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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유발자들 - 인간 심리의 취약점을 이용하는 소셜미디어의 뒷이야기
맥스 피셔 지음, 김정아 옮김 / 제이펍 / 2024년 1월
평점 :
간혹 주말 저녁식사를 함께 하기 위해 모여서 식사 중 볼 유튜브 영상을 고르며 스마트TV 리모컨을 만지작 거리던 아이들이 본인들이 갑자기 당황해합니다. 자기들이 듣도보도 못한 크리에이터들과 영상들이 화면에 등장해서였는데, 낮에 제가 잠깐 유튜브 써칭을 하며 이것저것 시청했던 것이 아이들들의 알로리즘을 오염(?)시켜서 그리된 듯 했습니다. 어느새 익숙한 알고리즘 외의 컨텐츠들에 어색하고 당황하기 까지 하게 된 것인데, 이게 영상관람자의 취향에 따른 알고리즘인건지, 유튜브가 제시하는 알고리즘이 관람자들의 취향이 되는 것인지, 가끔은 헷갈리곤 합니다.
“... 다양한 플랫폼은 기껏해야 이미 존재하던 문제를 수동적으로 전파한다고 지레짐작했다. 하지만 내가 먼 타국에서 독재자, 전쟁, 정치.사회적 격변을 보도하고자 취재한 거의 모든 곳마다 이상하고 과격한 사거들이 소셜미디어와 관련되었다. 갑작스런 폭동, 새로 등장한 과격 집단, 희한한 음모론을 맹신하는 광범위한 믿음에 모두 공통된 연결고리가 있었다. 아직 폭력으로 번지지 않았을 뿐 미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는 것을 부인하기 어려웠다. 트위터에 퍼진 음모론이 국내 정치를 흔들고, 레딧의 하위문화가 신나치주의에 휘말리고, 유튜브 중독자가 여러 명을 살해했다는 소식이 한 주도 빠짐없이 들려왔다.”
<p.11 ‘시작하며’ 중>
최근 우리나라 야당의 대표를 암살하려는 시도가 있었고 정확한 사실관계가 수사결과로 드러나지는 않았으나, 그 배후에 유튜브가 있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로 알려졌습니다. 서두에 이야기했던 주말저녁 밥상에서 벌어진 유튜브 알고리즘 오염에 대한 것은 오히려 애교스러운 것이라 할 만큼, 작금의 소셜미디어가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가히 폭발적이고 폭력적이라 할 만합니다. 수시로 뉴스를 장식하는 소셜미디어 수장들의 윤리의식과 공적 규제 사이의 외줄타기는 그 반증이라 여겨질 만큼, 소셜미디어는 그야말로 사회(소셜)의 중요한 매개체(미디어)가 된지 오래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생성, 유포되며 기하급수적으로 재생산되는 헤아릴 수 없는 이야기들은 진위를 따지지 않는 종교적 대상화에 이르기까지 했습니다.
뉴욕타임스의 국제부 기자인 저자 맥스 피셔의 이 책 <혼란유발자들>은 소셜미디어 회사들이 어떻게 세상을, 그 속에서 호흡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혼란 속으로 몰아넣고 있는지를 수많은 사람들, 이를테면 소셜미디어 연구자, 소셜미디어에 영향받거나 착취당한 사람, 맞서 싸운 사람, 실리콘밸리 종사자와 경영자들,과 나눈 인터뷰들, 그리고 직접 조사하거나 객관적 자료들에서 방대하게 끌어와서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설마 그렇게까지 한다고, 싶을 정도의 현실을 직면하노라면, 현실감마저 사라져버릴 정도로 큼지막한 배신감을 너머서는 묘한 분노의 감정에 다다르게 됩니다.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가 한자리에 모여 2016년 대선에 대한 공개설명회를 열었다. 이들은 플랫폼이 사회 분열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지 몰라도, 이제 해결책에 일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이 자사 기술을 이용해 ”인류를 하나로 모으겠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당혹스럽게도 이 말은 비평가들이 러시아의 선전 활동이나 가짜 뉴스보다 더 해로운 과격화 수단이라 일컬었던 페이스북 그룹으로 사용자를 더 많이 유도하겠다는 뜻이었다. 사람들이 그룹을 통해 더 다양한 관점을 접할 것이라는, 선뜻 받아들익 어려운 말장난이었다.”
<p.196 ‘5장 뒤틀린 거울’ 중>
철학이 부재한 선언과도 같은 소셜미디어의 정책들과 그 구체적 해악, 그 과정에 도드라졌던 사건들이 들추어지면, 지금은 24시간 7일 내내 우리 삶의 공기처럼 둘러싸고 있는 소셜미디어 플랫폼들을 마주하는 것이 섬뜩해집니다. 늘 지적하고 당하면서도 여전히 누군가와 어떤 집단과 연결되어 있다는 안정감이 만들어낸 불안과 공포라는 반대급부라 더더욱 그러합니다. 멋진 디자인과 그럴싸한 말들로 포장된 소셜미디어의 외피는 그렇게 우리네 삶 속 깊숙이 도착해있고 개입하고 있으며 침해하고 있는데도, 여전히 무감하게 녹아들어 전시하고 놀아나고 있으니 한심하기 그지없다 싶으면서도 또 그렇게 누군가의 말과 생각이 표현된 글과 사진에 현혹되고 있습니다. 저 마크 저커버그의 과격한 선언 이후, 과연 인류는 하나로 모여졌고 그 영향력 아래에서 자유롭지 못하채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물론, 저도 포함해서 말입니다.
2019년 퓰리처상 후보에 까지 오른 저자의 공력이 느껴질 탄탄한 백업자료에 의지한 이야기의 진행은 거침이 없고 단백하며 날이 서있는 문장들로 가득합니다. 팩트를 근거로 그들을 고발을 하면서도 걱정스레 안타까워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더 나아간 해법을 제시하기까지에는 이르지 못하는 한계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여전히 소셜미디어는 더없이 종횡무진하며 무수한 대중을 향한 깃발을 휘날리며 이러한 역풍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앞으로, 앞으로만 나아가고 있으니 해법이 있기나 한지, 무엇을 위한 해법인건가 싶기도 한게 솔직한 해답이다 싶습니다. 지금으로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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