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이유 - 부당한 세계에서 나를 지키는 본능적 힘
라이언 마틴 지음, 이재경 옮김 / 반니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분노의 이유>에서 세계적인 분노 전문 심리학자인 저자 라이언 마틴은 우리가 왜 분노를 느끼는지 그 심리적ㆍ진화적 원인을 살피고, 분노에서 비롯한 에너지를 어떻게 이롭게 쓸 수 있는지 알려준다. 이 책을 통해 독자는 분노의 실체를 이해하고 삶의 원동력으로 바꾸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이 책은 '1부 분노란 무엇인가, 2부 분노의 나쁜 결과들, 3부 건강한 분노'라는 3개의 목차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분노'의 기본이다. 분노 감정에 대한 개론에 해당한다. 1부에 속한 5개의 장에서는 분노의 정의, 우리에게 화가 나는 이유, 분노로 이어지는 생각의 유형들, 분노의 생물학적 토대, 그리고 인종과 젠더가 성난 사람에 대한 인식에 미치는 영향을 개괄한다. 2부 '분노의 부작용'은 제대로 관리되지 못한 분노의 주요 결과들을 파악한다. 2부에 속한 4개 장에는 분노와 폭력 간의 복잡한 관계, 분노가 관계를 망치는 이유, 분노가 정신적, 신체적 건강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분노가 비이성적 결정으로 이어지는 경우를 논한다. 마지막 3부는 '건강한 분노'를 다룬다. 어떻게 분노를 긍정적이고 친사회적으로 이해하고, 관리하고, 사용할 수 있을지 탐구한다.

"이 책은 사람들이 문노와 건강한 관계를 형성하도록 돕기 위해 쓰였다. 나는 분노관리를 남들과 다르게 본다. 내게 분노는 진정과 회피의 대상이 아니다. 우리의 분노관리 목표가 단지 화를 풀거나 화를 억누르는 데 있어서는 안 된다. 분노는 우리 삶에서 중요한 가치가 있다. 통제를 잃는 것이 건강하지 않듯 분노를 무시하는 것도 건강하지 않다. 나는 분노를 연료로 생각한다. 분노는 우리에게 필요한 일들을 실행하기 위한 에너지와 열정을 제공한다. 하지만 다른 연료와 마찬가지로, 그것을 제어하고 특정 방향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

저자는 분노관리를 단지 화를 참거나 화날 때 진정하는 방법이 아닌 보다 넓은 개념으로 보기 바란다고 말한다. 평소의 생각과 분노 당시의 기분, 분노를 유발한 자극이 얽혀서 복잡한 패턴을 형성한다. 이 책은 그 패턴들을 이해하고, 분노의 감정이 일었을 때 그것을 조절하고 분노를 긍정적이고 생산적이고 친사회적인 방향으로 이용할 방법을 모색한다.

"나는 책임 있는 분노관리가 무엇인지 논하고자 한다. 화를 내느냐 마느냐 외에도 우리가 분노에 대해 내릴 수 있는 결정들은 많다. 우리는 화날 때 진정할 방법을 찾는 것 이상을 할 수 있다. 사실 어떤 도발에 얼마나 격분하는지는 더 크고 복잡한 방정식의 일부일 뿐이다."

저자는 데펜배처 박사가 1996년 논문 <분노에 대한 인지적, 행동적 접근>에서 소개한 '화나는 이유' 모형에 대해 설명한다. 이 모형은 사람들이 분노하는 이유에 대한 전면적인 그림을 제기한다. 데펜배처 박사는 분노가 (1) 촉발요인, (2) 분노 전 상태, (3) 판단 이라는 세 요소 간의 '복잡한 상호작용'의 결과로 일어난다고 했다. 화나는 경우들은 다양하지만 대개 불공정, 부당 대우, 목표 방해의 세 가지 범주가 많다. 또한 데벤배처 모형의 세 번째 요소인 판단은 모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다. 이 때의 판단이란 우리가 매일 경험하는 갖가지 요소를 평가하고 해석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 규칙들은 대개 불문율이며, 따라서 보편적으로 수용되거나 숙지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저자는 모두가 이 모형을 이해해서 자신의 상황에 적용할 수 있게 되면 보다 건강한 정서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분노 경험을 구성하는 여러 생리적 요소는 분노에 대한 매우 중요한 사실 하나를 가리킨다고 말한다. 다른 감정과 마찬가지로 분노도 우리의 인간 조상과 비인간 조상에게 생존의 이점을 제공했기에 지금 우리에게 존재하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의 뇌 부위들, 얼굴 표정, 신체 자세는 그저 우연히 생겨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조상들이 적대적인 자연에 맞서 살아남은 수억 년 투쟁의 결과라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화났을 때 드는 생각들 중 다섯가지 '성난 생각' 유형은 과잉 일반화, 당위적 요구, 오류귀인, 파국화, 선동적 지칭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그 중에서 파국화는 분노의 원인에 대한 우리의 대처 능력을 판단하는 2차판단에 가깝다고 이야기한다. 이런 부정적 과장, 즉 파국화 경향은 우리가 부정적 상황에 처했을 때 그것을 대처 가능한 상황으로 판단하기 어렵게 한다. 촉발요인의 결과를 재앙으로 해석하면 불안감과 무기력감이 쇄도한다. 세상이 모두 내게 덤비거나 등을 돌리는 것처럼 느껴지고, 내가 어찌해볼 도리는 없어 보인다.

