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묻고 철학이 답하다 - 고민하는 어른을 위한 한밤의 인생론
오가와 히토시 지음, 홍성민 옮김 / 더난출판사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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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책 <인생이 묻고 철학이 답하다>는 일상생활속의 다양한 고민들을 쉽게 예로 들면서 철학자의 이야기를 풀어서 답한다. 인간관계, 일, 사회, 망설임과 불안, 인생의 난관이라는 5가지 주제에 관한 다양한 고민을 소크라테스, 칸트, 사르트르, 니체, 하이데거 등 유명 철학자들의 사상을 통해 저자인 오가와 히토시는 상담해준다.

 

"이 책의 구성은 장면별로 구체적인 고민을 들은 후에 고민 해결을 위해 가장 적합한 유명 철학자를 한 명 선별해 그들의 사상과 함께 상담해나간다. 따라서 철학자의 인품이나 관련 사항도 소개된다. 상담을 할 때는 대개 그렇지만 나의 경우는 가능한 한 다양한 화제를 섞어가면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고민 상담은 내용이 무서워서 너무 담담하게 진행하면 말하는 쪽이나 듣는 쪽 모두가 우울해지기 때문이다. 철학은 진리에 대한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행위이므로 밝은 기분으로 해결하고 싶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격언을 소개한다. 고민이 생기면 바로 도움이 되는, 핵심을 찌르는 조언을 찾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자신의 고민을 떠올리며 읽어도 되고, 앞으로 생길 고민을 상상해 그때를 대비해서 읽어도 좋다. 물론 가장 권하고 싶은 것은 마음이 약해졌을 때다. 인간은 누구나 그럴 때가 있다. 상황에 맞춰 상담 상대를 찾을 수 있는 사람은 제쳐두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을 다독이면 좋겠다."

 

부부사이가 나쁠때에 대한 상담은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사상으로 해결해준 내용이 인상적이다. 소크라테스는 상대가 스스로 답틀 찾도록 돕는 문답법의 철학적 방법을 제시한 철학자이다. 소크라테스는 만년에 젊은이들을 속였다는 이유로 재판을 받게 된다. 그는 계속 질문을 퍼부었다. 닥치는 대로 젊은이들을 붙잡고 질문을 해댔다. 질문을 거듭하면 사물의 본질에 가까워진다. 뿐만 아니라 답을 가르쳐주는 대신 상대가 스스로 생각하게 한다. 부부사이가 나쁘다면 상대에게는 '나를 어떻게 생각해?' '결혼생활은 만족해?' '뭐가 문제일까?' '어떻게 해주길 바라지?' 하고 솔직히 묻는다. 답은 상대의 입에서 나올 것이다. 절대 화를 내선 안 된다. 어디까지나 냉정하고 진지하게 질문한다. 그리고 자신에게도 질문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부부가 서로에게 질문하는 것이 대화로 이어져 상대로부터 진리를 이끌어내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지에 대한 사랑이 사람에 대한 사랑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깨달았다. 현자라는 사람도 아는 척하는 것뿐이지 사실은 자신과 다를 게 없다라고. 아니, 오히려 아는 게 없다고 자각하는 만큼 자신이 더 뛰어난 게 아닐까라고. 왜냐면 아는척한 시점에서 더 이상 알 기회를 놓쳐버리기 때문이다.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고 알려고 하면 지식은 자연스레 늘게 된다. 다시 말해, 보다 현명해질 기회가 열리는 것이다. 이것이 저 유명한 무지의 지다."

 

"가장 훌륭하고 가장 쉬운 길은 남을 억누르기보다 그가 할 수 있는 데까지 스스로 선하도록 힘쓰게 하는 것이다." - 소크라테스

 

저자는 가족의 이해를 얻지 못할 때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의 사상을 이야기하여 상담해준다. 자신 스스로를 비난하는 것부터 멈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데카르트는 "조금이라고 의심할 수 있는 것은 거짓된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 이렇게 한 후에도 전혀 의심할 수 없는 것이 남아 있을 수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모든 것을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족과 사이가 좋지 않은 가장 큰 원인은 소통의 부재이다. 가정 내에서도 분위기를 잘 파악해 적절한 단어를 선택해서 대화를 해야 한다. 그 때 중요한 것은 자신감이다. 까닭 없이 미움을 맏는다고 생각하면 자신도 모르게 비굴해지고 하고 싶은 말도 나오지 않는다. 상대를 칭찬할 때는 먼저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이것을 '방법적 회의'라고 하는데, 의심하고, 의심하고, 꿈까지도 의심한다. 그래도 마지막에 남은 '의심하고 있는 나'라는 자신, 이것이 여행의 목적지다. 의심하는 과정에서는 많은 고난과 갈등이 있을 것이다. 거기에 꺾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그렇게 해서 발견한 부동의 나는 더 이상 고민할 것이 없다. 가족과 의견이 다르든 스스로를 질책하든 나는 다름 아닌 바로 나다. 자신감을 갖고 판단하고 자신감을 갖고 살아갈 수 있다. 동시에 그것은 사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됨을 의미한다. 세계를 의심하기 전의 나는 세계에 묻혀 있었기 때문이다. 세계에 묻혀 있던 자신이 외부에서 세계를 본다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하다. 주관적으로 보는 것이 고작이다. 그러나 그것은 자신만의 편견에 불과하다. 무엇이지? 왜 그렇지? 의심을 거듭해 마침내 나라는 존재를 세계와 뗴어놓은 형태로 자각하면 그 순간 객관적으로 세계를 볼 수 있다."

 

"모든 것을 거짓이라 생각하고 있는 동안에도, 그렇게 생각하는 나는 반드시 어떤 것이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데카르트

 

책을 읽으면서 서로 이해하는 상대가 없을때를 상담해주는 저자의 이야기에 눈길이 이끌렸다. 나도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타인에게 신경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저자는 프랑스의 유대계 철학자인 에마뉘엘 레비나스의 사상을 이야기해준다. 타인이라는 존재를 자기 안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존재로 바꿔버리면 문제는 해결된다. 그래서 레비나스의 사상이 도움이 되는 것이다. 그는 타인이 있기 때문에 자신이 존재하며 우리는 타인에 대해 무한한 책임을 진다고까지 말한다.

 

"인간이 원하지만 절대 만족될 수 없는 것, 레비나스는 그것을 '욕망'이라 부른다. 그는 욕구와 욕망을 구별한다. 욕망의 대상은 절대 만족되지 않는, 무한히 추구해야 하는 것이고 그것이 바로 타인이다. 그러므로 타인을 소유할 수 없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그런 타인을 무한의 존재로 인식할 수 있을까? 레비나스가 주는 힌트는 '얼굴'이다. 한 사람 한 사람 다른 '얼굴'은 타인의 상징이다. 그런데 타인이 왜 그렇게 중요할까? 그것은 타인 덕분에 자신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타인이 없는 세계는 전체주의 세계다. 모두 똑같은 생각을 갖고 있고 다른 생각을 가지면 제거된다. 결국 거기에는 자신도 존재하게 않게 된다. 자신은 사물을 생각하는 존재인데 이렇게 해서 사고행위 자체가 부정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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