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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분 기적의 독서법 - 인생역전 책 읽기 프로젝트
김병완 지음 / 미다스북스 / 201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3년 동안 1000권의 책을 읽는다?!
나는 중고등 학교 때 주로 지역 도서관 열람실을 다니며 공부를 했는데, 엉덩이에 쥐가 날 때쯤이면 도서관에 내려가서 서가에 꽂힌 책들을 구경하는 게 너무 좋았다. 도서관에 가면 딴 짓을 한다는 것이 책을 보는 일이었다. 이 책, 저 책 훑어보다가 한 권 집어 들고 나와서 그 책만 보다가 집에 갈 때도 많았다. 공부한다고 도시락에 문제집들을 잔뜩 싸가지고 가서는 문제는 안 풀고 엄한 책만 보다 와도, 공부를 안했다는 죄책감 보다는 뿌듯한 기분이 들었던 날들이었다.
우리 지역 도서관은 책 대여기간이 일주일이었는데, 책을 빌려와도 학교에서는 볼 수가 없었기 때문에 대게는 주말에 몰아서 읽었고 채 다 읽지도 못하고 반납하는 책들도 있었다. 왜 학교에서 책을 읽을 수 없었느냐고 한다면, 그 분위기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기는 좀 미묘하지만 참 그랬다. 쉬는 시간이나 점심, 저녁 시간에 책을 읽으면 ‘공부 안하고 딴 짓 하는 아이’ ‘한가하게 놀고 있는 아이’라는 인식이 암암리에 있었다. 책은 여가시간에나 볼 수 있는 취미활동이고, 대게의 학생들에게는 여가시간이라는 것이 없었다. 내가 본격적으로 책 모으는데 열을 올리고 꾸준하게 책을 읽기 시작한 때는 ‘이제 좀 한가해 졌네’라는 생각을 하게 된 이후 부터였으니, 학생 때의 “독서=여가활동”이라는 인식이 꽤 깊이 박혔는지도 모르겠다.
참 이상한 일이다.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말을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은 것 같은데, 정작 책 읽는 재미를 알고, 책과 소통하는 법을 배워야 했을 때에는 책을 읽을 시간이 없었다. 학교에서는 책을 읽는 아이를 볼 수 없었고, 우리는 일주일에 6일, 하루에 절반을 학교에서 보냈다. 요즘에야 종종 펼쳐보게 되는 청소년 필독 교양서(정말 잘 나와 있더라)를 보면 착잡한 기분이 든다. 그때는 왜 그렇게 정신없이 팍팍했나, 가끔은 정말 미스터리하다. 그 시절이 고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내가 좀 더 용기가 있었고 주관이라는 것을 갖고 있었더라면 학교를 쉬게 되더라도 한 일 년쯤은 책을 잔뜩 읽었더라면 하는 생각을 한다. 어떤 목적 같은 것 없이 그냥 그러고 싶은 데로 읽고 싶고 궁금한 책을 읽는 것이다. 그랬다면 분명 지금의 나와는 또 다른 어떤 내가 되었겠지. 그 ‘다른 나’를 상상해 볼 수 없다는 것이 아쉽다고 생각한다면 우스울까?
저자는 참 용감한 사람이다. 누구나 바라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을 한 셈이니 의지도 행동력도 대단하다.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조직생활에 메어 있는 자신에게서 어떤 미래나 희망을 발견하지 못하고 뒹구는 낙엽같이 인생의 생기를 느낄 수가 없었단다. 그래서 10년이나 일했던 좋은 직장을 박차고 나와 일 년, 이년, 삼년 그렇게 꼬박 삼년을 책읽기에 몰두했다. 그것은 놀라운 경험이었다. 비로소 기나긴 여정의 목적지에서 펄럭이는 깃발이 눈에 들어오는 것처럼 흐릿하기만 했던 인생의 문제들이 명쾌해졌단다. 독서로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된 저자는 그것을 혁명이며 기적이라고 칭한다.
