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발아래 시한폭탄
알프레도 고메스 세르다 지음, 김정하 옮김 / 삐삐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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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많이 난 아이가 무언가 큰 일을 벌이려고 한다.

아니 결국 벌이고 말았다.

그 일에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있었다. 하지만 그 일은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MK라는 아이와 그의 남자친구인 카를로스에 의해 시한폭탄같은 파급력이 큰 일을 벌인 것이다.

자신이 싫어하는 한 선생님을 성폭행범으로 신고하면서 이야기의 전개는 급박하게 진행되었다.

그녀가 이 일을 벌린 의도가 정확히 뭔지 모르지만 처음에는 가스라이팅에 의해 그녀가 이 후에 일어날 일에 대한 파급 효과를 생각하지 않고 벌인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단순히 그런 이유만은 아닌 것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소설을 읽어가면서 전개되는 상황들을 통해 알게 되었다.

가정폭력과 이혼 가정에서 자란 MK는 자신이 선생님에 성폭행을 당했다고 경찰에 신고하고 자신에게 무관심했던 부모님과 사회적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딸이 겪은 끔찍한 일은 사회적 이슈화되고 집 앞에 진을 치고 있는 기자들과 유명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조건으로 돈을 받는 부모님과 남자 친구를 보면서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 주인공처럼 생활하는 게 싫어하게 된다.

그녀는 정말 이런 상황까지는 생각하지 않은걸까? 선생님의 체포 소식에도 어떠한 감정 변화없이 말하는 MK를 보면서 '무고죄'를 받는 이들도 그녀와 같은 마음으로 일을 벌이는 걸까라는 생각에 소름이 돋기까지 했다.

우리 사회에도 성범죄를 가해자로 몰려 인생의 나락으로 간 사람들이 많이 있는 것같다.

진짜 사고를 쳐서 비난받아야 마땅한 가해자들도 있지만 단순히 돈을 목적으로 하여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일어난 것처럼 거짓말을 하고 나중에는 연극성 인격자같이 죄 의식없이 자신이 정말 그 일의 주인공인 듯 생활하는 이들이 많다.

이로 인해 사건의 당사자로 지목된 무고한 이는 나중에 죄가 없음이 밝혀졌음에도 이미지 실추로 인해 사회 생활을 하는 것이 힘들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나에게 윤리는 나의 근본과 내가 믿는 것들, 내가 방어하는 것들, 내가 투쟁하는 것들, 내가 살아가는 이유, 꿈을 꾸는 이유 같은 거야. 조금씩 조금씩 발견해 나가면서 내 삶에 의리를 주는 거지." (p128)

성폭력 피해자인 MK를 상담해주는 상담가인 마리아 호세 선생님이  그녀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윤리와 양심'에 관한 생각을 말하는 대사는 MK에게 뿐 아니라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좋은 말인 것같다.

어쩌면 MK에게는 그동안 그녀를 올바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어른들이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아픔을 빌미로 돈을 챙기려고만 하는 부모님과 남자친구인 그들의 행동을 보면서 비록 거짓된 일을 벌인 주인공이지만 이 부분에서는 안쓰러움과 그들의 행동에 눈살이 찌푸려지기까지 했다.

시한폭탄을 터트린 후 깨닫게 되는 자신의 밑바닥에 내재되어 있었던 것이 무언지 알게 되고 자신이 벌린 일에 대해 어떠한 결정도 해 주지 않고 그녀 스스로가 수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 보인 호세 선생님의 행동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같다.

<내 발 아래 시한폭탄>은 스페인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인 알프레도 고메스 세르다가 쓴 청소년 소설이다.

등장 인물들의 말과 행동에 있어 몰입력이 좋아 순삭 읽을 수 있는 작품이며, 현재 우리 사회에서도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여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생각을 많이 하게하는 작품이였다.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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