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사랑
베로니크 드 뷔르 지음, 이세진 옮김 / 청미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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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예전에 본 영화 중에 사건의 결과를 먼저 보여준 다음, 시간을 역순으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주인공이 어떻게 행복할 수 있었는지, 어떻게 결과적 사건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형식의 영화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그렇게 한번 거슬러 올라가 보며 이야기를 정리해봤는데, 또 다른 감동이 있었습니다.

 

드디어 세 분이 모였네요. 그 나라에선 누가 다른 사람의 자리를 차지할 일이 없어요. 엄마의 첫 번째 남편과 두 번째 남편은 영원히 엄마 곁에 있을 거예요.”

<p.297-298>

 

애증의 존재였던 엄마를 떠나보내고서 적어 내려간 엄마 사랑의 여정이 이른 종착점으로 죽음을 정의한 문장이 이 책의 마지막에 놓여있습니다. 그렇게 엄마와 엄마의 두 사랑과 함께 하는 모습을 기대하는 딸의 마음이, 개인적인 기억과 겹쳐지면서 너무나 감동적이었습니다.

 

나는 다정함을 다시 배워야 할 때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 자신과 나의 자잘한 근심들을 조금은 잊고 엄마를 보살펴야겠다, 얼마 남지 않은 엄마의 행복을 나의 행복보다 먼저 생각해야겠다. 나의 행복은 생이 계속되는 한 꾸려나갈 시간이 있지만 엄마의 행복은 그렇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엄마를 챙긴다는 것은 아저씨를 챙긴다는 뜻이기도 해요. 엄마가 끝까지 사랑하기로 선택한 사람이니 나도 마음을 써야지요.”

<p.285>

 

엄마와 딸, 그리고 엄마가 사랑하기로 선택한 사람에 대한 마음이, 쉽지 않지만 먹은 그 마음을 이야기할 때는 과연 나라면 그럴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노년의 사랑에 대한, 특히 홀로되신 부모님의 사랑에 대한 마음은 사실 자녀로서 생각해볼 기회가 참 없는 소재이긴 합니다. 하지만, 정작 나의 일이 되고 보면 아무래도 복잡해지고야 마는 이야기다 싶습니다. 상처를 하고서 15년 후에 돌아가신 한 어르신과 그 자녀들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평소에 잘 안다고 생각했던 어르신의 자녀들이 그렇게나 후회하며 가슴 아파하는 모습은 처음 봤습니다. 어쩌면 빈자리이긴 하지만 다른 누군가로 채워지는 건 당시로선 용납할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아빠가 2월의 어느 아침 느닷없이 세상을 떠나자 엄마는 무너져 내렸지요. 아빠는 엄마 옆에서, 엄마한테 딱 붙어서, 우리가 한밤중에 이렇게 앉아 있는 바로 이 침대에서 세상을 떠났어요. 50년을 같이 살고 나면 서로 끈끈해지거나 미워 죽겠거나 둘 중 하나래요. 엄마와 아빠 사이는 끈끈했어요. 얌전하고 웅숭깊은 애착, 진실하지만 뜨겁지는 않은 저물어가는 생의 정으로 끈끈했어요.

그래서 아빠가 돌아가신 후 엄마가 그렇게 오래 혼자 사실 줄은 나 역시 몰랐어요.“

<p.10>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끝이 존재하지만 언제가 끝인지를 모른다는 딜레마에 갇혀 있습니다. 나의 늙어감도, 부모의 늙어감도, 배우자의 늙어감도, 그리고 그들의 죽음을 마주하는 것도 막연한 두려움일 수밖에 없다 싶습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마음을 쓰기 때문에 더욱 그렇겠다 싶습니다. 그런 마음을 미리 배워볼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이야기였습니다.