10년간 회사생활만 했고, 바쁜 회사생활에 책을 읽을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없었던 저자가 퇴사 이후 1년에 3천권의 책을 독파하는 독서가가 됐다. 그렇게 3년 동안 읽어낸 책은 대략 9천권, 하루에 열권의 책을 완독할 정도로 독서의 고수가 됐다. 그렇게 단기간동안 어마어마한 양의 책을 읽어내고 나니, 글쓰기에 대한 어떤 교육도 받지 않았던 사람이 어렵지 않게 책을 써 낼 수 있게 되었단다. 저자는 어느새『공부의 기쁨이란 무엇인가』,『48분 기적의 독서법』두 권의 책을 펴낸 작가가 되어 있었다. 이 외에 8권의 책이 이미 출간예정에 있고 현재는 15권의 책을 집필중이다. 단 3년의 독서로 일어난 기적이다. 그는 이제 평범한 샐러리맨이 아니라, 열권의 책을 출간할 어엿한 작가가 됐다.
어떻게 그런 변화가 가능했던 걸까? 그 치열했던 경험을 밝힌 책이 『48분 기적의 독서법』이다.
48분 기적의 독서법으로 3년간 1000권의 책을 읽는다!?
이 책의 요지는 단순하다. 딱 3년만 작심하고 어떤 책이든 마구잡이로 골라 아주 열정적으로 읽자는 것이다. 그냥 꾸준히 책을 읽는 데서 멈추지 않고, 정확한 목표를 잡고 읽는다. 왜 굳이 3년이냐고 한다면, 이것은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것으로, 독서로 인한 의식의 임계점을 돌파하기 까지 드는 시간이 3년 정도 걸리기 때문이란다. 왜 1000권의 책을 읽어야 하냐면 이렇다. 결국은 짧은 시간동안 다독을 하자는 얘긴데 1000권 정도가 독서의 임계점에 해당하기 때문이란다. 1000권의 독서에 대한 이야기는 저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작가 이문열 또한 “1000권의 책을 읽으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어느 기사에 따르면 그 또한 3년 동안 1000권의 책을 읽고 작가가 되었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고. 작가는 되지 않더라도 독서로 내면의 획기적인 변화를 경험하고자 한다면 적어도 1000권은 읽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48분 기적의 독서법 이라고 했다. 이렇게 하면 3년간 1000권의 책을 읽을 수 있단다. 왜 48분인가? 어떻게 48분의 독서로 3년 동안 1000권의 책을 읽어낼 수 있다는 말인가? 48분이라는 계산은 이렇게 나왔다. 일단, 우리의 수명을 90년으로 본다면, 90년 중 단 3년간의 집중 독서만으로도 인생을 반전시킬만한 성장을 이뤄낼 수 있다. 90년의 인생을 하루 24시간에 대입했을 때, 3년 이라는 시간은 얼마나 되는지 비례식으로 풀어보면 48분이 나온다. 48분이란 90년 평생의 3년만 빡시게 독서하자는 취지를 상징하는 시간이다. 이것을 오전, 오후에 각각 48분씩 독서한다고 계획을 잡고 3년간 꾸준히 독서하면 1000권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3년간 1000권의 책을 읽는다고 한다면 대략 하루에 한권을 읽는 셈이다.(물론 한꺼번에 여러 종류의 책을 읽는 다든지 하는 방법이 있지만 단순하게 평균적으로 셈하자면 그렇다.) 그러니까 결국 하루 100분 정도의 시간동안 집중해서 1권의 책을 읽자는 것이다.
