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강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60
엔도 슈사쿠 지음,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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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찾는 마음은 무엇보다 슬픈 영혼인 것 같다.

때로 신은 명랑하고 가벼운 아이처럼 천진난만하기도 하나, 엔도 슈사쿠의 신은 깊은 슬픔에 잠겨있다. 

 

<깊은 강>의 주요 인물들은 모두 깊은 절망과 허무함을 간직하고 인도의 갠지즈 강에 이르렀다. 각자 다른 사연이 있으나 강에서 해답을 애타게 갈구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저자가 젊은 시절부터 매료되었다는 <테레즈 데케이루>의 여자 주인공의 정신적 쌍둥이라 할 미쓰코는 실은 슈사쿠 자신의 모습이기도 할 것이다. 그녀의 내면에는 큰 구멍이 있다. 그것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허무 같은 것이어서, 그 구멍 속으로 행복하고 편안하게 사는 사람들을 침몰시키고픈 본능적 욕구를 느낀다. 그러나 거기에 침몰되어가는 사람은 본질적으로  미쓰코 자신이고 그녀가 오쓰(신을 사랑하는 남자)에게서 수십년 간 이상한 끌림을 느낀 까닭은 구원해달라는 절절한 내면의 목소리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 목소리를 제대로 알아듣기까지 그녀는 수십 년의 삶을 헤매야 했다.

 

미쓰고 외에도 어떤 인물은 전쟁의 상처에, 어떤 인물은 어리석어 놓쳐버린 사랑에 절망한다. 그들의 회한은 깊디 깊고, 그 깊음이 갠지즈 강의 깊음에서 비로소 동질감을 발견하면서 유유한 강물에 풀려나가는 듯하다.  

 

갠지즈 강을 통해서 앤도 슈사쿠가 진정으로 말하고 싶었던 것은 이런 얘기였을까?: 

 

삶은 태어나 죽음으로 이어지고,

인간은 본질적으로 슬픈 존재이니,

인간이여, 계속 슬퍼하라.

그러나 흐르는 강물처럼 신은 가난하고 슬프고 절망하고 고통받는 모든 인간을 받아들이니

인간이여, 슬퍼하되 안도하라.

 

엔도 슈사쿠의 묘비명처럼:

 

인간이 이토록 슬픈데

주여, 바다가 너무도 푸르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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