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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제로 가는 길
제이슨 브라이언 산토스 지음, 김율희 옮김 / 청림출판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Adoramus te O Christe...
살면서 가장 편안했던 일주일, 그리고 앞으로도 내 삶에 있어 가장 편안했던 일주일이 될 그 시간...
깜장천사의 떼제 여행기
침묵의 성지 떼제로 가는 길 / Adoramus te O Christe / Wait for the Load / Jubilate Coeli / Nada te Turbe / Nothing can ever / Jesus le Christ, lumiere interieure / 다시 여행 길을 떠난다
2005년 여행을 계획하며 카미노의 대안으로 찾았던 곳이 떼제였다. 14주에 달하는 여행 기간 동안 일주일을 내 여기서 못 보내리오.. 하면서 찾아갔던 프랑스 중부의 신앙공동체 마을...
지난 크리스마스 즈음에 아는 언니와 이런 대화를 했다.
깜장 : 왜 우리나라는 기독교가 국교도 아니면서 크리스마스 날 쉬는거얌?
언니 : 석가탄신일도 쉬잖아.
깜장 : 그렇다해서 우리나라가 종교간 갈등이 있는건 아니지만 나름 배타적이지 않아?
사실 나도 그렇다. 나는 구교 신자. 가끔 개신교를 기독교라고 칭하는거에 발끈한다. 어떤 분은 나의 이런 언어사용이 짜증난다고 하신 분들도 있으나 이런 나의 발끈은 불행히도 개신교계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확고해졌다. 서로 인정하지 않고 헐뜯기 급급했던 교목의 성경시간과 교회에 다니던 아이들의 발언... 전체적으로 그렇지만 성당을 다니는 아이들보다는 교회를 다니는 아니들이 더 많았기에 성당에 다니던 나와 다른 몇몇 아이들은 늘 공격?의 대상이 되었고 결국에는 교목을 상대로 언성을 높여가며 따져드는 사태까지 벌어졌었다. (그 후 졸업한 후 학교에 찾아갔는데 그 교목 나를 보자마자 슬금슬금 피하는 꼬라지란.. -.-;;;)
한 때 활동하던 수도회 신부님이 이런 이야기를 해주셨다. 외국에서 오시는 손님 신부님을 공항에서 픽업해 수도원으로 오는데 그 분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란다. "너네 나라는 참 전교가 잘 되어 있어." 그 분은 곳곳에 위치한 빨간 십자가를 보고 그렇게 말씀하셨다.
내가 다시는 성당 마당에 성모상이 있다. 어느 날 아작이 났다. 알고 봤더니 지나가던 취객이 재수없다며 부숴버렸단다. 자기네 교회는 하꼬방에 있는데 성당이 번듯하게 (사실 우리 동네 성당 작다.) 서 있고 성모동산도 아름답게 꾸며진거 보니까 완전 열받더란다. -.-;;;
이런 일련의 사건들을 돌아가신 로제 수사님께서 아신다면 어떤 생각이 드실까? 한국에도 떼제 하나 만들자~ 하실까?
여행 길에 나서면서 또는 나서서 수많은 선택을 한다. 나는 단연코 수많은 내 여행의 선택들 중 가장 잘 한 일은 떼제를 선택한 것이라고 한다. 그만큼 내게 소중한 경험을 안겨주었던 떼제...
사실 책은 그리 재미?는 없다. 떼제를 체험한 저자가, 그것도 로제 수사님께서 돌아가시는 장면을 목격한 저자가 학문적으로 접근한 하나의 논문형태의 책이다. 문체는 딱딱하고 재미없으나 간간히 보이는 사진과 잊고 있던 단어들, 오약, 엘아비오드, 카사 등등...이 떼제의 기억을 갖고 있는 이들이라면 그 향수병이 새록새록 올라올 그런 책...
어쩌면 한국의 독자들은 공감하기 어려을 수도 있지만 왜 그 작은 마을에 그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지, 그들이 왜 그 곳에 찾아가는지 아는데 도움 줄 책...
다시 유럽 여행 길에 나선다면 여행 길을 시작하기 전에 머물고 싶은 곳... 다시 그 곳의 평안함과 고요함과 침묵 속에 몸을 담글 수 있기를...
201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