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케스 정암학당 플라톤 전집 17
플라톤 지음, 한경자 옮김 / 이제이북스 / 201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이 대화편은 자식에게 특정 기술(중무장을 하고 싸우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좋을지 묻는 것으로 시작한다. 사실 이것은 근본적으로는 자식양육과 관련된 문제인데, 그 목적은 사회적으로 명예를 얻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이 질문은 소크라테스와 (사회적으로 명먕있는) 다른 두 인물(니키아스와 라케스)의 대화를 통해 더 정교하게 다듬어지는데, 실상 이 작품의 묘미는 이 세 사람의 논박과정에 있다.

 

요약하자면,

- 특정 기술을 가르칠 것인가 말 것인가의 질문은 그것이 젊은이들의 영혼에 도움이 되는가의 질문으로 대체되어야 하며

- 영혼을 훌륭하게 만드는 것은 덕이며, (용기를 덕 전체가 아니라 부분인 것으로서 전제하고) '무장을 하고 싸우는 법'을 배우려는 목적은 용기를 배우기 위해서다.   

- 하지만 논박을 통해서 용기에 관해 검토한 결과, 우리는 용기가 무엇인지 찾아내지 못했다. 그러니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고 따라서 아직도 배워야 한다.

 

이 글의 핵심은 다음의 솔론의 말로 귀착되는 게 아닌가 싶다:

나는 계속해서 많은 것들을 배우면서 늙어 가고 있다.

 

소크라테스는 플라톤의 다른 작품들에서와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겸손하게 인정하기를 수미일관하게 주장한다.

 

나이가 들고 주변의 젊은이들과 심정적 괴리를 점점 심하게 느끼면서 나이든다는 것에 대해 당황스럽기만 한데, 나이에 걸맞지 않게 삶의 지혜는 부족해서 부끄럽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작품 말미에 뤼시마코스(애초에 자식 교육문제로 이 자리를 마련한 노인)의 말이 내 가슴에 더 와닿았고 위안이 됐다:

내가 나이을 가장 많이 먹었으니 그만큼 가장 열정적으로 젊은이들과 함께 배우려고 합니다.

 

역자의 노고에 감사를 드리며, 읽으면서 아쉬웠던 점을 몇 마디 하고 싶다. 

작품해설은 정말 유용했다. 철학에 대해 무지한 나로서는 작품을 읽으며 놓쳤던 부분들을 이해할 수 있었고 깊이 읽기에나 재미있게 읽기에나 많은 도움이 됐다. 그러나 역자가 해설에서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중복되는 말을 빼고 글을 좀 더 간결하게 다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주가 꼼꼼하게 붙어있는데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부분들이 있었다. 문맥상으로 충분히 알 수 있는 대명사의 용례들을 왜 구구절절 설명을 했을까 의아했다.

5쪽에 걸친 옮긴이의 긴 글은 (사실 안 읽으면 그만이었겠지만) 독자의 집중력을 방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자의 사적인 이야기가 철학서에 딸려있을 필요가 있나 싶었다. 옮긴이의 글은 작품이해를 돕는 한에서만 존재가치가 있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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