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옷
사토 야스시 지음, 양억관 옮김 / 잔(도서출판)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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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청춘, 그 뜨겁고 열정적인 시절.
우리는 그 시간이 영원할 줄 알았다.
그리고 도전과 모험을 하며, 무모하다 싶을 일도 저질러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 시간은 모래 시계를 뒤집어 놓은 듯 점점 가속도가 붙어 그 끝을 보이면서 뭔지 모를 불안함과 미래에 대해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인해 열정보다는 좌절감을 느끼며 청춘의 시간이 끝나버린 경우가 많다.

나는 사토 야스시 작가를 알지 못했다. 사실 그의 이름조차 생소했다.
출판계에서는 '비운의 천재 작가'라 그를 불렀다.
그는 <무지개>라는 작품의 원고를 편집자에게 넘긴 후 자살하게 되고 이 후 모든 작품이 절판되었다가 최근들어 재평가를 받으며 우리에게 다시금 알려지게 되었다.

<황금옷>에는 3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그 중 <오버 더 펜스>의 경우는 영화의 원작소설로 그가 살아 생전에 직업훈련학교를 다녔던 경험이 반영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교도소와 같은 분위기의 다양한 연령이 섞여서 생활하는 모습과 그마다의 사연이 있고 어울리지 않을 듯 어울리는 그들의 이야기가 서정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사토 야스시의 3편의 작품은 대체로 서정적이면서 무게감이 있었다.
화려한 삶을 살아가는 청춘들과는 달리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의 삶은 공허하면서도 사연이 있었다.
나의 20대도 화려하지 않았으며, 긴 어둠의 터널에 끝이 어디일까하는 막연함에 힘든 시기를 보냈었다.
그 시절에 그의 이 작품을 읽었다면 또 다른 느낌이 들지 않았을까?

그의 작품을 온전하게 이해하고 받아들이지 못한 부분도 있지만 나에게는 사토 야스시라는 이름을 알게 되고 그의 작품과 삶에 대한 관심이 생기게 된 계기가 된 시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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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오늘 여기 - #시 #사랑 #엽서
나태주 지음 / 밥북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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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더위와 싸우면서 청명한 하늘의 푸르름과 서늘한 바람이 그리웠다.
어느 새 더위는 물러가고 풀벌레 소리가 온통 세상을 뒤덮은 듯 쉴 새없이 들리는 고요한 가을 밤.
내 속에 잠자고 있던 감성을 자극하며, 그리움으로 소식이 궁금했던 친구에게 손편지를 써보고픈 마음이 들게 하는 책을 만났다.

나태주 시인의 <다만 오늘 여기> 엽서북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다.

 

어느 것을 잡고

어느 것을 놓을 것인가?

 

오늘도 그것은 나에게

풀기 힘든 문제

 

어느 순간 미디어를 이용해서 소식을 전하다보니 아날로그 감성을 느낄 수 있는 편지나 엽서를 통한 감정 전달 통로가 조금씩 사라지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선물과 함께 전달되는 손편지를 받으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예전에는 쪽지나 편지지에 글을 써서 서로간의 감정을 전하면서 사랑을 키우기도 하고 오해를 풀기도 하였는데 요즘은 아날로그적인 감성보다는 '빨리 빨리' 반응으로 보여주거나 다양한 이모티콘을 이용하여 자신의 심리상태를 전달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중간 세대이기도 한 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는 것들을 찾게 되고 그때는 느끼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소중함을 느끼기 시작하게 되었다.
당연하였기에 소중함을 몰랐던 그때. 지금은 그 당연함이 그리움으로 나의 마음의 한켠에 자리잡게 되었다.

 

 


가을이라는 계절과 어울리는 나태주 작가의 엽서북은 짧지만 긴 여운이 담긴 글과 함께 다양한 분위기의 사진과 캘리그라피가 어울어져 그 가치를 더해가고 있었다.

"시 속에 그림이 없으면 시가 아니고, 그림 속에 시가 없으면 그림이 아니다."

그래서일까? 요즘은 그림이나 사진과 함께 자신의 감정을 담은 글이나 시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다.
사랑, 이별, 인생 등 다양한 주제의 시들이 있었으나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제대로 느끼지 못했던 예전과 달리 그동안 쌓여온 경험이 합쳐져서인지 요즘은 한편의 시 속에 담긴 우리네의 삶이 때로는 웃음짓게 하거나 눈물짓게 하는 등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나태주작가의 엽서북은 한 장 한 장에 담긴 글과 그림이 나뿐 만이 아니라 주변을 돌아보며 그들과의 시간을 추억해보게 하였다.
그러면서 펜을 들어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서 적어서 나의 소식을 전하고프게 하였다.

잠시 동안만이라도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누군가를 머릿 속에 떠올리면서 손편지를 적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아마도 글을 적는 동안은 내 자신이 행복하고 편지나 엽서가 전해진 뒤에는 받는 이가 행복해질 것이다.

