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 얼마나 오랫동안 그 곳에 누워, 스스로 이렇게 말했는지 모르겠다.
눈 꼭 감고, 잊자. 그냥 잊어버리자. 괜찮지 않은 것들 모두, 앞으로 다시는 괜찮지 않을지도 모를 것들을 모두 무시해버리자. (중략)
안돼, 울어서는 안된다. 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이 모든 것은 그냥 꿈. 좀 나쁜 꿈, 악몽일 뿐이니까. 진짜가 아니다.... (5p)

꿈이기를...아니 이런 꿈은 꾸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건 꿈이 아니였다.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일어났고 그 끔찍한 공포에서 벗어나고 싶은 피해자의 절규였다.

성.폭.력
어떠한 폭력도 용납되어서는 안되지만 그 중 가장 씻을 수 없고 평생 트라우마라는 감옥 속에 스스로를 가두어 제대로 된 삶을 살 수 없게 하는 폭력이 아마도 성폭력이 아닐까.
분명 피해자임에도 수치심과 주변의 따가운 시선으로 어둠 속에서 살아가야하는 그들의 이야기는 비단 이 소설 속의 이야기가 아니다.

폭력의 가해자들은 떳떳하게 사회 생활을 하고 어떠한 죄책감도 없이 살아감에도 피해자들은 그들의 협박과 그 날의 잊을 수 없는 기억 속 공포로 인해 제대로된 삶을 살아가지 못하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

<누가 내 말 좀 들어줘>은 평범했던 여학생의 일생을 송두리째 빼앗아가버린 그 날의 사건으로 평생을 지옥 속에서 살아가는 이든의 간절한 외침과 도움의 손길을 담고 있는 소설이다.

자신의 오빠의 친구의 케빈은 그 날 밤 잠들어 있는 그녀의 방으로 찾아와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
어둠 속의 그의 목소리
"너는 입을 닥치게 될 거야."
그의 이 말은 현실이 되고 말았다.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이든...
끔찍한 사건의 현장을 엄마에게 들켰음에도 그녀의 엄마는 그러한 일이 있었을 거라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이든이 초경을 시작한 것이라 여기며 현장을 정리하기 바쁜 모습은 보는 나의 마음을 더 아프게 했다.

제목 그대로 이든은 간절히 외쳐본다.
"누가 내 말 좀 들어줘"라고
그런 그녀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절대 너의 잘못이 아니야."라고....

이 사건 이후 점점 변해가는 이든의 모습에 주변 사람들은 그저 그녀가 이상하다라고 책망하거나 왜 이렇게 예민하냐는 반응을 보이게 되고 이런 그들에게 자신의 감추인 비밀을 말하지 못한 채 새로운 모습로의 변화를 시도한다.
하지만 그녀의 그런 행동은 그저 사춘기아이의 비뚤어진 행동으로 보이는 모습으로 비춰지게 되고 철저하게 자신을 망가뜨리는 모습으로 보일 뿐이였다.
안타까웠다. 그리고 먹먹했다.

지옥 속에서 벗아나기 위한 그녀의 처절한 몸부림의 끝은 어디까지일까?
그녀는 자신의 잊을려고 해도 잊을 수 없는 이 끔찍한 일을 털어놓고 가해자에게 대가를 치루게 할 용기를 낼 것인가?

소설을 끝까지 읽지 않고는 모를 결론.
그저 반항적인 행동의 일면으로 그녀가 당한 경험을 덮으려고 하는건 아닐까하는 마음으로 답답하고 뭔지 모를 묵직함으로 소설을 읽어나갔다.
이든이 용기내어주길, 기회가 찾아왔을 때 이든이 진실을 말해주길....

<누가 내 말 좀 들어줘>는 성폭력 피해자의 간절한 외침과 그들이 겪는 고통은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임을 보여주는 소설이였다.
살아도 사는 것같지 않은, 지옥이 있다면 어쩌면 이것이 지옥일 것이라는 그들의 이야기가 담긴 이 소설은 트라우마가 삶에 미치는 영향과 너무도 사실적인 표현으로 성폭력의 휴유증을 보고 느끼게 하고 있다.

그들은 피해자가 아닌 생존자이다.
그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과 인식도 전환되어야 한다.
성폭력피해를 집계한 조사의 경우도 실제 일어난 수보다 훨씬 적게 발표가 되고 있다.
그건 수치심과 공포심에 신고를 하지 않은 수가 더 많기 때문이다.
'미투 운동'으로 사회적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졌음에도 아직 피해자에 대한 배려가 미흡한 면이 많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2차 피해를 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지금도 누군가는 간절히 외치고 있을 것이다.
누가 내 말 좀 들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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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튼 미스터리 탐정사무소 애니북 1 - 카트리에일의 수수께끼 파일 레이튼 미스터리 탐정사무소 애니북 1
서울문화사 편집부 지음 / 서울문화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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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위한 추리와 관련한 책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다.
소설이나 만화와 같은 형식의 추리물은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인기가 많으며, '엉덩이 탐정'과 같은 추리물은 글자를 읽을 수 있는 아이들이라면 남녀노소에게 인기가 있다.

