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우러러 딱 한 점만 부끄럽기를 - 사랑의 내공을 높이는 64편의 인문학적 사유
조이엘 지음 / 섬타임즈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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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치 넘치는 제목만큼이나 재치 넘치는 부부처세술, 아니 남편처세술의 진수를 가지런히도 담아내었습니다. 둘이 하나되는 체험을 통해 인문학적 고찰을 끌어낸 저자는 참 이쁘고 설레이게 사랑을 논하고 권면합니다.

 

사랑에는 수고가 따르고, 그 수고는 죽을 때까지 계속되는 노력이다. 노력하는 한, 인간은 행복하다.”

<p.013>

 

갖가지 감동적이고 깜찍한 아포리즘들을 끌어들여서는 자신과 아내의 이야기들을 버무려서는, 이런게 사랑아니겠냐, 이런게 결혼 아니겠냐, 면서 독자를 이끄는데 속수무책으로 끌려다니며 그 이야기를 쭈욱 듣게 되는 말빨(?)이 상당한 내공의 고수다 싶습니다. 그런가 하면, 200박스와 책장, 그리고 두 박스가 채 안되는 옷을 제주로 보내며 시작한 현실감 있는 제주 살이 이야기도 끼어들면서 막연히 미루어 두었던 제주 한달 살기의 소원을 다시 꺼내어 들게도 했습니다.

 

한계와 소명이, 자유와 구속이 동시에 부과된다는 점에서 수도 생활과 결혼 생활은 순교다.”

<p.035>

 

그리고, 수도사처럼 살려고 떠난 제주에서 운명처럼 독신주의를 무너뜨리는 서울깍쟁이를 마주하고 순교를 결심하기에 이릅니다. 이렇게 쌓여가는 사랑이야기와 결혼이야기를 크게 두 개의 장으로 구분하고 있지만, 그게 구분이 안되는 현실을 살포시 끼얹어 들려주는 소소하지만 살짜쿵 설러이는 이야기들에 흐뭇한 미소가 둥둥 떠다니게도 합니다. , 이거 참...

그렇게 연애를 하고, 결혼을 준비하고, 결혼생활을 하며 접점을 찾고 변화를 추구하고 서로에게 맞추어가는 이야기의 빌드업의 재미짐이 여느 연애소설 못지않습니다.

 

본질에는 일치를.

비본질엔 자유를.

이 모두에 사랑을!“

<17세기 대주교. 마르코 안토니오 드 도미니스>

 

결혼을 망설이는 사람들, 결혼했는데도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햄릿이 절친 호레이쇼에게 한 말을 인용해 글을 맺는다.

하늘과 지구에는 자네가 상상 속에서 꿈꾸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이 있다네.’

결혼도 그렇다네.“

<p.267 에필로그 중>

 

그리고, 독신주의자가 정반대편으로 돌아서서 외치는 대책없는 결혼옹호론자의 권면이 그래서 더 설득력 있고, 설득력 있고, 설득력 있습니다. 누군가 그랬다지요? 결혼을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 그러니 결혼을 하고 후회하라고...

이 가을, 사랑과 연애가 고픈, 결혼을 고민하는, 결혼이 지루해진 사람들의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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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가 사라진다 - OTT에서 영화제까지, 산업의 눈으로 본 한국영화 이야기
이승연 지음 / 바틀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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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산업의 위기는 영화계 종사자들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한국영화는 어렵게 지금의 위치까지 올라섰습니다. 전 세계를 통틀어 안정적으로 영화를 제작하는 국가는 기껏해야 10개국 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코로나19가 닥치기 전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극장 관람객이 많은 국가였습니다. <기생충><오징어 게임>의 성과는 단시간에 이뤄진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저력은 뛰어난 문화적 유전자를 계속해서 진화시킨 데에 있습니다.”

<p.7 프롤로그 중>

 

저자는 본격적으로 한국영화, 정확하게는 한국영화 산업의 지금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스스로의 사명감 같은 것에 이끌려 이 이야기를 해야만 했다고 털어놓으면서 책을 엽니다. 지난 세기의 일본영화와 홍콩영화가 걸어갔던 전철을 한국영화는, 한국영화 산업은 밟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말입니다. 그렇게, ‘뜨거운 태양의 온도를 심장에 담아이야기하는 이 책은, 그래서 책의 제목이 제법 사무치는 마음이 드는 것도 이러한 연유에 기인하는 듯합니다. 한국영화가 사라지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러니 우리 지금을 제대로 직시하고, 함께 한국영화를 지켜낼 방법을 함께 찾아보자고, 간절한 손을 내밀고 있습니다.

