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전투 나니아 나라 이야기 (네버랜드 클래식) 7
클라이브 스테이플즈 루이스 지음, 폴린 베인즈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시공주니어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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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니아 나라 이야기의 처음과 끝이 이렇게 맞물리는구나, 감탄을 하며 읽었다.

결말은 나의 예상을 벗어났고,

나니아 나라를 하나의 이상향으로 간주하며 읽었던 나로서는

나니아가 멸망한다는 결말이 놀라웠다.

 

한 이야기가 죽음과 파멸로 마무리가 됨에도

나는 안도했다.

이 안도감은 무엇일까?

 

....나니아는 시작과 끝이 있었지. 그것은, 언제나 여기 이렇게 있고 앞으로도 영원할 진짜 나니아의 복사판이나 그림자에 불과해... (P.235)

 

저자는 플라톤의 철학을 기독교 사상과 결합하여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진짜 세상의 그림자임을 이야기한다.

이것은 사실이 아니며 믿음이다.

믿음은 논박할 수 없는 것.

이것을 믿을지 말지는 각자의 선택일 것이다.

다만, 이 세계관이 나에게 왜인지 모를 안도감을 주는 까닭이 무엇인지 곰곰 생각하게 된다.

아마도 그 까닭은 삶이 고달프고 슬프고 고통스럽고 씁씁하기 때문일까?

아이들이 마지막으로 도달한 '그곳'이 내게 위로가 되는 것일까?

 

또 하나 내게 너무나 인상적으로 다가온 부분은,   

신을 믿는다는 것은 어떤 신을 믿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신을 믿는지가 요체임을 저자가 말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독교의 하느님을 믿는지, 불교의 부처님을 믿는지, 이슬람의 알라신을 믿는지는 정작 중요하지 않다. 

이야기 속에서 나니아는 아슬란을 믿고, 적대국 칼로르멘에서는 타슈 신을 신봉한다.

이야기 말미에서 타슈 신을 온 마음으로 믿는 한 병사(아메스)를 향해서 아슬란은 "아들아," 하고 부른다. 

아메스는 놀라서 말한다.

"슬프게도 저는 당신의 아들이 아니라 타슈 신의 종이옵니다."

그러자 아슬란은 대답한다.

"아들아, 네가 타슈 신에게 다했던 정성은 나에게 한 것과 다름없느니라."

 

나는 이 말을,

선한 정성은 결국 향해야 할 신에게 이르게끔 되어있다는 것,

혹은

신이란 사람의 가장 선한 정신이 지향하는 바로 그것,

이라고 이해했다.

C.J.루이스의 이 철학이 당시 영국 사회에서 논란거리가 되지 않았다면

그 사실은 기독교의 사상이 단순히 하느님과 예수님을 믿는 것 이상의 더 높고 깊고 넓은 정신성과 통함을 그 사회가 이해하고 있었다는 증거는 아닐까 싶다. 

 

주변에서 접하는 신자들의 기도, 법회, 예배, 미사 등에서 들리는 말과 생각들이 때로는 너무

편협하고 강팍해서 마음이 오히려 메말라버리는 느낌을 받곤 했다.

기도를 열심히 하면 은총을 받을 수 있다, 하느님의 사랑으로 이웃을 사랑하라, 는

단순한 말이 진리이기는 하나

그것 이상의 더 풍부한 이야기로 나의 마음을 적시고 싶은 갈증을 느낄 때,

이 이야기를 읽으며

넓디 넓은 아름다운 세게 속으로

깊디 깊은 푸른 물 속으로

자유롭게 헤엄쳐들어가는 것 같은,

해방되어 날아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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