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는 보았습니다 - 삶과 죽음 그 너머의 경이로운 이야기
박진여 지음 / 김영사 / 2025년 2월
평점 :
저자 박진여 씨는 전생을 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녀가 실제로 전생을 읽는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윤회한다. 즉, 우리는 이전에도 살았던 적이 있다는 말이다. 이 말은 허무맹랑하게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주제에 눈을 돌려보면 의외로 많은 연구가 오래 전부터 진행돼 왔고 많은 책들이 쓰여져 왔다는 걸 알 수 있다.
이 책의 요지는 이렇다: 우리는 여러 번의 인생을 살며, 이렇게 윤회를 하는 까닭은 매 인생에서 점점 영적 균형을 이루어 더 높은 차원의 영적 존재로 태어나기 위해서다.
박진여 씨에 따르면, 우주에는 법칙이 있으며 거대한 우주 의식이란 것이 존재한다. 우리의 영혼은 우주 의식의 한 부분을 구성한다. 영혼은 에고보다 더 큰 초월적 자아다. 인간이 태어나기 전부터 영혼은 존재했고 인간이 죽은 뒤에도 영혼은 여전히 존재한다. 인간의 영혼은 자연의 절대 법칙인 윤회를 통해서 점점 깨달음을 완성해 나아가고 종국에는 우주 의식으로 합일한다. (박진여 씨는 "우주의 창조주를 만난다"고 표현하는데 나는 우리 영혼이 우주 의식과 합일한다는 뜻으로 이해했다.)
불교와 힌두교, 기독교(외경)에서는 윤회를 말한다. 박진여 씨는 티베트불교의 경전인 <티베트 사자의 서> 일부를 인용한다: 인간은 생각하는 대로 존재한다. 이승이든 내생이든 생각은 사물이 되고, 또 선하든 악하든 모든 행동의 근원이 된다. 그대는 씨를 뿌린 대로 거둘 것이다.(p.169)
이번 인생이 힘들 때 우리가 다시 태어난다는 건 악몽처럼 들릴지 모르겠다. 이런 인생을 또 산다고? 하지만 마치 게임처럼 우리는 인생을 잘 살 때까지 끊임없이 연습하는지도 모른다. 후회되는 일이 있다면, 오늘 남은 시간, 내일 당장, 혹은 앞으로 죽기 전까지 조금이라도 더 바람직하게 살아보려고 노력할 수 있지만, 새로운 생을 받아서 지난 생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만회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역경을 극복하는 법을 배울 때까지 매 생에서 비슷한 역경을 겪는다.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현생에서 다른 형태와 상황으로 나타날 뿐만 아니라 다음 생에서도 계속 이어진다. 우리가 올바른 방법으로 문제를 극복할 때까지 반복된다."(p.136)
끔찍한 말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윤회의 바퀴는 그렇게 굴러간다고 이 책에서는 전한다. 그렇다면 마음을 달리 먹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이번 생에 조금이라도 향상의 길로 나아가겠노라고 말이다. 모든 고난은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이것이 나의 과제라 생각한다면 어떨까? 나는 이번 생에서 무얼 배워야 하는 걸까? 무릎이 깨져가며 자전거를 배우듯이 우리는 깨져가며 인생을 배우는 것인지 모른다.
박진여 씨의 말을 완전히 믿지 않는다고 해도, 그녀가 한 여성에게 했다는 조언은 고난을 받아들이는 태도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게 한다. 이 여성의 남편은 알콜중독자로 아내에게 폭언과 폭행을 하고 아들은 게임 도박에 빠져 신용불량자가 되었다. 여성은 새벽에 출근해 빌딩 화장실을 청소하고, 점심에는 식당에서 접시를 닦으며, 저녁에는 술집 주방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녀가 이런 힘든 생을 살게 된 데에는 전생의 삶이 깊이 연루되어 있지만, 그 전생을 바꿀 순 없고, 현생이 전생의 결과이든 아니든 그녀의 힘든 현실 역시 바꿀 수 없다.
박진여 씨는 그녀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새벽에는 교회에 가서 기도하고, 점심에는 절에 가서 참배하며, 저녁에는 성당에 가서 성모님을 만난다고 생각하세요."
이번 생의 고난은 내 영혼을 정화시키는 과정이라고 박진여 씨는 말한다. 불교에서도 용어만 다르지 동일한 이치를 말한다.
인생에 대해 우리는 제각기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다. 윤회가 과학적으로 증명될 수 있는 문제인지는 논란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본능적으로 우리가 가는 길이 선한 길인가 아닌가, 나와 타인을 해치는 길인가 돕는 길인가는 판단할 수 있다. 제대로 된 종교는 그 어떤 종교도 '악하게 살라'고 말하지 않는다. 윤회와 전생과 우주 의식을 이야기하는 박진여 씨도 '선하게 살라'고 말한다. 그러면 된 거 아닐까? 우리는 인생을 연구하는 과학자가 아니라 인생을 직접 사는 존재니까.
아무튼 박진여 씨처럼 전생을 읽는 것을 가리켜 '리딩'이라고 부르며, 이 분야 즉 죽음 너머의 세계를 연구한 사람 가운데서 대표적으로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에드거 케이시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윤회에 대해서는 에드거 케이시를 연구한 지나 서미나라의 보고서가 흥미롭다. 실제로 한 사람의 몸을 빌려서 가르침을 전한 영혼도 있는데, 그는 자신을 실버 버치라고 소개했다. 그의 책은 <실버 버치의 가르침>이라는 제목으로 국내에 번역돼 있다.
지나 서미나라는 정통 학문을 공부한 학자인데, 그녀의 책 <윤회의 비밀> 첫 장 도입부는 우리의 편견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정말로 윤회설을 믿는 건 아니시겠지요?" 그녀는 내게 물었다. 교양이 넘치는 그녀의 목소리에는 분명 비난과 불신의 뜻이 담겨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정말로 윤회설을 믿는다고 대답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동안 그녀는 나를 조심스럽게 관찰하는 것 같더니 마침내 큰 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런 걸 믿기엔 당신은 너무 지성인 같은데요!"
윤회설은 미신이라는 생각이 지금은 대세인 것 같다. 하지만 신이 없다고 증명할 수 없는 한 신의 부재를 단언할 수 없듯이, 윤회설을 확실하게 부정할 수 없다면 우리가 윤회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없다.
우리가 만약 윤회를 한다면 다음 생을 위해서라도 이번 생을 나와 남을 해치지 않고 선하게 살아야 할 테고, 윤회라는 게 없다면 보편적 정의와 진리를 위해서 지금의 삶을 정의와 사랑으로 살아야 하겠다.
지금 걷고 있는 길이 힘든 고난의 길이라면, 이 길이 향상으로 이어지는 길이라는 믿음을 놓지 말았으면 좋겠다. 미궁 속의 미노타우로스를 죽이러 테세우스가 미궁으로 들어갈 때 실을 꼭 붙잡고 갔던 것처럼 이 믿음을 그렇게 꼭 붙잡고 고난의 길을 빠져나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