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오늘 여기 - #시 #사랑 #엽서
나태주 지음 / 밥북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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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더위와 싸우면서 청명한 하늘의 푸르름과 서늘한 바람이 그리웠다.
어느 새 더위는 물러가고 풀벌레 소리가 온통 세상을 뒤덮은 듯 쉴 새없이 들리는 고요한 가을 밤.
내 속에 잠자고 있던 감성을 자극하며, 그리움으로 소식이 궁금했던 친구에게 손편지를 써보고픈 마음이 들게 하는 책을 만났다.

나태주 시인의 <다만 오늘 여기> 엽서북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다.

 

어느 것을 잡고

어느 것을 놓을 것인가?

 

오늘도 그것은 나에게

풀기 힘든 문제

 

어느 순간 미디어를 이용해서 소식을 전하다보니 아날로그 감성을 느낄 수 있는 편지나 엽서를 통한 감정 전달 통로가 조금씩 사라지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선물과 함께 전달되는 손편지를 받으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예전에는 쪽지나 편지지에 글을 써서 서로간의 감정을 전하면서 사랑을 키우기도 하고 오해를 풀기도 하였는데 요즘은 아날로그적인 감성보다는 '빨리 빨리' 반응으로 보여주거나 다양한 이모티콘을 이용하여 자신의 심리상태를 전달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중간 세대이기도 한 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는 것들을 찾게 되고 그때는 느끼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소중함을 느끼기 시작하게 되었다.
당연하였기에 소중함을 몰랐던 그때. 지금은 그 당연함이 그리움으로 나의 마음의 한켠에 자리잡게 되었다.

 

 


가을이라는 계절과 어울리는 나태주 작가의 엽서북은 짧지만 긴 여운이 담긴 글과 함께 다양한 분위기의 사진과 캘리그라피가 어울어져 그 가치를 더해가고 있었다.

"시 속에 그림이 없으면 시가 아니고, 그림 속에 시가 없으면 그림이 아니다."

그래서일까? 요즘은 그림이나 사진과 함께 자신의 감정을 담은 글이나 시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다.
사랑, 이별, 인생 등 다양한 주제의 시들이 있었으나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제대로 느끼지 못했던 예전과 달리 그동안 쌓여온 경험이 합쳐져서인지 요즘은 한편의 시 속에 담긴 우리네의 삶이 때로는 웃음짓게 하거나 눈물짓게 하는 등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나태주작가의 엽서북은 한 장 한 장에 담긴 글과 그림이 나뿐 만이 아니라 주변을 돌아보며 그들과의 시간을 추억해보게 하였다.
그러면서 펜을 들어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서 적어서 나의 소식을 전하고프게 하였다.

잠시 동안만이라도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누군가를 머릿 속에 떠올리면서 손편지를 적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아마도 글을 적는 동안은 내 자신이 행복하고 편지나 엽서가 전해진 뒤에는 받는 이가 행복해질 것이다.

가을 밤 고요함을 깨는 풀벌레 소리를 들으면서 엽서북과 함께 감성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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