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를 쓰다 1 - 흠영 선집 돌베개 우리고전 100선 19
유만주 지음, 김하라 편역 / 돌베개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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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안 읽혔다. 결국 읽다가 접었다.

 

책을 신중하게 고르는 편이고 어지간해서는 끝까지 읽는 편인데 나도 의아해서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우선, 흠영에게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아마도 박지원의 그 호탕함과 해학, 지성에 견줄만한 다른 식의 강한 매력을 내가 기대했던 듯 싶다.

흠영은 좋게 말하면 무척 담담하고 소박하며

나쁘게 말하면 답답했다.

끊임없이 사고만 하는, 사고 속에 갇힌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한편으로 혐의를 두는 것은, 글맛을 느낄만한 문장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문장의 맛으로 읽는 글들이 있다. 달콤한 술처럼, 향기로운 커피처럼 문장이 사람을 홀리는 글이 있다.

이것은 번역의 문제는 아닌 것 같고, 역시 흠영 개인과 내가 서로 맞지 않아서가 아닐까 짐작된다.

 

혹시 누구의 사적인 일기를 훔쳐본다는 것에 대한 찜찜함도 있지 않았을까?

그런 것도 같다. 흠영이 자기 일기를 수많은 사람들이-후대인들이라고 해도- 읽고 있다는 것에 기꺼워했을 것 같진 않다.  

어지간하면 유명인들의 일기를 굳이 찾아읽진 않았는데, 우선 아름다운 표지가 눈을 끌었고, 열하일기와 짝이 될만한 어떤 것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다른 리뷰에서도 지적했던 것처럼, 편집상의 착각도 책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리는 데 일조를 했다.

흠영은 대단한 사상가가 아니었고 따라서 그의 일기를 주제별로 분류한다는 것은 오히려 그의 정신세계를 어설프게 보이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독자의 독서를 산란스럽게 만들었다.

그의 장점은 풋풋함, 소박함에 있고

그것을 잘 살릴 수 있는 것은 그저 시간순으로 자연스럽게 그의 생각과 감정이 흘러가는 것을 독자가 따라가게 만드는 것이었다고 본다. 그게 이 책의 매력이었을 텐데, 아쉽다.

 

그렇다고 이 책을 무작정 비난하자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자료로서의 가치가 크고

출판계의 다양성을 위해서도 이 책은 귀하다.  

그리고

아마도 나와는 다른 감성과 취향과 호기심을 가진 많은 독자들에게는 무척 사랑스러운 책일 수 있으리라는 것은 백번 당연한 얘기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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