 

나는 모든 것을 휩쓸고 가는 세월에 대한 불안 속에서 살아요. 차라리 듣지 않았으면 좋았겠다 싶은 이야기를 듣는 거북함과, 세월을 마주하면서 위안을 얻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갈팡질팡해요. 엄마는 스무 살 보다는 서른 살이 훨씬 아름다운 시절이라고 자주 말하고 했어요. 나는 마흔, , 예순, 심지어 그 이상도 아름다운 시절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우리의 피부가 낙엽처럼 시들고 말라가는 인생의 가을에도 우리 아닌 다른 누군가의 심장을 뛰게 할 수 있고 봄날에만 느낄 수 있을 줄 알았던 욕망을 깨어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p.125>

 

엄마는 늘 나이는 그 나이로 살 준비가 됐을 때 드는 법이라고 했어요. 그러니까 나이가 들면 드는 대로 살면 된다고 했지요. 물살을 거슬러 헤엄을 치고 싶어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니? 어차피 물살이 우리를 데려갈 곳에 가지 않겠다고 용을 써서 뭐해? 우리를 젊음에서 멀어지게 하는 물살은 마치 우리를 해안에서 멀어지게 하는 물살 같아. 그냥 물살에 몸을 맡기면 다른 해안으로 떠밀려 가 또 다른 풍경들을 발견하게 될 거야.”

<p.126>

 

나이 들어감이 늙어감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라 했던 노래 가사처럼 익어가는 연습을 하면서, 상실이 아니라 떠나보내는 용기를 채워가는 세월이 되도록 마음을 쓰며 준비해볼 마음이 생기게 하는 좋은 이야기였습니다. 내 사랑들을 돌아보고 기억하며 추억해내는 시간이었습니다.

 

책의 원제는 프랑스어로 UN AMOUR RETROUVE, 돌아온 사랑 정도로 번역할 수 있겠습니다. 이야기는 아빠의 죽음으로 홀로 남은 엄마가 옛사랑을 다시 만나고 어떻게 사랑하고 또 살아가다가 그 사랑 또한 앞서 보내고 결국 세상을 떠나는 과정을 딸의 시선으로 근접 촬영된 개인적인 비디오를 보는 듯 담아내고 있습니다. 읽어가는 동안 몇 번이고 울컥해서 멈추기도 했고, 마음 푸근하게 미소짓기도 했습니다. 이렇게나 행복하고 또 가슴 벅차고, 슬펐던 적이 또 있나 싶게 푹 빠져 읽었던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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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별이 마음에 들어 - 제11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김하율 지음 / 광화문글방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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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그런 야만의 시절을 건너왔고 지금도 건너고 있다.”

<p.274. ‘작가의 말>

 

지구에서 일 광년 떨어진 행성 우르알오아이오해 출신인 외계인 호리하이코키야는 1978년 지구 하고도 대한민국 서울의 강북에 위치한 산에 불시착합니다. 그렇게 고등생명체인 인간으로 변신하고 그렇게 여공으로 지구별에 스며듭니다. 엄혹한 노동현장 속에서 갖은 고초를 겪으며 온 몸으로 당시의 대한민국의 시간을 뚝 잘라낸 장면들과 사건들이 다채로운 문장과 인물들을 통해 이야기로 쌓아가고 그 이야기를 쫓아가노라면 눈물과 웃음을 토해내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 도달하게 됩니다.

 

11회 수림문학상 수상작인 <이 별이 마음에 들어>는 미싱 타는 여자들의 이야기 속에 지구를, 인간을 배워가는 외계인을 뚝 떨구어놓고선, 그 외부인의 시선을 통해 그야말로 야만의 시절이었던 당시의 공장 여자 노동자의 고달픈 삶을 보여줍니다. 그 속에서 체득해낸 외계인 니나의 오욕칠정의 인간사는 2024년의 니나가 가슴으로 낳은 아들, 장수의 삶도 별반 다르지 않게 흘러갑니다. 배달 노동자, 대리운전기사, 택배 기사를 거치며 죽음과 슬픔의 계곡을 모면하며 그렇게 현재를 살아가는 노동자로 그려지며, 작가의 말에서 언급했듯 그 야만의 시절을 지금도 건너고 있다고 일갈해냅니다. 물론, 동의할 수밖에 없습니다.

 

울먹이는 그의 말 틈으로 서늘한 밤바람이 지나갔다. 옷 속으로 한기가 스며들었다. 말을 마치 이씨는 저번과는 다르게 혼자 터덜터덜 돌아섰다. 니나는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보름달이 취한 듯 휘영청 떠 있었다. 달은 물기를 먹어 퉁퉁해지더니 이내 턱 밑으로 톡톡 떨어졌다. 니나는 이곳에서 아주 오래 산 기분이 들었다.”

