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에디톨로지 (스페셜 에디션, 양장) - 창조는 편집이다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8월
평점 :
에디톨로지는 다시 말해 '편집학'이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끊임없이 구성되고 해체되고 재구성된다. 이 모든 과정을 나는 한마디로 "편집'이라고 정의한다. (27p)
이 책을 읽고 난 후 한 동안 '에디톨로지'라는 단어와 김정운 교수 특유의 입담이 머릿 속을 떠나질 않았다.
인문학이라 하면 어렵고 딱딱하고 한 두장읽다가 덮게 되는 학문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한데 이러한 이미지를 깨고 진지함과 유쾌함 그리고 다시 진지함으로 중도 포기없이 완독을 하도록 만드는 책을 만난 것이다.
매스컴을 통해 한 두번 얼굴을 보고 강연을 들었던터라 나름의 이미지화된 김정운 교수님의 책을 받아들고 사실 편견아닌 편견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었다.
프롤로그부터 웃으라고 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웃지 않을 수 없었던 저자의 입담 덕분에 "왠지 재미있을 것같은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서서히 빠져들기 시작했다.
세상의 모든 창조는 이미 존재하는 것들의 또 다른 편집이다. 해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하나도 없다! 창조는 편집이다. (28p)
이 문장은 나에게 강하게 다가왔다. 어쩌면 이 책의 핵심 문구가 아닐까하는 생각과 함께 저자가 소개하는 많은 내용들이 이 문장으로 설명이 되는 듯했다.
우리는 흔히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것을 '창조'라 하지만 인간은 절대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없으며 이는 신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라 그는 말한다.
생전 듣도 보도 못한 것, 상상도 못한 것이 아닌 어디선가 본 것들. 들은 것들만이 머릿 속에 떠오르는 거 아니냐는 그의 물음에 반문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의 말처럼 어쩌면 '창조는 편집이다.'라는 말이 맞는지 모른다.
편집을 통해 기존에 알고 있던 내용도 전혀 새롭게 느껴질 수도 있으며, 지식뿐 아니라 공간의 경우도 편집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의 공간으로 느끼면서 심리 상태에도 영향을 주게 됨을 볼 수 있다.
<에디톨로지> 이 속에는 지식과 공간 그리고 심리학과 관련된 내용들이 담겨있다. 단순한 사실의 전달이나 지식의 전달이 아닌 그 이면에 담긴 이야기와 이어령 교수와의 만남이나 일본 생활에서 겪은 문화적 차이 등의 에피소드들도 소개하고 있어 책을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첫 문장부터 이상한 <천자문>을 왜 아무도 의심하지 않고, 1000년 이상 죽어라 외우기만 하느냐는 것이다. 이어령은 이런 의심이 가능해야 동양 사상에 숨겨져 있는 방향과 색깔의 연관 구조를 찾아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이렇게 해체할 수 있어야 새로운 시대에 맞는 재구조화, 즉 편집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75p)
의심하고 해체하고 재구성하라!
단순히 자르고 붙이고 바꾸는 것이 편집이 아니다.
그의 <에디톨로지>는 정보화 사회에서 넘쳐나는 정보와 정보를 엮어 어떠한 지식을 편집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 말한다.
그리고 오늘날의 지식인은 정보와 정보의 관계를 '잘 엮어내는 사람'이고 천재는 '남들과는 전혀 다른방식으로 엮어내는 사람'이라 말하고 있다.
편집의 세상에서 당신은 어떠한 사람인가?
김정운 교수의 <에디톨로지>는 단순하게 이러한 내용이 있었다고 요약하기 힘들다.
그리고 그의 말처럼 전체를 읽지 않고 자신이 관심있는 부분만 찾아서 읽어도 상관없이 재미있다.
그럴듯한 짜집기가 아닌 '편집의 단위' '편집의 차원'이 복잡하게 얽혀 들어가는, 인식의 패러다임의 구성 과정에 대한 설명을 담고 있는 <에디톨로지>는 나의 인문학에 관한 인식과 편견을 바꾸는 데 한 몫을 한 책이라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