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뒤쫓는 소년 창비청소년문고 30
설흔 지음 / 창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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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흔한 봉투인 줄 알았다.
우연하게 들렀던 헌책방에서 받아 온 군밤 봉투. 그건 그냥 흔한 봉투가 아니였다.
종이를 해체해서 복원한 끝에 재탄생한 옛 이야기가 담긴 책 한권.
어쩌면 주인을 만나지 못했다면 사라졌을 운명이였을 책은 <책을 씨와 섭구씨의 기이한 책 여행>이라는 책이였다며 이야기는 시작한다.

제목만큼이나 기이한 시작.
까마귀 넷 마리가 한 집에 침입을 해서는 한 노인의 손에 들린 <논어>라는 책을 빼앗아 내동댕이치고는 두툼한 줄로 노인의 손을 묶는다.
이 무슨 해괴한 일인가? 까마귀가 사람을 해치는 건가?

까마귀는 제국 포도청의 관원이란다.
제국은 뭐고? 포도청의 관원이 무슨 연유로 노인을 잡아가는건지....
노인은 책을 씨라는 아이의 할아버지 되시겠다.
남의 일이라면 가만히 있겠지만 자신의 할아버지가 당하는 일이기에 책을 씨 황당함도 잠시 관절염에 시달리는 칠십 노인인 할아버지가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러나 싶은 생각만 들 뿐 다리는 움직이지 않고 사라지는 할아버지를 그저 바라보고 있다.

"개자식들, 철저하게도 부쉈네. 더럽고 집요하고 짜증 나는 놈들."

진한 감귤 향기와 함께 등장하는 한 여인.
그녀는 책을 씨와는 뭔가 다른 포스가 느껴진다.
그녀의 모습에 의문만 가득한 책을 씨. 그녀의 정체가 궁금하다.

"난 섭구야."

허허! 책을 씨라는 이름도 특이하건만 섭구 씨라니...
이런 저런 설명이 없이 그녀는 묻는다.
"그나저나 책은 좀 썼겠지?"
"책? 무슨 책?"
무슨 책인지 정말 모르는 책을 씨에게 섭구씨는 말한다.
"시들어가는 제국을 구원할 책 말고 뭐가 있겠니?"
둘은 이렇게 만났고 책을 쫓아 기이한 여행이 시작된다.

시들어가는 제국을 구원할 책이라니...
책이라고는 써 본적이 없고 책도 제대로 읽지 않는 책을 씨. 과연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까?

잘 보관된 책은 결코 불타지 않는다.

책을 쓴다라고 하면 보통의 생각에는 펜을 들고 종이에 글씨를 써는 것이라 여기지만 <책을 뒤쫓는 소년>은 그러한 편견을 깨고 몸으로도 책을 쓸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섭구 씨를 따라 떠나는 여행 속에서 겪게 되는 책을 씨의 기이한 경험이 차곡 차곡 쌓여 책의 내용에 기록으로 새겨지는 것이다.

기이한 여행 이야기와 함께 불타는 책들을 구하기 위한 책을 씨와 섭구 씨, <빛과 어둠의 제국>이라는 책의 전설같은 이야기 등 이 소설은 미스터리함과 판타지함을 담아내면서 재미를 주고 있다.

날개달린 책들이 책장에서 빠져나와 날아가는 장면을 그린 부분은 진귀함마저 느끼게 했다.
작가의 상상력과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수록된 책이야기는 또 하나의 볼거리이기도 했다.
<책을 뒤쫓는 소년>의 이야기가 모두 끝났음에도 특이한 두 주인공의 이름은 머릿 속에 오래도록 남을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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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어떤 당신이었나요?
이한나 지음 / 문학공감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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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마무리하고 모든 일과를 끝내고 잠자리에 들기 전 나만의 시간을 가져본다.

'오늘 어떤 당신이었나요?'

매일 반복되는 일상같지만 그 속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어제와는 조금 다른 일상임을 느낄 수 있다.
하루를 시작하는 나의 마음이, 함께 살아가는 가족들의 표정이나 마음이, 일어나는 일과 돌발 상황 등 반복되고 똑같다고 느끼는 하루동안에 스쳐지나가는 상황과 사람들로 인해 '오늘'이 어제보다 나을 수도 있고 더 나쁠 수도 있는 것이다.

딸아이는 2000원이라는 돈을 받고 저의 프로필 사진을 찍어줬습니다. 피부에 광채까지 넣어 준 딸아이의 손길로 저는 조금 더 예뻐졌습니다.