<p.167>

 

책을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 장면입니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전해들은 니나의 감정을 표현하는 문장이 사실 특별할 것 없는 단어들의 나열임에도 그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도록 배치된 이미지가 너무나도 마음을 두드리는 통에 마지막 문장의 마침표에 한동안 우두커니 머물러서 다음 페이지로 넘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니나가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마주했을 때, 그리고 그렇게 죽음들을 통과하며 그 야만 시절을 통과하면서, 니나는 비로소 비효율적이고 감정적인 그래서 저능한 지구인이 되어 갑니다. ‘이 별이 마음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또 그렇게 나는, 피하고만 싶었던 일들을 예기치 않게 마주해가며, 그렇게 또 관계와 상황들에 진절머리를 치면서 어디론가 떠나버리고만 싶었던 시간들을 통과하면서도 곁을 지켜주었던 사랑하는 이들을 떠올리며 그 덕분에 여기까지 왔구나, 그렇게 비효율의 시간들을 통과해서 여기 지금의 나라는 인간이 있구나 싶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서도 내내 마음 뭉클함에 한참을 하염없이 머물러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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듄의 세계 - 『듄』에 영감을 준 모든 것들
톰 허들스턴 지음, 강경아 옮김 / 황금가지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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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전에 등장한 프랭크 허버트의 소설 <>이 어떻게 세상에 나왔고 또 어떻게 세상에 영향을 주었으며, 또한 어떻게 듄의 세계는 이 세상에서 영향을 받았는지를 다양한 화보들을 포함하는 방대한 자료들을 통해 보여주는, <>, <>에 의한, <>을 위한 반려책이라 할 만 합니다.

 

워싱턴 출신 전직 해군이었던 기자가 어떻게 전 세계를 사로잡은 소설을 쓸 수 있었을까? 어떻게 그토록 많은 신화와 의미의 층위를 소설 속에 켜켜이 쌓아낼 수 있었을까? 200권이 넘는 논픽션 작품을 읽고 이슬람 신화부터 의미론, 천문학, 선불교, 아메리카 원주민의 부족 의식 등 온갖 것을 공부한 허버트는 <>의 상 단계에서 출판에 이르기까지 대략 6년간의 조사와 일 년 반 동안의 집필 기간이 소요됐다고 말한다.”

<p.7 ‘서론 창조자>

 

머릿속에서 그려내는 상상력으로 인물과 역사를 창조하고 사건과 이야기를 만들어낸 천재적인 크리에이터라는 오해를 풀기위해 늘어놓은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자료들을 통해 저자는 천재이기 이전에 근면한 조사자였고 다양한 학문의 연구자였던 프랭크 허버트를 위한 멋진 증언을 오롯이 담아내되 때깔마저 고운 선물같은 한권의 책으로 내놓았습니다. 여기에는 근현대의 역사적 사건들, 문학작품들, 팝밴드, 뮤지션들의 음악과 앨범과 영화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포함하고 있으며, 그러기에 가능했던 세계관의 확장과 다양한 장르와 형식으로의 변주된 <>이 가능했음을 보여줍니다.

 

프랭크 허버트는 <>을 집필하기 위해 역사, 소설, 종교, 과학자료, 전문가용 혹은 대중용 자료, 유명 혹은 무명 자료 가리지 않고 수없이 다양한 자료르 참고했다. 그렇게 탄생한 그의 작품이 문화에 미친 영향력은 오히려 창작 시 받은 문화적 영감의 영향력을 훌쩍 뛰어넘었다. <>은 역사상 가장 많이 읽힌 SF소설이며, 의심할 여지 없이 가장 영향력 있는 소설이다. SF연구자 존 J.피어스는 ”SF에서 <>이 지니는 위상은 판타지에서 <반지의 제왕>이 지니는 위상과 동일하다. 두 작품은 모두 궁극의 세계관을 창작해냈다.”라고 주장한다.“

<p.177 ‘맺음말-듄의 세계>

 

