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의 사랑과 미술 아트 라이브러리 8
마이클 카밀 지음, 김수경 옮김 / 예경 / 2001년 5월
평점 :
절판


 옮긴이의 말 9p에 이런 문장이 있다. "서로 바라보는것visus에서 시작하여 대화alloquium하고 접촉contactus하며 입맞춤oscula을 통해 육체의 결합factum에 이르는 사랑의 과정을 시각 및 문헌 자료와 함께 설명한다."

정확하다. 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마음을 나누고, 사랑을 나누는 과정을 그림과 함께 보여준다.

교권이 극대화 되고 암흑시기라고 까지 불리던 중세에 그러한 과정들이 미술품을 통해 재현되고 있다. 비록... 일반인들이라기 보다는 "중세 궁중의 사랑"이라는 주제처럼 귀족의 이야기가 중심이긴 하지만....

가장 엄격했다고 하는 조선시대 회화 속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춘화'가 있었던것처럼 엄격한 교리의 잣대로 모든 것이 판단되었던 중세에도 남녀간의 사랑은 변함없이 존재했었고 그것을 전달하기 위해 여러가지 이미지들이 사용되었고 그걸 저자는 하나하나 해석하며 우리에게 보여준다.

워낙 관심많은 분야인 중세미술을, 종교화가 대부분일꺼라고만 생각해왔기에 이런 주제로 바라본다는게 특이해서 도서관에서 골라들었는데 한마디로 대박이다!!  

그림 속의 꽃은 꽃이 아니라, 단순히 형상일뿐이지요.
누가 꽃을 그렸든, 꽃의 향기를 그리지는 못합니다.

이는 언어적 기록과 시각적 기록 모두에서 드러나는, 사랑을 주제로 한
중세미술의 가장 중요한 아이러니이다. 연인에게 이미지는
한편으로는 공허한 환영이자 붙잡기 어려운 욕망의 대상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바로 이 공허함이 그 욕망을 구성하는 불가피한 버팀목이 된다.
이미지 없이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다.

-35p 

그래서 자꾸 표현하라고 하는거다. 사랑을....  

응시의 기호와 시선의 편린들에 대하여 우리가 지속적으로 던져야 하는 질문은
그것을 과연 누구의 욕망을 묘사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몇몇 논라운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그 답은 대부분이 남성 시인, 기사, 성직자 또는 미술가의 욕망을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47p 

왜? 그 시절의 대부분, 99.9%의 화가는 남성이었기 때문이지.... 

중세의 연인을 묘사해 놓은 그림을 보고 단지 '궁정풍 사랑courtly love'의 반영이라고만
여기는 것은 너무 단순한 생각이다. 이 견본집 속 이미지는
불명확한 욕망과 모호한 문화적 규약, 그리고 개인적 환상의 표현일 뿐,
중세의 일상생활을 그린 것은 아니다. 그것이 중세의 일상생활에 대한
묘사라고 생각하는 것은 천년전 사람들이 최근의 패션잡지에 실린 이미지를 통해
오늘날 사람들의 외형과 일상생활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 상상하는 것과 같다.
우리 모두는 패션 잡지의 이미지들이 우리가 매력을 느끼는 일종의 환상이자 이상화이며
왜곡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95p 

과연 알고 있을까? 잡지 속 이미지를 따라하고 그것이 이상적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리도 많은데??? 그래.. 굳이 중세의 그림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보는 그림들의 대부분, 특히 사실주의 이전 화가들의 그림은 이상적인 생활과 이상적인 모습들이 많다. 그것을 그대로 그 시대의 생활상이라 보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가끔 착각을 일으킬 때가 있지.... 

우리는 "남자가 60세, 여자가 50세를 넘으면 성교를 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의 정열이 사랑으로 발전할 수는 없기 때문에" 노령은 사랑하는데
장애가 된다고 했던 안드레아스 카펠라누스의 주장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젊음의 샘을 찾으려는 이 남녀들은 영원한 삶이 아닌 영원한 사랑을 추구하는 것이다.

-112p 

육체의 사랑이건 정신의 사랑이건... 사랑없는 삶은 공허하다. 그것이 꼭 남녀간의 사랑이 아니더라도... 무언가 사랑할 수 있는 대상이 없는 삶은 정말로 불행할 것이다. 지금 내가 사랑하는 것은 무엇인가? 지금 당신이 사랑하는 것은 무엇인가? 

두 남녀를 둘러싸고 있는 동물학적이고 생물학적이며 미술적이기까지 한
이 의미의 동물원은 묘사하기 어려운 대상을 절실하게 포착하는 동시에
비밀스럽고 상징적인 언어를 통해 사랑의 경험을 보여주는 방법 중의 하나이다.
중세미술에서 남자와 여자 모두는 매 조련사로 묘사되며
이 당시 시기에는 매는 여인, 구애자, 심지어는 사랑 그 자체의 은유로 사용될 수 있었다.
이 태피스트리에서처럼 여인이 맹금류를 쥐고 있는 모습으로 나타난 때
늘 항상 적어도 연애 이야기에서는 여인이 구애자를 통제할 능력을 가졌음을 의미한다.

