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멜 천사 - 오가와 미메이 짧은 이야기 모음
오가와 미메이 지음, 박혜정 옮김 / 이매진 / 2017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가와 미메이는 전혀 알지 못했던 동화 작가였다. (실은 일본 작가들을 거의 모르긴 한다.)

어쩌면 그래서 일본의 정서를 더 확연하게 감지하는 건지 모르겠다. 역자의 작가 소개에서처럼 미메이의 작품 세계는 낭만적이다. 하지만 단순히 '낭만적'이라고만 하기에는 다른 정서가 있다.

 

그것은 아마도 우울감이 아닐까. 그의 동화는 어둡다, 매우.

<한중일의 미의식>에서 저자가 추정하는 일본의 기본 정서인 죽음의 그림자를 연상시킨다. 미메이의 동화가 때로는 깜짝 놀랄만큼 슬픈 결말로 끝나는 것도 단순히 시대적 상황(1900년대 초반) 때문만은 아닐 것 같다.

 

자연 재해가 인간의 삶을 수시로 위협하는 환경 속에서 일본인들의 의식 저변에는 언제든 죽을 수 있다는 절박감 내지는 허무가 도사리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얼마전 읽은 앤도 슈사쿠의 <깊은 강>에서도 여기 <카라멜 천사>에서도 공통적으로 흐르는 감정이 그랬다. 작가 이름을 가리고 읽어도, 이것은 일본 문학, 하고 알아맞힐 수 있는 그것.

 

그러나 우울한 구름 속에서 빛나는 시선도 보았다. 미메이의 일부 작품들은 참 아름답게 흘러간다.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그의 대표작인 것으로 짐작되는 <들장미> 외에도,

 

호기심과 모험심으로, 달리는 기차 안으로 들어갔다가 낯선 곳에 떨어진 벌이 두 계절을 거쳐서 집으로 돌아오는 이야기와,

 

이사간 친구가 선물한 푸른 단추 세 개를, 기차를 타고 세상을 두루 다닌다는 이웃 남자에게 하나, 금붕어를 팔러 멀리까지 돌아다닌다는 금붕어 장수에게 하나씩 주고, 그들이 몸에 단추를 달고 다니는 동안 친구와 우연히 만나기를 그리는 아이의 이야기...

 

작품을 놓고 이렇다 저렇다 하면서 너무 평을 하다보면 이런 생각이 슬며시 든다. "왜 작가는 그글을 써서 괜히 엄한 비판을 받을까?" 이런 정서로, 이런 생각으로, 이런 세상을 창조해낼 수도 있구나, 다만 그렇게만 생각해야겠다.

 

내가 알고 생각하는 편협한 단색의 세상에 작은 틈을 벌려서 세상을 조금 더 넓게, 조금 더 다채롭게 만들어준 작가에게 그저 감사의 인사를 하는 게 마땅한 듯 싶다. 꾸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