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빛들 - 앤드 연작소설
최유안 지음 / &(앤드)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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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부신 듯, 산란하며 뻗어나가는 빛, 빛들에서 소리라도 들리는 듯 하얀 책표지를 벗어나려는 빛의 이미지가 직사각형의 창에 갖혀버립니다. 빛은 파동이면서도 입자라고 고등학교 물리시간에 배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작디작은 무수한 빛 알갱이들이 직진해서 나아가는 듯 하지만, 그 빛은 또한 파도처럼 일렁이며 파형을 그리고 있다는 의미였던 거 같습니다. 이 모순의 진리를 그 당시에는 이해할 수 없어서 무척이나 고민했던 시간도 있었습니다. 왠지 그 시간의 답답한 현실에 속한 저에게 미래를, 희망을, 꿈을 이야기하는 선배들과 어른들의 모순과 묘하게도 겹쳐보여서 키득였던 기억도 있습니다. 이젠 모두 흩어져버린 빛 알갱이, 수백 수천년 전에 발광체로부터 출발한 그 알갱이들이 과거를 품고 현재에 도착했다는 그 모순만큼이나 이곳 대한민국에도 모두 알지만 아무도 모르는 척 하고야 마는 현실이 모순처럼 버티고 서 있습니다.

“대학 캠퍼스는 싱그럽지 않기가 더 힘든 법이었다. 청춘의 시간을 켜켜이 쌓은 공간이 만들어 내는 공기, 젊음을 영양분처럼 섭취하며 살아가는 교직원들. 은경은 캠퍼스에 들어설 때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숨을 깊이 들이쉬어 활기를 몸 안에 한껏 채워 넣곤 했다.”
<p.9. 여은경. 중>

“보이차는 마음을 안정시키는 데 효과적이라고, 재성은 아침마다 차를 만들어 거치대에 끼워 두곤 했다. 재성에게 미안한 말이지만 민선은 그것을 제대로 마셔 본 적이 없었다. 그걸 마신다고 안정될 거였다면, 무슨 짓을 해서라도 안정되었을테지.”
<p.86. 최민선. 중>

“그러나 그 순간에, 단 한 사람 윤재가 두 사람 사이에 막 피어나기 시작한 시간의 형체를 들여다보고 있다는 사실이 초희를 안심시켰다. 초희에게 그것은 용기였고, 의지였으며, 그런 마음이라면 괜찮다고, 초희는 생각했다.”
<p.213. 표초희. 중>

그 모순 속에, 여은경, 최민선, 표초희가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 이름들과 관계, 사건들로 작가는 연작소설의 형식으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문화계라는 다소 특수한 분야에서 일하는 전문가, 행정가, 실연자가 각 이야기의 꼭지를 차지하고 이야기를 이끌고 지연하며 나아갑니다. 그래서, 또 언젠가 어디선가 마주쳤을 것만 같은 이야기이고 그녀들입니다. 각자는 자신의 이야기 속에서 각자 떠돌다가 에필로그의 시간과 공간에서 스쳐가고 공존하게 됩니다. 빛의 알갱이가 파동으로 나아가듯 유영하며 그들 각자의 별에 살고 있는 듯 했지만 더 큰 우주에서 때로는 함께, 때로는 그저 멀리서 그렇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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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은 힘이 없다는 착각 - 양심을 키우는 법은 어떻게 좋은 사회를 만드는가
린 스타우트 지음, 왕수민 옮김 / 원더박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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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스턴과 예일에서 수학한 수재이자, 코넬 로스쿨의 교수였으며, 기업 집구조, 금융 규제, 법과 경제, 도덕적 행동 등에 주목해왔으며 다수의 책과 논문을 집필했던 저자 린 스타우트는, 특별히 양심을 보여주는 과학적 증거에 주목하고, 양심이 사람들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최초의 학자 중 한명이라 합니다. 책을 다 읽고 느끼게 되는 일감은, 양심을 그저 무형의 어떤 믿어줘야 하는 막연한 어떤 것이라는 기존의 통념을 넘어서서, 양심 그 자체의 힘과 중요성을 ‘견고하고 확실한 근거’를 가지고 풀어보여 주는 글의 힘이 대단한 책입니다.
책의 마지막 50여 페이지를 빼곡하게 채우는 미주와 참고문헌 정보들은 그 대단함의 명징한 증거라 할 만합니다.