성경의 문구를 빌리자면, ‘해 아래 새 것이 없다지만 <>의 복잡다기한 레퍼런스들에서 받은 결과물이 새로운 문화적 창조를 이끌어내었으니, <>의 탄생은 새것이라 할만 하다 싶습니다.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제게 개인적으로도 너무 소중한 결과물들, 알레한드로 호도로프스키 감독의 <>, 데이빗 린치 감독의 <>, 드니 빌뇌브 감독의 <>에 대한 부분은 그야말로 숨죽이며 읽어내릴 정도로 흥미진진하고도 소중한 이야기였습니다. 그 외 미야자키 하야오의 <바람의 계곡 나우시카>, 조지 루카스의 <스타워즈>, 그리고 <스타 크래프트>, <파이브스타 스토리>, <왕좌의 게임> 등등 이루다 열거할 수 없는 <>의 자식들, 손자들이 즐비합니다. 이렇듯 프랭크 허버트의 <>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도 여전한 원전으로, 인플루언서로 역할할 것이 분명한, SF의 반지의 제왕이라 할 만합니다.

 

국내에서도 2021년에 황금가지에서 멋진 디자인의 하드커버 버전으로 6권 전집으로 출판되어 있는 <>을 천천히 씹고 뜯고 맛보려면 이 책 <듄의 세계>는 이야기를 더욱 깊고 풍성하게 읽게 해줄 더없이 유용한 참고서가 될 수 있을 듯합니다. 그리고, 다음 달 개봉 예정인 드니 빌뇌브 감독의 <:파트2>가 원전의 이야기를 어떤 시각적 성취로 이루어내는지를 기대하며, 이 책을 다시금 뒤적이려 합니다.

 

#듄의세계 #톰허들스턴 #강경아옮김 #황금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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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유발자들 - 인간 심리의 취약점을 이용하는 소셜미디어의 뒷이야기
맥스 피셔 지음, 김정아 옮김 / 제이펍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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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주말 저녁식사를 함께 하기 위해 모여서 식사 중 볼 유튜브 영상을 고르며 스마트TV 리모컨을 만지작 거리던 아이들이 본인들이 갑자기 당황해합니다. 자기들이 듣도보도 못한 크리에이터들과 영상들이 화면에 등장해서였는데, 낮에 제가 잠깐 유튜브 써칭을 하며 이것저것 시청했던 것이 아이들들의 알로리즘을 오염(?)시켜서 그리된 듯 했습니다. 어느새 익숙한 알고리즘 외의 컨텐츠들에 어색하고 당황하기 까지 하게 된 것인데, 이게 영상관람자의 취향에 따른 알고리즘인건지, 유튜브가 제시하는 알고리즘이 관람자들의 취향이 되는 것인지, 가끔은 헷갈리곤 합니다.

 

“... 다양한 플랫폼은 기껏해야 이미 존재하던 문제를 수동적으로 전파한다고 지레짐작했다. 하지만 내가 먼 타국에서 독재자, 전쟁, 정치.사회적 격변을 보도하고자 취재한 거의 모든 곳마다 이상하고 과격한 사거들이 소셜미디어와 관련되었다. 갑작스런 폭동, 새로 등장한 과격 집단, 희한한 음모론을 맹신하는 광범위한 믿음에 모두 공통된 연결고리가 있었다. 아직 폭력으로 번지지 않았을 뿐 미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는 것을 부인하기 어려웠다. 트위터에 퍼진 음모론이 국내 정치를 흔들고, 레딧의 하위문화가 신나치주의에 휘말리고, 유튜브 중독자가 여러 명을 살해했다는 소식이 한 주도 빠짐없이 들려왔다.”

<p.11 ‘시작하며>

 

최근 우리나라 야당의 대표를 암살하려는 시도가 있었고 정확한 사실관계가 수사결과로 드러나지는 않았으나, 그 배후에 유튜브가 있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로 알려졌습니다. 서두에 이야기했던 주말저녁 밥상에서 벌어진 유튜브 알고리즘 오염에 대한 것은 오히려 애교스러운 것이라 할 만큼, 작금의 소셜미디어가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가히 폭발적이고 폭력적이라 할 만합니다. 수시로 뉴스를 장식하는 소셜미디어 수장들의 윤리의식과 공적 규제 사이의 외줄타기는 그 반증이라 여겨질 만큼, 소셜미디어는 그야말로 사회(소셜)의 중요한 매개체(미디어)가 된지 오래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생성, 유포되며 기하급수적으로 재생산되는 헤아릴 수 없는 이야기들은 진위를 따지지 않는 종교적 대상화에 이르기까지 했습니다.