가을 밤 고요함을 깨는 풀벌레 소리를 들으면서 엽서북과 함께 감성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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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수의 레퀴엠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 3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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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속죄'시리즈라고도 할 수 있는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를 읽을 때마다 법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법은 과연 사회 질서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의뢰인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가 이번에는 최악의 의뢰인을 만났다.
자신에게 의뢰되지 않은 사건임에도 발벗고 나서서 변호를 자처하는 그의 모습은 이전까지 보여줬던 그가 아니였다.
왜 그는 이토록 의뢰인의 무죄를 위해 애를 쓰는걸까?

앞선 작품에서 미코시바 변호사의 과거가 세상에 공개되면서 악덕변호사가 아닌 '시체 배달부'라는 이미지때문에 법정이나 법정 밖에서 많은 시선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그런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일에 전념하면서 포커페이스를 유지한다.
이런 그가 감정에 흔들림을 보이게 되는 의뢰인을 만났으니 전직 법무 교관인 이나미 다케오로 자신의 의료소년원 시절의 은사이자 속죄에 대해 가르쳐 준 이기도 하다.

이나미는 '백락원'요양원의 보호사를 살해한 사건으로 체포되었다.
그가 살해한 보호사는 알고 보니 너무도 유명한 사건의 주인공이기도 한 도치오.
도치오는 보호사이기 이전에 과거에 한국적 블루오션호가 침몰할 때 자신이 살기 위해 한 일본인 여성을 폭행하고 구명조끼를 뺏아고 사망케한 사건에서 '긴급 피난'이라는 법 적용으로 무죄를 판결받았던 인물이였다.그런 도치오가 이나미이라는 하반신 마비의 노인에게 맞아서 사망한 것이다.

살인이라면 응당 그에 상응하는 법을 적용받아야 함에도 '긴급 피난'이라는 조항으로 법망을 빠져나가게 되었다.
긴급 피난 상황이라면 살인을 해도 괜찮은걸까?
자신의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이라면 어떠한 행동을 할 지 예상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모두가 살인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미코시바 변호사는 자신이 아는 이나미는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과 속죄를 하고자하는 마음으로 그를 도와 무죄를 이끌어내려고 하나 이나미는 그의 마음을 알고 있음에도 계속해서 말한다.

그렇다면 어째서 거짓말을 하는 걸까?
간단하다. 진실을 감추기 위해서다. 동기는 당연히 공포에 있을 것이다. (150p)

이들은 뭘 원하고 뭘 지키려는 걸까. 그것은 신조이자 가치관이자 행동원리다. (237p)

속죄는 말이 아니라 행동이다. 그러니까 참회를 말로 하지 마라. 행동으로 보여. (275p)

이나미의 무죄를 위해 조사를 하면서 '백락원' 요양원에서 행해진 학대문제와 도치오 보호사의 실체가 밝혀지면서 충격을 주는데...

나카야마 시치리 작가의 소설은 몰입도와 가독성이 높다. 그 이유는 우리의 현실 속 이야기와 다르지 않음과 동시에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으며, 한국의 사회적 현상이나 법이랑 일본의 사회적 현상과 법이 크게 다르지 않아서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긴급 피난'이라는 법 조항과 고령화 사회로 인해 늘고 있는 요양원 내에서 이루어지는 만행과 속죄를 위해 자신을 꼭 처벌해달라는 피고인 등의 내용을 다루고 있다.
결코 재미있게 읽어가는 미스터리 소설이 아닌 작품을 읽는 동안이라도 사회 문제에 대해 고민해보게 하는 면이 내가 나카야마 시치리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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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마이 달링, 독거미 여인의 키스
김재희 외 지음 / 도서출판바람꽃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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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북콘서트가 인기이다.
저자와의 만남의 시간을 통해 작품과 관련하여 이것 저것 이야기하기도 하고 저자에 대해 궁금한 점들을 질문하며 소통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아서 많이들 신청해서 찾는 게 아닐까?

그럼 국내 작가 10명이 한 자리에 모여 독자와의 만남을 가지는 것은 가능할까?
아마도 직접적인 만남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 쉽지 않은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물론 작품에 담아내고자 하는 저자의 생각이나 집필 의도라든지 작품이 가지는 특색 등에 관한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질의응답의 시간은 전혀 없다.
이는 전적으로 작품을 선택한 독자에게 맡기고 있다. 재미있게 읽고 마음껏 상상하고 10명의 작가가 쓴 10편의 이야기가 가지는 매력을 느끼는 독자의 특권이 주어진다는 점이 좋다.

<굿바이 마이 달링, 독거미 여인의 키스>는 국내 작가 10명이 강원도 정선의 한 읍인 고한읍을 배경으로 한 '추리마을'를 주제로 자신들의 기량을 발휘하여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

단편이지만 연결된 듯한 느낌으로 장편과는 달리 짧은 이야기로 인한 몰입도가 높다는 점과 그럼에도 이야기가 진부하지 않고 작가들마다 포인트를 두는 부분과 사건과 사연이 다르기에 재미와 가독성을 함께 느낄 수 있어서 좋다.

그동안 읽었던 작품 속에 등장했던 주인공을 이 책 속에서 다시 만나면서 반갑기도 하고 내가 잘 알지 못했던 작가의 경우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관심이 가지면서 작가의 작품이 어떤 것이 있는지 체크하게 되기도 했다.