“양심-즉 비이기적인 친사회적 행동-은 매우 현실적이고, 매우 흔하고, 매우 막강하며, 나아가 매우 중요한 현상이라는 게 이 책의 제일 중요한 주제이다. 우리 인간은,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멋진 종이다.”
<p.34>

비이기적인 친사회적 행동을 일컫는 ‘양심’의 중요성, 그리고 그것을 유도하고 뒷받침하기 위한 학교, 종교, 공동체 조직을 비롯한 여러 사회 기관들의 일정 역할들에 대한 논의와 여러 역사학적, 사회학적, 법학적 고찰도 두루 섭렵하고 돌아다니는 글쓰기의 전형을 보여주지만, 딱딱한 논문류의 순서나 형식이 아니라 그 관심을 둘만한 이들이라면 손에 닿도록 펼쳐보여줍니다. 왜냐하면, 이 양심의 문제에 대한 저자의 의지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그래서 흔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막강한 힘과 중요성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대상이며, 땅바닥에 발딛고 살아가는 현대사회의 시민이라면 꼭 인식했으면 하는 간절함 때문이라는 느낌을 문장 곳곳에 드러내고 있습니다.

“양심은 분명 존재한다. 양심은 강력한 동시에 일상 곳곳에 퍼져 있는 힘이다. 양심이 망가지면 우리 모두는 큰 손실을 입는다. 하지만 양심은 더욱 잘 키울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그 과정에서 중대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법이다.”
<p.348>

법이 양심에 기대고, 양심이 법에 기대는 조화로움은, 인간에 대한 신뢰, 보통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멋진 종인 그 인간에 대한 믿음 위에, 법이라는 시스템의 밸런스가 만들어내는 열매라고 웅변하며 마무리 짓습니다. 지금, 여기 대한민국이라는 가파른 성장곡선을 그리며 달려온, 어쩌면 부실한 시스템의 현장에 무엇보다 필요한, 적절한 타이밍에 도착한 제언이라 할만한 책이다 싶습니다.

#양심은힘이없다는착각 #린스타우트 #왕수민 #원더박스
#선한양심 #선한영향력
#도서제공 #서평단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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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은 참치마요
권은중 지음 / 쑬딴스북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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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데는 토마토만 넣어 버무린 파스타 한 그릇으로도 충분했다. 와인 값은 음식 값의 50퍼센트를 넘어서는 안 된다는 이탈리아 사람들의 충고가 마음에 깊게 새겨진 까닭이다. 한국에서는 와인 값이 음식 값의 곱절 이상일 때가 빈번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p.9>

정년이 보장된 언론사에 사표를 내고 이탈리아로 요리 유학을 떠난 저자가 마주했던 벽들 앞에서 와인과 사랑에 빠지고 말았고, 사람의 연애가 그러하듯 와인의 속속들이 모든 것을 알고 싶고 알아가고 신성이 깃들었다 믿기까지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와인은 신의 물방울이니까요!
그렇게 저자는, 사랑하는 와인과 이곳저곳 데이트를 다니 듯, 책표지의 그림과 제목에서 언급했듯 편의점 삼각김밥을 비롯한 다양한 음식들과 함께한 와인의 경험, 추억, 사랑을 담백하고 사랑스런 언어와 문장으로 독자를 이끕니다. 와인을 잘 모르는 제 입장에서도, 한모금 와인을 입안에 머금고 책을 읽는 듯한 상상을 하게끔 하는 묘한 구석이 있는 독서 경험이었습니다.

책은 크게 두 개의 부분으로 장으로 나누어 구성되어있습니다. 그 첫 번째가 “나를 구원해준 편의점 푸드와 와인”, 그리고 두 번째는 “일상에서 맛보는 ‘파리의 심판’”이 그것입니다. 그 아래 다양한 와인들과 음식들을 이야기 속에 품고 종횡무진하다 보면, 와인이라는 그저 어렵고 너무 다양한 브랜드와 천차만별의 가격들에 혀를 내둘렀던 과거를 청산하고, 내가 좋으면 되는 와인으로 친근하게 손내밀만해집니다. 그 이유는 아마도 이러저러한 유명 와인서적이나 와인입문서들과 달리, 지금 대한민국에서 비교적 손쉽게 구입해볼 수 있는 와인들과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사먹을 수 있는 음식들을 요소요소마다 저자 본인의 취향과 맛리뷰를 배치해서 이야기를 풀어내서 일겁니다.