 

저는 계속해서 극장의 위기를 두 가지로 말씀드렸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OTT의 성장이 그것입니다. 이쯤에서 다시 질문을 해보고자 합니다. ‘코로나19가 종식되거나 안정되고 OTT와 극장이 상생방안을 찾으면 극장은 예전 상태로 돌아갈 것인가하는 질문입니다. 안타깝지만 그렇지 않다가 답일 것 같습니다.”

<p.50 극장위기의 진짜 원인 중>

 

책은 크게 1영화산업의 지각 변동이 시작된다2한국영화의 중추, 기로에 서다로 나눠져 있습니다. 1부에서는 한국영화와 한국영화 산업의 현재를 이야기합니다. 영화의 역사와 존재론적 고찰(?)을 거쳐, 코로나19 이후 변화하고 있는 영화산업 전반을 다루며, 극장의 위기와 OTT 산업의 생태지도를 그려 보입니다. 그리고, 2부에서는 영진위, 영등위, 영자원, 이 세 기관의 지금을 이야기하며 미래의 방향을 제안하고, 더불어 축제로서의 영화제들을 만납니다.

 

얼마 전 제가 접했던 뉴스기사 하나가 지금의 OTT시대를 다시 돌아보게 했었습니다. 넷플릭스가 DVD 마지막 발송을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원래 넷플릭스는 온라인 DVD, 비디오 대여점이었고, 오프라인으로 월회비를 지불하는 회원들에게 우편으로 영화를 빌려주던 회사였습니다. 그러다가 온라인이 겸해진 것이었고, 여전히 우편 대여는 지속되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그 사업을 완전히 접고 온라인 스트리밍만 남겨진 샘입니다.

 

그렇게 영화산업은 진화하며 새로 태어나고 사라집니다. 그렇게 온 지구에 OTT제국을 건설한 넷플릭스는 영화산업을 좌지우지 하고 있고, 한국영화 생태계도 그 영향력 아래 있습니다. 영화의 정의마저 바꿔버린 공룡인 샘이지요. 하지만, 그 공룡도 시대와 상황에 맞추어 진화하지 못하면, 그 고대 생물인 공룡처럼 멸종해버릴 것입니다. 한국영화도 공룡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무던히도 진화하고 변화해야 하는 것임은 두말할 나위 없습니다. 그래야, 미래의 박찬욱, 봉준호들이 한국영화 산업 안에서 창작하고 세계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상태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영화는 감독의 작품이지만, 감독만의 것이 아님을, 훌륭한 배우와 스태프, 투자자, 그리고 극장과 관객 모두의 것임을 기억하고 변화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뚜벅뚜벅 걸어가는 대한민국 영화인들을 응원하고 지지하자 독자들에게 권합니다.

 

독자들에게 한국영화의 어려운 사정을 설명하고 싶었습니다. 제 책을 읽어주실 분들은 저처럼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일 것입니다. 동시에 처음의 저만큼이나 산업 상화ᅟᅡᆼ을 잘 모르시는 분들일 것입니다. 영화를 좋아하는데 산업까지 알게 되는 분들이 많아지면 혹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진심으로 그것만이 제 바람이었습니다.”

<p.309 에필로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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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트 - 들고 뛰고 헤엄치며 흘리는 모든 땀에 관하여
빌 헤이스 지음, 김희정.정승연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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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한글번역판의 부제는 <들고 뛰고 헤엄치며 흘리는 모든 땀에 관하여>입니다. 그리고, 원제는 <땀: 운동의 역사>입니다. 책을 처음 받아들면 제목과 책표지에서, 저자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예상하는 재미가 제법 있습니다. 이 책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목차에 이르기 전에, 기원전 700년에 쓰여진 헤시오도스의 <일과 날 Work And Days>에서 인용된 문장을 만납니다.

“불멸의 신들이 그렇게 만들었다.
뛰어남의 경지에 이르고 싶다면 먼저 땀을 흘려야 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삽화와 사진들과 설명들. 본론에서 다루어질 이야기들의 예고편 격으로 기원전 이집트의 벽화에서 벤치프레스를 하는 매릴린 먼로를 마주합니다. 운동과 역사가 주거니 받거니 대화를 나누는 환청이 들리는 듯 페이지를 넘기면 마침내, 목차에 이르릅니다. 총 21개의 장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소제목들의 면면이 제법 느닷없거나 종잡을 수 없는 흐름입니다. 연대별로 운동과 땀에 대해 이야기될 거라는 예상이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습니다. 벌써부터 흥미진진합니다.