"말 그대로 파국화는 부정적 과장, 즉 최악을 예상하는 것을 말한다. 상황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하고, 사건에 지극히 부정적인 꼬리표를 붙이는 것이다. 이 경우 일이 조금만 틀어져도 "오늘 다 망했어"라고 반응한다."

저자는 분노를 표출하는 최선의 방법이 정해져 있지 않고, 분노 표출은 젠더와 인종 등 분노한 사람의 특성에 따라 다르게 인식되며, 분노 표출의 결과도 젠더와 인종 등 분노한 사람의 사회적 특성에 따라 많이 달라진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 저자가 사회가 구조적으로 특정 집단들을 억압하는 것, 분노할 일을 너무나 많이 만들면서 사람들에게 침착과 평화를 유지할 것을 요구하고 어떠한 분노도 드러내지 말 것을 기대하는 것은 지극히 부당하다고 글에 공감한다.

저자는 분노가 다른 기본 감정들, 예컨대 슬픔, 공포, 즐거움과 다른 점은 주로 사회적 상황에서 경험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사회적 상황의 맥락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분노는 관계 파탄의 결과를 야기하기 쉽다고 이야기한다. 화가 자주 그리고 격하게 나는 사람, 특히 그 분노를 외적으로 표출하는 사람은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거나 겁먹게 한다. 한편 화난 사람은 자신의 분노 폭발이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할 때가 많다.

저자는 분노의 나쁜 결과들로 '분노'는 정신적, 신체적 건강문제를 야기하고 대인관계를 망치는 등 우리의 삶에 쉽게 분탕을 친다고 말한다. 분노는 푹력적 상호작용과 그 밖의 충동적 행동들로 이어져 우리와 주변사람들을 해칠 수도 있으며 우리는 분노를 못 참고 몰지각하고 비이성적인 말과 행동을 저질러 망신을 사기도 한다. 하지만 저자는 동시에 이런 문제들이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이야기한다.

"분노 평가는 우리가 무엇에 가치를 둘는지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준다. 분노가 부른 비이성적 말과 행동이 오히려 우리의 핵심신념을 드러낼 수도 있다. 그래서 분노의 말과 행동을 더 깊이 풀어낼 필요가 있다."

저자는 우리가 분노에 대처하는 방법은 분노가 어디서 오는지 보다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분노는 나에게 특정 상황에 대한 것들만 아니라 나 자신에 대해, 내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에 마음을 쓰는지에 대해 말해준다는 저자의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분노 반응 자체에는 본질적으로 잘못된 건 없다. 분노는 그런 도발에 대한 어쩌면 온전히 합리적인 반응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런 상황들에 처했을 때 분노가 어디서 오는지 풀어내는 것이다. 일단 생각의 패턴을 분별하는 감각을 기르면, 자신과 자신에게 중요한 것을 제대로 이해하게 된다."

저자는 분노를 전하는 법으로 첫째, 내가 주장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그것을 어떻게 ㅂ전달할지, 상대가 거기에 어떻게 반응할지 미리 계획을 세우기, 둘째, 내 기분을 말하고 상대에게 전적인 책임을 지우지 않기, 셋째, 어려운 대화에서 침착을 유지하고 프로답게 행동하기, 넷째, 구체적인 이슈를 대화 전면에 내세우고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기, 다섯째, 상대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보고 상대의 기분이 어떤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주목하기, 여섯째, 힘든 대화 중에 상황이 너무 과열됐다 싶거나 대화가 더는 생산적이지 않다고 느껴진다면 대화를 멈추는 것도 괜찮다고 조언한다.

저자는 화가 날 때는 이른바 '카타르시스 효과'를 노린 행동-물건 두들기기, 악쓰기, 고함지르기, 폭력적 비디오게임 하기, 폭력적인 미디어 콘텐츠 시청 같은 공격적 수단을 통한 '화풀이' 행동-을 오히려 피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말한다. 그런 방법은 분노를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도움이 되기는커녕 문제를 더 악화시킬 소지가 다분하다.

저자는 분노는 '나'라는 복잡한 기계를 달리게 하는 강력한 연료라고 말한다. 그리고 다른 연료들과 마찬가지로 과하게 가열됐을 때는 온도를 낮출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때로 긴장 완화와 관심 전환을 꾀하는 이유다. 저자는 그것이 우리가 때로 스스로의 생각을 재평가하고, 분노 신호들을 피하고, 긴장 상태를 인지할 방법을 찾는 이유라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그렇게 열기를 식힐 방도를 모색한다. 하지만 분노를 느끼는 것이 전적으로 자연스럽고 당연할 때는 화내도 괜찮을 뿐 아니라 화내는 것이 옳다는 저자의 마지막 글에 깊이 공감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