“일반 소비자들을 와인 비평가처럼 와인 선택에 많이 신경 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와인이 아니라 선택한 와인을 함께 즐길 멋진 음식과 사람이다. 좋은 와인과 함께 마주한 음식, 사람이 이루는 삼위일체는 이처럼 스토리 있는 와인의 울림을 더 크게 만든다. 이런 와인을 만나는 순간순간이 모이면 인생은 분명히 달라질 것이다.”
<p.194>

그래서, 와인이든 음식이든 함께 나누는 사람이든, 이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어야만이, 와인-음식-사람의 삼위일체가 오롯이 드러나고 마침내, 인생이 달라지는 경험에 까지 이르고야 말거라는 예언에 이르게 되면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됩니다. 깊어가는 겨울, 아늑한 공간에 따스한 이들과 소박하게 담아낸 음식을 나누며 와인 한잔 함께 하면 어떨까 합니다. 그런 마음이 뭉게뭉게 피어오르게 하는 이 책, 그래서 반갑고 고마운 책입니다.

#와인은참치마요 #권은중 #와인에세이
#쑬딴북스 #도서제공 #서평단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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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영하는 도시, 몰락하는 도시 - 도시는 어떻게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기회를 만드는가
이언 골딘.톰 리-데블린 지음, 김영선 옮김 / 어크로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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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e of The City. 이 책의 원제이며, 올해 출간된 책을 번역해서 발빠른(!) 어크로스를 통해 국내 출간된 재미있는 책입니다. 기승전결의 드라마틱한 재미가 아니라, 도시와 도시들의 탄생과 발전, 팽창, 그리고 몰락을 들여다보는 그 태도와, 독자를 자신들의 이야기로 끌어들이는 방법이 꽤 능수능란합니다. 경제와 경영의 석학과 전문가가 써내려간 도시이야기, 라는 겉모습이 주는 선입견은 언뜻 손내밀기 어려운 책이란 인상을 주는 것이 솔직한 첫인상이었습니다. 하지만, 목차를 훑어내리다 보면 가차없이 페이지를 넘기고 싶은 지적 욕망과 호기심을 심하게 자극합니다. 올해 출간된 책을 국내 번역 출간한 덕분에, 내용 중 언급되는 많은 부분에서 실시간 업데이트로 제공되어 그 정보성과 유효성이 더 살갑습니다.

 

이러한 시기에 도시에 대한 책이 왜 필요할까?...(중략)... 첫째, 도시는 이제 세계 인구의 절반이 넘는 사람들의 거주지이며, 2050년에는 그 비율이 3분의 2로 높아질 예정이다...(중략)... 둘째, 사람들을 더 가깝게 만드는 힘을 가진 도시는 역사를 통틀어 인류 진보의 거대한 인큐베이터였다...(후략)”

<p.7. 서문. >

 

시골 출신으로 스무살이 되면서 도시로 떠나온 제 입장에서, 시챗말로 사람은 서울로, 말은 제주로라는 통념의 근거와 현상의 과정과 방향이 궁금해왔던 터였습니다. 지금의 대한민국의 로컬은 수년째 대부분 공동화와 현재형 인구절벽을 경험해오고 있습니다. 반대급부로 서울과 수도권으로 인구는 몰리고 있고 서울주변 지자체들은 서울로의 편입을 논의하며 메가시티 서울은 팽창 중에 있습니다. 이런 현상이 대한민국 외의 전지국적 현상이라는 것이 세계 유수의 전문가들의 의견이며, 이 책에서도 동일한 현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한, 긍정적인 부분도 있겠지만, 이미 존재하거나 새롭게 생겨나는 문제점들은 또 다른 사회문제를 야기해가고 있음도 사실입니다. COVID-19의 팬데믹도 상당부분 도시의 인구과밀이 그 확산속도와 새로운 변이의 출몰을 부추긴 것 또한 사실입니다.

 

마찬가지로 도시는 안주할 이유가 없다. 지식 노동자들의 도심 이탈이 정점에 달했을지 모르지만, 혼합 근무 방식으로의 전환이 사무실, 대중교통 체계, 시의 재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러한 추세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공정하고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도시를 구성하는 방식을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로 삼는 것이다.”

<p.132. 5.원격근무는 위협인가 기회인가. >

 

팬데믹을 거치며, 훈련되고 익숙해진 재택근무, 원격근무, 화상회의 등이 야기하는 도시의 변화도 들여다봅니다. 한동안 뉴스로 그 비어가는 거대도시 샌프란시스코와 그 이면을 비춰준 것이 기억났습니다. 원격근무가 늘어나고, 고비용의 시내에 굳이 머무를 필요가 없어진 지식근로자들의 도시 이탈이 만들어낸 결과들. 앤데믹이 선포되었지만, 여전히 기업들은 원격근무 혹은 혼합근무를 진행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도시에 남겨진 영향도 현재진행형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시대에 도시는, 도시의 시스템은 어떻게 변화하여 위협을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폭넓은 고민들도 담겨 있어서 그 시의성이 주는 독서의 재미도 경험했습니다.

