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퓰리처 글쓰기 수업 - 논픽션 스토리텔링의 모든 것
잭 하트 지음, 정세라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1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퓰리처 글쓰기 수업>은 17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잡지 '오레고니언'에서 25년간 편집장을 맡았고, 글쓰기 코치로 일하면서 퓰리처상 수상자 및 전미 장편 작가상 수상자를 다수 길러낸 저자 잭 하트가 자신의 35년 글쓰기 코칭 스킬을 전부 녹여내, 초보에서 전문 작가들까지 모두에게 인사이트를 줄 만한 내용을 풀어낸 책이다. 저자는 스토리텔링의 활용 폭이 넓은 이유는 이야기가 하나의 행위가 어떻게 다음 행위로 이어지는지 보여줌으로써 혼란스러운 세계를 이해하는 틀을 제공하며, 누군가가 어떻게 삶의 고비를 넘었는지 알려줌으로써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준다고 말한다. 이 책은 스토리텔링이 활용되는 다양한 영역에서 써먹을 수 있는 유용한 통찰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책은 '1장 스토리, 2장 구조, 3장 시점, 4장 목소리와 스타일, 5장 캐릭터, 6장 장면, 7장 액션, 8장 대화, 9장 주제, 10장 취재, 11장 스토리 내러티브, 12장 해설 내러티브, 13장 그 밖의 내러티브, 14장 윤리 의식'이라는 14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존 프랭클린이 논픽션 스토리텔링 교본 <스토리 쓰기>에서 내린 스토리의 정의인 "스토리는 공감을 일으키는 인물이 뜻하지 않게 난감한 상황에 직면하나 그에 굴하지 않고 맞서 돌파구를 찾으려 할 때 발생하는 일련의 행위로 이루어져 있다"에 대해 말한다. 스토리는 기본적으로 욕망을 가진 캐릭터에서 시작하며, 무언가를 원하는 주인공이 그것을 이루기 위해 발버둥 치는 일련의 행위를 통해 이야기가 전개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흡입력 있는 스토리를 쓰려면 거창한 시련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작지만 의미 있는 시련도 훌륭한 스토리가 될 수 있다.
"켄퍼슨은 <디모인 레지스터> 기자 시절 미국 내에서 특집기사를 잘 쓰기로 열 손가락 안에 꼽힌 인물이었다. 이런 그에게 명성을 안겨준 스토리는 난생처음 꿩 사냥에 나간 소년이라든가, 선거에서 처음으로 투표를 하게 된 한 이민 여성에 대한 것이었다."
저자는 흡입력 있는 이야기는 독자를 다른 세계로 끌어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작가는 강렬한 사건에 절묘한 장면을 결합하여 독자의 주의를 끌고, 독자가 캐릭터와 혼연일체가 되어 스토리에 몰입할 수 있도록 가상 현실을 그려내는 기술은 내러티브 논픽션 글쓰기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좋은 발단은 주인공이 어쩌다 어느 시간에, 어떤 장소에 있게 되었는지 충분한 배경을 제공하고 아쉬움을 남겨 다음 단계로 인도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취재를 철저히 하면 디테일이 차고 넘칠 정도로 많아지는데, 훌륭한 스토리텔러는 이리저리 기웃거리지 않고, 나아갈 확고한 길을 찾아낸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논픽션에서 목소리가 중요한데, 목소리란 "글에서 저절로 드러나는 글쓴이의 개성"이라고 말한다. 글쓴이의 목소리는 흥미를 유발하고 붙잡아두는 데 일조하며, 때로는 글의 인상을 좌우한다. 또한 저자는 좀 더 나은 표현이 없을까 거듭 고민하며 초고를 힘겹게 완성하는 고통이 글쓴이의 목소리를 죽여버린다고 이야기한다. 내 생각을 쏟아낸 글에 조금이라고 내 모습이 투영된 글을 쓰려고 노력해야하는 것이 목소리가 드러나는 글을 쓰는 방법이다.
"자신의 목소리를 드러내는 궁극의 비법은 긴장을 풀고 나다워지는 것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여간 스트레스받는 일이 아니다. 키보드 앞에 앉으면 나도 모르는 새 긴장이 온몸에 파문을 일으킨다. 이를 악물고 어깨를 잔뜩 움츠리고 발로 바닥을 탁탁 치기도 한다. 이럴 때 손가락에서 나오는 어휘는 하나같이 딱딱하고 형식적이다.(...)