책을 꾸준히 읽자는 것을 넘어서 정확한 목표치를 잡고 공격적으로 책을 읽자는 얘기다. 꾸준히 읽는 것도 어려운데 그것을 넘어서서 열정적으로 1000권을 읽잔다. 일 년에 100권 읽기도 힘든데 조금 무리한 이야기 같이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만큼의 노력을 들일 가치가 있다는 설명이다. 세계적인 위인들이나 성공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요소가 책읽기를 좋아한다는 것인데, 이들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들 중에는 단시간의 집중 독서 경험을 가진 이들이 많았다. 에디슨, 워렌 버핏, 마오쩌뚱, 교보의 신용호 회장, 김대중 전 대통령, 작가 니카타니 아키히로, 시골의사 박경철 등 성공한 삶을 살거나 존경받는 인물들은 대게 단기간의 어마어마한 양의 책을 독파해 낸 경험이 있다. 저자 또한 단기간 집중 독서의 기적을 경험한 사람이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고 선뜻 도전할 엄두조차 안 나는 어마어마한 목표지만 달성하고 난다면 분명 무언가 위대한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의 일화에서 알 수 있다.
가끔은 이상이 꺾인 현실에 좌절하고,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그저 그런 생활에 던져진 자신이 작고 보잘 것 없어 보일 때가 있을 것이다. 일상 이라는 것의 구속력은 그 범위도, 위력도 매우 넓고 대단히 위력적인 것이어서 일탈할 수 없을 것만 같이 보일 때가 있다. 그렇게 희망도 없어 보이고 미래도 뭉개져 버린 것처럼 느껴질 때, 그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오로지 독서뿐이다. 독서만큼 쉽고 싸고 간편하게 나를 성장시키는 것은 없다. 변화를 바라는 사람은, 성공을 바라는 사람은 한번 도전해 봐도 좋을 것이다. 그것은 이미 증명된 기적이니 좀 더 과감해져도 괜찮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 나는 훌륭한 독자는 아닌가 보다.
이 책을 읽다보면 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달변에 절로 감탄하게 될 것이다. 글쓰기 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사람이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글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 나간다. 사실, 저자의 주장은 자못 파격적이다. 제목부터 해서 자극적인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본인이 단기간의 집중 독서로 엄청난 변화를 경험했고, 그로 인해 인생이 바뀌었으니 그 스스로가 무엇보다도 확실한 증거다. 그의 주장이 허황되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이런 자기계발서를 보면 의욕적으로 실천해 보고자 하는 마음이 들어야 할 텐데 그러기엔 조금 무리가 있다. 일단은 48분이라는 숫자에 함정이 있다. 제목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 “48분 기적의 독서법”이다. 제목만 봐서는 48분 동안 독서하는 독서법으로 읽히기 쉬워 자칫 속독법에 대해 이야기 하는 책으로 비춰지기 쉽다. 하지만 이 48분이라는 것은 상징적인 숫자다. 저자가 밝히는 것과 같이, 평균 수명과 집중 독서에 빠져보길 권하는 기간을 하루 동안에 독서시간으로 비례식 계산을 하여 나온 것이 48분이다. 이 수학공식은 공식을 그대로 해석하자면, ‘90년 일생 중에 3년의 시간동안 독서 한다는 것은, 하루를 산다고 치면 24시간 중 고작 48분 동안 독서하는 것이다’ 라고 해야 할 것이다. 말하자면 48분이란 90년 중의 3년을 뜻하는 상징적인 숫자이다. 그런데 여기서 더 나아가, 3년 동안 하루 48분씩(오전, 오후 두 번 이라는 조건이 붙는다) 독서한다는 규칙이 생겨나 버린다. 48분이라는 것은 분명 혼동의 여지가 있다.
간명하게 말하자면, 하루에 100분씩 3년간 독서해서 1000권을 읽자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단행본의 페이지수가 300페이지 정도 된다고 하면, 1분에 3쪽을 읽는 셈이다. 물론 책에 따라서, 개인의 독서역량에 따라서 1권(만화나 잡지가 아닌 단행본이라고 했을 때)을 독파하는데 까지 짧게는 한 시간, 길게는 며칠이 걸리는 만큼 그 편차는 크다. 물론 책을 읽는 시간이라는 것은 독서훈련(독서 행위 자체가 텍스트를 읽는 훈련이지만)을 통해 단축해 나갈 수 있다. 그리고 3년에 1000권이니 하루에 한권을 읽는다는 계산도 단순한 사칙연산일 뿐이다. 저자 또한 처음 독서를 시작했을 때는 1권을 읽는데 며칠이 걸렸고, 그렇게 점차 책 읽는 속도가 붙고 하루에 여러 권을 읽을 수 있게 될 정도가 됐다고 했다. 하지만 하루에 독서시간으로 100분씩 3년을 투자하는 것과, 하루 활동하는 대부분의 시간을 도서관에서 보내는 3년은 분명 다르다. 하루 100분 투자로는 독서력이 저자처럼 비약적으로 향상될 것이라고 기대하기 힘들다.