 

호모사피엔스는 사회적 동물이고, 공동 번영은 우리 사이의 강한 유대에 달려있다.

5000년 전 처음 출현한 이래 도시는 궁극적으로 이런 유대의 표현이었다. 오늘날 우리 세계는 일련의 위험한 도전에 직면해있고 그 중심에 도시가 있다.”

<p.272. 결론_번영은 쉽게 오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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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키오로 철학하기
조르조 아감벤 지음, 박문정 옮김 / 효형출판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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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서평단에 선정되었다는 출판사의 DM을 받았는데, ‘작가가 워낙 문사철은 넘나드는 글을 써서읽는 게 쉽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고가 담겨 있었는데문사철이 뭐지 하면서 흘려 받아들였습니다그의 문장들을 읽고 나서기억이 나서 문사철을 검색해봤더니 문학/사학/철학을 줄여부르는 것이었습니다그래서 읽는 동안 제가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이었던 거구나 싶었습니다문과 같은 공대 출신인 저이지만그 방대한 지적 데이터베이스와 인사이트로 피노키오라는 누구나 안다고 생각하는 고전을 들여다보면서 저자가 얼마나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지 언뜻언뜻 느껴졌습니다물론중간중간 적절하고도 친절한 각주들의 하이퍼링크를 통해 뇌가 살찌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다양한 저자의 지식을 수혈 받을 수 있었습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우리가 크게 신뢰하지 않기로 한 밀교적 맥락에서 이 글을 다시 검토한다면제페토는 영지주의에서 말하는 사악한 데미우르고스이자 불길한 창조자다제페토가 자신의 꼭두각시에게 행한 첫 번째 폭력은 그에게 이름을 부여한 것이다.”

<p.56. 천상(혹은 지옥)의 프롤로그>

 

역시나 아감벤은 특유의 감각과 철학과 신학까지 끌어들여 피노키오의 창조신화와 이에 개입한 제페토를 바라봅니다여러 신화들에서 등장하는 이름 부여의 의미를 끌어와 피노키오와 제페토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해냅니다디즈니 애니메이션 버전의 사람 좋은 제페토라는 선입견을 걷어내고 메타포와 밀교적 맥락까지 들먹이면서 이해의 폭과 심도를 확장하며전혀 다른 차원의 피노키오로 선보입니다.

 

전체 이야기를 피노키오의 엇나간 모험이라는 관점으로 본다면콜로디는 프리메이슨보다 아나키스트에 가깝다고양이와 여우는 우리를 지배하는 권력이 불가분하게 지닌 두 측면, ‘잔인한 폭력성과 기만’ 그리고 경찰의 곤봉국가원수와 의회제도가 지닌 허례허식을 상징한다.”

<p.128. 모험들>

 

앞에서 언급했던 피노키오의 창조과정을 들여다본 독특함 뿐 아니라이후 피노키오를 따라가면서의 만남들과 사건.사고들 속에서 철학과 사회학역사의 거물망을 펼쳐서 그 모험들의 해부학을 시도합니다익숙하지 않은 개념들이 없지는 않았으나아감벤의 문장들은 나름의 논리로 독자를 친절하게 안내해냅니다.

 

이 책이 제공하는 덤으로 누리는 재미이자 작가의 인사이트를 쉽게 따라갈 수 있는 이유는원전에 가까운 한국어판 <피노키오의 모험>이 새로 번역되어 뒤쪽에 부록처럼 붙여둔 점이라 하겠습니다여러 버전의 이야기를 애니메이션극영화소설들을 통해 접했던 피노키오 이야기에서 놓치고 간과했던 에피소드들과 인물들을 찾는 재미가 솔솔하고뿐만아니라 앞쪽에 제시된 아감벤의 철학하기를 따라가기에 더없이 훌륭한 교보재가 되어 고마운 구성이라 하겠습니다.

 

콜로디는 이에 <어느 꼭두각시 인형의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몇몇 에피소드를 보냈고연재 후 큰 인기를 얻었다그러나 콜로디는 처음 약속했던 원고료 지급이 늦어지자 피노키오가 여우와 고양이에 의해 교수형 당해 죽는 것으로 이야기를 끝내버린다이에 수많은 독자가 항의했고결국 원고료가 지급돼 우리에게 잘 알려진 파란머리 요정이 등장해 피노키오가 다시 살아난 것이다.”

<p.217 : 부록-피노키오의 모험설명문 중>

 

작가와 그 출판의 뒷얘기를 들을 수 있는 것도 쿠키 영상처럼 한스푼 추가같은 즐거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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