마음이 편하면 글쓰기가 빨라지고, 글 쓰는 속도가 빠르면 좀 더 자기다워진다. 당연하지 않은가. 단어를 하나하나 걸고 넘어지며 초고에서 진을 빼면 글쓴이 고유의 정체성이 사라진 무미건조한 글이 된다. 편안한 친구와 대화할 때처럼 자연스러운 리듬으로 이야기해야 자기 본연의 모습이 드러난다."
저자는 인간적인 한계와 결점, 모순, 그러면서도 변화할 줄 아는 모습을 지닌 주인공은 독자에게 연민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고 말한다. 등장인물이 인간의 복합적인 면모를 사실적으로 보여줄 때 비로소 독자가 인지할 수 있는 인류 공통의 보편성을 획득하게 된다는 저자의 글에 공감한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스토리의 목적은 우리에게 성공적인 삶의 비밀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어떤 가치관이 실패에 이르게 하는지, 어떤 습관과 시각이 성공 가능성을 높여주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넘어야 할 시련이 높고 크면 참신한 접근이 필요하기도 하고, 성공과 실패에 대한 정의 자체를 다시 내려야 할 만큼 인식의 전환을 요구하기도 한다.
저자는 장면 자체는 목적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이야기의 궁극적인 목표는 사건을 통해 인물을 드러내는 것이다. 사건을 일으키는 인물의 열망과 욕구가 플롯을 이 장면에서 저 장면으로 끌고간다. 저자는 이렇게 장면을 옮길 때마다 각 장면에 담긴 메시지가 모여 전체 스토리의 메시지를 완성한다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완성된 스토리에서 사건 동선은 주제를 위해 존재한다고 말한다. 독자에게 시간을 투자해 읽길 잘했다는 만족감을 주는 것도 결국 주제다. 저자는 주제는 취재와 집필의 방향을 잡아주기도 한다고 이야기한다. 독자들에게 닿는다는 것은 주인공과 그들의 삶을 연결하는 접점을 찾는 것을 의미하며, 주제가 품는 교훈이 훌륭하다면 시간이 흘러도 그 가치가 변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논픽션 작가는 주제를 반드시 자신에게서 찾아야 한다고 전한다. 세상은 끊임없이 이런저런 사실을 우리 앞에 던져 놓는데, 논픽션 전문가라면 그런 사실들이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는지 다만 일부라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주제문에는 스토리 구조가 들어 있다. 따라서 취재 방향을 잡고 제목을 찾는 데 도움을 주며, 글의 길이를 줄여야 할 때 무엇을 버리고 살려야 할지의 기준이 된다. 이렇게 저렇게 따지면 주제는 취재와 원고 작성의 모든 과정에 관여한다.
주제문은 이토록 중요한다. 그래서 나는 어떤 원고가 됐든 늘 똑같은 단어를 가장 먼저 적는다. 컴퓨터 화면에 새 문서를 열고 '주제'라고 입력한다. 그 뒤에 쌍점(:)을 찍고 그대로 잠시 앉아 내가 하려는 말을 적확하게 담아낸 '명사-동사-명사'의 문장구조를 고민한다."
저자는 논픽션 내러티브를 쓸 때 윤리적 글쓰기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솔직할 것, 정확할 것, 숨김없이 투명하게 보여줄 것, 모호하게 흐려선 안 된다는 단순하지만 실천이 어려운 원칙을 소개한다. 진실에서 아주 살짝만 발을 떼도 극적 효과, 명쾌함, 문체가 엄청나게 달라진다.
"논픽션 내러티브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험난한 세상에 대처할 수 있도록 우리를 돕는 데 있다. 따라서 세상을 정확하게 그릴수록 스토리는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 100퍼센트 정확하게 그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떤 사실을 모든 이가 똑같이 이야기할 리 만무하다. 가능한 한 리얼리티에 가깝게 그리는 것만이 유일한 윤리적 방책이다."
이 책에서 스토리텔링은 리얼리티와 도덕성을 최선을 다해 지킬 때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는 저자의 글은 논픽션 스토리텔링에서 윤리 의식이 얼마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가를 이야기한다. 끝으로 윤리적으로 취재를 하고 글을 써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진실의 힘에 있다는 저자의 마지막 문장은 좋은 글이란 무엇인가를 알려주는 글로 인상적이다.
"우리는 논픽션 내러티브를 읽으며 세상을 이해한다. 같은 시대를 사는 다른 인간이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난관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보여줌으로써 행복한 인생을 사는 비결을 알려줄 때 우리는 그 힘을 실감한다. 이런 깨달음을 주는 것은 작가가 할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일이다. 인간의 공통된 경험을 정의하는 어떤 패턴을 찾아내겠다는 정직한 노력, 여기에 수반되는 온갖 수고와 좌절, 우여곡절을 보상해주기에 충분한 이유다."
이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