 

뉴욕타임스의 국제부 기자인 저자 맥스 피셔의 이 책 <혼란유발자들>은 소셜미디어 회사들이 어떻게 세상을, 그 속에서 호흡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혼란 속으로 몰아넣고 있는지를 수많은 사람들, 이를테면 소셜미디어 연구자, 소셜미디어에 영향받거나 착취당한 사람, 맞서 싸운 사람, 실리콘밸리 종사자와 경영자들,과 나눈 인터뷰들, 그리고 직접 조사하거나 객관적 자료들에서 방대하게 끌어와서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설마 그렇게까지 한다고, 싶을 정도의 현실을 직면하노라면, 현실감마저 사라져버릴 정도로 큼지막한 배신감을 너머서는 묘한 분노의 감정에 다다르게 됩니다.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가 한자리에 모여 2016년 대선에 대한 공개설명회를 열었다. 이들은 플랫폼이 사회 분열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지 몰라도, 이제 해결책에 일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이 자사 기술을 이용해 인류를 하나로 모으겠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당혹스럽게도 이 말은 비평가들이 러시아의 선전 활동이나 가짜 뉴스보다 더 해로운 과격화 수단이라 일컬었던 페이스북 그룹으로 사용자를 더 많이 유도하겠다는 뜻이었다. 사람들이 그룹을 통해 더 다양한 관점을 접할 것이라는, 선뜻 받아들익 어려운 말장난이었다.”

<p.196 ‘5장 뒤틀린 거울>

 

철학이 부재한 선언과도 같은 소셜미디어의 정책들과 그 구체적 해악, 그 과정에 도드라졌던 사건들이 들추어지면, 지금은 24시간 7일 내내 우리 삶의 공기처럼 둘러싸고 있는 소셜미디어 플랫폼들을 마주하는 것이 섬뜩해집니다. 늘 지적하고 당하면서도 여전히 누군가와 어떤 집단과 연결되어 있다는 안정감이 만들어낸 불안과 공포라는 반대급부라 더더욱 그러합니다. 멋진 디자인과 그럴싸한 말들로 포장된 소셜미디어의 외피는 그렇게 우리네 삶 속 깊숙이 도착해있고 개입하고 있으며 침해하고 있는데도, 여전히 무감하게 녹아들어 전시하고 놀아나고 있으니 한심하기 그지없다 싶으면서도 또 그렇게 누군가의 말과 생각이 표현된 글과 사진에 현혹되고 있습니다. 저 마크 저커버그의 과격한 선언 이후, 과연 인류는 하나로 모여졌고 그 영향력 아래에서 자유롭지 못하채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물론, 저도 포함해서 말입니다.

 

2019년 퓰리처상 후보에 까지 오른 저자의 공력이 느껴질 탄탄한 백업자료에 의지한 이야기의 진행은 거침이 없고 단백하며 날이 서있는 문장들로 가득합니다. 팩트를 근거로 그들을 고발을 하면서도 걱정스레 안타까워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더 나아간 해법을 제시하기까지에는 이르지 못하는 한계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여전히 소셜미디어는 더없이 종횡무진하며 무수한 대중을 향한 깃발을 휘날리며 이러한 역풍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앞으로, 앞으로만 나아가고 있으니 해법이 있기나 한지, 무엇을 위한 해법인건가 싶기도 한게 솔직한 해답이다 싶습니다. 지금으로선 말입니다.