(이 단락은 개인적인 생각이 강한 부분이니, 이 책의 서평에서 빼고 읽어도 좋다.) 솔직히 밝히자면, 이 부분에 열폭하는 이유가 있다. 나는 매일 책을 읽는다고 읽는 편이지만, 한권을 다 읽는데 아무리 빨라도 3시간은 걸려야 한다. 그래도 3시간 쯤은 어떻게든 만들어 낼 수 있겠지 하며 매일 한권씩 읽으리라 다짐했던 적도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집중하려고 해도 매일 1권을 읽는 것은 상당한 시간과 부담을 요하는 일이었다. 물론, 쉽게 얻어지는 것은 없다. 집중 독서의 효과는 이미 검증된 것이나 다름없고 도전해 볼 가치가 충분히 있다. 그렇지만 그것은 하루 100분만 투자한다고 해서 될 일은 아닐 것이다. 이러니, 기적을 경험하고 싶어도 선뜻 도전할 마음이 들지 않는 것이다.
물론 저자는 3년간 1000권의 독서라는 무시무시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선배로써 팁을 남겼다. 시간을 활용하는 방법과 효과적인 독서법이 그것인데, 내가 이 책에서 가장 기대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그리고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당장 실천해 봐야 겠다고 메모한 시간 관리법과 참고할 만한 독서법이 있었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는 것을 소개할 뿐, 자신에게 맞는 독서법은 스스로 찾아내야 한다는 충고도 새겨들었다. 개인적으로 독서에 소요되는 시간이나 집중하는 시간, 책 읽는 시간을 마련하는 것 등에 고민하던 부분이 있던 차여서 도움이 됐다. 하지만 독서법에 대해서 조금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도 있었다.
3년 동안 1000권의 책을 읽어 내려면 독서시간을 조절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할 것이다. 이에 저자는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독서법에 대해 몇 가지를 소개했다. 일단은 몰입독서법과 이미지 독서법이다. 이 방법을 말하자면 속독을 하는 법이다. 몰입에 빠져들면 글자를 더욱 빨리 읽을 수 있고, 한 글자 한 글자씩 읽는 것이 아니라 한 문장을, 단락을, 페이지를 이미지화해서 읽을 수 있다면 책장이 아기 오리의 솜털보다도 가벼워질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상당한 훈련을 거쳐야 하는 것이다. 속독을 가르치는 학원도 있다고 알고 있다. 이미지 독서법 같은 경우는 일반 사람이 쉬이 깨우칠 수 있는 것이 아닌데다가, 하루 100분(50분씩 나누어 읽는다고 가정한다)동안 책을 읽는데 몰입에 빠져드는 시간 또한 한정적이다. 몰입의 시간을 늘려가기 위해서는 오전, 오후 50분의 시간은 너무 짧다. 물론 훈련을 하면 되는 것이지만 당장 유용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 다음, 다음에 소개된 것이 포인트 독서법 이라는 것인데, 이는 독서의 양을 늘리면서도 시간은 단축할 수 있는 방법으로 소개된 것이다.