아이와 어린이도서관을 가서 이런 저런을 책을 보며 고르다보면 선택한 도서들 중 추리물들이 많은 편이다.
다른 책들과 달리 추리와 관련한 책은 읽는 동안 퍼즐을 맞추듯 상황과 단서의 이해를 통해 사건이라는 프레임 속에 여러 요소들을 정리해서 대입해보면서 사고를 하며 읽게 된다.

단순히 눈으로 글을 읽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고력과 추리력의 향상이라는 학습적 효과와 재미를 제공하고 있다는 면에서 아이도 추리물을 좋아한다.

이번에 읽게 된 <레이튼 미스터리 탐정사무소 1>은 아이가 몇 번이나 반복해서 읽을만큼 좋아했다.

"그 의뢰는 바로 저, 카트리에일 레이튼이 받아들이겠습니다."

의뢰인이 와서 해결할 수 없는 사건을 이야기하면 그 설명을 듣고는 수수께끼같은 사건의 의뢰를 접수할 때 그녀는 늘 이와 같이 말한다.

주인공인 카트리에일 레이튼의 수수께끼같은 사건의 비밀을 해결해가는 모습을 본 아이는 그녀의 매력에 푹 빠져서는 그녀와 하나되어 사건 속 단서를 유추하며 비밀을 파헤쳐보려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집안의 모든 가족이 사라지는 저주받은(?) 집, 드레스를 입고는 악마로 변했다는 아내의 악마의 드레스 사건, 죽은 남편이 밤마다 좀비같은 모습으로 나타난다는 사건,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대괴도 센느를 잡아달라는 의뢰 등 4가지의 사건은 미스터리함과 수수께끼같은 비밀을 담고 있었다.

짧은 시간에 여러 가지 단서를 발견하고 의뢰받은 사건의 비밀을 알아내게 되면 카트리에일은 언제나
"팟! 그거였구나! 수수께끼는 모두 풀렸습니다!"
라고 하며 의뢰인과 조수들까지 놀래키게된다.

수수께끼와 불가사의한 사건을 좋아하는 밝고 활발한 성격의 주 특기는 추리하기
그래서온지 수수께끼를 풀 때 아주 작은 단서들을 가지고도 단정 짓고 사건을 풀어나가는 모습은 당당하기까지 하다.

4가지 수수께끼같은 사건의 비밀 속에는 그마다의 사연이 있었다.
추리의 과정과 결론까지 재미와 감동을 담고 있는 <레이튼 미스터리 탐정사무소>의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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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의 날갯짓 지양어린이의 세계 명작 그림책 61
파라드 핫산자드 지음, 가잘레 빅델리 그림, 윤지원 옮김 / 지양어린이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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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시계를 봐!
설날이 두 시간밖에 남지 않았어.
그런데 저 아이는? 그렇지 ○○○○!

이렇게 시작하는 그림책은 이란의 설날을 앞두고 같은 시각 다른 장소에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인 듯하나 점점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아이들은 서로 같은 공간 속에 등장하게 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란이라는 다소 낯선 나라의 문화와 그곳의 분위기를 담아내고 있는 <나비의 날갯짓>은 다양한 색감을 담고 있지 않음에도 특정 사물들에 색상을 입혀줌으로써 묘한 느낌이 들게 한다.

우리 나라의 설날처럼 이란의 설날인 노루즈은 큰 명절로 낯선 나라의 문화와 명절을 앞둔 분위기를 잘 그려내고 있는 <나비의 날갯짓>은 다양한 색감을 담고 있지는 않지만 포인트를 주어 색상을 담아내고 있는 그림들은 묘한 느낌이 들게 했다.

나비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듯한 이란의 명절 분위기는 우리나라의 명절 분위기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같은 것같다.
분주한 사람들의 움직임과 꽉 막힌 도로 등

곳곳을 날아다니는 노란 나비는 사물에 살포시 앉아있거나 날갯짓을 하며 하늘을 날아다니는 모습은 봄이 올 것에 대한 설레임과 기대감이 들게 했다.

머리를 깍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지만 계속해서 어른 손님만을 먼저해주어 자꾸 순서가 밀리는 아르달란, 명절에 입을 원피스를 찾으러 갔지만 초인종을 눌러도 대답이 없는 아줌마로 인해 답답한 아르투사, 설날까지 두 시간 밖에 남지 않았음에도 미처 꽃을 다 팔지 못한 마리암과 알리.
이 아이들은 과연 자신들의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명절을 맞이할 수 있을까?

아이와 함께 그림책을 보며 다른 나라의 명절에 대해 알아보면서 작품 속 아이들이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나가는지 보며 어떤 마음이 들었는지 다른 나라의 문화에 대한 생각도 들어보는 등의 독후활동을 통해 직접 가보지는 못한 나라이지만 지식도 쌓고 소통도 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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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인문학 수업 : 관계 - 나를 바라보고 상대방을 이해하는 심리의 첫걸음 퇴근길 인문학 수업
백상경제연구원 외 지음 / 한빛비즈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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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공공기관에서 시민들을 위한 인문학 강의를 많이 열고 있다.
'나를 위한 인문학'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자신들의 분야를 시민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강의함으로써 사람들이 인문학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하고 있다.