 

#혼란유발자들 #TheChaosMachine #맥스피셔 #MaxFisher #제이펍

#소셜딜레마 #소셜미디어 #도서제공 #서평단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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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와 천재 - 루소부터 히틀러까지 문제적 열정의 내면 풍경
고명섭 지음 / 교양인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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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얼음, 광기와 천재, 온화함과 냉혹함이 한 마음 안에 동거한다. 우리의 마음은 그 기이한 마음들과 얼마나 다른가. 극한의 마음을 뒤쫓아 모순과 역설의 늪을 통과하여 우리는 우리 자신의 마음에 와닿는다.”
<p.8 ‘개정판 머리말’ 중>

2007년에 인물과사상사에서 발간했었던 동명의 책 <광기와 천재>의 오류를 바로잡고 표현을 손질해서 올 초 교양인을 통해 개정판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저자인 고명섭 작가는 한겨레신문의 기자이자, <하이데거 극장>, <니체 극장>, <생각의 요새> 등을 통해 넓고 깊은 철학적 사유와 통찰을 어렵지 않은 문장들로 담아낸 저작으로 독자들에게 생각의 탐사를 제공한 바 있습니다.
어쩌면 이 책은 그런 작가의 생각 프리퀄 같은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나 책의 서두에는 개정판 머리말과 초판본 머리말을 함께 싣고 있는데, 근래에 만난 그 어떤 책들의 머리말보다 이야기의 시작과 작가로서의 견지를 이렇게나 유려하고 담백한 문장들로 뽑아낼 수 있나 싶도록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로서는 머리말(들)을 통해 충분히 워밍업하고 본 이야기로 들어갈 수 있어서 각 인물들의 이야기에 더 흠뻑 빠져들어 몰두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여섯 천재들의 면면은 다음과 같습니다.

장 자크 루소 : 감수성의 혁명, 상상력의 저주
미셸 푸코 : 한없이 자유에 가까운 광기
루트비히 비트겐 슈타인 : 천재의 의무, 순수의 열정
프란츠 카프카 : 존재의 감옥, 변신의 욕망
나쓰메 소세키 : 불안의 질주, 문학의 탄생
조제프 푸셰 : 가장 과격한 기회주의
세르게이 네파예프 : 혁명가의 교리문답
아돌프 히틀러 : 르상티망, 혹은 몰락의 정치학

여섯 천재들을 각 장으로 하는 책은 각각의 소제목을 갖고 있는데, 알 듯 말듯한 그 소제목들은 각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 읽고 다시 음미하면 이렇게나 딱 들어맞을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각 인물의 양가적 측면을 단순하지만 다양한 의미를 포함한 단어들로 잘 담아내고 있다 싶습니다.

머리말들에서 예로 언급되었던 아돌프 아이히만의 ‘악의 평범성’, ‘자신이 건설한 공포 체제의 희생자’ 이오시프 비사리오노비치 스탈린에서 캐치된 인간군상의 속절없음과 인식 너머에 존재하는 인간에 대한 이해가 그렇게 여섯 천재들에게 어떻게 투영되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책을 읽고 있는 스스로의 내면을 자연스럽게 들여다보게 됩니다. 내 안에 공존하고 있는 두 가지 이상의 모습들과 그 양립하면서도 공존하는 모순과 역설의 대환장파티장인 이 내면의 규정할 수 없음을 마주하면 그 어두운 좌절과 분명한 인정에 좌고우면하게 됩니다.
그렇게 당대 뿐만 아니라 후대에 이르기까지 지대한 영향,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을 끼치고야 말았던 여섯 천재들에 비할 바는 결코 안되지만, 독자 스스로의 내면이 이끄는 외적 양태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 혹은 속한 공동체에 어떠한 식으로든 영향을 미쳐낼 것이므로, 어떠한 방식으로라도 그 자유로울 수 없는 영향에 예속된 자기 반성 혹은 자기 검열을 통과해내야 할 의무감에 까지 마음이 닿을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유별나고도 심오한 방법으로 세계를 파악했던 카프카는 자신이 유별나고도 심오한 하나의 세계였다.... 전 세계에서 오늘날의 세대가 벌이는 투쟁들이 모두 이 안에 들어 있다.”
<p.191 ‘밀레나의 카프카 추도문’ 중>

어쩌면 인간의 내면에서는 스스로가 인식하는 세계가 벌이는 모든 투쟁을 품고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내면의 본질을 알든 모르든 간에.

#광기와천재 #교양인 #고명섭
#생각의요새 #도서제공 #서평단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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