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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영하는 도시, 몰락하는 도시 - 도시는 어떻게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기회를 만드는가
이언 골딘.톰 리-데블린 지음, 김영선 옮김 / 어크로스 / 2023년 12월
평점 :
Age of The City. 이 책의 원제이며, 올해 출간된 책을 번역해서 발빠른(!) 어크로스를 통해 국내 출간된 재미있는 책입니다. 기승전결의 드라마틱한 재미가 아니라, 도시와 도시들의 탄생과 발전, 팽창, 그리고 몰락을 들여다보는 그 태도와, 독자를 자신들의 이야기로 끌어들이는 방법이 꽤 능수능란합니다. 경제와 경영의 석학과 전문가가 써내려간 도시이야기, 라는 겉모습이 주는 선입견은 언뜻 손내밀기 어려운 책이란 인상을 주는 것이 솔직한 첫인상이었습니다. 하지만, 목차를 훑어내리다 보면 가차없이 페이지를 넘기고 싶은 지적 욕망과 호기심을 심하게 자극합니다. 올해 출간된 책을 국내 번역 출간한 덕분에, 내용 중 언급되는 많은 부분에서 실시간 업데이트로 제공되어 그 정보성과 유효성이 더 살갑습니다.
“이러한 시기에 도시에 대한 책이 왜 필요할까?...(중략)... 첫째, 도시는 이제 세계 인구의 절반이 넘는 사람들의 거주지이며, 2050년에는 그 비율이 3분의 2로 높아질 예정이다...(중략)... 둘째, 사람들을 더 가깝게 만드는 힘을 가진 도시는 역사를 통틀어 인류 진보의 거대한 인큐베이터였다...(후략)”
<p.7. 서문. 중>
시골 출신으로 스무살이 되면서 도시로 떠나온 제 입장에서, 시챗말로 “사람은 서울로, 말은 제주로”라는 통념의 근거와 현상의 과정과 방향이 궁금해왔던 터였습니다. 지금의 대한민국의 로컬은 수년째 대부분 공동화와 현재형 인구절벽을 경험해오고 있습니다. 반대급부로 서울과 수도권으로 인구는 몰리고 있고 서울주변 지자체들은 서울로의 편입을 논의하며 메가시티 서울은 팽창 중에 있습니다. 이런 현상이 대한민국 외의 전지국적 현상이라는 것이 세계 유수의 전문가들의 의견이며, 이 책에서도 동일한 현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한, 긍정적인 부분도 있겠지만, 이미 존재하거나 새롭게 생겨나는 문제점들은 또 다른 사회문제를 야기해가고 있음도 사실입니다. COVID-19의 팬데믹도 상당부분 도시의 인구과밀이 그 확산속도와 새로운 변이의 출몰을 부추긴 것 또한 사실입니다.
“마찬가지로 도시는 안주할 이유가 없다. 지식 노동자들의 도심 이탈이 정점에 달했을지 모르지만, 혼합 근무 방식으로의 전환이 사무실, 대중교통 체계, 시의 재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러한 추세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공정하고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도시를 구성하는 방식을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로 삼는 것이다.”
<p.132. 5.원격근무는 위협인가 기회인가. 중>
팬데믹을 거치며, 훈련되고 익숙해진 재택근무, 원격근무, 화상회의 등이 야기하는 도시의 변화도 들여다봅니다. 한동안 뉴스로 그 비어가는 거대도시 샌프란시스코와 그 이면을 비춰준 것이 기억났습니다. 원격근무가 늘어나고, 고비용의 시내에 굳이 머무를 필요가 없어진 지식근로자들의 도시 이탈이 만들어낸 결과들. 앤데믹이 선포되었지만, 여전히 기업들은 원격근무 혹은 혼합근무를 진행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도시에 남겨진 영향도 현재진행형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시대에 도시는, 도시의 시스템은 어떻게 변화하여 위협을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폭넓은 고민들도 담겨 있어서 그 시의성이 주는 독서의 재미도 경험했습니다.
“호모사피엔스는 사회적 동물이고, 공동 번영은 우리 사이의 강한 유대에 달려있다.
5000년 전 처음 출현한 이래 도시는 궁극적으로 이런 유대의 표현이었다. 오늘날 우리 세계는 일련의 위험한 도전에 직면해있고 그 중심에 도시가 있다.”
<p.272. 결론_번영은 쉽게 오지 않는다.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