프로필 사진 속 그녀는 14살 딸아이를 키우는 엄마란다.
반려견을 안고 살짝 미소짓고 있는 그녀의 얼굴을 보면 그리 큰아이가 있는 엄마같지 않게 나의 눈에는 이쁘게 보인다.
23살에 결혼해서 육아를 하고 이제는 글을 쓰고 강의를 하는 엄마로 살아가고 있는 그녀의 소소한 일상을 담은 <오늘 어떤 당신이었나요?>는 위로하고 싶었고, 함께 웃고 싶었고, 생각을 나누고 싶어 쓰기 시작한 블로그 글을 모아서 만든 책이란다.

나보다 육아선배인 그녀의 삶은 우리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이와의 관계, 큰아들인 남편과의 관계, 생활 전선에서 열심히 뛰어다니며 살아가는 모습이 나의 모습이기도 해서인지 공감이 되는 부분이 많았다.

나이는 그녀보다 쬐금 많지만 아이들이 어린 관계로 아이와의 관계에 있어서는 그녀가 이미 겪고 지나간 삶을 살아가고 있으며, 우리 집 큰아들(?)이 가끔은 남의 편처럼 느껴져서 섭섭할 때가 있는 모습은 "오잉~ 나와 비슷한 삶이군!"라는 생각에 웃음이 나오면서 괜시리 위안이 되기도 했다.

작가 지망생인 저는 블로그에 글을 연재합니다.
블로그 친구도 별로 없고, 찾아와서 보는 사람도 많지 않지만 '발행'버튼을 누르기까지는 초조한 마음입니다.
(25p)

얼마나 초조할까? 그냥 서평 올리면서도 다른 이들의 평가를 의식하게 되는 나인데 자신의 글을 연재하면 그 마음이 더 클테니...
그녀가 말하는 '인정의 욕구'는 나의 욕구이기도 했다.
부끄러우면서도 내가 쓴 글을 남편이 아니면 가족 중 누구라도 한번 읽어주면 좋겠다 여길 때가 있었음에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때의 섭섭함이란... 잘 쓰나 못 쓰나 인정받고 싶고 뭔가를 함에 있어 칭찬이 듣고 싶어나보다 생각했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그녀의 이야기 중 '내가 먼저'에서 눈시력이 나쁜 아이가 렌즈를 혼자 껴보겠다고 하다 실수로 렌즈를 깨뜨렸다고 여기고 이도저도 물어보지 않고 버컥 화를 내고는 이 후 렌즈에 이물질이 묻어 깨진 것처럼 보인 것임을 알고는 당황하고 결국 아이에게 사과하게 되는 부분이 나온다.
나도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 가끔 상황도 물어보지 않고 버럭 화를 내고는 조금 지나 사과를 하는 경우가 있다. 아무리 어린 아이라도 사과를 받고 나면 마음이 풀어짐을 느끼기에 화를 내는 일이 일어나더라도 사과를 하고 넘어가지만 때로는 그게 잘 안될 때도 있음을 고백한다.

상황이 달라지고 경험여부에 따라 책을 읽었을 때의 공감도도 달라지는 것같다.
엄마가 되고 나니 엄마의 마음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고 육아의 힘겨움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저런 경험을 하고 시행착오를 겪게 되면서 삶을 바라보는 시각과 대처하는 방법이 달라졌다.
그러하기에 그녀가 전하는 소소한 이런 일들 속에서의 솔직한 그녀의 마음이 고스란히 나에게도 전해지는 것같다.

나와 다른 삶을 살아가는 이를 보며 쫓아가기보다는 지금의 나의 삶이 주는 소소한 즐거움을 느끼면서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갈망이 아닌 가진 것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마음으로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내가 되고자 오늘도 힘내본다.
그리고 바쁜 와중에도 글쓰는 게 좋아서, 자신의 글을 보고 지친 이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토닥여주고 싶어하는 이한나 작가님의 바램이 독자들에게도 전해지길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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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톨로지 (스페셜 에디션, 양장) - 창조는 편집이다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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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톨로지는 다시 말해 '편집학'이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끊임없이 구성되고 해체되고 재구성된다. 이 모든 과정을 나는 한마디로 "편집'이라고 정의한다. (27p)

이 책을 읽고 난 후 한 동안 '에디톨로지'라는 단어와 김정운 교수 특유의 입담이 머릿 속을 떠나질 않았다.
인문학이라 하면 어렵고 딱딱하고 한 두장읽다가 덮게 되는 학문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한데 이러한 이미지를 깨고 진지함과 유쾌함 그리고 다시 진지함으로 중도 포기없이 완독을 하도록 만드는 책을 만난 것이다.

