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별이 마음에 들어 - 제11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김하율 지음 / 광화문글방 / 2023년 12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그런 야만의 시절을 건너왔고 지금도 건너고 있다.”

<p.274. ‘작가의 말>

 

지구에서 일 광년 떨어진 행성 우르알오아이오해 출신인 외계인 호리하이코키야는 1978년 지구 하고도 대한민국 서울의 강북에 위치한 산에 불시착합니다. 그렇게 고등생명체인 인간으로 변신하고 그렇게 여공으로 지구별에 스며듭니다. 엄혹한 노동현장 속에서 갖은 고초를 겪으며 온 몸으로 당시의 대한민국의 시간을 뚝 잘라낸 장면들과 사건들이 다채로운 문장과 인물들을 통해 이야기로 쌓아가고 그 이야기를 쫓아가노라면 눈물과 웃음을 토해내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 도달하게 됩니다.

 

11회 수림문학상 수상작인 <이 별이 마음에 들어>는 미싱 타는 여자들의 이야기 속에 지구를, 인간을 배워가는 외계인을 뚝 떨구어놓고선, 그 외부인의 시선을 통해 그야말로 야만의 시절이었던 당시의 공장 여자 노동자의 고달픈 삶을 보여줍니다. 그 속에서 체득해낸 외계인 니나의 오욕칠정의 인간사는 2024년의 니나가 가슴으로 낳은 아들, 장수의 삶도 별반 다르지 않게 흘러갑니다. 배달 노동자, 대리운전기사, 택배 기사를 거치며 죽음과 슬픔의 계곡을 모면하며 그렇게 현재를 살아가는 노동자로 그려지며, 작가의 말에서 언급했듯 그 야만의 시절을 지금도 건너고 있다고 일갈해냅니다. 물론, 동의할 수밖에 없습니다.

 

울먹이는 그의 말 틈으로 서늘한 밤바람이 지나갔다. 옷 속으로 한기가 스며들었다. 말을 마치 이씨는 저번과는 다르게 혼자 터덜터덜 돌아섰다. 니나는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보름달이 취한 듯 휘영청 떠 있었다. 달은 물기를 먹어 퉁퉁해지더니 이내 턱 밑으로 톡톡 떨어졌다. 니나는 이곳에서 아주 오래 산 기분이 들었다.”

<p.167>

 

책을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 장면입니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전해들은 니나의 감정을 표현하는 문장이 사실 특별할 것 없는 단어들의 나열임에도 그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도록 배치된 이미지가 너무나도 마음을 두드리는 통에 마지막 문장의 마침표에 한동안 우두커니 머물러서 다음 페이지로 넘어갈 수가 없었습니다.

니나가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마주했을 때, 그리고 그렇게 죽음들을 통과하며 그 야만 시절을 통과하면서, 니나는 비로소 비효율적이고 감정적인 그래서 저능한 지구인이 되어 갑니다. ‘이 별이 마음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또 그렇게 나는, 피하고만 싶었던 일들을 예기치 않게 마주해가며, 그렇게 또 관계와 상황들에 진절머리를 치면서 어디론가 떠나버리고만 싶었던 시간들을 통과하면서도 곁을 지켜주었던 사랑하는 이들을 떠올리며 그 덕분에 여기까지 왔구나, 그렇게 비효율의 시간들을 통과해서 여기 지금의 나라는 인간이 있구나 싶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서도 내내 마음 뭉클함에 한참을 하염없이 머물러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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