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사랑
베로니크 드 뷔르 지음, 이세진 옮김 / 청미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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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예전에 본 영화 중에 사건의 결과를 먼저 보여준 다음, 시간을 역순으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주인공이 어떻게 행복할 수 있었는지, 어떻게 결과적 사건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형식의 영화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그렇게 한번 거슬러 올라가 보며 이야기를 정리해봤는데, 또 다른 감동이 있었습니다.

 

드디어 세 분이 모였네요. 그 나라에선 누가 다른 사람의 자리를 차지할 일이 없어요. 엄마의 첫 번째 남편과 두 번째 남편은 영원히 엄마 곁에 있을 거예요.”

<p.297-298>

 

애증의 존재였던 엄마를 떠나보내고서 적어 내려간 엄마 사랑의 여정이 이른 종착점으로 죽음을 정의한 문장이 이 책의 마지막에 놓여있습니다. 그렇게 엄마와 엄마의 두 사랑과 함께 하는 모습을 기대하는 딸의 마음이, 개인적인 기억과 겹쳐지면서 너무나 감동적이었습니다.

 

나는 다정함을 다시 배워야 할 때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 자신과 나의 자잘한 근심들을 조금은 잊고 엄마를 보살펴야겠다, 얼마 남지 않은 엄마의 행복을 나의 행복보다 먼저 생각해야겠다. 나의 행복은 생이 계속되는 한 꾸려나갈 시간이 있지만 엄마의 행복은 그렇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엄마를 챙긴다는 것은 아저씨를 챙긴다는 뜻이기도 해요. 엄마가 끝까지 사랑하기로 선택한 사람이니 나도 마음을 써야지요.”

<p.285>

 

엄마와 딸, 그리고 엄마가 사랑하기로 선택한 사람에 대한 마음이, 쉽지 않지만 먹은 그 마음을 이야기할 때는 과연 나라면 그럴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노년의 사랑에 대한, 특히 홀로되신 부모님의 사랑에 대한 마음은 사실 자녀로서 생각해볼 기회가 참 없는 소재이긴 합니다. 하지만, 정작 나의 일이 되고 보면 아무래도 복잡해지고야 마는 이야기다 싶습니다. 상처를 하고서 15년 후에 돌아가신 한 어르신과 그 자녀들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평소에 잘 안다고 생각했던 어르신의 자녀들이 그렇게나 후회하며 가슴 아파하는 모습은 처음 봤습니다. 어쩌면 빈자리이긴 하지만 다른 누군가로 채워지는 건 당시로선 용납할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아빠가 2월의 어느 아침 느닷없이 세상을 떠나자 엄마는 무너져 내렸지요. 아빠는 엄마 옆에서, 엄마한테 딱 붙어서, 우리가 한밤중에 이렇게 앉아 있는 바로 이 침대에서 세상을 떠났어요. 50년을 같이 살고 나면 서로 끈끈해지거나 미워 죽겠거나 둘 중 하나래요. 엄마와 아빠 사이는 끈끈했어요. 얌전하고 웅숭깊은 애착, 진실하지만 뜨겁지는 않은 저물어가는 생의 정으로 끈끈했어요.

그래서 아빠가 돌아가신 후 엄마가 그렇게 오래 혼자 사실 줄은 나 역시 몰랐어요.“

<p.10>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끝이 존재하지만 언제가 끝인지를 모른다는 딜레마에 갇혀 있습니다. 나의 늙어감도, 부모의 늙어감도, 배우자의 늙어감도, 그리고 그들의 죽음을 마주하는 것도 막연한 두려움일 수밖에 없다 싶습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마음을 쓰기 때문에 더욱 그렇겠다 싶습니다. 그런 마음을 미리 배워볼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이야기였습니다.

 

나는 모든 것을 휩쓸고 가는 세월에 대한 불안 속에서 살아요. 차라리 듣지 않았으면 좋았겠다 싶은 이야기를 듣는 거북함과, 세월을 마주하면서 위안을 얻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갈팡질팡해요. 엄마는 스무 살 보다는 서른 살이 훨씬 아름다운 시절이라고 자주 말하고 했어요. 나는 마흔, , 예순, 심지어 그 이상도 아름다운 시절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우리의 피부가 낙엽처럼 시들고 말라가는 인생의 가을에도 우리 아닌 다른 누군가의 심장을 뛰게 할 수 있고 봄날에만 느낄 수 있을 줄 알았던 욕망을 깨어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p.125>

 

엄마는 늘 나이는 그 나이로 살 준비가 됐을 때 드는 법이라고 했어요. 그러니까 나이가 들면 드는 대로 살면 된다고 했지요. 물살을 거슬러 헤엄을 치고 싶어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니? 어차피 물살이 우리를 데려갈 곳에 가지 않겠다고 용을 써서 뭐해? 우리를 젊음에서 멀어지게 하는 물살은 마치 우리를 해안에서 멀어지게 하는 물살 같아. 그냥 물살에 몸을 맡기면 다른 해안으로 떠밀려 가 또 다른 풍경들을 발견하게 될 거야.”

<p.126>

 

나이 들어감이 늙어감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라 했던 노래 가사처럼 익어가는 연습을 하면서, 상실이 아니라 떠나보내는 용기를 채워가는 세월이 되도록 마음을 쓰며 준비해볼 마음이 생기게 하는 좋은 이야기였습니다. 내 사랑들을 돌아보고 기억하며 추억해내는 시간이었습니다.

 

책의 원제는 프랑스어로 UN AMOUR RETROUVE, 돌아온 사랑 정도로 번역할 수 있겠습니다. 이야기는 아빠의 죽음으로 홀로 남은 엄마가 옛사랑을 다시 만나고 어떻게 사랑하고 또 살아가다가 그 사랑 또한 앞서 보내고 결국 세상을 떠나는 과정을 딸의 시선으로 근접 촬영된 개인적인 비디오를 보는 듯 담아내고 있습니다. 읽어가는 동안 몇 번이고 울컥해서 멈추기도 했고, 마음 푸근하게 미소짓기도 했습니다. 이렇게나 행복하고 또 가슴 벅차고, 슬펐던 적이 또 있나 싶게 푹 빠져 읽었던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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