'하루 30분 인문학 수업'으로 대한민국의 직장인의 공감을 이끌어내었을 뿐 아니라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으며 '시즌 2'를 출간하게 된 <퇴근길 인문학 수업>
심리, 경제, 사회, 문화, 신화, 과학, 역사, 문학, 고전 등 다양한 분야별로 주제를 정해서 사회 현상이나 전문적인 지식과 자신들의 생각을 펼쳐보이며, 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을 뿐 아니라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나'를 발견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시간을 제공해준다.

자존감의 뿌리를 찾아보고 인생의 주인공은 '나'라는 걸을 일깨워주기도 하고, '틀림'이 아닌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자세에 대한 내용과 인간 관계에서 가장 힘든 관계가 '가족'이라 말하며 가족은 유기체라는 인식의 필요성에 대한 내용 등 각각의 주제를 읽다보면 어느 새 마지막 주제를 읽고 있을만큼 가독성도 좋고 공감을 이끌어내면서 다음 편을 기다리게 한다.

사람마다 관심있는 분야가 다름에도 각 분야의 주제를 보면 어려워서 기피했던 분야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기에 술술 읽어나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어린 내담자일수록 그가 '보여주는' 혹은 '드러내는' 행동의 배후를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보니 아이들의 행동은 단순히 못된 행동이 아니었다. 아이들은 자신의 깊은 불안을 보여주거나 말하지 못한 억울함, 감당하지 못한 공포감을 행동으로 드러내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가족 상담을 받기 위해 찾아오는 가족들이 자녀를 바라보는 관점도 서서히 바뀌어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225~226p)

가족에 관한 주제 속에 담긴 내용 중 '세상에 못된 아이는 없다.'라는 말과 아이의 행동을 보면서 그 아이가 그러한 행동을 '보여주는'이라는 관점에서 아이를 바라본다면 조금은 이해가 되고 마찰을 줄일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한 권의 책 속에 이렇게 다양한 주제를 담아내면서도 어느 하나 지루하거나 어렵다는 생각을 못하고 새로운 관점에서 인문학을 보고 느낄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 신기했다.

"인문학은 어떻게 나의 삶이 되는가"를 말하다.

띠지의 이 문구를 보면서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진정한 나'를 발견하는 시간이 필요했던 나에게 <퇴근길 인문학 수업>은 인문학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을 깨워주었으며, 인문학을 통한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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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당탐정사무소 사건일지 - 윤자영 연작소설 한국추리문학선 5
윤자영 지음 / 책과나무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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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의 우직함은 인정해야겠네. 여러 가지 상황파악이나 의심, 게임의 본질을 깨닫고 가장 높을 확률에 베팅하는 것. 하지만 게임에서 진다면 다 소용없는 일이야. 어떤 게임은 이기지 못하면 죽을 수도 있어."
(347p)

당승표를 본 의뢰인의 표현.
뛰어난 추리력과 의리도 있는 멋진 캐릭터인 당승표의 활약을 보는 재미에 푹 빠지게 하는 <나당탐정사무소 사건일지>

젊지만 추리작가로써의 면모와 집중력을 통한 증거 분석과 상황 파악, 그리고 사건에 대한 의심 등으로 매번 놀라운 실력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당승표.
전직 경찰의 직감 과 용의자들을 다루는 노련함으로 당승표와 명콤비를 이루는 나승만.
이 두 사람이 운영하는 탐정사무소는 경찰들도 해결하지 못하는 사건들을 해결하면서 찾아드는 의뢰인이 들어나게 된다.

우리 나라에서는 '탐정'이라는 직업이 낯설고 그저 불륜이나 뒷조사 등을 해주는 심부름센터 정도로만 여기는 분위기에서 이 소설은 '탐정'으로의 역할을 톡톡히 보여주면서 책장이 술술 넘어가며 점점 빠져들게 했다.

중반부쯤 들어가자 새로운 멤버가 영입되게 되는데 이름은 '김민영' , 과학 교사출신으로 과학적인 지식과 추리력이 뛰어나 나당탐정사무소의 일원이 되어 사건 해결에 도움을 주게 된다.

도르래 살인사건, 황 영감 살인사건, 의문의 도박판 사건, 왕 게임 사건, 최후의 대결 등 소설 속에 등장하는 사건들은 독립된 듯 보이나 사실 연결성을 가지고 전개되고 있었다.

특히 마지막의 최후의 대결 편은 작가의 이전 작품과도 연결이 되고 있는 부분으로 결론으로 보자면 이들의 활약을 담은 새로운 작품이 출간될 수 있을 것같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사건과 그 속에 담긴 트릭을 통한 추리를 해 나가는 재미와 각각의 개성을 지닌 캐릭터들을 보는 재미까지 있어 가독성이 좋은 <나당탐정사무소 사건일지>는 '추리탐정'이라는 직업의 매력을 보여주는 재미있는 작품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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