매스컴을 통해 한 두번 얼굴을 보고 강연을 들었던터라 나름의 이미지화된 김정운 교수님의 책을 받아들고 사실 편견아닌 편견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었다.
프롤로그부터 웃으라고 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웃지 않을 수 없었던 저자의 입담 덕분에 "왠지 재미있을 것같은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서서히 빠져들기 시작했다.

세상의 모든 창조는 이미 존재하는 것들의 또 다른 편집이다. 해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하나도 없다! 창조는 편집이다. (28p)

이 문장은 나에게 강하게 다가왔다. 어쩌면 이 책의 핵심 문구가 아닐까하는 생각과 함께 저자가 소개하는 많은 내용들이 이 문장으로 설명이 되는 듯했다.
우리는 흔히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것을 '창조'라 하지만 인간은 절대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없으며 이는 신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라 그는 말한다.

생전 듣도 보도 못한 것, 상상도 못한 것이 아닌 어디선가 본 것들. 들은 것들만이 머릿 속에 떠오르는 거 아니냐는 그의 물음에 반문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의 말처럼 어쩌면 '창조는 편집이다.'라는 말이 맞는지 모른다.

편집을 통해 기존에 알고 있던 내용도 전혀 새롭게 느껴질 수도 있으며, 지식뿐 아니라 공간의 경우도 편집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의 공간으로 느끼면서 심리 상태에도 영향을 주게 됨을 볼 수 있다.
<에디톨로지> 이 속에는 지식과 공간 그리고 심리학과 관련된 내용들이 담겨있다. 단순한 사실의 전달이나 지식의 전달이 아닌 그 이면에 담긴 이야기와 이어령 교수와의 만남이나 일본 생활에서 겪은 문화적 차이 등의 에피소드들도 소개하고 있어 책을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첫 문장부터 이상한 <천자문>을 왜 아무도 의심하지 않고, 1000년 이상 죽어라 외우기만 하느냐는 것이다. 이어령은 이런 의심이 가능해야 동양 사상에 숨겨져 있는 방향과 색깔의 연관 구조를 찾아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이렇게 해체할 수 있어야 새로운 시대에 맞는 재구조화, 즉 편집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75p)

의심하고 해체하고 재구성하라!
단순히 자르고 붙이고 바꾸는 것이 편집이 아니다.
그의 <에디톨로지>는 정보화 사회에서 넘쳐나는 정보와 정보를 엮어 어떠한 지식을 편집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 말한다.
그리고 오늘날의 지식인은 정보와 정보의 관계를 '잘 엮어내는 사람'이고 천재는 '남들과는 전혀 다른방식으로 엮어내는 사람'이라 말하고 있다.

편집의 세상에서 당신은 어떠한 사람인가?

김정운 교수의 <에디톨로지>는 단순하게 이러한 내용이 있었다고 요약하기 힘들다.
그리고 그의 말처럼 전체를 읽지 않고 자신이 관심있는 부분만 찾아서 읽어도 상관없이 재미있다.

그럴듯한 짜집기가 아닌 '편집의 단위' '편집의 차원'이 복잡하게 얽혀 들어가는, 인식의 패러다임의 구성 과정에 대한 설명을 담고 있는 <에디톨로지>는 나의 인문학에 관한 인식과 편견을 바꾸는 데 한 몫을 한 책이라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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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카약 세계숲 그림책 8
니나 레이든 지음, 멜리사 카스트리욘 그림, 이상희 옮김 / 소원나무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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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 담긴 일러스트가 마음에 드네요.
노란 카약을 타고 두 친구가 떠나는 모험에 저도 함께 동행하고픈 마음이 들게 하네요.
아이와 함께 읽어도, 혼자 읽어도 좋을 책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끌리면서 꼭 한 번 읽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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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베카 (초판 출간 80주년 기념판)
대프니 듀 모리에 지음, 이상원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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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절판으로 인해 만날 수 없었던 <레베카>
80주년 기념으로 리커버북으로 재탄생해서 우리 곁에 다시 선보이게 되었네요^^
보자마자 구매하고프 마음에 장바구니에 쏙하니 담아두었네요.
표지도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라 마음에 들지만 무엇보다 그 속에 담긴 내용이 궁금하네요.

읽고 싶은 도서가 한 권 더 늘었지만 기분은 좋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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