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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스트미 ㅣ 오베이북스 소설선 1
김규나 지음 / 오베이북스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병명을 알 수 없는 희귀질환으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과 시한부의 삶을 살아야한다면....
버킷리스트를 작성해서 의연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이들을 볼 때면 그들이 그러한 받아들임을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과 시련을 겪었을지 감히 상상하기도 어렵다.
나라면....
상상조차 하기 싫지만 삶과 죽음에 대해 가끔 생각해볼 때가 있는데 그럴 때마다 난 답을 찾지 못하고 두려움과 겁부터 났다.
죽음을 한 번쯤 생각했다하더라도 막상 나에게 몇 개월 아닌 몇 일이라는 단서가 붙으면서 얼마가 될 지 모르는 막연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아마도 뭘 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살고 싶다는 강한 욕망이 들 것같다.
이번 작품 속 주인공인 강무훤
그는 죽음앞에서 우리 인간의 나약함을 보여준 것이기보다는 일반적인 모습을 보여준것이라고 생각한다.
'Trust me' 의 어학적 의미는
내 말을 믿어도 좋다.
이 작품 속에서 '트러스트 미'는 무엇을 의미하는걸까?
김규나작가의 「트러스트 미」는 삶과 죽음, 사랑과 상실,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 신의 믿음여부 등 작가의 가치관이 투영된 작품으로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인간의 욕망과 감정에 대해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으며,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사랑과 상실을 통해 나의 사랑과 상실 그리고 가치관을 돌아보게 되는 철학적이면서 심리치유적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은 한 남자가 왼쪽눈에 생겨난 알 수 없는 현상으로 병원을 찾아가도 병명을 알 수 없는 상태로 안구를 적출해야한다는 말을 듣게되면서 고통과 절망의 하루 하루를 보내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의 이름은 강무훤
지하철 5호선 기관사였던 그는 지하와 지상을 넘나들며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중 자신이 운영하던 지하철에 뛰어든 모델 지망생 유리라는 여자로 인해 평화롭던 그의 삶이 송두째 무너지게 되고 외상후 스트레스로 힘든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왼쪽 눈에 장미가시처럼 연약하고 푸릇한 가시가 돋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그로인한 통증은 예고도 없이 찾아와 그를 괴롭히고 어둠 속으로 점점 숨어들게 만들었다.
그런 그에게 이상한 메일이 날아들고 누가 보냈는지, 뭘 의미하는지 모르는 장난스런 메일, 하지만 지나치기에는 신경이 쓰이는 메일이였다.
“당신은 무엇입니까?”
“아닙니다. 당신은 당신이 생각한 것이 아닙니다.”
“당신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지금 클릭하세요.”
만약 나라면 그에게 날아든 이같은 메일을 받는다면 과연 클릭을 할까?
아마도 스팸메일의 하나라 여기고 그냥 삭제버튼을 누를 것이다.
하지만 그는 클릭을 하게 되고 운명의 장난같이 자신이 사고가 났던 장소에서 만나자는 제안을 받게 되고 그곳에서 한 여자를 만나게 되고 그녀에게서 믿을 수없는 이야기와 트러스트 미라는 재단에 대한 알게된다.
그리고 그녀로 인해 자신을 치료해줄거라는 최주결박사를 만나지만 그는 그냥 죽음을 기다리라는 말하고 강무훤은 죽을 시도했던 적이 있었음에도 이제 살고 싶다고 살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며 애원하게 되는데....
동일한 목적, 비슷한 범주 안의 사람들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공식적으로 언론화되지 않는다면, 그들과 무관한 울타리 밖의 사람들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 되는 것이다. 트러스트 미의 세계 또한 그럴 것이다.
- 282p
'악마의 발톱'이라 불리는 기이한 현상으로 죽음을 앞둔 한 남자의 살기 위한 고군분투 속에서 그의 상실의 경험, 그동안의 삶을 대한 자세와 인생관 그리고 죽음을 앞둔 상황 속에서 가족과의 화해와 용서를 시도하는 모습 등을 숨가뿐게 그려내는 작가의 필력으로 작품속에 빠져 끝을 달릴 때까지 몰입을 하며 읽어나갈 수 있었다.
작품을 읽으면서 강무훤이라는 주인공의 직업인 지하철기관사도 터널이 매개가 되어 어둠과 밝음,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 절망과 희망 등의 상징적 의미를 보여주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트러스트 미」를 읽는 동안 소설임에도 그 속에 내포된 다양한 의미들을 생각해볼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