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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기와 천재 - 루소부터 히틀러까지 문제적 열정의 내면 풍경
고명섭 지음 / 교양인 / 2024년 1월
평점 :
“불과 얼음, 광기와 천재, 온화함과 냉혹함이 한 마음 안에 동거한다. 우리의 마음은 그 기이한 마음들과 얼마나 다른가. 극한의 마음을 뒤쫓아 모순과 역설의 늪을 통과하여 우리는 우리 자신의 마음에 와닿는다.”
<p.8 ‘개정판 머리말’ 중>
2007년에 인물과사상사에서 발간했었던 동명의 책 <광기와 천재>의 오류를 바로잡고 표현을 손질해서 올 초 교양인을 통해 개정판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저자인 고명섭 작가는 한겨레신문의 기자이자, <하이데거 극장>, <니체 극장>, <생각의 요새> 등을 통해 넓고 깊은 철학적 사유와 통찰을 어렵지 않은 문장들로 담아낸 저작으로 독자들에게 생각의 탐사를 제공한 바 있습니다.
어쩌면 이 책은 그런 작가의 생각 프리퀄 같은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나 책의 서두에는 개정판 머리말과 초판본 머리말을 함께 싣고 있는데, 근래에 만난 그 어떤 책들의 머리말보다 이야기의 시작과 작가로서의 견지를 이렇게나 유려하고 담백한 문장들로 뽑아낼 수 있나 싶도록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로서는 머리말(들)을 통해 충분히 워밍업하고 본 이야기로 들어갈 수 있어서 각 인물들의 이야기에 더 흠뻑 빠져들어 몰두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여섯 천재들의 면면은 다음과 같습니다.
장 자크 루소 : 감수성의 혁명, 상상력의 저주
미셸 푸코 : 한없이 자유에 가까운 광기
루트비히 비트겐 슈타인 : 천재의 의무, 순수의 열정
프란츠 카프카 : 존재의 감옥, 변신의 욕망
나쓰메 소세키 : 불안의 질주, 문학의 탄생
조제프 푸셰 : 가장 과격한 기회주의
세르게이 네파예프 : 혁명가의 교리문답
아돌프 히틀러 : 르상티망, 혹은 몰락의 정치학
여섯 천재들을 각 장으로 하는 책은 각각의 소제목을 갖고 있는데, 알 듯 말듯한 그 소제목들은 각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 읽고 다시 음미하면 이렇게나 딱 들어맞을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각 인물의 양가적 측면을 단순하지만 다양한 의미를 포함한 단어들로 잘 담아내고 있다 싶습니다.
머리말들에서 예로 언급되었던 아돌프 아이히만의 ‘악의 평범성’, ‘자신이 건설한 공포 체제의 희생자’ 이오시프 비사리오노비치 스탈린에서 캐치된 인간군상의 속절없음과 인식 너머에 존재하는 인간에 대한 이해가 그렇게 여섯 천재들에게 어떻게 투영되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책을 읽고 있는 스스로의 내면을 자연스럽게 들여다보게 됩니다. 내 안에 공존하고 있는 두 가지 이상의 모습들과 그 양립하면서도 공존하는 모순과 역설의 대환장파티장인 이 내면의 규정할 수 없음을 마주하면 그 어두운 좌절과 분명한 인정에 좌고우면하게 됩니다.
그렇게 당대 뿐만 아니라 후대에 이르기까지 지대한 영향,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을 끼치고야 말았던 여섯 천재들에 비할 바는 결코 안되지만, 독자 스스로의 내면이 이끄는 외적 양태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 혹은 속한 공동체에 어떠한 식으로든 영향을 미쳐낼 것이므로, 어떠한 방식으로라도 그 자유로울 수 없는 영향에 예속된 자기 반성 혹은 자기 검열을 통과해내야 할 의무감에 까지 마음이 닿을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유별나고도 심오한 방법으로 세계를 파악했던 카프카는 자신이 유별나고도 심오한 하나의 세계였다.... 전 세계에서 오늘날의 세대가 벌이는 투쟁들이 모두 이 안에 들어 있다.”
<p.191 ‘밀레나의 카프카 추도문’ 중>
어쩌면 인간의 내면에서는 스스로가 인식하는 세계가 벌이는 모든 투쟁을 품고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내면의 본질을 알든 모르든 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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