한 권의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핵심은 처음부터 끝까지 성실하게 통독을 해야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 지금처럼 유사한 주제의 도서가 많은 시대에는 각각의 책이 주장하는 핵심을 찾아내고, 그 핵심 내용을 위주로 독서하면 더 효율적이다. (중략) 사람들이 핵심을 꿰뚫는 효율적인 독서를 하지 못하는 이유로 불필요한 파생적인 책읽기를 들 수 있다. 책의 핵심만 정확히 꿰뚫어 읽으면 내용의 80%를 이해하는 것은 물론, 저자와 충분히 소통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책의 핵심을 찾아내지 못하면 저자가 핵심을 말하기 위해 집필한 파생적인 부분을 읽어야 한다. 따라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물론 책의 핵심에는 접근도 하지 못하게 된다. - 241쪽
라고 적고 있다.
하지만, 통독하지 않은 책을 ‘읽었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범인과 트릭을 알았다고 그 추리소설을 읽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고전 명작 소설들의 줄거리를 알고 있지만, 그 사람들이 그 책을 진정 읽었다고 볼 수 있나? 논문 다이제스트 판을 읽었다고 해서 그 논문을 읽었다고 볼 수 있을까?
잠시 딴 얘기를 하자면, 나는 경제학도는 아니지만 경제학 수업을 수강했었다. 교양수업으로 개설된 수업이어서 그 수업을 듣는 사람들은 대게 경제학도가 아니었다. 하지만, 선생님은 경제학과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을 가르치는 경제학박사였다. 전공자가 비전공자를 가르치려니 교재 선정부터 고민이 많으셨는데, 고민 끝에 결정된 교재는 『맨큐의 핵심경제학』이었다. 이 책은 경제학의 고전인 『맨큐의 경제학』 다이제스트 판이다. 후에 도서관에서 거의 무기 수준의 몸체를 자랑하는『맨큐의 경제학』을 구경하게 됐는데, 퍼뜩 이런 생각이 들더라. ‘아, 나는 맨큐의 경제학을 공부한 것이 아니라, 맨큐의 핵심 경제학을 공부한 것이구나.’ 내용의 깊이 면에서 두 책은 확실히 달랐다. 핵심만 본다는 것은 자칫 편리해 보이지만 어쩌면 반도 제대로 못 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를 핵심만 읽어낼 수 있을까? 『논어』나 『맹자』의 핵심만 읽어낼 수 있을까? 버트란트 러셀의 『서양 철학사』를 다이제스트로 읽는 것이 과연 효율적인 책읽기일까? 사마천의 『사기』같은 책은 어떨까? 물론 핵심만 읽는 것이 어느 정도 가능한 책도 있다. 자기 계발서 같은 경우는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대부분의 책에서 핵심을 찾아 읽는다는 것은 무의미하거나 상당히 위험하다. 한 권의 책에서 읽지 않아도 될 불필요한 내용이 있다고는 생각해 본적이 없다. 머리말에서부터 각주하나, 미주하나, 참고도서 목록이나 번역서라면 역자의 후기 같은 글들도 모두 그 책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그 책은 분명 저자가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더 명확하고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편집자와 끊임없이 연구하고 구성하고 교정해서 완성된 책일 것이므로.
마지막으로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다. 이 책은 저자의 경험에서부터 출발한 책이다. 독서로 인해 더욱 성장했고, 내면적으로도 가히 혁명이라 칭할 만한 변화를 겪은, 평범한 샐러리맨에서 이제는 어엿한 작가로 데뷔한 저자의 엄청난 경험담이 발단이 된 책이다. 그런데, 그런 자랑스러운 배경이 있는 책인데 비해 저자의 내면의 이야기나 생생한 경험담이 적다. 에디슨이나 마오쩌뚱 같이 숨 쉬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워렌 버핏처럼 너무 먼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책 읽기가 여의치 않고, 그것으로 무언가 변화를 꾀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해 본 적이 없었던 우리와 가까웠던 저자의 이야기가 많았더라면, 이 책이 더 와 닿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저런 위인들보다, 대단한 사업가들 보다 저자가 더욱 존경스러웠다. 저자에 대해 알고 싶었고, 공감하고 싶었고, 솔직한 얘기를 듣고 싶었다. 저자의 다음 책에서는 그런 얘기를 들을 수 있을까?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