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의 나라
손원평 지음 / 다즐링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손원평작가의 신작이라서 읽게 된 책이다. <아몬드>와 <서른의 반격>을 통해 사회적 소수자와 인간 내면의 경계를 깊이있게 다루었던 저자는 이번에는 노인의 나라라는 다소 파격적인 미래를 소재로 하였다. 고령화와 저출생, 이민자 문제와 고도의 과학 기술의 발달 등 지금 이 시대가 마주한 첨예한 이슈들을 조금 더 시간이 흐른 미래에선 어떤 현실로 우리에게 다가오게 될 지를 상상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 책은 단순 디스토피아적 소설 그 이상을 이야기한다. 읽으면 읽을 수록 단순히 소설 속 이야기라기 보다 현실의 우리 모습들 중 일부를 적나라하게 이야기하는 듯하여 더욱 책에 몰입하게 만든다. 


책은 주인공 유나라가 기록하는 일기 형식을 통해 머지 않은 미래에 우리가 마주하게 될 수도 있는 미래 사회의 풍경을 담고 있다. 먼저 시작은 1월 1일이다, 새해를 맞이하며 희망을 품고 시작한 유나라는 현실의 무게에 눌려 기운 없이 하루를 보내고, 1월 2일에는 룸메이트 엘리야와의 불편한 동거를 담고 있다. 그리고 1월 3일, 그녀의 마음속에 오랫동안 품어온 꿈, ‘시카모어 섬’이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시카모어 섬은 실제 세계 어딘가에 존재하는 고급 실버 유토피아이자 동시에 고도로 발달한 메타버스 플랫폼 ‘시카모리아’로도 구현되어 있는 공간이다. 이 섬은 전 세계 슈퍼 리치 시니어들과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발된 35세 이하의 청년들이 함께 살아가는 특별 구역으로 단순한 요양시설이 아닌 생태적 복원과 첨단 기술이 결합된 실험적 사회 시스템이 작동하는 장소다. 유나라는 이 섬에 입도해 배우로 살아가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삼고 있다. VR 장비를 통해 가상 시카모리아에 잠시 접속하면서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유토피아의 감각에 매혹되고, 그 안에서의 가능성을 상상하며 자신의 삶을 버티려 한다. 그러나 아직은 외부 방문자에 불과한 그녀에게 시카모어 섬은 선망과 좌절이 교차하는먼 낙원이다.


그리고 섬의 창립자 카밀리아 레드너는 한국계 여성으로, 과거 ‘쓰레기 섬’이라 불리던 오염된 무인도를 천문학적인 자산을 들여 재건하고, 친환경 기술과 자치 시스템으로 가짜 같지만 진짜 같은 사회를 만든 인물이다. 이 낙원은 엄격한 기준 속에 운영되며, 표면적으로는 노인과 청년의 공존을 내세우지만, 그 속에 숨겨진 10%의 정체와 카밀리아의 진짜 의도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현실에서 탈출구를 찾기 어려운 유나라는 이 디지털 낙원을 통해 꿈을 붙잡으려 하지만 메타버스조차 완전하지 않은 감각과 기술적 한계로 인해 다시금 현실의 벽을 실감한다. 시카모리아 속 찰랑이는 바닷물이 발끝에 끈적하게 전해질 때 그녀는 자신이 여전히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이방인임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1월 4일, 유나라의 일기는 급격히 무너진 일상으로 시작된다. 휴가가 끝나고 평소처럼 호텔에 출근하여 청소를 하던 나라는 자신이 로봇에 대체되어 해고되었음을 통보된다. 그리고 그마저도 이미 처리된 사안이었다. 스물 아홉이라는 나이. 누군가는 아직 젊다고 말하겠지만 나라는 더 어린 사람들과 기계 사이에서 자신이 점점 밀려나고 있다는 현실 앞에서 막막함을 느낀다. 꿈조차 붙잡기 힘든 시대에 과연 젊음이란 무엇이란 말인가.