추리소설이기에 사건의 발생과 해결만을 중점으로 서술되어 있지 않을까하는 편견도 있었는데 탐정소설의 이야기의 경우는 그러한 부분이 있기하지만 연인을 떠나보내고 힘들어하는 한 여인의 이야기나 연극무대를 이용하여 자신이 찾고자하는 이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는 이야기의 경우는 뭉클함 마저 들게 했다.

정통 추리소설이나 장편을 좋아하는 매니아층에게는 이 소설이 어떻게 느껴질 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이런 모음집같은 형식의 작품도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와서 가끔은 일부러 찾아서 읽기도 한다.

'추리마을'을 지역문화로 활성화하여 특색있게 만든 곳이 실제로 있다면 꼭 한 번 방문해서 체험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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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 - 꿈과 환상 How So? 필독도서 세계명작문학 5
미겔 데 세르반테스 사아베드라 지음, 김연 엮음, 전병준 그림 / 한국셰익스피어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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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 그는 괴짜일까?진취적이고 모험적인 인물일까?

어린 시절 읽었던 <돈키호테> 작품속 인물인 돈키호테는 그저 한 마을의 나이가 좀 있는 엉뚱하고 괴상한 아저씨라는 이미지로 남아 있었다.
그저 기사와 관련된 작품과 이야기에 미쳐 자신이 정말 기사라도 된 듯 행동하며 철갑옷을 입고 말을 달리던 사람으로써 말이다.

그렇게 기억되었던 <돈키호테>라는 작품을 성인이 된 지금 다시 읽게 되는 기회가 찾아왔다.
이번에는 나 혼자가 아닌 아이와 함께.
성인된 나의 눈에 비친 돈키호테와 아이의 눈에 비친 돈키호테는 달랐다.

아직 작품을 정확히 이해하기 어려운 나이인 딸아이는 그저 엄마와 함께 책을 읽는 시간이 즐겁다고 말하며, 자신에게는 다소 어려운 이야기의 작품이지만 책을 읽어가는 동안 궁금한 점을 물어보거나 다소 엉뚱한 돈키호테의 행동을 보면서
"이 아저씨가 왜 이래요?"
묻기도 하고 돈키호테와 떠나는 모험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서 서로 웃기도 하면서 조금씩 작품에 빠져들게 되었다.

옛날 에스파냐의 라만차라는 마을의 시골 귀족인 키하다.
농사에는 관심이 없이 책읽기를 좋아한 그는 특히 기사 모험이야기를 좋아했다.

"나는 공주님을 구하러 온 정의의 기사다! 악당들은 나의 칼을 받아라!"

그가 용감한 기사인 듯 행동할 때마다 사람들은 웃거나 놀라기도 하면서 괴상한 지주라고 수근거렸다.
하지만 키하다는 그러한 주위의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말을 '로시난테'라 이름짓고 자신은 '라만차의 돈키호테'라 이름짓게 된다.
사실 라만차는 자신이 사는 마을 이름이고 '돈'은 기사의 신분임을 나타내는 칭호였다.
자신의 말과 멋진 이름을 지은 돈키호테는 마침내 모험을 떠나게 된다.
어설픈 기사 임명식도 하고 산초를 꼬셔서는 함께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

돈키호테와 산초가 이리저리 떠돌면서 괴상망측한 모험을 떠나는 모습과 마지막에 늙고 병들어 더 이상은 이여행을 끝내야겠다고 말하는 돈키호테의 모습은 웃음과 감동을 주었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아이에게 중세 기사는 어떤 모습이였는지 직접 찾아서 보여주면서 돈키호테가 정말 괴상한 아저씨일까에 대해 다시 이야기해보기도 했다.

돈키호테를 두고 여러 가지 의견들이 많다.
분명 당시의 사람들에게 있어 그는 미치광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행동을 했다. 그러기에 그를 '괴짜'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나의 눈에 비친 그는 자신의 삶을 모두 버리면서까지 자신이 이상으로 여겼던 기사의 모습으로 모험을 떠나면서 타인들의 평가보다는 자신 스스로 용맹한 행동이라 여기면서 인생을 마치는 마지막 시점에 와서는 돈키호테가 아닌 원래의 자신의 이름인 키하다로 영원한 여행길에 오르는 시대를 앞선 불운한 영웅으로 여겨졌다.

"아, 나는 기사 이야기에 미쳐 주변 사람들을 너무 고생시켰소. 부디 나를 용서해 주시오."

"나는 이제 돈키호테가 아니라 원래의 내 이름, 키하다로서 영원한 여행길에 오를 것이오. 그럼...."
(78p)

우리는 과연 돈키호테 아니 키하다처럼 자신의 삶을 버리면서까지 이상으로 여기던 삶을 살아보기 위한 용기와 모험심이 있을까?
오래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 명작으로써 우리 곁에 남아 있는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를 통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진취적이고 모험적인 자세를 배우고 엉뚱함이 결코 엉뚱함이 아니였음을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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