“운동이 될 수 있는 유일한 움직임은 걷기가 아니라 말하기다.” -오스카 와일드
<p.194>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 책 <스웨트>는 책날개에 있는 저자 소개부분에 언급되었듯, 과학 글쓰기와 논픽션 분야의 탁월한 저자의 특기를 한껏 살려낸 결과물임에 틀림없습니다. 우선 전문적인 분야의 이야기들을 평이한 논법으로 풀어내는대도 읽어내는 재미가 대단합니다. 쉽게 페이지가 넘어가고 또 이어질 이야기들이 계속 기대가 되는 글쓰기의 전범을 보여준다고나 할까요? 뿐만 아니라, 쉼 없이 정보를 제공하면서도 중간 중간 완급조절의 필살기, 삽화나 본인의 경험담을 적절히 배치하는, 를 적절히 사용해서, 장에서 장으로 넘어가는 부분이 스스럼없고 군더더기가 없습니다. 중구난방으로 나열된 장들 인줄 알았는데, 이 또한 얄미울 정도로 계획된 결과물이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종교에서 체육관, 도서관에서 복서를 거쳐, 결투가 달리기로 치닫더니, 배설과 데오도런트가 만나고, 수영과 다시 역사가 만나고, 운동 옹호론자를 경계하다가도 쉼을 논하며, 운동으로서의 노동과 스타들의 운동, 그리고 젠더와 기행문으로 이어지는 종횡무진이 난잡하지 않고 묘하게 씨줄과 날줄이 되어 하나의 책으로 직조되어가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이를 지켜보며 빌드 업 되는 걸 보는 재미도 제법 쏠쏠한 이 책의 매력입니다. 물론, 올리버 색스의 마지막 애인이었던 스스로의 자의식과 함께, 올리버 색스를 추억하는 이야기들도 소소하면서도 애틋합니다.

가을, 산을 오르고 강변을 달리며 흘리는 땀을, 이 가을의 바람에 식혀보는 즐거움이 어떻게 지금 여기까지 이를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면, 아니 무대뽀로 한가지 이야기를 끝까지 파보는 재미를 느껴보고 싶다면, 이 책 <스웨트>의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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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퀴즈
오가와 사토시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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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를 하다 보면 누구나 그런 경험을 하잖아요. 정답을 맞힐 때 반드시 문제와 과거 자신이 겪은 경험이 겹쳐 보이죠. 그러지 않으면 우리는 문제의 답을 맞힐 수 없어요.”

<p.165>

 

1천만 엔 상금이 걸린, 생방송 퀴즈쇼 ‘Q-1 그랑프리’ 1회의 결승전에서 마주한 미시마 레오와 혼조 가즈나. 게임을 리드하던 미시마 레오를 한순간 혼조 가즈나가 앞서며 동점. 그리고 마지막 순간, 문제를 듣지도 않고 혼조 가즈나가 정답을 맞추면서 퀴즈 왕이 됩니다. 종이 꽃가루가 날리고 연기가 자욱해지는 무대.

이렇게 퀴즈쇼의 결승전 장면으로 시작하는 <너의 퀴즈>는 일본의 떠오르는 천재 SF작가 오가와 사토시에게 2023년 제76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의 영예를 안겨준 작품입니다. 결승의 문턱에서 고배를 마시고 만, 미시마 레오의 1인칭 주인공시점의 형식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를 통해, 어떻게 혼조 가즈나가 짬짜미를 하지 않고 문제를 듣지도 않고 퀴즈를 더럽히지도 않고 퀴즈왕이 될 수 있었단 말인가!

이전 혼조 가즈나가 참가했던 퀴즈쇼의 영상자료들과 본인의 기억들, 그리고 ‘Q-1 그랑프리결승전을 되짚으며 파악하고 분석해갑니다. 버튼을 누르고 정답을 말하는 몇 초 사이의 순간에 플래시백과 독백, 흥분된 무대와 관객... 다분히 영화적인 이야기 진행과 화면으로 그려낼 듯 풀어내는 상황 묘사, 마시마 레오의 생각과 추억들이 쫀쫀하게 얽혀들고 풀어헤쳐지며 나아가는 이야기는 작가의 상당한 공력을 느껴지게 합니다. 한때 유행했던, 도입부의 숨 막히는 시퀀스에 이어서 어떻게 그 도입부의 사건에 까지 이르렀는지를 보여주며 플래시백, 그리고 마침내 도입부의 그 시퀀스에 이르러 파이널을 향해 가는... 요즘도 간간히 만날 수 있는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의 구성을 많이 닮아있습니다.

 

-출장 갔다 오면 할 이야기가 좀 있는데. / -뭔데?

내가 물었다.

-도쿄로 돌아오면 직접 말할게. / -알겠어.

답장을 보내며 기리사키가 낸 문제를 생각했다. 무슨 이야기일까? 나는 이런 퀴즈에 약하다. 빈출 문제라고 가정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결혼에 관한 이야기다. 아직 그럴 시기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기리사키는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사귄 지 4년째고 스물세 살이다.