그런데 암울한 현실 속에 막막함만을 안고 있던 유나라에게, 뜻밖의 변화가 찾아온다. 실직의 충격도 가시기 전에, 그녀는 국내 최대의 노인 복지 기관 ‘유카시엘’의 채용 추첨에 당첨된다. 그것도 전산 무작위 방식으로 진행된 비정기 추첨의 결과였다. 말 그대로 ‘기회’가 어느 날 갑자기 떨어진 것이다.


2030년대 후반의 한국. 저출생과 고령화가 극에 달해 사회 구성원의 대다수가 노인이 된 이 세계에서 청년은 오히려 소수자이자 사회적 약자다. 노동 현장에서는 AI와 로봇, 이민자들이 청년의 역할을 대신하며그들은 일자리와 존엄을 동시에 위협받는 삶을 살아간다. 국가 복지 시스템의 중심은 노인을 향해 있고, 청년은 그 시스템을 떠받치는 책임자로 기능할 뿐이다. 그런 구조 속에서 유나라에게 주어진 ‘유카시엘 상담사’라는 직무는 단순한 일자리를 넘어 또 하나의 생존권이며 미래를 위한 유일한 디딤돌이다. 유카시엘은 시카모어 섬과 연계된 시설로 이곳에서 쌓은 경력은 그녀의 꿈인 시카모어 입도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이후 유나라는 유카시엘에서 노인들을 돌보고, 상담하며, 시스템과 사람 사이의 빈틈을 체감하게 되는데.. 과연 유카시엘에서 유나라의 삶은 어떠한 이야기로 채워질까? 나라의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보길 추천해본다.


책은 저출생과 고령화, 기술 발전이 극단에 이른 근미래 한국 사회를 배경으로 더 이상 다수도 주인공도 아닌 젊은이의 자리를 묻는다. 노인의 나라가 된 사회에서 청년은 소수자로 전락하고, AI와 이민자, 시스템의 논리 속에서 점차 존재의 의미를 잃어간다. 그 속에서 주인공 유나라가 기록하는 일기 형식의 서사는 사회 시스템이 말하지 않는 감정과 고통, 꿈과 저항을 날 것 그대로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은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여온 사회 구조를 낯설게 뒤집어 놓았다. 과거에는 보호와 돌봄을 받아야 할 존재였던 노인들이 이제는 사회의 중심 다수를 형성하며 역설적으로 소수자 위치에 놓인 청년들이 이들을 부양하는 역할을 떠맡는다. 복지 체계의 방향이 역전된 이 사회는 복지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사회적 책임은 어떻게 분배되어야 하는 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이 설정은 단순한 미래적 상상이 아니라 현 시점에서 이미 감지되고 있는 구조적 불균형을 여가하여 보여주는 듯하여 더욱 눈길을 끌어당긴다.


동시에 이 소설은 기술 발전이 인간의 삶과 노동에 미치는 영향을 날카롭게 응시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는 일상이 보편화된 사회에서 여전히 기계가 넘어서지 못하는 인간 고유의 감정과 돌봄의 자리는 어디에 존재하는 지를 지속적으로 생각하게 만든다. 또한 유나라는 이러한 질문 속에서 점차, 기술적 효율성과 감정적 온기 사이의 간극을 절실히 체감해 나가고, 이는 곧 인간성을 구성하는 본질적 요소에 대한 성찰로 이어지게 만든다.


더불어 이 책에서 젊음이란 생물학적 연령에 국한되지 않고 있다. ‘젊음’은 가능성과 생명력, 그리고 사회적 연대와 책임을 감당할 수 있는 역량의 문제로 확장된다. 급격한 변화의 시대 속에서 과연 젊음이란 무엇을 의미하며 어떤 가치를 지니는 가라는 물음은 직접적으로 전해져 독자로 하여금 유나라와 함께 고민하고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는 세대 간 갈등이나 차별을 넘어서,사회 구성원 각자의 위치와 역할에 대해 나아가 인간다운 삶의 조건을 성찰하게 만든다. 결국 이 책은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디스토피아적 상상을 넘어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의 연장선 위에서 작동하는 구조와 감정, 권력과 소외의 문제를 정교하게 담아내고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을 읽고 나서도 긴 여운과 울림은 한동안 마음 속에 소용돌이치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