-130p 

다른 시대의 그림들도 그렇지만 특히 중세미술에 있어서 여러가지 상징을 찾아내는건 매우 재미난 작업이 될거 같다. 물론... 업으로 삼는다면 짜증날 수도 있지만... 지금 '애호가'의 입장으로 볼 때 이러한 작업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이 참에 도상학을 공부해봐??? ㅋㅋㅋ  

매의 아름다움이나 실제의 동물을 이용했던 귀족적 경험이
동물을 통한 상징을 만들어내는 원천이었고, 이를 통해 남성의 욕망을 다양하게
묘사할 수 있었다면, 유니콘이나 그리핀 같은 상상의 동물은
여성을 보호하거나 여성에게 동정적이며 복종하는 위치를 의미했다. 이는 당대의
많은 저술가들이 언급했던 바와 같이 여성들이 자신을
흉측한 괴물로 상상했기 때문이 아니라 이 이상하고 아름다운
혼성의 동물처럼 여성들은 너무나 자주 불가능한
상상속에 꾸며진 환상의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144p 

환상을 갖는건 좋지만 너무 큰 기대를 해서는 안 된다. '너 뭘 그렇게 많이 먹어?' 소리를 듣는 여친이었던 경험이 비추어 볼 때 그렇다. -.-;;;; 

심장은 자신의 가장 큰 선물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진심이라고 보장할 수 없는 이미지일 뿐이다.

-153p 

-.-;;; 보장받아야 하는데 참... 어려운 이야기군... ㅎㅎ 

고대로부터 사랑은 네 단계로 구부ㅠㄴ되어 왔다.
첫단계는 구애자의 기대에 응답하고, 두번째는 키스를 받아들이며,
세번재는 포옹을, 그리고 마지막 단계는 자신의 전부를 내어줌으로써 완성된다.
-안드레아스 카펠라누스

-163p 

이 냥반... 사랑 안해봤나? ㅋㅋ  

사실상 중세의 견본집에 들어있는 수많은 세속적 주제를 볼 때
우리는 종교미술작품에 비해 얼마나 많은 세속 미술 작품이 망실되었는지 깨닫게 된다.

-130p  

그렇다. 그 시대에 통속적이고 저급하다고 판단되었을 그 그림들이 사실은 그 당시의 사람들의 생활을 보여주고 삶을 보여주는 그림이었을텐데 말이지... 은밀히 전해져 오던 우리나라의 '춘화'처럼? ㅎㅎ 

분별력과 통찰력을 가진 남성은 여성과 함께 생활하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하고 이해해야 한다.

-191p
 

절대 동감하면서도 여자 역시 그래야 한다는... 즉 일방통행은 좋지 않다. 

물론 이탈리아 미술에는 더욱 심오하고 개인적이며 낭만적인 측면이 있었는데
이같은 특성은 미켈란젤로의 시와 미술에 이르러 정점을 이루었다.
동시에 이탈리아 미술은 페트라크라적인 관념을
대단히 독특하고 서정적인 사랑의 표현으로 발전시켰는데,
이는 동성이었든 이성이었든간에 욕망의 대상에 되었던 남녀에게 모두 유용했으며,
중세 사람들은 손에 넣을 수 없었던, 르네상스 시대의 신플라톤주의 철학이 담긴 원서에
근거한 것이었다. 이같은 전통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그런것 처럼
구애자가 자신의 연인을 직접 표현할 수 있었던
르네상스 초상회에서 그 궁극적인 정수를 찾을 수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중세의 미술은 특정 개인의 초상을 그리는 일에는 관심이 덜했고
개개인이 욕망을 실현시키는 매개체로 작용했을 이미지나 물건, 관습 같은데 더욱 관심을 두었다.

-217p - 219p
   

아직은 '신' 중심적 사고와 딱딱한 사회 분위기 때문에 그랬겠지. 그리고 그러한 이유로 '르네상스'가 태동되었고 지금에 이르렀겠지. 아마도 계속 이러한 그림들이 생산되었다면 사람들은 미술을 더 싫어했을지도 모른다. 안 그래도 바쁜 세상 그거 언제 다 해석하고 보냐?? 뭐 이러면서... ㅎㅎ 

사실 책을 읽을 땐 줄 쳐가며 간혹 그때그때 떠오르는 단상들은 포스트 잇, 혹은 책에 직접 메모해가며 읽는데... 빌린 책이라 그러지 못했음이 쪼끔 아쉬웠던... 소장해도 충분한 가치와 재미를 주었을 그런 책....

2007-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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