<p.136-137>

 

데니 보일이 감독했고 동명의 소설로도 유명한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떠오르기도 하는, 퀴즈쇼의 매 문제마다 이어지는 생각과 추억 속 사건들을 따라가는 방식은, 매번 미끄러져 들어가느라 읽기의 집중을 흐트러뜨리기도 하지만, 마시마 레오의 캐릭터를 쌓아가는 과정으로 그리고 그 추적의 간절함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이내 그 치고 빠지는이야기 진행에 익숙해지게 됩니다. 그렇게 쌓여진 퀴즈들과 이야기들이 마침내 그의 퀴즈를 정의하게 되기까지 이르니 말입니다. 독특하고 쫀득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세밀하지만 나름의 속도감으로 끝까지 마무리지어내는 이야기를 오랜만에 만난 기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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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펙추에이션 - 일상에서 기회를 창조하는 기업가의 5가지 비밀
사라스 사라스바티 지음, 엄소영 옮김 / 안그라픽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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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새로운 단어와 개념들이 세상으로 쏟아져 나옵니다. 그리고, 또하나의 새로운 단어를 만났습니다.
‘이펙추에이션 (Effectuation)’.
이 알 듯 말 듯 생경한 단어의 정체가 궁금해서 이 책에 손이 갈 수도, 그 반대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 의문은 책의 앞날개를 걷어내자 바로 등장합니다. 안도합니다.

이펙추에이션Effectuation
: 실현, 달성, 효과를 발생시킴
기업가정신 연구에서 이펙추에이션은 인과관계론과 반대되는 실행 중심의 경영 논리로, 원하는 목표를 실제로 일어나게 만드는 기업가적 행등을 의미한다. 이미 있는 기회를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역량과 네트워크에서 기회를 ‘창조’하는 기업가들의 사고방식이 바로 이펙추에이션이다.
<p.(-1)>

그런데, 문제는 이 개념정의를 읽어도 알 듯 말 듯 하다는 것입니다. 어쨌든 발견이 아닌 ‘창조’이고, 다시말해서 어떤 원인에서 결과를 찾는 것이 아니라, 직접 진행시켜(!) 만들어내는 기업가의 행동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더 들어가 보라는 영특한 미끼로는 적절한 위치선정으로 보입니다.

버지니아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인 저자는 기업가정신 분야의 저명한 학자이자 전문가라고 소개되어 있으며, 저자가 개발한 논리가 바로 이 책의 표제이기도 한 ‘이펙추에이션’이라고 합니다. 책의 내용은 역시 논리적이며 전문적인 자료 제시를 통해, 기업가의 의사 결정 프로세스에서 이펙추에이션이 어떻게 실제로 사용되는지에 까지 이르는 과정을 서술합니다. 그리고, 이 책의 부재이기도 한 ‘일상에서 기회를 창조하는 기업가의 5가지 비밀’을 친절하게 제시하며 그 개별 항목을 충분한 예시와 함께 보여줍니다.
그 5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수중의 새 원칙 (The bird-in-hand principle)
(2) 감당 가능한 손실 원칙 (The affordable loss principle)
(3) 조각 퀼트 원칙 (또는 자발적 참여 원칙) (The crazy quilt principle (The self-selection principle))
(4) 레모네이드 원칙 (The lemonade principle)
(5) 조종사 원칙 (또는 공동 창조 원칙) (The pilot-in-the-plane principle (The co-creation principle))

서두의 개념정의에서도 언급되었듯, 이펙추에이션은 인과관계와 정반대입니다. 인과관계 모델은 미래에 발생할 효과에서 시작하지만, 이펙추에이션 모델은 주어진 수단에서 시작하고 비예측 전략을 활용해 새로운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여러 변수들의 관계가 아닌 설계의 문제로 접근합니다.
여전히 생소한 방식의 접근이기에, 저자는 비교와 증례, 그리고 구체적 행동지침들을 나열하는 방식으로 이해를 돕고, 실제 의사결정 프로세스에까지 적용할 수 있는 수준에 까지 독자를 견인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시지프스 신화 행복론(?)으로 이펙추에이션을 추가하는 이들 (이펙추에이터)의 정체성과 지향성을 드러냅니다.

“어떤 사람들은 시지프스가 행복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이펙추에이터들은 절망의 원인도 행복의 원인도 아니 이 문장을 배우며 살아간다. 그들은 누군가 시지프스가 행복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사실뿐 아니라 그러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안다. 그들은 시지프스가 사업이 의미와 목적, 진실을 찾는 과제인 예측의 세상에서는 절망적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미래를 근본적으로 알 수 없는 세계에서는 모든 바위와 산과 인간과 신이 만들어지는 실제 세상에서 시지프스는 그 일을 혼자 하지 않아도 된다.
<p.393>

#이펙추에이션 #Effectuation #사라스사라스바티 #엄소영 #안그라픽스 #서평단리뷰 #도서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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