번째 주제인 '나를 위한 선택은 무엇인가'에서는 인간관계와 책임, 신뢰에 대한 깊은 고민을 던진다. 저자는 이 과정에서 진정한 관계란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는 데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다섯 번째는 '함께 살아낸다는 것'이다. 저자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존재가 아니라, 그들과 함께 삶을 ‘살아내는’ 동반자다. 그의 글은 지시가 아닌 고백이고, 교훈이 아니라 삶이다. 여섯 번째는 '어른의 무력감, 그러나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다. 아이들의 아픔 앞에서 무너질 수밖에 없는 순간에도, 그는 결코 등을 돌리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일곱 번째는 '작은 변화의 시작'이다. 변화는 거창하지 않게 찾아오며, 조용하지만 꾸준한 진심이 마음을 움직이는 첫걸음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본격적으로 이야기로 들어가 이 책은 시작부터 묵직한 질문 하나를 던지며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살인을 저지른 친구가 도움을 요청한다면, 당신은 문을 열고 도울 것인가, 아니면 신고할 것인가?'

저자는 이 질문을 실제 교실에서 학생들과 토론하는데, 그 결과는 놀라웠다. 무려 70~80%의 학생들이 친구들 돕기보다 경찰에 신고하겠다를 선택했던 것이다. 친구를 돕기보다는 책임을 우선시한 결정이었다. 그러나 질문의 주체가 부모로 상황이 바뀌자 상황은 달라졌다. 부모라면 돕겠다는 응답이 70%로 급증했고, 신고하겠다는 으답은 30%로 줄었다. 이 변화는 가족과 친구 간의 '신뢰'의 차이를 보여주는 결과였다. 특히 저자는 전체 학생 중에 80%가 친구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여 애초에 도울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하며, 더 나아가 30%의 학생은 부모에 대한 신뢰조차 낮다는 사실에 깊은 우려를 드러낸다.


이러한 질문과 상황을 통해 저자는 '믿을 수 잇는 사람을 곁에 두고 싶다면 먼저 내가 그런 사람이 되어야 된다는'메시지를 전한다. 우리 모두는 언제나 내 편이 되어주고 믿어주는 사람을 원하지만 정작 스스로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좋은 사람을 바란다면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저자는 '좋은 사람 주위에는 좋은 사람이 모인다'며 우리 아이들 역시 그런 관계의 중심에 서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때로는 관계가 멈춘 듯하고, 상처받는 일이 반복될 지라도 그것이 결국은 '진짜 내 사람'을 찾는 과정임을 믿고 굳건히 걸어가라는 말은 깊은 울림을 남긴다. 그리고 나 역시 우리 아이들이 먼저 배려하고 기대를 낮추며 상대를 이해하려는 자세로 살아가길 바래본다. 그렇게 하루 하루를 쌓아가며 걸어가다보면 결국 나를 믿고 신뢰해주는, 좋은 사람이 선물처럼 찾아올테니까 말이다.


책에서 특히 인상 깊은 주제 중 하나는 ‘꿈’에 관한 이야기다. 사람들은 아이들에게 흔히 “너의 꿈은 뭐니?”라고 묻지만, 정말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고 있는 아이들이 얼마나 될까. 그렇다면 아직 꿈을 찾지 못했거나 꿈이 없는 아이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저는 꿈이 없어요. 뭘 해야 할지 전혀 모르겠어요. 잘하는 것도 없고, 자신 있는 것도 없어요”라고 말하는 학생들을 자주 만나왔다고 고백한다. 그런 아이들을 보면 기특하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은 분명 진지하지만, 정작 무언가에 몰두하거나 꾸준히 해보는 노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저자는 먼저 "꿈은 없어도 괜찮다"는 조언에 동의한다. 실제로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꼭 꿈이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며, 꿈이 없다고 해서 실패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삶의 방향이 흔들릴 때, "나는 왜 살아가고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 앞에 섰을 때, 꿈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삶을 대하는 태도나 동기에서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고 말한다.


저자는 꿈을 억지로 정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잘하는 것’을 만들기 위한 세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첫째,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을 찾는 것. 관심과 몰입은 결국 성장으로 이어진다. 둘째, 하루 2시간씩 꾸준히 몰입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 집중력과 꾸준함은 ‘좋아하는 것’을 ‘잘하는 것’으로 바꿔준다. 셋째, 일일·주간·월간의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 성취감을 쌓는 것이다. 저자가 근무하는 세계여행학교에서도 학생들에게 꿈을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좋아하는 것을 찾고 꾸준히 해보라고 조언한다. 실제로 한 학생은 목공에 몰입해 결국 미술 전공으로 유학을 떠났다.


저자는 꿈은 거창할 필요 없다고 말한다. 중요한 건 조급해하지 않고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해나가며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것라는 거다. 이 담담한 말이 꿈 때문에 힘든 아이들게 큰 위안이 되지 않을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자 본인 역시 이 책을 통해 쓴 글로 언젠가 ‘유 퀴즈’에 출연하는 꿈이라고 하는데 그 꿈을 진심으로 응원해주고 싶다.


이 책은 청소년의 내면을 향한 깊은 이해와 진정성 있는 동행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 한 교사가 오랜 시간 아이들과 함께하며 마주한 무기력, 우울감, 관계의 어려움 같은 마음의 상처들을 바탕으로, 아이들의 고통을 가볍게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는 노력을 이 책에 진솔하게 담겨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르침’이 아니라 ‘관계’이며 ‘조언’보다 앞서는 것은 ‘공감’이라는 거다. 그러기에 아이의 아픔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끝까지 지지하는 어른이 필요함을 깨닫게 된다.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아이가 가질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자세, 무엇보다 신뢰와 공감을 기반으로 한 관계 맺기가 회복의 첫걸음일 것이다. 우리 어른은 아이에게 ‘왜 그래?’라고 묻기 전에 ‘그럴 수 있어’라고 말해줄 수 있는 어른이어야 하며 무언가를 극복하라 다그치기보다 그 곁을 지키며 묵묵히 손을 내미는 어른의 존재야말로 청소년에게는 가장 큰 위로이자 힘이 될 수 있다.


결국, 이 책은 아이들의 삶을 지켜보는 모든 부모와 교사, 그리고 ‘어른’이라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정말 아이의 곁에 귀 기울이며 서 있는가?'를 묻는 것 같다. 아이와의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고민하고 함께 기다리는 자세임을 이 책을 통해 다시금 깨달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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